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녀도 - 김동리 단편선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7
김동리 지음, 이동하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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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리의 소설을 읽으면 항시 뭐랄까 마치 비로소 심봉사가 눈을 쓰게 된다는 심청전의 끝부분을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등장인물들이 자각하지 못하였던 어떤 잘못들에 대해서 마침내 피할 수 없는 고난과 파멸을 겪고 나서야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스토리 구성에 있어서 김동리는 정말 탁월한 작가가 아닌가 하며 그런 면에서 그의 작품은 오늘 읽어봐도 늘 새롭게 느껴진다고 할 수 있다. 비록 많은 부분 토속적인 세계를 다루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수법은 아주 현대적인 것이 정말 매력적이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러한 깨달음 뒤에도 이것을 하나의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체념주의에 대해 나의 경우 심한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허나 김동리에게 있어서 그것은 도리어 인간의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심원한 자연의 힘에 의한 받아들여야 할 절대적 요청인 현실의 세계인 것이다. 이러한 태도가 세계를 개조 발전시키고 나아가 자연의 정복하려는데 까지 도전하려는 인간으로서의 바람직한 자세일까하고 나는 몇 번이나 의문을 가져본다. 아무튼 인생에 대하여 또는 인간에 대하여 진지한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는 면에서 하나의 유의미한 시도이자 인간이 풀어야할  또다른 스핑크스의 수수께끼가 아닐까한다.

또한, 그는 합리성으로 대표되는 서구의 근대사상 보다는 토속성으로 대표되는 약동하는 생의 의지를 더 우위에 놓던지 적어도 후자를 변호하려는 측면에 서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굉장히 신비적인 분위기 속에서 모든 사건들이 전개되고 있다. 흔히 말하듯 인간은 이성적이기 보다는 감정적인 면에 훨씬 지배되기 쉽기 때문이어서일까? 나는 이러한 신비적인 분위기가 훨씬 리얼리틱하다고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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