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 주목에 일단 놀랐던 찌니들이 이번에는 저 말의의미를 분명하게 인지했다. 적의는 없는, 순수한 호기심의 발로인, 어쩌면 그래서 더욱 잔인한 저런 질문들을 성진도 혜진도 몇 차례 들은 바 있었다. 운동도 삼주만 하면습관이 되어 근육이 기억한다는데 근 이십년이 지나도록잔인한 질문을 견뎌내는 근육은 발달하지 않았다. 발달은커녕 있던 근육도 사라져 질문을 들을 때마다 더 아팠다. 여전히 찌니들은 대처할 방법을 알지 못했다. 몸이 반응하여 온몸이 하얗게, 아니 새하얗다 못해 푸르스름하게질리는 것밖에는. 작은 찌니 혜진이의 몸이 휘청하는가싶더니 큰 찌니 성진이의 팔을 꽉 붙들고 겨우 바로 섰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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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리워하는 일은 의미가 있어요. 사람은 끝났어도사랑은 남아 있다는 의미."
진정으로 상처 주고 싶었던 이를 절대 상처 주지 못한다는하얀 비극을 알아차린 때야말로 나는 복수가 종결됐음을 깨달았다.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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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는 총탄을 맞고 죽어갔지. 그때 빙어는 깨달았어. 우주에는 굴레가 있다는 것을. 억울하고 분했지만 빙어는 처음부터 그 누구도 죽일 수 없었던 운명인 거야. 빙어는 살생의 능력을 주지 않은 하늘을 원망했어. 하늘은 답이 없었지. 대신에 한 존재가 다가와 죽어가는 독수리안에 갇힌 빙어에게 말했어. 선택하려는 욕심이 있는 한 굴레를 끊을 수 없고, 선택을 포기하는 일만이 유일하게 가능한 선택이라고. 그 말을 들은 빙어는 억울한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어. 그리고 마지막 소원을 빌었지. 훗날 빙어는 다시한번 더 빙어로 태어났어. 마침내 원 없이 강가를 노닐며 안전하게 살다 죽었어. 이후로는 두 번 다시 삶이라는 형벌을받지 않았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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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좌를 틀고 턱을 괴던 초월자에겐 즐거움이 끊이질 않았다. 그는 참으로 괴이하다며 목청껏 웃음을 뱉었다. 입김속의 저주는 포자가 되어 걸음마다 터져나갔고, 귀를 할퀴는소음이 온 가정을 채우니 창밖에선 자주 비가 내렸다.
쏟아지는 물.
쏟아지는 미움.
무게 없는 추락을 타락으로 정의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것들마저 껴안고 살아갈 생각이었다. 아직까지는.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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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좌를 틀고 턱을 괴던 초월자에겐 즐거움이 끊이질 않았다. 그는 참으로 괴이하다며 목청껏 웃음을 뱉었다. 입김속의 저주는 포자가 되어 걸음마다 터져나갔고, 귀를 할퀴는소음이 온 가정을 채우니 창밖에선 자주 비가 내렸다.
쏟아지는 물.
쏟아지는 미움.
무게 없는 추락을 타락으로 정의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것들마저 껴안고 살아갈 생각이었다. 아직까지는.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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