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저드 베이커리>를 리뷰해주세요.
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6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 오해만큼 인간의 기분을 우울하게 만드는 것이 있을까?
 
 
  사람들과 부딪치다 보면, 내 의사가 그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을 느낀다. A라는 뉘앙스로 A라고 말했는데, 상대는 자신의 여건을 고려하며 B라고 해석한다. 해명하는 과정에서 더욱 쌓이는 오해. 오해를 해명하는 것을 포기하다 보면, 오해가 오해를 낳아 이상한 이미지로 구축된 자신을 느끼게 된다. 만나는 모든 이에게 오해를 해명할 수도 없는 일, 일상의 삶을 살며, 보다 깊어지는 관계를 맺고픈 이에게만 오해를 풀려고 노력하게 된다. 오해의 시작, 이야기는 누명을 쓴 아이가 집에서 도망치는 일에서 시작된다.
 
  여섯살 때 어머니와 헤어져 길을 잃은 심리적 충격을 가진 나는 친어머니의 죽음 이후, 아버지와 혼자 살고 있다가 아버지와 재혼한 교사인 배씨와 함께 살게 된다. 배씨가 결혼하며 함께 데리고 온 무희와 함께 지내게 된다.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일이 서툰 나는 학교에서도 큰 오해를 받기 일쑤이고, 집에서는 배씨의 강압적이고 위압적인 행동을 피하려다 나만의 공간에서 웅크리며 지내게 된다. 함께 밥먹는 일도 얹짢게 생각하는 배씨를 피하기 위해 근처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각종 빵을 사다먹는다. 무희가 성추행을 당한 뒤, 여러가지 사건이 터지게 되고, 범인은 잡히지 않는다. 악에 바친 배씨가 무희를 패면서 범인을 추궁하고, 무희는 아픔에 견디지 못하다. 범인을 나로 지목한다. 엉겹결에 파렴치한 범인으로 몰린 나는 집을 뛰쳐나오게 되고, 경찰과 사람들을 피하다 24시간 영업하는 위저드 베이커리에 숨겨달라고 부탁을 한다. 위저드 베이커리의 오븐에 숨게 되면서 놀라운 일들을 경험하게 되는데....
 
 
# 의뢰자의 욕망을, 이뤄주면서 후회하게 만드는 위저드 베이커리의 주인.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숨어지내면서 홈페이지를 관리하게 된 나는 그곳을 찾아오는 다양한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색다른 빵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사연을 경험하게 된다. 착하지만 더 공부를 잘하는 친구에게 골탕을 먹이기 위해 빵을 구입했다가 그 빵이 효과가 너무 좋아, 시험을 망친 친구가 자살을 하게 되자, 그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찾아온 친구도 있고, 짝사랑을 이루기 위해 빵을 구입했다가 그 이후의 삶에 지쳐 그를 망가뜨리는 부두인형을 주문하려는 여인도 만나게 된다. 원하기만 하면, 그 시간으로 되돌릴 수 있는 타임 라마인더까지, 다양한 빵들이 베이커리에 전시되어 있다. 기쁨과 행복을 전해주는 마법이 아닌, 불순한 의도, 도피하려는 마음을 이뤄주면서 그 결과를 후회하게 만든다고 할까. 목이 말라서 탄산음료를 마셨을 때 그 순간에는 갈증이 해소되지만, 조금 지나면 다시 더 크게 갈망하게 되듯이, 현실이 팍팍하고 힘들고 서글프더라도 환상이나 타인의 삶에 기대는 모습은 좋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느끼게 한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된 나는 더욱 더 어이없는 상황에 빠져,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빵을 선택할 수 있는 판단을 얻게 된다. 저자는 친절하게 Y의 경우와 N의 경우로 나누어, 그들이 선택한 삶의 풍경을 보여준다.
 
  아이들에게 착한 마음과 선한 의도만 있으면 오해는 풀리기 마련이라는 동화적인 상상력을 전해주는 소설이 아닌, 오해와 루머는 개인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고, 시간이 지나면 그 공포와 무력해지는 마음 역시 지나기 마련이라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불친절하면서 매력적인 책이다. 공부만 잘 하면, 돈을 많이 벌면, 성공을 하면, 이라면서 많은 욕망과 차별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욕망을 포기하고, 현실을 인정하고 견뎌가는 삶을 제시하는 책이 나왔다는 점이 독특했다. 
 
  밑바닥의 삶을 보여주면서, 이런 삶도 있고 끔찍하지만 못 견딜건 없다고 알려준다고 할까. 매혹적이고 외래어가 가득한 빵의 재료에 익숙하지 않기에, 위저드 베이커리의 빵의 재료들이 불편했지만, 빵과 외래어에 친숙한 지금 세대들은 충분히 매혹적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아이와 동화를 함께 읽을 땐, 부모들은 동화에 식상하기 마련인데, 『위저드 베이커리』는 성인들에게도 충분히 고민하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라, 아이와 여러가지 이야기를 함께 대화하면서 이야기의 소재의 폭과 방향을 넓히기 좋은 책이다.
 
    - 언제나 옳은 답지만 고르면서 살아온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당신은 인생에서 한 번도 잘못된 선택을 한 적이 없나요?
 
  - 틀린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게 아니야. 선택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뜻이지. 그 선택의 결과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너의 선택은 더욱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란 말을 하는거야. p 170.
 
 
  아무도 탓할 것은 없다 처음부터도 서로 잘해보자거나 친해지자는 노력 대신 우리는 각자 택했던 것이다. 배 선생은 통제와 압력 또는 권력에의 욕망을, 나는 나대로 거기에 전혀 감응하지 않는 냉소와 무관심을. 배 선생의 일련의 태도들은 약간 왜곡되긴 했으나 그것도 나름대로 '내 엄마가 되고 싶어하는(엄마의 요건 가운데 지배력 행사에만 집착한?)' 몸부림의 일종이었을 터다. 내가 아버지에 대한 한 점의 분노도 없이, 가족의 기원과 속성에 순종하며 그녀의 욕망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가 주었다라면 모든 일이 지금과는 달라졌을까.
 
  왠지 꼭 그러지는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눈앞의 광경을 보고 들었다. p 181.

 
 
  망각이라는 주제를, 성장하는 아이의 시선에 맞춰 잘 끌어낸 작품이다. 아이들은 무조건 예쁘고 좋은 것만 보아야 한다고 믿는, 아이는 부모하기 나름이라고 착각하는 부모님과 극악적으로 선과 악의 경계짓기를 좋아하고, 자신은 선의 품안에 타인에게 상처주지 않으면서 잘 해왔다고 믿는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아이들에게는 아이들나름대로, 성인에게는 잊고 지냈던 자신의 유년시절과 여러가지 주제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극한의 오해의 상황에 처하면, 죽음, 자살을 생각하는데 주인공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죽어버린 자는 말을 할 수 없기에, 살아남은 자에 의해 재해석되고 그들의 편리에 의해 이미지가 쌓이고 만다는 것을 아이는 이미 알아버린 것일까. 오해와 욕망의 물결에서 하루도 벗어날 수 없는 현대사회, 그 무거운 공기 속에서 잠시 숨을 쉴 수 있는 틈을 주는 산소같은 책이다. 책을 다 읽어내는 그 시간만큼, 욕망에서 자유로워짐을 느낄 수 있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그 시간만큼 말이다. 그 추억을 연장시키고 기억하려는 독자는 그 노력만큼 더욱 욕망과 망각의 충동에서 자유로울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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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꿈과 희망을 키우는 책이 아니라, 환상과 도피를 하는 것은 삶에 도움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려주는 책.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비밀의 요리책.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성공을 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아는 아이들, 욕망을 꿈꾸기보다 욕망을 멈추는 법을 알고픈 성인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언제나 옳은 답지만 고르면서 살아온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당신은 인생에서 한 번도 잘못된 선택을 한 적이 없나요?
 
  - 틀린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게 아니야. 선택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뜻이지. 그 선택의 결과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너의 선택은 더욱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란 말을 하는거야. p 170.
 
 
  아무도 탓할 것은 없다 처음부터도 서로 잘해보자거나 친해지자는 노력 대신 우리는 각자 택했던 것이다. 배 선생은 통제와 압력 또는 권력에의 욕망을, 나는 나대로 거기에 전혀 감응하지 않는 냉소와 무관심을. 배 선생의 일련의 태도들은 약간 왜곡되긴 했으나 그것도 나름대로 '내 엄마가 되고 싶어하는(엄마의 요건 가운데 지배력 행사에만 집착한?)' 몸부림의 일종이었을 터다. 내가 아버지에 대한 한 점의 분노도 없이, 가족의 기원과 속성에 순종하며 그녀의 욕망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가 주었다라면 모든 일이 지금과는 달라졌을까.
 
  왠지 꼭 그러지는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눈앞의 광경을 보고 들었다. p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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