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서 마주친 길고양이가 나를 멀리 피해 가지 않는일, 막 구운 식빵이 나오는 빵집의 시간표를 알고 있는 일,
길 건너 커피를 사러 가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새삼 떠올리고는 중간에 발길을 돌리는 일, 우리가 이렇게 자주만나서는 안 된다는 말을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듣는 일,
한참을 서성거리며 머물러도 눈치 보이지 않는 책방을 찾는 일, 책방 서가와 내 방 책꽂이가 어느새 비슷하게 펼쳐지는 일, 좁은 길을 우르르 달려가는 한 무리의 아이들, 그아이들의 이름은 몰라도 별명만큼은 알고 있는 일, 매번무리 끝에서 달리는 아이와 눈인사를 하는 일, "늘 똑같이살 필요가 뭐 있어? 어떤 모습이든 내 모습인데, 이번에는짧게 좀 가 보자." 하고 미용실 주인이 나보다 먼저 내 머리 모양을 지겨워하는 일,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을 듣는일, 저녁 어스름에 다시 만난 길고양이가 내 바짓단을 쏙한번 훑고 지나 주는 일, 산책길이 익숙해지는 일, 자주 이길을 걷던 흰 개와 늘 그 뒤를 천천히 따르던 어르신이 며칠째 보이지 않는 일, 한밤 잠에서 깨어 물을 마시다가도문득 걱정스러운 마음 탓에 잠들지 못하는 일. - P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