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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 - 김현진의 B급 연애 탈출기
김현진 지음, 전지영 그림 / 레드박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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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A급 사랑을 꿈꾸지만, 현실은 B급 연애에서 전전하고 만다.

 

 

  드라마를 보면 여주인공이 위기에 처해있을 때, 남성은 늘 나타나 도움을 준다. 여자들의 로망이라고 할까. 나만을 생각해주고, 나만을 아껴주는, 그런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하기를 꿈꾸지만, 현실에서 그런 남자는 찾기 힘들다. 설사 그런 이성이 나타났다 하더라도, 자신에게 자신이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부족한, 자신감 없는 사람은, '착하고 괜찮은 남자/여자'와 연애를 하기보다 '착한 남자/여자'와 연애를 하는 경우가 많다. 사랑에 빠졌을 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 사람의 존재만으로 행복해진다. 그 마음 평생가면 좋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현실과 대면하게 된다. 자기안의 기대나 결핍들이 상대를 힘들게하거나, 자신을 힘들게 만들어 연애를 지속하지 못하게 만든다. '나보다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해'라는 부모님들과 주변의 현실적인 기대들은 조건을 생각하게 한다. 인간이 가진 가장 큰 축복이 앞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듯, 좋은 조건이 좋은 관계를 맺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어두운 양지에 익숙한 사람들이 밝고 환한 곳으로 나오게 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적응하는 일이 힘들어진다. 변화하려는 고통보다 그냥 내 안의 어두운 방에 갇혀있는 일이 더 익숙해지면, 더욱 더 B급 연애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연애도 스펙과 조건을 무시할 수 없는 현대사회에서, 그녀는 B급 연애를 하며, B급 사랑을 주고, B급 사랑을 받는 찌질해 보이기도 하고, 못난 보이기도 하는 사랑을 하는 여성들을 다독이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이야기한다. 모두가 아름답고, 행복한 연애를 꿈꿀 때, 비참하고, 속상하고, 안타까운, 하지만 성인이기에 누구를 원망할 수 없는, B급 연애를 하며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에 담겨있다.
 
 
# 이성에게 부모, 친구, 선배 다 바라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하나만 바라자.
 
 
  B급 연애에 빠진 여자를 위한 위로 팡팡 에세이라는 띠지의 글처럼, A급 연애를 바라는 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책이다. 집안 좋고, 성격 좋고, 안정적인 직업에, 매너 좋고, 여유로운, 밝고 따뜻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A급 인간들이 아닌, 상처많고, 무엇인가 하나에 결핍되어 있는, 사랑에 못말라하면서도, 사랑이 다가오면 주춤거리고, 늘 상처로 끝나는 연애를 하는 B급 연애중독자들에게 이제 그만, B급 연애에서 벗어나자고 이야기하는 책이다. 백마 탄 왕자님처럼, 누군가가 짠 하게 나타나 내 마음을 위로해주고 다독여줄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어두운 방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사랑하자고 속삭이는 책이다. 무엇보다 B급 연애를 하는 이를 문제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공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활자가 되어 생생하게 살아있는 책이다.
 
  기대는, 연애를 꿈꾸는 환상은, 돌아서면 남이 되는 그 사람을, 내 속 깊은 곳까지 털어놓게 만드는 힘을 전해준다. 내가 어떤 모습이더라도, 그는 나를 사랑해줄거라는 믿음, 난 사랑받을 자격이있다는 그 마음이 있다면, 수없이 연애를 실패하더라도, 괜찮다 생각한다. 연애만큼,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바라보게 하는 좋은 거울이 되어주는 가슴 떨리는 일도 없다 생각한다. 공통점을 발견하면서, 내가 이런것을 좋아하는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고, 차이점을 발견하면서, 이런 다른 모습을 가진 사람도 사랑해줄 수 있다는, 자신이 변화할 수 있는 한계와 자신이 변할 수 없는 한계를 느끼게 된다고 할까. 연애는 여러번 어긋날 수 있지만, 같은 연애의 패턴이 반복된다면, 결국 문제의 해결책은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이성에게 어떤 모습이던지 사랑해주는 아빠의 역할, 힘들 때 조언을 해 주는 따스한 선배, 언제나 힘이 되어주는 친구 등 많은 걸 바라게 되다보면, 연애는 실패의 길로 가기 마련이다. 이성에게 다 바라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하나만 바라자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알면서도 연애에 빠지게 되면, 많은 걸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그 기대를 받으려는 욕망을 줄이고, 누군가를 이해하는 길을 선택한다면, 연애가 끝나고 난 후, 전보다 더 나은 자신이 될거라 믿는다.
 
  우리가 외면하기 쉬운 태양이 기운이 깃들지 않은 공간에서, 힘겹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솔직한 글을 쓰는 저자이기에, 그의 글이 많이 사랑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책의 인세는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조분회 투쟁기금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저자의 삶도 그렇게 넉넉한 편이 아닌데, 자신의 가진 것을 내놓는 그녀의 삶이 존경스럽기도 하지만, 안쓰럽기도 하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은, 자신의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타나더라도, 억울하더라도,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진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다양하고 독특한 B급 사랑을 읽는 일이 쉽진 않지만,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 다양한 B급 연애를 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생을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는 책이라 생각한다. 상처받을걸 알면서도, 하지 않을 수 없는 연애를 하는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주는 책이다. 똑똑하게 계산해서, 나보다 더 나은 이성을 잡아 연애를 하려는 이가 아니라면,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행복한 연애를 하기 위해, 맞아두면 좋은 백신접종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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