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해. 날 찾을 사람이 많아."
"처음에는 그렇겠지만 그것도 잠깐이야. 사람들은 금방 잊어.
네 얼굴부터 시작해서, 네 이름, 결국에는 네가 존재했었다는 것까지. 다들 네가 사라졌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될 거야.
그렇게 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을 거고."
순간 말문이 막혔다. 손끝이 저릿하게 아팠다.
"내가 이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아빠는 자기 탓이라고 생각할거야. 그리고 나는......."
"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든 말든 금방 다 잊을 거라니까."
교복 여자애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남겨진 사람들 걱정, 여기 있는 애들은 안 해 봤을 것 같아?"
무작정 집을 나오던 순간을 떠올렸다. 소리를 지르던 아빠의얼굴. 돌아가더라도 달라진 건 없을 것이다. 모든 게 그곳에 그대로 남아 있을 터였다. 나는 분명 또 떠나고 싶어질 것이다. 하지만....... - P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