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행복한 게 당연하다고 믿는 것, 그게 바로 덫이다.우리는 얼마나 어리석은가. 우리 삶의 방향을 우리가 좌우할수 있다고 착각하기 일쑤니 말이다.우리 인생은 우리 뜻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건 아무래도 좋다.중요한 건 더 일찍 그 점을 깨닫는 것이다.‘더 일찍‘ 이라는 게 언제인가?그냥 더 일찍.예를 들자면, 아이들의 방을 분홍빛으로 다시 꾸미기 전에 말01...... - P51
딸들과 함께 텔레비전을 본다. 그냥 보고 있기가 괴롭다. 만화영화의 주인공들이 멍청하고 변덕스러워 보인다. 뤼시는 머리를 흔들며 짜증을 내더니, 나보고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한다. 뤼시에게 캔디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엄마는 어렸을 때 캔디를 너무너무 좋아했어.캔디는 돈에 관해서 말하는 법이 없었어. 오로지 사랑에 대해서만 말했지. 그런 얘기를 꺼내려다가 나는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 캔디라는 여자아이처럼 사는 것이 나에게 무슨 도움이되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 P43
담배 한 대 피웠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이없는생각이었다. 담배를 입에 대지 않은 게 벌써 몇 년째인데.....하지만 어찌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인생이란 것이 원래그런 것 아닌가..………… 금연을 결심하고 오랫동안 굉장한 의지력을 보여주다가도, 어느 겨울날 아침 다시 담배 한 갑을 사기 위해 추위를 무릅쓰고 십리 길을 걸어가는 것, 혹은 어떤 남자를사랑해서 그와 함께 두 아이를 만들고서도 어느 겨울날 아침 그가나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되는 것, 나를 사랑한다고 믿고 있던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미안해, 내가 실수를 했어."라고 말하는 걸 듣는 것, 그런 게 인생이다. - P42
시는 시지. 청소년 시라는게 따로 있나 했다.
어떤 사람도 청소년기를 거치지 않고 어른이 될 수 없다.
여전히 10대에 갇힌 사람도 있고,
누구는 지나간 그 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누구는 살짝 언급만 해도 눈물 나는 상처이기도 한 그 시절.
그러나 누구나 그 시절을 거치고 어른이 된다.
시인들의 10대를 엿본 것 같아 흥미롭다.
20250418
p.s: 올해는 유난히 더 책 읽기가 쉽지 않네.ㅠㅠ
골목에서 마주친 길고양이가 나를 멀리 피해 가지 않는일, 막 구운 식빵이 나오는 빵집의 시간표를 알고 있는 일,길 건너 커피를 사러 가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새삼 떠올리고는 중간에 발길을 돌리는 일, 우리가 이렇게 자주만나서는 안 된다는 말을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듣는 일,한참을 서성거리며 머물러도 눈치 보이지 않는 책방을 찾는 일, 책방 서가와 내 방 책꽂이가 어느새 비슷하게 펼쳐지는 일, 좁은 길을 우르르 달려가는 한 무리의 아이들, 그아이들의 이름은 몰라도 별명만큼은 알고 있는 일, 매번무리 끝에서 달리는 아이와 눈인사를 하는 일, "늘 똑같이살 필요가 뭐 있어? 어떤 모습이든 내 모습인데, 이번에는짧게 좀 가 보자." 하고 미용실 주인이 나보다 먼저 내 머리 모양을 지겨워하는 일,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을 듣는일, 저녁 어스름에 다시 만난 길고양이가 내 바짓단을 쏙한번 훑고 지나 주는 일, 산책길이 익숙해지는 일, 자주 이길을 걷던 흰 개와 늘 그 뒤를 천천히 따르던 어르신이 며칠째 보이지 않는 일, 한밤 잠에서 깨어 물을 마시다가도문득 걱정스러운 마음 탓에 잠들지 못하는 일. - P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