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고 보니 괴로우면 울었다. 영물이라 이상한 소리를 내며 운다고 사람들이 이 몸을 쫓았으나 이상하기로 말하자면 인간도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도 압도적으로 이상하게 우는 존재란 인간이라고 이 몸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그렇게 쫓겨 다니는 것이 이상하고 분했다. 밤이고 낮이고 인간이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하나같이 다르고 하나같이 섬뜩하고 하나같이 짧고 뭉툭하게 사라져 가는 소리. 특별히 밤이 되면 그런 소리들로 거리가 문득 고요해지거나 소란스러워졌다. - P214
그러나 그 모습을 지켜보는 건 때때로 내게 힘이 된다. 큰 힘이된다. 저기 좀 봐요. 까치가 집 짓는 걸 보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말이 있어요. 한국에서는 속설 같은 거? 나는 일터에 나온 외국인친구들에게 속설을 알려 주었다. 그 둘은 꼭 같이 다닌다. 저희도예전에 일하던 곳에서 검은 새 많이 봤습니다. 꼭 좋은일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 둘은 내게 번갈아 한마디씩 하고. 나는 이에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좋은 일이 생겨야지. 우리는 짧게 몇 마디 나눈후,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일을 하는 동안 까치도 일을한다. 올린다. 떨어진다. 마치 떨어뜨리기 위해 나뭇가지를 물어오는 것처럼. 나뭇가지는 계속 떨어진다. 떨어지면 다시 올린다.우리는 삽질을 계속한다. 아직 집은 지어지지 않았지만, 집을 짓기 위해 삽질을 계속한다. 우리는 집을 지어 돈을 벌기 위해, 까치는 집을 지어 살기 위해, 우리는 법적으로 허가받은 땅 위에다가.까치는 허가받지 못한 곳에다가 나무 위에서 아래로, 나뭇가지가우수수 떨어지고 있다. 말짱 도루묵, 그래도 계속한다. - P140
"살기는 허남?""그야 운명이쥬.....수의사는 얼간년 엉덩짝에 주사기를 쑤셔 박고는 말을 이었다.녀석이 살 팔자면 사는 거고 뒈질 팔자면 뒈지는거고..접때도 그렇게 말했잖여유. 뭔가 다른 말을 해 주면 좋잖어. 우리 노인네들 마음 좀 편하게 해 달라구요.""어머니, 달라진 게 별로 읎슈. 헛된 희망도 안 갖는 게 좋구유,지레 절망할 필요도 없구유, 그냥 운명에 맡겨 두세유." - P97
김경일 교수의 두 번째 책을 읽었다.
첫 번째 책 보다는 훨씬 가독성이 높아졌다.
인간의 심리라는 게
참, 단순하면서도 단순하지 않다.
그래도 이 책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좀 더 편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책임에는 틀림없다.
20250926
p.s : 두 번째 책을 읽지만,
김경일 교수는 여전히 글 보다는
말이 더 설득력이 있고 재미있는 듯.
"쳐다보지 마슈. 마음만 아프니께.""죽지는 않겠쥬?""그걸 어떻게 장담한대유. 살려면 살구 죽으려면 죽겠쥬.""젊은 사람 말이 왜 이리 흐리멍텅햐. 죽는다는 거, 살 수 있다는겨?"수의사는 얼간년의 등을 쓰다듬으며 하나 마나 한 소리를 했다."이놈 의지에 달렸쥬. 지가 살고 싶으면 살겠쥬." - P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