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고, 단번에 난 정지아의 팬이 되었다.
그리고, 그 뒤에 출간된 단편 소설집을 에세이로 착각하고 샀다가 초반 부분에서 엄청 헤맸던 기억이 난다.
정지아의 에세이를 그렇게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드디어 올해가 가기 전에 사서 읽게 되었다.
내가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소설이나 시집 또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는 보여주지 않는 작가의 개인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어서 이다. 왠지 에세이를 읽고 나면 그 작가랑 친해진 느낌이 드니까...말이다.
에세이에서 보여지는 정지아의 모습은 내가 상상한 정지아의 모습과는 꽤 차이가 있었다.
구례에 내려가서 사는 삶의 외로움을 말하면서도 끊임없이 사람이 찾아오고, 그들과 술을 마시며 나누는 일상은 누구보다 북적거리는 삶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또, 나에게는 이름만 들어본 많은 나라들을 여행하는 것도, 함께 여행할 이들이 많은 것도 부럽기도 하고, 내가 생각했던 모습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아마도 몇 십 년을 압축해서 술과 친구 이야기를 모아 놓아서 그럴 테지만 말이다.
그래도, 술과 사람과 외로움을 소재로한 에세이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난 정지아의 소설이 더 좋은 것 같다.
2023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