설전 삼국지 - 말을 넘어서는 설득의 미학
김기홍 지음 / 부표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 삼국지 좋아하시나요?


   삼국지를 많이 좋아했었다. 혼란된 사회 속에서 자기만의 기치를 가지고 여는 사람들의 행동과 에피소드들과 각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잘 정립된 이야기 한 편을 보는 느낌, 보통 두꺼운 책 10권으로 정리되어 나오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은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일본 모 회사에서 나왔던 게임 시리즈로 나온 삼국지를 하면서 삼국지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는 노력도 해 보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던 삼국지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는 것으로 일차적인 흥미가 끌렸던 책이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이야기를 하려면 정리된 생각과 표현 능력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는 표현 능력보다는 상황과 그에 맞게 말을 풀어내는 이야기들을 소개해서 말이 가지고 있는 힘과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고, 그 이야기를 통해서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와 교훈을 잘 정리해서 제시해 주고 있다. 거기에다 마지막에는 말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사안을 까지 알려주고 있다.


# 협상과 설득이라는 관점에서 잘 정리된 책


   혼란스러운 시대, 좋은 의견이 있다하더라도 그것을 결정하는 지도자에게 그걸 잘 설명하고 어필해야 한다. 유기가 공명에게 자신의 살 방도를 묻는 방안은, 말을 잘 하는 방법과 함께 굳은 의지를 들어내야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등지가 손권이 한 죽음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이야기하는 말솜씨를 통해서 목숨을 걸면서까지 해야 하는 이야기와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방안들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수 있었다.

    삼국지를 잘 모르는 이에게는 보론을 먼저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 내용만 잘 파악하더라도 말을 하는 마음가짐과 자세, 그 한계와 협상을 잘 하는 방법을 잘 알 수 있다. 거기에 삼국지의 내용까지 읽어가는 재미까지 붙여나간다면 더 좋을 것이다.

 

# 매력있는 말솜씨..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공명에 관한 말 솜씨 및 여러 세객들의 빼어난 말의 향연이 펼쳐진다.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나와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내가 설득하려는 대상에 대한 정확한 인식, 그리고 상황에 대한 명철한 판단, 때로는 용기가, 때로는 현실과 타협하는 모습이 필요한 것을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움직였던 부분은 손건이 유장을 설득하는 내용이었다. 말을 잘 하지 못하지만 진심을 담아 건네는 이야기는 다른 사람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것, 말과 행동의 일관성과 마음가짐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말을 통해 마음을 전하는 일, 때론 그 일이 쉽지 않기에, 사람들은 소통을 잘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것이라 믿는다. 말만으로 다 해결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그에 못지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루 하루 여러 사람을 만나고 여러가지를 배우고 또 잊어가게 된다. 이야기의 힘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오기 전에, 가끔씩 들춰내어 나의 말 솜씨와 마음가짐을 점검해 보는 거울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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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놀이
크리스토프 하인 지음, 박종대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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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는 기괴한 살인사건의 피의자를 보호해야하는 변호사.

   악마의 유혹에 직면하다.
 

   한적하고 조용한 지하철 안, 연결대가 금속나사로 된 당구 큐대를 만지작 거리는 변호사는 베른하르트 바크날이라는 사내 앞에 서 있다. 지하철이 출발하려는 순간, 변호사는 큐대에 있는 금속나사로 그의 관자놀이를 가격해 사망에 이르게 한다. 그가 다친 후, 헌신적으로 간호하는 모습을 보인다. 

  피의자가 된 변호사는 피아르테스 선생에게 자신의 변호를 부탁한다. 일면식도 없는 사내를 살해한 피해자의 범행동기를 이해할 수 없는 피아르테스 변호사에게, 그는 범행동기를 설명한다고 말하며, 자신의 생애에 대한 길고 긴 장문의 편지를 보내온다. 두번째 편지에서 그는 또다른 범행을 놀이라고 이야기하며,  변호사에게 그 놀이에 참여하도록 부탁한다. 거스르기 힘든 악마의 유혹에 변호사는 직면하게 되는데...


# 숨겨둔 퍼즐을 풀어나가듯 전개하는 편지식 서술.
 

   왜 범행을 저질렀을까? 피의자는 자신의 범행은 이야기하지 않고, 자신의 범행동기를 설명한다며, 어렸을 때부터 일을 하나씩 기술하기 시작한다. 의붓아들과 가난한 대학생시절, 변호사의 생활 등을 거치면서 인생을 게임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마음이 조금씩 고조되었음을 알려준다. 조금씩 짜맞추어지는 퍼즐처럼, 이야기의 마지막이 될 때 완성되는 범행은 매우 충격적이다. 그리고 다음 편지에서 자신의 철학인 인생은 게임이다를 지키려는 듯 변호사에게 또 다른 게임을 전개하는 모습은 반전처럼 독자의 상상을 넘어선다.


# 인생을 놀이라고 생각하는 주인공의 독특한 관점!

   사탕공장 아들에서 우표판매소 과부의 의붓아들, 법학과를 거쳐 변호사가 되기 까지, 그에게 일어났던 사건들을 현실의 윤리적 관점이 아닌, 게임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의붓아들에게 받은 괴롭힘을 놀이라고 생각하고, 어머어머한 반전으로 곤경에 처하게 하는 것과 삶의 바닥에서 여러가지 모순들을 놀이의 마음가짐으로 극복하는 모습이 일반인의 시선과 매우 달라, 독특했다. 

  재판과 정치 등에 빠져드는 과정의 묘사를 통해, 권력과 명예에 빠져 자신을 버리는 사람들을 비하하며, 진정한 놀이꾼은 감정에 빠지지 않는다는 선언을 하는 부분에서는 자기만의 철학을 넘어선 오만이 느껴지기도 했다. 조금씩 반복되는 일상속에 꺼내든, 범죄의 유혹은 결국 정당방위로 보이지 않지만, 정당방위로 인식되게 만드려는 고도의 계획된 범행을 벌이게 되고, 변호사에게 어쩔수 없이 그것을 행하였다고 편지를 통해 변명한다.

   재판에서 사실이 아닌, 범죄자의 모습과 태도들 통해 결정을 내리는 판사와 배심원들, 정치의 내면 속에 보이는 권력에는 욕망, 등은 블랙코메디처럼 현대의 모순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게임 자체에 몰두하는 캐릭터를 통해 지금 현대 사회의 모습을 보는 방식이 새로웠다.


# 이질적인 문화. 극복해야 할 장벽.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아닌 문화의 소설을 읽는 건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독일이 겪었던 분단과 사건들, 우리나라와 다른 재판제도 등을 이해한다면 조금 더 재밌게 소설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를 모두에서 범죄가 떠나지 않는 모습은 범죄는 인간에게 빠져나올 수 없는 유혹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조금은 파격적인 인생관을 통해, 비치는 사회의 모습으로 지금 내가 사는 곳의 사회적 기제가 어떠한지 돌아볼 수 있었다. 주인공의 인생관은 쉽게 동의하기 힘들었지만, 발상의 전환으로 만들어지는 소설의 전개는 짜임새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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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음이 행복해지는 희망 편지 - 개정판
김선규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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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생명이란 주제로 찍은 사진들의 모음.

   각 사진에 덧붙여진 사연들. 소통과 나눔의 흔적들.

 

  들판에 보이는 할머니꽃, 나무에 감긴 철가시, 아이의 눈에 비친 파란 하늘 아래 해바라기 등 김선규 사진기자의 생명의 숨결에 닿은 한 장의 사진마다 각기 개성넘치는 사연들이 담겨 있다. 책띠에 적힌 휴머니스트 100인이 전하는 내일을 위한 선물이라는 말에 각각 개성 넘치는 100인의 저자들이 각자 사진을 찍고 거기에 사연을 덧불이는 줄 알았다. 다양한 사람들이 전하는 100명의 각자 사연들에 생명이라는 일관성이 있음에 놀랐다. 저자의 글을 천천히 읽고 난 후, 사진기자가 생명이라는 테마로 올린 사진에 다양한 사람들이 사연을 적고, 그 사연들을 모아 책으로 묶어내었음을 알게 되었다.

  선인장에 적힌 낙서처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사진도 있고, 우리 할머니 꽃처럼 쉽게 존재하지만 놓치지 쉬운 풍경도 보인다. 농부를 대신해서 부지런히 일하는 오리농부들의 사진에서 동물과 사람의 공존의 방안에 대해, 새벽 풍경에 맺힌 이슬의 모습을 아름답게 담아낸 사진에서 새벽녁의 아름다운 시간을 발견하기도 했다. 작가가 마음을 담아 찍은 사진과 그 사진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공동 저자의 글을 읽으며, 소통의 나눔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 잊고 있었던 풍경들.


   탐스럽게 익은 토마토 위에서 고개를 내밀고 사진기를 응시하는 청개구리의 모습, 풀밭위에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 제비꽃, 고향이 그리워 망연히 하늘만 보고 있는 동물원의 곰들, 아름다운 섬진강가의 뽀얀 물결 위에 떠있는 오리들의 모습 등 도시 속에서 잊고 있던 풍경들이 떠올랐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묵묵히 생을 이어가는 많은 동물과 식물들. 자연과 지구는 인간만이 아닌, 많은 생물들이 함께 살아 숨쉬고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스쳐갔다.

  보이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내 눈이 보려하기 않았던 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 좁은 틀 안에서 보고 싶고, 보여지는 모습만 보았던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 마음이 환해지는 사진들.


  주름살이 가득한 노부부의 미소, 역내로 들어오는 기차를 향해 손을 드는 철도원의 모습, 높고도 높은 고지를 지게를 끌며 묵묵히 겉어 올라가는 연탄장수 아저씨의 모습, 아이의 눈망울에 비치는 파란 하늘과 해바라기, 원숭이에게 과자를 건네주는 손과 손, 어스름한 등대에게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완수하는 등대지기와 등대의 모습 을 보며 마음이 환해짐을 느꼈다.

  세상에서 아름다운 미소라는 공동저자의 표현처럼, 세상의 많은 역정들을 함께 겪으면서 지냈던 노부부의 미소는 진솔하고 편안해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지 않지만 간이역에서 기차가 다가올 때 손을 흔다는 철도원의 모습에서 공동저자는 잊고 살았던 기억을 다시 떠올렸다. 멈춰섬이 필요한 내게는 중간 중간 간이역을 통해 쉬어가야 함을, 달리다 보면 철도원처럼 손짓해 주는 이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함께 맞잡을 수 있기에 더욱 아름다운 손과 손의 만남, 자신을 태워 다른 사람을 따뜻하게 해 주는 연탄과, 다른 이를 위해 자신의 품을 팔아 올리는 연탄장수의 수고 등 보이지 않게 노력하는 많은 손길들의 교류를 통해 세상은 좀 더 따뜻해지고 유지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는 모습이 가장 로맨틱한 것처럼, 아이의 눈에 비친 파란 하늘과 해바라기는 마음의 안식처처럼 편안해 보였다. 고뇌가 담기지 않는 맑은 눈빛을 통해 비춰지는 풍경은 하나하나 아름다운 풍경으로 변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 가장 좋았던 건...


  서로의 급소를 향해 주먹을 지르는 아이와 개의 격투기를 보며 한참을 웃었다. 두 발로 서 있는 개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사연을 전해주는 저자의 개에 대한 애정도 느낄 수 있었다. 희노애락, 사진을 통해 감정을 발산할 수 있어서 좋았고, 그런 감정을 끌어 낸 사진작가와 저자들의 사연이 좋았다. 한 장의 사진으로도 충분히 많은 생각의 고리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과 크고 심오하지 않은 잔잔한 체험과 진솔한 감정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살아있기에 또 다른 풍경도 볼 수 있고, 사진도 볼 수 있고, 다른 세상도 느낄 수 있다. 작은 몸짓, 아름다운 풍경, 갓태어난 아이의 모습 등 인간과 생물 무생물을 가리지 않는 사진들을 통해 지금, 살아 있음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산다는 건 하루하루 버텨나갈 수도 있지만, 하루 하루 항아리에 자신의 생각을 담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항아리에 담긴 생각이 다채로울수록 더욱 더 인생과 타인과 다른 존재에 대한 이해와 관용의 폭이 넓어질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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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4 - 상아의 제국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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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을 공포에 떨게했던 페스트. 치료제를 찾기 위해 아프리카로 떠나다. 

   영국의 국익과 용들의 생명,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빠지다.

  해군 함장이었던 로렌스 대령은 프랑스와의 교전중에 용의 알을 만나게 된다. 부화한 용은 함께 할 친구로 로렌스 대령을 선택하고, 로렌스 대령은 공군으로 보직을 바꾸어 테메레르와 공군의 임무를 수행한다. 조금씩 친해질 무렵, 중국에서 사신이 와서 중국으로 복귀해야 상황에 처하고, 여러가지 어려움을 이겨내고 무사히 중국에 도착, 황제의 양자의 지위도 얻게 된다.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로렌스 대령, 용을 신성시하고 고귀하게 대접하는 중국의 안락한 생활을 고려해, 테메레르에게 중국에 남아도 좋다고 말하지만, 테메레르는 다른 용들에게 용들의 권리향상을 위해, 로렌스 대령을 위해 영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프러시아를 거쳐 영국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나폴레옹 군대의 놀라운 위력을 경험하게 되고, 복귀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야생용들을 군사와 무기를 수송하도록 협력해서 프러시아의 군대를 퇴각시킨다. 조명탄을 쏘며, 본국에 지원을 요청하지만, 이상하게도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테메레르와 로렌스 대령이 중국에 간 사이, 용들에게 전염병이 돌아 치료제를 찾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다. 흑인 노예제도 철폐를 위한 아버지를 위해 엉겹결에 노예제도 폐지를 위한 파티를 열게된 로렌스 대령은 만찬에서 흑인인 에라스무스 목사를 만나게 되고, 용들의 치료제를 찾기 위해 아프리카로 떠나는 길에 에라스무스 목사와 동행하는 것을 허락한다. 

  좌충우돌 전염병을 해결할 수 있는 치료약 찾기 대모험 중, 코끼리를 사육하는 용들과 아프리카 원주민이 세운 제국과 만나게 된다. 쉽지 않았던 치료약 찾기 대모험과 파괴된 식민지와 로렌스 대령을 구하기 위해 명령불복종을 했던 용들에 대한 해군 본부의 추궁, 해군 본부의 프랑스 용들에 대한 전염병 전략에 로렌스는 영국을 위해 묵인할 것인지, 용들을 구하기 위해 프랑스에 치료제를 구할 것인지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게 되는데...


# 사실과 상상력이 잘 결합된 재미난 이야기. 500페이지가 금방 넘어간다.
 

   흑인 노예제도 폐지를 주장했던 윌버포스의 노력,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케이프타운이라는 실제 사실에 근거해서, 용들이 공군을 차지하는 상상력이 자연스럽게 결합되어 있다. 3편까지 역사적 인물들의 특성을 가능한 그대로 묘사하고 사건들을 그대로 제시하는데 치중했다면, 4편에서는 이미 전사한 넬슨 제독이 국익을 위해 노예제도 폐지를 반대하는 반대인물로 묘사되어 나온다.

   아프리카 문화에 대한 조사도 함께한 부분은 조상들이 용을 통해 다시 환생한다는 이야기와 용들이 집회에서 오래된 선조의 이야기를 말로 전해주는 형식을 통해 표현되고, 좀더 현실감있게 다가서게 한다. 코끼리를 사육해서 상아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탄광을 캐는 상상력은 고대 아프리카 제국을 떠올리게 한다. 유럽의 열강들에 피해당하고 박해받는 슬픔의 대상에서, 공동체로 뭉쳐, 식민지를 파괴하는 긍정적인 묘사가 개인적으로 즐겁게 다가왔다. 

  1편에서는 테메레르와 친해지며 공군으로 적응하기에 무대가 영국과 국경변이었다. 2편에서는 중국 여행기를 통해 아시아에서 인식되는 용에 대한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3편에서는 본국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절도와 훈련이 엄격한 프러시아 용들을 통해, 용의 권리보다 먹이와 휴식을 요구하는 또 다른 용들의 모습도 보여주었다. 야생용들을 통해 산적처럼 통제당하지 않는 용도 보여주었다. 

  4편에서는 아프리카! 샤머니즘의 종교처럼 조상과 함께하고, 인간과 용이 공존하는 또다른 용에 대한 문화를 알 수 있었다. 소설의 사건을 진행으로 각 문화의 특성을 알 수 있는 일석 삼조의 재미와 상식이 넓어지는 책이라고 할까. 상상력으로 이루어진 인물들이 비현실적이지 않게 각각 캐릭터의 특성을 잘 드러나게 사건을 구성한 작가의 역량을 느낄 수 있었다.

# 모험을 통해 조금씩 성숙해 가는 로렌스와 테메레르.

   책이 좋은 이유 중에, 체험하지 못한 세상을 간접적으로 겪을 수 있기에 매력적인 부분도 있다 생각한다. 책보다 더 좋은 건 직접 체험하는 경험, 여행이라 생각한다.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하는 모험기 형식의 구성을 통해, 로렌스와 테메레르는 한단계 한단계씩 성숙하게 된다.

  해군에서의 생활과 사고방식에서 이제 공군의 생활에 친숙해지고, 영국의 국익을 너머, 용들의 생명까지 고려하는 넓은 마음씨를 로렌스는 가지게 되고, 테메레르 역시, 화려한 치장과 자신의 물건에 대한 소유욕의 강함에서, 병들어 고생하는 용들에 대한 동료의식과 자신의 물건을 아끼지 않고 누각공사에 허락하는 넉넉한 마음도 보여주게 된다.
 
  완벽한 캐릭터가 아닌,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이 담겨있어 더욱 친근감이 든다. 자기밖에 모르는 화룡 이스키에르카와 야생용들의 모습은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늘 있는 뻔질이 캐릭터 같아 더욱 정겹다. 19세기 초 영국에 흑인폐지를 통한 법률과 용에 대한 인식을 통해, 지금까지 사회가 얼마나 더욱 성숙했는지 생각해 볼 수도 있었다. 하나의 법안이 처리되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쉽지 않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국익과 용들의 생명을 위한 갈림길에서, 로렌스 대령은 목숨을 잃을지도 못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죽음이 보이는 길을 다시 선택한 로렌스 대령의 선택은 5권의 이야기의 전개를 궁금하게 한다. 속편을 찍기위해, 마지막에 사건을 벌이는 모습과 겹쳐보였다고 할까. 영국,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을 돌았으니, 왠지 1편처럼 다시 나폴레옹과의 싸움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을까? 아니면 독수리의 승리(가제)라는 가제처럼 용이 아닌 새로운 동물이나, 세력이 생겨날 것 같기도 하다. 5권이 빨리 나오길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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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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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씩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딸 모나미(정신은 아내 나오코).
   현실을 인정할수록 드는 서글픔.


   딸의 몸을 지닌 채, 신체적인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겪는 아내 나오코. 자신을 조금씩 멀리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헤이스케의 마음은 복잡하다. 의과대학을 목표로 남녀공학인 학교를 지망하고, 테니스부서 활동을 하는 나오코. 정신적으로는 아버지, 신체적으로는 외할아버지의 메밀국수 이벤트를 겪으며 돌아갈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게 된다.   딸과 아내에게 사고를 안겨준 트럭운전사가 무리해서 일을 할 수 밖에 없던, 진상을 알기 위해, 헤이스케는 전처 네기시 노리코를 만나려 하고, 그의 아들에게 어느날 편지 한 통만 남기고 이혼을 통고했다는 사연을 듣게 된다.

 

  자신이 퇴근해서 돌아오고 욕실에 들어가는 시간에, 나오코가 선배와 통화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헤이스케. 미묘한 질투의 감정과 숨기려는 나오코의 모습에 전화를 도청하는 욕심을 저버리지 못하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둘이 만나기로 한 약속을 알게된다. 그리고 둘이 만나려는 순간, 둘이 만나는 자리에서 둘이 만나는 것을 부정하게 만듬으로서, 감정적으로 악화의 길을 걷게 된다.  

 

  네기시 노리코의 어머님을 만남으로써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된 헤이스케. 조금씩 모나미로 돌아오는 시간이 늘어나며, 딸의 돌아옴을 환영하는 헤이스케. 한편으로 나오코의 사라짐이 안타깝다. 이별의식을 통해 나오코를 보내고, 모나미의 정신으로 돌아온 모나미. 몇 년 후, 노리코의 아들 후미야와 결혼을 결정하게 되고, 결혼식을 앞두고 밝혀지는 또 다른 비밀이 밝혀진다.

 

# 헤이스케의 마음에 공감하다. 사랑은 무엇일까 다시 고민해 보게 한다. 


  헤이스케의 입장에서 몸은 딸, 정신은 아내와의 동거생활에서 나타날 수 있는 사건들이 섬세하게 잘 드러나 있다. 조금씩 자신과 멀어지는 헤이스케가 느끼는 불안과 질투의 마음이 나빠 보이지 않았다. 슬픈 경향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헤이스케의 모습에 공감이 간다고 할까.   1편에서 등장하는 의문의 사건들이 하나씩 진실을 드러낸다. 짐작을 뛰어넘는 진실은 헤이스케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모습에서  벗어나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사건과 주변인물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트럭운전사가 사고를 발생하게 된 슬픈 사연과 그 사건을 추적해가는 과정을 통해, 진실로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는 헤이스케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늘 옆에 있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버리고, 다른 이에게 아내를 보내야 하는 헤이스케의 입장에서, 사랑하는 이가 택해야 할 선택에 대해 조금 더 깊이있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사랑하기에 보내줄 수 있을까?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보내야 하는 마음이라 할까. 비밀을 알고 나서도, 현명하게 선택하는 모습에 마음이 찡했다.


# 반전의 묘미를 잘 살리는 히라시노 게이고의 작품.

 
  캐릭터의 특성이 독특하고 반전이 빼어나기 때문일까? 히라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영화와 드라마로도 많이 제작이 되었다. 영화로 만들어진 비밀, 역시 많은 인기를 받았다고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작품을 쓸 때 마지막 반전을 먼저 쓰고, 나머지를 구성한다고 한다. 반전의 충격이 크다고 할까. 결론을 알게 되면, 내용을 다 짐작하게 되는 추리소설과 달리, 처음과 끝의 내용이 전혀 다르기에, 끝까지 내용을 잘 읽어야 한다. 앞에서 언급되는 내용들이 잘 연결되어 결론에도 이어지는, 복선을 잘 구성하는 히가시노의 작품은 완성도가 높기에 더욱 끌린다.

  공들인 작품은 읽을 때 느낌이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것은 독자의 기쁨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작품을 먼저 읽은 후, 영화를 보는 것이 좋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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