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롤랑 씨, 지금부터는 뒤를 돌아보지 말고 현재와 미래만을 생각하시오. 나와 함께 일을 했으면 하는데, 어떻소......"
그가 나에게 동정심을 갖게 된 것은 그 역시 나중에 안 일이지만자신의 자취들을 잊어버리고 생애의 한 부분이 졸지에 과거와이어줄 단 한 가닥의 실마리도 아주 작은 끄나풀도 남기지 않은 채송두리째 사라져버렸기 때문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헐어빠진 외투를 입고 뚱뚱한 검정색 서류가방을 든 채 어둠 속으로 멀어져가는 저지친 늙은 남자와 왕년에 테니스 선수였던, 콘스탄틴 폰 위트라는 이름의 금발머리 미남인 발티크 남작 사이에 대체 무슨 공통점이 있단말인가. - P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