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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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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내 맘을 몰라주는 걸까.
 
 
  다른 사람이 '내 맘을 몰라'준다고 생각했을 때, 오해가 생기고, 인간관계의 힘겨움을 느낀다. 사회생활이 힘든 이유는 내 맘같지 않은 사람들의 행동을 지켜보거나, 따라야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가족은 가장 많은 공간을 함께하고, 같은 시간을 함께 보낼 기회가 많지만, 늘 서로를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가족이니까, 내 편을 들어줄거라고, 나를 더 생각해 줄거라고 기대하고, 의존하고, 사랑받기를 원하거나,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방인, 가족, 잘 되기를 바라지만, 노력해도 우리는, 그저 좋은 사람.
 
 
  작가가 인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영국 런던 출생의 작가이기 때문일까. 미국으로 이민간 저자의 체험이 묻어있는 듯,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미국에서 생활하는 이민 1세대 또는 2세대의 인도계 미국인이 등장한다. 영어를 자유롭게 생활하는 딸과 이민 1세대인 뱅골어에 능숙한 아버지 사이의 화해와 오해를 다룬 「길들지 않은 땅」, 낯선 인도에서 외로움을 느꼈던 엄마에게 따스한 애정의 대상이 되었던 삼촌의 결혼과 이혼의 과정을 다룬 「지옥-천국」, 매혹적인 첫사랑을 내심 질투했던 아내와 첫사랑에 대한 묘한 동경을 가진 남편. 부부가 첫 사랑의 결혼식에 가게 되면서 경험하는 감정의 변화를 다룬 「머물지 않은 방」, 갑작스럽게 이민와 느끼던 차별을 동생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누나 수드하와 알콜중독으로 망가져가는 라훌의 이야기가 담긴「그저 좋은 사람」이 포함된 1부와 세 편의 단편소설이 연작형식으로 얽혀있는 2부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가까워, 이해가 가능할거라 생각되는 가족마저도 이방인일 뿐, 이해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심리묘사가 담긴 이야기로 전한다. 함께 있지만, 결국 혼자일 수 밖에 없는 소통의 힘겨움이 느껴진다. 호의를 가지고 동생을 대하지만, 동생을 구하지도 못하고, 남편에게 신뢰를 잃고, 자식도 이해할 수 없는 몰락에 빠져버린 훌리아의 이야기가 담긴 「그저 좋은 사람」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해할 수 없다는, 가족은 내 뜻과 다르게 생각하는 현실을 인정했을 때, 서로 숨기고 싶던 사실을 공포했을 때, 그 사실이 서로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는 계기가 된다는 아이러니가 책의 매력이다. 아버지가 어머니가 아닌, 다른 여자가 생겼음을 인정했을 때, 딸인 루마는 아버지가 딸에게 숨기려 했던 엽서에 우표를 붙인다. 매력 넘치고 예쁜 첫사랑과 결국 사랑을 나누지 못했다는 숨기고 싶은 진실을 아내에게 말했을 때, 그는 아내와 자식을 둘 낳은 후, 서로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던 시간에서 벗어나 특별한 추억을 만들게 된다.
 
 
# 인정하자. 우리가 서로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을.
 
   
  무거운 주제의 이야기를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둥지에 놓인 동상이몽의 서로를 생생하게 느끼게 하는 점이 좋았다. 우리가 서로 다른 꿈을 꾼다는 점이 당연하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할까. 그 첫점에서 서로의 공존과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의 크기를 넓힐 계기가 생길거라는 생각을 했다. 서로 이해할 수 없기에, 내 마음을 모르는 일이 당연하기에, 더 많이 표현하고, 생각을 가깝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진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사랑하기에 그를 이해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사랑하기에 이해할 수 없는 그를 공감 할때까지 다가서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쓸쓸해진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읽으며, 생각했던 소통의 힘겨움이 더욱 부각됨을 느낀다. 예측대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기에, 지금의 현실이 힘들더라도 내일, 나아질거라는 꿈을 꿀 수 있다. 타인을 이해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함께 공존할 수 있는 현실, 오랜 시간 우리를 힘들게 한 뿌리 깊은 편견의 족쇄를 발견한 기분이다. 족쇄가 단단해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쉽게 벗어나기 힘들다.  족쇄를 보았기에 아무것도 모르고 즐겁게 보냈던 순진했던 시간은 사라져 버렸다. 어린아이처럼, 사랑만으로 많은 일들이, 이해와 행복이 가능하다고 믿는 순진한 이에게 권하고 싶지 않은 소설이다. 한계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포용력을 지닌 이와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누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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