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쳐 있었다. 부모가 쓰러지고, 죽음의 위기를 넘기고,
살아서 가족들을 들볶고, 그에 화내고, 이해할 수 없어 힘들어하고, 그러다 보면 또 미안해지고, 불쌍해하다 다가가면또 신경이 곤두설 만큼 예민해지고, 그렇게 아픈 부모를 돌보고 살피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 그 모든 일들에 나는 그짧은 통화를 위해 나름대로 망설이다 전화를 걸었을 아버지가 가여워서 잠시지만 가슴을 부여잡고 울었다. 하지만나로서는 이 지친 마음을 비우고 재충전할 길이, 그래서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깟 전화 한 통쯤 아무렇지 않게 받아드릴 수 있는 여유가, 적어도 이 상황이 끝나지 않는 한은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모든 상황이 길어지면서 우리가 아버지한테뿐만 아니라, 우리끼리도 예민해져서끝내 서로를 할퀴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었다. - P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