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관 - 자연의 해석과 인간의 자연 지배에 관한 잠언 한길사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1
프랜시스 베이컨 지음, 진석용 옮김 / 한길사 / 200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그럭 저럭 괜찮은 책이다 싶은 것들이 모처럼 나와서는 속속 절판되는 현실을 가슴 아프게 지켜 보고 있다. 그런 아쉬움을 주고 있는 책 중에 하나가 프란시스 베이컨의 이 <신기관>이다. 베이컨을 흔히 철학자로 인식하지만 오늘날의 기준으로 그가 어디에 속하는지는 좀 모호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의 2부에서 과학적인 문제를 다루고는 있으나 동시대의 케플러등의 발견을 "사기"정도로 밖에 보아줄 식견을 가지지 못한 그에게 일정한 과학적 소양이 있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베이컨은 철학자라고 하기에도 좀 문제가 있다. 흔히 경험론의 시조라고는 하나 철학적 측면에서 경험론이라 할 만한 것을 내세웠던 것은 로크이다. 실제 그에게는 철학이론이라 할 게 전혀 없는다. 그가 철학자로 오해되는 것은 일부 비전문가적 대중에 의해서이다. 그것은 그가 목소리를 높여 "반(反) 플라톤"을 외쳤기 때문일 것이다. 대충 보기에 오늘 날의 기준으로 보기에 그는 역시 대부분의 동시대의 철학자들이 그렇듯 학자와는 거리가 멀다. 어떻게 보면 지식 사회학자이자 사회의 구습을 개혁하려는 문화운동가이자 사상가라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명저에서 그가 전력으로 맞부딪히려하는 것은 중세이래의 정치,경제, 학술 등 전 분야에서 구태의연한 악습들이라 하겠다. 그러한 승부는 베이컨이 보기에는 불가피한 것이었으며 그것을 통해서 인간은 보다 높은 위치 자연의 지배자로 우뚝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확신이었다. 비록 이 글에서 보듯 베이컨은 대단한 학자나 난해한 사상가는 아니었지만, 많은 부분 사회의 악습과 인간의 무한한 능력을 계발하는데 당시의 장애요인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중세이래 쓸데없는 권위주의, 공허한 관념론, 경험무시 이런 것들이다. 그런 것들 이데아라고 미화되는 것들에 대해 그는 과감히 이돌라(Idola)-우상이란 이름을 붙여 주었으며 그의 사상을 계승한 영국은 수백년후 대양을 지배하는 세계의 패자가 되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국 사회를 보자. 실력은 갖추지 못하고 어정쩡한 권위로 군림하지도 못하고  무슨 일도 과감하게 실천하지 못하는 우왕좌왕 백태를 연출하는 정치지도자들. 그들이 왜 그렇게 무능하게 되었는가? 그것은 바로 경험의 부족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보더라도 관념적인 것을 아무 근거없이 숭무나 실용 실천이나 경험보다 우위에 두는 구습이 사회 발전의 동력을 무섭게 갉아먹고 진을 빼놓고 있는 셈이다. 그런 면에서 이 베이컨의 저서는 오늘날 한국사회에도 더 없이 소중한 빛을 던져주고 있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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