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시에인션 러브>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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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시에이션 러브
이누이 구루미 지음, 서수지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 서투르고, 마음이 앞섰던 첫 사랑의 추억.
어렸을 때, 가졌던 생각이 치기일 수도 있고, 극복하기도 하는 마음이 가능할 때, 아이는 어른이 된다.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신념이 절대가 아니라, 다른 선택도 가능하다는 것을 배울 때, 세상 사람들에 대해, 타인의 행동에 대해 여유로워진다. 연애와 사랑, 관계는 한 사람이 잘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둘이 함께 빚어내는 도자기처럼 호흡이 중요하다.
『이니시에이션 러브』, 원시부족에서 성인이 되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가 이니시에션 러브이다. 열정적인 사랑과 미성숙한 사랑, 두 가지가 함께 떠올렸다. 첫 사랑이 마음에 오래 남는 이유는 처음 숟가락을 들고 밥을 먹을 때처럼, 서투르고 내 뜻대로만 되지 않고 서로를 잘 알지 못하면서 잘 안다고 착각하기 십상이다. 다음 사랑을 경험하며, 이전의 사랑을 돌아보게 되기에, 아쉬움과 다시 할 수 없다 생각되는 열정이 가슴 속에서 다시 타오른다. 식어버린 화로라서 온기를 느낄 수 없지만, 그 속에는 불씨가 내재되어 있는 모습이랄까. 마음 속에 숨겨져 있는 불씨보며, 활활 타오르던 때를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 처음은 이야기의 흡입력에 빠져,
두 번째는 작품 속에 숨겨진 복선의 보물찾기의 재미로 읽게 되는 책.
1980년대 중반 일본의 거품경제가 활성일 때, 한국으로 말하자면 IMF 직전의 경기 호황의 시절이 배경이다. 대학 4학년 여름방학에 친구의 소개팅 대타로 나간 스즈키(유키)는 치위생사인 마유코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스즈키에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보이는 그녀에게 스즈키는 사랑을 빠지게 된다. 8월부터 시작된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12월 크리스마스에 호텔 레스토랑의 창가석에서 함께 식사하며, 선물을 교환하는 것으로 절정에 이르게 된다. 레코드와 카세트의 A, B면처럼, 이야기는 두 개의 구조로 되어 있다. 두번째 이야기는 시즈오카에서 사랑을 약속했던 스즈키가 회사의 파견근무결정으로 2-3년간 도쿄로 떠나게 되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장거리 연애를 자동차 운전으로 극복하는 그들의 연애에, 매력적이고 적극적인 회사동료 미야코가 끼여드는데...
처음 읽었을 때는 첫 사랑을 경험하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생생히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상대의 반응에 고민하고 가슴 떨리는 순간, 공통점을 찾아가려는 노력, 서툴러서 더욱 매력적인 데이트까지. 조금씩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편해지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고 할까. SIDE B에서 나오는 삼각관계 역시, 사랑을 하다보면 누구에게나 경험할 수 있는 요소이기에 흥미로웠다. 스즈키의 선택도, 미유코의 선택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할까. 사랑을 통해, 조금 성숙해지는 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누구에게나 같은 상황 안에서, 다른 생각으로 자신의 사랑이야기를 쓰고 있는 과정이 눈에 보였다.
일본 문화를 모르는 이에게는 TV 프로그램이나, 노래제목, 시대의 변화상의 힌트를 알 수 없지만, 주의깊게 읽다보면 잘 눈에 보이지 않는 적잖은 트릭들이 정교하게 짜여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민한 독자는 처음 읽었을 때, 작가와의 심리게임을 시작할 수도 있다.
스토리의 재미에 빠져든 이는 마지막 페이지의 예상치 못한 반전을 경험하고, 책을 처음부터 다시 읽게 된다. 그냥 지나쳤던 책이 SIDE A와 SIDE B로 나누어진 이유와 왜 CD가 아니라 레코드와 카세트가 표지에 실려있는지, 한국에서 인기있었던 <남자셋 여자셋>, <논스톱>등의 드라마처럼, 일본의 80년대 세대들이라면 기억하는 복선들이 의미하는 바를 생각하다 보면, 깊은 작가의 의도가 숨겨져 있음이 느껴진다. 반드시 두 번 읽고 싶어지는 소설이라는 홍보문구의 연유를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최근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을 읽었다. 한시의 매력은 말하지 않고서 하고 픈 말을 한다는 점이다. 한시의 구절에 화자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직설적인 표현은 없다. 하지만 사물과 풍경이 소개된 연유를 헤아리다 보면, 화자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드러내지 않고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이니시에이션 러브』역시, 작품 속의 복선을 헤아리다 보면, 그 상황에서의 스즈키의 마음과 마유코의 마음상태를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어쩌면 인간은 사실로 무언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보려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하기도 한다.
현실의 일상을 살아가다 마음 속에 숨겨두었던 첫 사랑의 기억을 다시 떠올려보게 하는 소설이다. 묘한 여운의 매력이 그득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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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처음 읽었을 때는 흥미로, 두 번째는 마지막 반전의 의미를 곱씹으면서 읽을 수 있다.
가독성과 촘촘히 읽기의 매력,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도착의 론도 - 서술추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방안에서 뒹굴면서 로맨틱한 사랑을 꿈꾸는 청소년.
사랑 후에 남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소녀.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질투와 독점욕을 갖는다는건 상대에게 집착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절대란 말은 없다고 ... 그것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