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폴라 일지
김금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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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는 날씨 예측이란 미래를 점치는 일이나 다름없지 않나. 옛날 같으면 신내림 받은 무당이나 도력 높은도사들이나 맡았을 일이다. 우리가 아무리 슈퍼컴퓨터의예측 모델에 기대를 걸어도 지금 기술로는 3일 이후의날씨를 정확히 맞히는 건 세계 어느 나라도 불가능하다고 하니 일진 나쁜 오늘을 기상청 탓으로 돌리는 일은 그만해야지 싶었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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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폴라 일지
김금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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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는 망원경을 바라보지만 머리로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왜 뭔가가 석연찮은지를. 그런 끝에 인정해야 했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불쾌감을 주고 실수하고 잘못하는 인간이라는 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뼈아픈 사실‘이었다. 동시에 내가 여태까지 해온 패턴대로 남극 생활을 하면 절대로 안 된다는 경각심도 들었다.
남극은 원래 인간이 존재할 수 없는 장소이고, 기지는 초대받지 않은 방문객들이 모인 일종의 ‘피난처였다. 겨우이틀 경험했고 심지어 여름인데도 당연히 추웠고 바람이 강했고 길은 매끈하지 않았다. 외출을 위해서는 늘 한사람이 더 필요했다. 내가 어디에서 뭘 하는지 누군가는알고 있어야 했고 내 생활은 모두와 결속되어 있었다. 익명 속에 시간을 보내며 종일 하는 말이란 "아이스 라테한 잔 주세요"뿐인 대도시의 일상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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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폴라 일지
김금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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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남극 일기》에서 스콧은 바람에 새파랗게 깎인 요철 구간을 헤쳐나가는 중이다. 대체로 날씨 이야기로 시작해서 내일은 나으리라는 낙관으로 끝난다. 날짜를 지우면 스콧의 기록은 이 시대와 다를 것이 없다. 남극은 여전히 아름답고 경이롭고 두려운 곳이다. 스콧은절친한 친구인 J. M. 베리에게 죽음 따위는 조금도 두렵지 않지만 미래를 위해 계획했던 소박한 즐거움들을 놓아야 한다는 사실이 아쉽다고 말한다. 스콧이 사용한 ‘소박한‘이라는 말에서 그가 끝까지 그리워한 것들을 그려볼 수 있다. 편지의 수신자인 베리는 우리가 잘 아는 ‘피터팬‘ 시리즈의 작가로 그는 스콧의 일기를 정리해 출판함으로써 친구의 마지막을 기렸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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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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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부모님 간병이나 수술로 형제끼리 돈 갹출할 일이 생기는데, 똑같은 상황이라도 내살림이 빠듯하면 ‘형은 왜 그거밖에 안 내지?‘라고 생각하게되는 게 인간인 것 같다고. 반대로 내 상황이 좀 여유 있으면 ‘그럴 수도 있지‘ 자연스레 넘어가지더라고 했다. 자기가 원하는 건 큰 성공이나 호사까진 아니어도 살면서 그런 순간이 왔을 때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는 거라고.
-다들 너무 소박한데? 더 솔직한 거 없어?
활달하고 사람 좋은 박과장이 우동에 고춧가루 풀듯 분위기를 맵게 띄웠다. 그러자 한 신입이 "어차피 우리는 열심히 일해도 부모보다 못살 세대잖아요?"라고 했고 몇몇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걸, 십여 년 전 같이 입사한 동기들 중에서 비교적 ‘서민 출신인데다 ‘입신양명‘형에속하는 기태가 조용히 반론을 제기했다.
-그 ‘부모보다 못살‘이라 할 때 그 부모 좀 가져봤으면 좋겠네요, 나는.
순간 기태 쪽 테이블의 분위기가 조금 싸해졌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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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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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연애 상대가 아니더라도 희주는 ‘일단 만나면 기분좋아지는 사람‘이었다. 많은 얘기를 나누고 헤어진 뒤 찝찝한 후회나 반추를 안 하게 만드는 사람. 상대에게 자신이 판별당하거나 수집당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사람. 근본은 따뜻하되 태도는 선선한 술친구였다. 물론 소문과 정치 없는 일터는 없고직장에서 진심이니 우정이니 하는 걸 바라는 것 또한 천진한 태도임을 알았지만, 살면서 ‘일단 만나면 기분좋아지는 사람‘
은 뜻밖에 드물고, 있더라도 그 수가 점점 줄기 마련임을 깨달은 기태는 희주와의 인연을 귀하게 여겼다. 아니 사실 그거면족하다 싶었다. "살맛난다 할 때 그 살맛이 이 살맛이구나" 장난치며 서로의 목이나 손등을 깨물고, 상대의 속눈썹과 귓바퀴, 몸냄새에 대한 칭찬을 남발하고, 그러면서도 어느 땐 육체의 쇠락을 과장하며 서로를 늙은 배우자인 양 놀리고, 그러면마치 노년의 남루와 공포가 줄기라도 할 것처럼 농담과 연민을 미리 당겨쓰고, 세상 무심하고 친밀하게 등과 두피에 난 여드름을 짜주고, 상처와 비밀을 나누고, 말을 아끼고, 오래 안고, 우리가 식물과 달리 똥도 싸고, 아름답지도 않고, 울기도하는 존재임을 가여워하고 수긍해주는 정도라면, 그거면 충분하다고.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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