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세계사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담배 한 대 피웠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이없는생각이었다. 담배를 입에 대지 않은 게 벌써 몇 년째인데.....
하지만 어찌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인생이란 것이 원래그런 것 아닌가..………… 금연을 결심하고 오랫동안 굉장한 의지력을 보여주다가도, 어느 겨울날 아침 다시 담배 한 갑을 사기 위해 추위를 무릅쓰고 십리 길을 걸어가는 것, 혹은 어떤 남자를사랑해서 그와 함께 두 아이를 만들고서도 어느 겨울날 아침 그가나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되는 것, 나를 사랑한다고 믿고 있던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미안해, 내가 실수를 했어."라고 말하는 걸 듣는 것, 그런 게 인생이다. - P4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넛을 나누는 기분 (시절 시집 에디션)
김소형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골목에서 마주친 길고양이가 나를 멀리 피해 가지 않는일, 막 구운 식빵이 나오는 빵집의 시간표를 알고 있는 일,
길 건너 커피를 사러 가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새삼 떠올리고는 중간에 발길을 돌리는 일, 우리가 이렇게 자주만나서는 안 된다는 말을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듣는 일,
한참을 서성거리며 머물러도 눈치 보이지 않는 책방을 찾는 일, 책방 서가와 내 방 책꽂이가 어느새 비슷하게 펼쳐지는 일, 좁은 길을 우르르 달려가는 한 무리의 아이들, 그아이들의 이름은 몰라도 별명만큼은 알고 있는 일, 매번무리 끝에서 달리는 아이와 눈인사를 하는 일, "늘 똑같이살 필요가 뭐 있어? 어떤 모습이든 내 모습인데, 이번에는짧게 좀 가 보자." 하고 미용실 주인이 나보다 먼저 내 머리 모양을 지겨워하는 일,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을 듣는일, 저녁 어스름에 다시 만난 길고양이가 내 바짓단을 쏙한번 훑고 지나 주는 일, 산책길이 익숙해지는 일, 자주 이길을 걷던 흰 개와 늘 그 뒤를 천천히 따르던 어르신이 며칠째 보이지 않는 일, 한밤 잠에서 깨어 물을 마시다가도문득 걱정스러운 마음 탓에 잠들지 못하는 일. - P17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넛을 나누는 기분 (시절 시집 에디션)
김소형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착한 사람 되고 싶었는데 나쁜 일만 떠올랐어요. 저는 그런아이였답니다. 그때, 다 괜찮다고 말해 주는 사람 있었다면다행이었겠지요. 그러면 괜찮지 않아도 괜찮을 수도 있었겠지요. 어른을 원망하던 아이는 사실 어른에게 위로받고 싶은아이였겠습니다. 무섭다고, 지켜 달라고 말해 보고 싶던 아이였겠습니다. 그때의 아이가 질문합니다. 이제는 괜찮아? 괜찮아졌어? 지금의 어른이 대답합니다. 응, 그런 것 같아. 그래도조금은 괜찮아진 것 같아.
괜찮아질 거라고. 지금의 괴롭고 두려운 일과 부끄럽고 미안한 일이 스스로 쓸모없고 형편없게 보여도 내가 나를 잘 기억해 준다면 괜찮을 거라고. 아무도 몰라줘도 내가 나를 잃지않는다면 괜찮을 거라고. 당신도 잘 들어 보면 들릴 거예요.
멀리 있는 당신이 지금의 당신에게 건네는 인사가. 미래의 당신이 당신에게 아주 근사하게 손을 흔들고 있을 거예요. 이제는 정말 괜찮아졌다고 말하면서요. - P1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넛을 나누는 기분 (시절 시집 에디션)
김소형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무룩한 표정을 하고 창밖을 내다봤다. 한참 동안 그러고있으면 메마른 공중으로 가느다란 빗줄기가 번지다 차츰 운동장을 진하게 물들이곤 했다. "비 온다......." 중얼거리면옆자리 아이는 잠시 고개를 들어 바깥을 보고. "뭐야, 진짠줄알았잖아." 심드렁해져서는 이내 난해한 기호들 사이로 숨어버렸다. 그러고는 영영 보이지 않았다. 비가 내린다고 생각하면 나았다. 비를 맞고 있다고 생각하면 견딜 수 있었다. 흙먼지가 풀썩거리는 마음을. 혼자인 시간을 이해할 수 없는 문제들을 잔뜩 두고 한숨만 쉬던 나는 지금쯤 어느 창가를 서성이고 있을까. - P9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넛을 나누는 기분 (시절 시집 에디션)
김소형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귀여운 스티커를 어디에 어떻게 붙일지...... 그런 궁리를하는 게 나는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키링을 가방에 걸고, 어떤 지비츠를 크록스에 매달 건지 정하는 일로 삶에게별명을 불러 줄 수도 있다고 믿으면서요. 그러나 가끔은, 아주 가끔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커다란 일이 시작되고, 보이지않는 것에 가닿으려고 노력하게 돼요. 그때 인생에도 무늬가생기고는 하죠. 보이지도 않는 주제에 없다고 말할 수는 없어서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열심히, 아주 열심히 살아가는 바보(같은 일 또한 삶의 한 부분이니까요. 나는 시를 그렇게 써 왔어요. 볼 수 없는 것을 함께 돌아보자는 약속처럼요.
그러니까 당신이 이 시를 읽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이 시도당신을 읽어 줄 테니까요. - P6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