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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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또 돈이 귀하다는 것도 알 만큼은 알지만 세상에 사람보다 더 귀한 것은 없다는 믿음과는 바꿀 수 없고, 돈을 자기를 위해서는 아낄줄도, 남을 위해선 쓸 줄도 알고, 자기 일, 자기 집안 일과는 직접적으로 관계는 없더라도 크게는 관계되는 사람들과 사람들과의 관계,
세상 돌아가는 일과 사람들과의 관계의 그른 일, 꼬인 일, 돼먹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마음이 편할 수 없어, 그런 일로 잠 못 이루는 밤을 가져야 하는 양식의 소유자도 바로 이 보통 사는 사람들이 아닐까.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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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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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세상에 난 애들이라고 부럽다 못해 은근히 질투까지 날지경이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는 시종 시큰둥하다. 입고 갈 옷 같은것에 대해서도 별반 신경을 안 쓴다. 아마 계면쩍어서 그러려니 하고나는 나대로 이것저것 간섭을 하고 머리를 풀어 줬다 묶어 줬다 요리조리 모양을 내 준다. 그래도 시원치 않아 나도 좀처럼 안 달던색깔이 고운 자마노 브로치까지 달아 주려 든다.
딸은 질겁을 하고 또 ‘엄마도 참……‘ 이다. 엄마도 참 뒤에 삼킨말이 ‘주책이야‘일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평상복대로 별로 들뜨거나 부푼 기색 없이 미팅이란 걸 나간 딸은돌아올 때도 역시 시들한 얼굴을 하고 돌아온다. 남자가 시시하더란다. 요 다음엔 좀더 나은 남자가 걸릴 테지, 오늘은 운수가 나빴나보다고 나는 딸을 위로한다. 그러나 딸은 별로 위로받을 만큼 실망한눈치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요 다음 미팅에 기대를 거는 눈치도 아니고 그저 담담할 뿐이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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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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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표정을 생전 처음 보는 것처럼 느꼈다. 여지껏 그렇게정직하게 고통스러운 얼굴을, 그렇게 정직하게 고독한 얼굴을 본 적이 없다. 가슴이 뭉클하더니 심하게 두근거렸다. 그는 이십등, 삼십등을 초월해서 위대해 보였다. 지금 모든 환호와 영광은 우승자에게있고 그는 환호 없이 달릴 수 있기에 위대해 보였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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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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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대신 편법을, 원칙대신 변칙으로 사는 걸 은연중 권장하는 사회는 뭔가 잘못된 사회다. 마찬가지로 특혜나 특사가 자주 있어야 하는 사회도 인간다움이 그만큼 자주 짓밟힌 사회라는 혐의를 면키 어려울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인권만은 특혜로 줄 수 없는 것이기때문에 함부로 빼앗을 수도 없는 것이 아닐까.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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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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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그 아름답고 착한 이가 오래 살게 해 주소서. 그날 밤도 그후에도 나는 그 여자 일이 걱정될 때마다 이렇게 간절하게 빌었다.
그 여자가 퇴원했단 소식을 듣고도 바로 문병을 가지 못했다. 용기가없었다. 아무리 심성이 밝고 고운 이지만 암과 싸우기 위해선 독하고험한 얼굴을 하고 있을 것 같았고 그렇게 변한 그 여자를 보는 게겁이 났다. 차라리 안 보고 아름다운 이로서 길이 기억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같이 문병 가자는 딴 이웃들의 권고를 받고 비로소 그 여자를 보러 갔다. 그 여자의 병상은 내가 멋대로 상상하고 겁을 낸것처럼 그렇게 참담한 게 아니었다. 건강할 때보다 많이 수척해 있었지만 건강할 때보다 한층 착하고 밝은 표정이었다. 건강할 때의 그여자의 밝음이 눈부신 거였다면, 병상의 밝음은 고개가 숙여지는였다. 그렇다고 그 여자가 자신의 병명을 모르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 여자는 화사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요샌 우리 큰애가 대학교 갈 때까지만 살게 해 주십사고 열심히기도하는데 너무 과하게 욕심 부리는 거나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 집 큰애는 고등학교 일학년이라고 했다. 그런데 과욕(過慾)이라니.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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