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제발 그 아름답고 착한 이가 오래 살게 해 주소서. 그날 밤도 그후에도 나는 그 여자 일이 걱정될 때마다 이렇게 간절하게 빌었다.
그 여자가 퇴원했단 소식을 듣고도 바로 문병을 가지 못했다. 용기가없었다. 아무리 심성이 밝고 고운 이지만 암과 싸우기 위해선 독하고험한 얼굴을 하고 있을 것 같았고 그렇게 변한 그 여자를 보는 게겁이 났다. 차라리 안 보고 아름다운 이로서 길이 기억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같이 문병 가자는 딴 이웃들의 권고를 받고 비로소 그 여자를 보러 갔다. 그 여자의 병상은 내가 멋대로 상상하고 겁을 낸것처럼 그렇게 참담한 게 아니었다. 건강할 때보다 많이 수척해 있었지만 건강할 때보다 한층 착하고 밝은 표정이었다. 건강할 때의 그여자의 밝음이 눈부신 거였다면, 병상의 밝음은 고개가 숙여지는였다. 그렇다고 그 여자가 자신의 병명을 모르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 여자는 화사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요샌 우리 큰애가 대학교 갈 때까지만 살게 해 주십사고 열심히기도하는데 너무 과하게 욕심 부리는 거나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 집 큰애는 고등학교 일학년이라고 했다. 그런데 과욕(過慾)이라니.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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