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역사를 이와 다르게 보는 관점도 있다. 자유, 경쟁,
‘언제나 더 많이 갖기 위한 질주, 이런 것들로 이루어지는진보란 마치 주위의 모든 것을 파괴하는 폭풍처럼 체험될수도 있다. 우리 아버지의 친구 한 분이 바로 역사를 이렇게표현했다. 이분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우리 아버지와 함께 독일어로 번역한 독일 철학자발터 벤야민이다. 그는 스위스 화가 파울 클레의 그림 <새로운 천사>를 보고 비관적인 메시지를 남겼다. 이 그림에서 천사는 두 팔을 활짝 벌려 진보라는 폭풍을 끌어안으면서도내치는 몸짓을 하고 있다. 그 후 나치즘을 피해 망명하던중 1940년 9월에 자살한 벤야민에게, 역사의 의미란 재앙에서 재앙으로 이어지는 저항할 길 없는 흐름이었다. - P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