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쳐 있었다. 부모가 쓰러지고, 죽음의 위기를 넘기고,
살아서 가족들을 들볶고, 그에 화내고, 이해할 수 없어 힘들어하고, 그러다 보면 또 미안해지고, 불쌍해하다 다가가면또 신경이 곤두설 만큼 예민해지고, 그렇게 아픈 부모를 돌보고 살피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 그 모든 일들에 나는 그짧은 통화를 위해 나름대로 망설이다 전화를 걸었을 아버지가 가여워서 잠시지만 가슴을 부여잡고 울었다. 하지만나로서는 이 지친 마음을 비우고 재충전할 길이, 그래서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깟 전화 한 통쯤 아무렇지 않게 받아드릴 수 있는 여유가, 적어도 이 상황이 끝나지 않는 한은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모든 상황이 길어지면서 우리가 아버지한테뿐만 아니라, 우리끼리도 예민해져서끝내 서로를 할퀴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었다.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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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삶이란 것에 시간이 아무리흐르고 상황이 아무리 달라져도 결코 변하거나 번복할 수없이 중요한게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인간은 단지 목숨이붙어 있다고 해서 살아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 오직 사람답게 살 수 있을 때라야 저 이가사람이고 지금 내 앞에 이렇게 숨 쉬며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아아, 그럼 어쩌지. 그런 관점에서라면 지금 나의 아버지는 전혀 그렇지가 못한데, 결코 살아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상태로 살아 계신데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세상 어딘가엔 어쨌든 숨이 붙어 있는 한 생명이며 그것은 고귀한 것이어서 인간의 힘으로 함부로 끊어서는 안 된다고 믿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겐 삶이 동반되지 않는 생명은생명으로 여겨지지가 않는데 지금의 이 상황을, 이런 아버지를, 도무지 어찌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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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란 생각을 번역하고 감정을 번역하고기분과 느낌과 이유를 번역하는 사람이다.
우리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은누군가에 의해 언어로 형상화되지 않는 한그저 막연한 감으로써만 존재할 뿐이기에그동안 나는 세상의 많은 다른 작가들과더불어 열심히내 속과 남의 속을 번역해 지면으로옮겨왔으나유독 한 가지 내 부모, 내 어머니에 대한마음만큼은왜 그런지 아무리 애를 써도그 마음의 연유를 밝힐 수도,
마음을 언어로 풀어내는 일도 할 수 없었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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