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빛>을 리뷰해주세요.
검은 빛 매드 픽션 클럽
미우라 시온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 감당하기 힘든 폭력. 무력한 인간... 

  50억이 넘는 지구의 시간을 하루로 생각한다면, 밤 11시 59분에 인류가 태어났다고 한다. 산업혁명, 정보화 사회에 들어서며, 인간의 문명이 많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지진, 태풍, 쓰나미, 폭우 등 자연 앞에서 무력한 인간을 발견한다. 조용하고 외딴 섬, 예고 없이 발생한 쓰나미로 중학생 노부유키와 그의 여자친구 미카, 노부유키를 친형처럼 따르는 다스쿠를 남긴 채, 섬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어버린다. 그리고, 경황없는 사이, 공중파 PD와 미카의 부적절한 장면을 본 노부유키는 다스쿠가 지켜보는 앞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지켜주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후, 미카는 연예계의 스타로, 노부유키는 평범한 가장으로, 다스쿠는 노부유키의 아내의 불륜남으로 다시 재회하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다스쿠가 생각하는 어긋난 생각, 미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노부유키, 노부유키와 아내 나미코의 딸 쓰바키가 당한 정신적 폭력으로 인해 공황상태에 빠진 나미코 등, 이어지는 폭력과 과거의 기억들이 다시 세상에 돌아오며, 또 다른 폭력과 협박사건으로 돌아오는데....

 # 폭력은 다가오는 게 아니라 돌아오는 것이다. 스스로를 만들어낸 장소, 일상속으로.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는 따스한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자연재해와 인간사이의 육체적인 폭력과 정신적인 폭력이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감당하기 힘든 폭력을 경험하게 되고, 그에 대한 대응으로 또다른 폭력을 선택한다.  

  상처를 사랑으로 감싸안는 것이 아니라, 상처에 괴로워하며, 다른 상처를 만드는 일을 선택하는 과정이 등장한다. 의도와 관계없이, 본심은 전해지지 않고, 누군가를 위한 선의가 누군가를 살해하는 폭력으로, 살인을 교사하는 행동으로, 살인을 알면서도, 너무나 의지했던 상황을 벗어날 수 없기에 묵인하는 과정 등, 다양한 포즈로 등장함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이 항거할 수 없는 상황에 대처하는 인간의 무력한 대응을 느낄 수 있다고 할까.  

  폭력은 다가오는 게 아니라 돌아오는 것이라는 말처럼, 힘든 상처를 위로하고, 달래는 과정이 없이, 그저 덮어두다 보면, 그 상처가 트라우마가 되어, 일상의 삶까지 잠식해 버림을 소설을 통해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이런 폭력들은 내가 어찌할 수 없다는 점, 불에 데일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불을 사용해서 요리를 하고, 칼에 베일 수 있는 가능성을 알지만, 그렇지 않을거라고 믿으며, 칼을 사용하는 일반인이 느끼는 불편한 상황에서 무력화 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자연적 폭력이 인위적 폭력으로 전이되고, 인위적 폭력은 육체적 폭력과 정신적 폭력으로 다시 옮겨진다고 할까. 누군가의 상처를 외면하는 순간들이, 상처를 입은 이에게 다시 상처가 되어, 세상이 더욱 각박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타인의 상처를 이해할 수 없기에, 누군가에게 그의 말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건 위험한 일이지만, 인간이기에, 곁에서 그 슬픔이 나을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 필요함을 느꼈다고 할까. 쓸쓸하고 적막하게 폭력의 상처에 입은 작품 속 인물들을 통해, 주변에 너무나 흔하게 존재하는 폭력의 상처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제목처럼, 어두운 빛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밝고, 건강한 소설을 바라는 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소설이다. 씁쓸하고, 마음이 스산해지지만, 작품을 읽고 나면, 스산함을 이겨내는 방법을 찾게 되는 책이다. 타인의 눈물을 보는 일이 마음 아파, 차마 볼 수 없는 이가 아니라면, 인생의 어두운 슬픔도 이해하려는 지혜로운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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