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삶이란 것에 시간이 아무리흐르고 상황이 아무리 달라져도 결코 변하거나 번복할 수없이 중요한게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인간은 단지 목숨이붙어 있다고 해서 살아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 오직 사람답게 살 수 있을 때라야 저 이가사람이고 지금 내 앞에 이렇게 숨 쉬며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아아, 그럼 어쩌지. 그런 관점에서라면 지금 나의 아버지는 전혀 그렇지가 못한데, 결코 살아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상태로 살아 계신데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세상 어딘가엔 어쨌든 숨이 붙어 있는 한 생명이며 그것은 고귀한 것이어서 인간의 힘으로 함부로 끊어서는 안 된다고 믿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겐 삶이 동반되지 않는 생명은생명으로 여겨지지가 않는데 지금의 이 상황을, 이런 아버지를, 도무지 어찌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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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란 생각을 번역하고 감정을 번역하고기분과 느낌과 이유를 번역하는 사람이다.
우리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은누군가에 의해 언어로 형상화되지 않는 한그저 막연한 감으로써만 존재할 뿐이기에그동안 나는 세상의 많은 다른 작가들과더불어 열심히내 속과 남의 속을 번역해 지면으로옮겨왔으나유독 한 가지 내 부모, 내 어머니에 대한마음만큼은왜 그런지 아무리 애를 써도그 마음의 연유를 밝힐 수도,
마음을 언어로 풀어내는 일도 할 수 없었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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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가족들이 연명 치료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 없이 순식간에 결정을 하도록 내몰린다. 특히 일단 연명 치료를 시작하고 나면 결코 중간에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나중에 후회를 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지금 미국에서 딸아이가 오고있으니 그때까지만이라도 환자를 살려야 한다며 연명 치료를하자고 했다가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를 한 사람의 이야기도들었다.
그 인사 한번을 하기 위해 환자가 고통 속에 무의미한 삶을 끝없이 연장했기 때문에.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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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난 왜 여전히 몰랐을까. 삶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남들이 나와는 다른 결정을 하고 행동을 하는데에는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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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고 낮이고 꺼지지 않는 저 방의 불을 보면서, 팔십대 중반에 이른 내 부모가 아직 살아 있고, 저곳에서 지금 편히누워 주무시거나 티비를 보며 안락한 시간을 보내고 있겠구나, 생각하면 그 모든 것에 감사하고 안도하는 마음이 들어내 작은 근심마저 덜 수 있었는데, 이렇게 결코 꺼져본적 없던 방의 불이 꺼진 모습을 보니, 더군다나 엄마가 있는거실 쪽만 홀로 불이 켜져 있는 모습은 또 그것대로 어찌나안쓰럽고 외롭게만 보이던지. 나는 그만 길가에서 엉엉 소리 내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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