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거인 4
이사야마 하지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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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는 거인의 출현과 함께 완벽하게 바뀌어 버렸다. 어디에서 어떻게 생겨난지도 모르고,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도 어떤 식으로 번식하는지도 전혀 알려진 바가 없는 거인은 인류를 먹이로 삼았다. 인류는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거대한 벽을 쌓았다. 바깥 세상의 자유 고스란히 포기한 채 벽 안쪽으로 숨었지만 초대형 거인의 등장으로 인해 마지막 벽이 무너지고, 이젠 두번째 벽인 월 로제까지 인류는 후퇴했다. 하지만 또다시 나타난 초대형 거인은 월 로제의 벽까지 무너뜨려 버린다.

지난번 거인의 습격에 부모를 잃은 엘런 예거는 거인에게 먹혔다 살아난 후 자신의 몸을 거인화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엘런은 스스로 거인이 되어 월 로제의 벽에 난 구멍을 막기 위한 작전을 펼치게 되나 자기자신을 잃어버린 채 거인의 안으로 숨어버린다. 친구 아르민의 필사적인 부름에도 반응이 없는 엘런. 엘런은 자신을 되찾고 자신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진격의 거인』4권은 자기자신을 거인화할 수 있는 엘런이 자신의 의식의 통제권을 되찾고 거인의 습격에 반격하는 현재의 내용과 엘런의 훈령병 시절 이야기가 함께 펼쳐진다.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실종 이후 조사병단이 되기 위해 훈련을 받게 된 엘런은 처음에는 딱히 재능을 보이지 않지만, 커다란 노력을 통해 자신의 몫을 수행할 수 있는 병사로 진화한다.

그러나!
문제는, 내가 주인공인 엘런에게 그다지 매력을 못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아르민이나 미사카 쪽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물론 이 둘도 주인공급이지만. 이렇다 보니 안그래도 이 작품의 세계관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데 주인공까지 이러니 더욱더 작품에 몰입이 안된다. 엘런이 처음부터 매력이라곤 없었지만 갈수록 점점더 못난이가 되어 간달까. 분명 특이한 소재의 만화임에는 분명하지만, 작가가 드러내고 싶어하는 이야기가 뚜럿하게 드러나지 않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솔직히 말해 전개가 느린 편인데다가 주인공마저 맥빠지게 하니... 게다가 같은 훈련병들 가운데도 이상한 녀석들이 너무 많아서 작품에 집중하기 어렵다.

이런 소재의 작품이라면 빠른 전개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올텐데, 너무 느려서 숨이 헐떡거릴 정도다. 벌써 4권이란 말이다. 도대체 몇권까지 나올 예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처음의 센세이셔널한 느낌은 모조리 사라지고 이젠 지겹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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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도 사정이 있다 2 - 뉴 루비코믹스 1083
야마토 나세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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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 모두에게나 사정은 있다.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 어떤 비밀이 한 두가지는 있는 것처럼. 나 역시 마찬가지로 나만의 사정이 있으며, 나만의 비밀이 존재한다. 하지만 사정이란 것과 비밀이란 것의 다른 점이라면 역시 그 무게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사정이란 것은 어떤 식으로든 변할 수도 있지만 비밀이란 것은 이미 일어나 버린 어떤 것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절대 바뀔 수 없다. 또한 사정이란 것은 웬만한 것이라면 드러나도 괜찮을 수도 있겠지만, 정말 혼자서만 간직하고 싶은 비밀이라면 절대 들통나지 않게 지켜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비밀보다 좀더 가벼운 느낌을 주는 사정이란 것에도 들켜버리고 싶지 않은 게 생기기도 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이 멋진 두 남자의 사정처럼.

2학년 담임으로 만나 연인이 된 코모리와 타키가와는 올해는 나란히 3학년 담임을 맡았다. 반아이들은 2학년때 아이들이 3학년으로 진급하면서 그대로 따라왔기 때문에 변함이 없다. 어리바리 순진한 코모리 선생님을 짓궂게 놀리는 아이들의 코모리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그대로이다. 어떻게 보면 아이들 손바닥 위에 올라가 있는 선생님이랄까. 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 선생님을 무시하거나 깔보는 건 아니고, 오히려 챙겨주려 한달까.

야마토 나세의『교사도 사정이 있다』시리즈는 초등학교 남자 교사와 당돌한 초등학생 아이들의 이야기에 멋진 남자들의 사랑 이야기를 재미있게 버무려 놓았다. 어느 한 쪽에 크게 치우침이 없는 이야기 전개랄까. BL물이라고 해서 연애 이야기나 사랑 이야기에만 치중한다면 자칫 지겨울 우려가 있지만, 당돌한 초등학생과 순진무구 어리바리한 초등학교 남교사의 이야기가 큰 웃음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2편에서는 순조로울줄만 알았던 이 두사람 사이에 이부키란 선생이 등장하면서 이들 사이에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이부키 선생은 첨에는 무척 재수없는 캐릭터였지만 그간의 사정을 알게 되면서 조금 달리 보였달까. 만약 안그랬으면 이 사람을 완전 변태취급할뻔 했다. 가장 큰 반전이 이부키의 정체일지도?

어쨌거나 2권에서 코모리와 타카가와의 사랑은 여러 고비를 맞이하게 된다. 이부키의 등장이 이 둘 사이를 심각하게 만들었고, 성실맨의 표본인 코모리가 너무 정직하게 처신하다 보니 위험스런 상황도 발생한다. 하지만 코모리의 성장도 눈에 확 띈다고 할 수 있다. 완전 노말로 살아온 코모리가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무척이나 귀엽기 ?문이다.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공고해지고, 그 사랑이 연료가 되어 마음을 성장시킨다는 것은 사랑이란 것의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이런저런 사정때문에 약간의 핀치(?)에도 몰리기도 하고, 때로는 갈등 상황도 발생하지만 사랑이란 것이 원래 그런 것이 아니더냐. 사랑이 시작되었다는 건 새로운 시작의 의미일 뿐이다. 그것을 어떻게 지켜나가느냐 하는 것은 두 사람의 사랑과 믿음, 배려와 존중과 이해다. 이 둘은 여러 상황을 지나면서 소중한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무척이나 공감갔던 타카가와의 대사가 있다. "언젠가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보다 지금 곁에 있을 수 있는 행복을 소중히 했어야 했는데." 이 대사를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지나치게 미래를 걱정하는 나머지 현재를 소홀히 한다는. 나도 예전에 그랬던 것 같은 생각도 든다. 현재의 행복이 쌓이고 쌓여 미래로 연결되는 것이지, 소홀히 한 현재가 미래와는 연결될 수는 없는 것인데 그걸 몰랐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둘은 다행하게도 나같은 실수는 하지 않겠네. 축하하오.

뒷편에는 단편 한 편이 실려 있다. 리맨물인데, 이 작품의 제목은『아아, 이제 돌아갈 수 없어』인데 부제로 회사원도 사정이 있다란 걸 붙여 놓았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아니면 말고) 회사 선후배 사이의 묘한 사랑의 시작 이야기인데, 처음엔 그다지 내 취향이 아닌 것 같았지만, 속사정을 알고 나니 웃음이 피식 나왔다. 아, 그렇구나. 그 선배는 순진무구 바보공이었어. (푸하하핫) 역시 그들만의 사정이란 건 속을 들여다 봐야 이해가 되는 법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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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게모노 1
야마다 요시히로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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へうげもの(헤우게모노)라 쓰고 ひょうげもの(효우게모노 / 효게모노)라 읽는다?
일본어를 공부한 게 벌써 6년도 넘었구만 이런 단어는 처음 본다. 내가 가진 제일 두꺼운 일한 사전을 뒤져도 이런 단어는 없다. 일본웹을 검색하니 코지엔에 이 단어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우리말로 하면 웃기는 놈, 속 없는 놈 정도가 된단다. 제목만으로 기대치가 팍팍팍!

효게모노는 센고쿠 시대(戦国時代)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센고쿠 시대라하면 떠오르는 세명의 장수들이 있다. 바로 織田信長(오다 노부나가), 豊臣秀吉(도요토미 히데요시), 徳川家康(도쿠가와 이에야스)이다. 열살 내의 나이 차이를 가진 이들은 차례차례 센고쿠 시대의 주역이 되었다. 무로마치 막부의 숨통을 끊고 전국통일 직전까지 갔던 오다 노부나가, 일단은 전국통일에 성공했지만 결국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자리를 내주고만 도요토미 히데요시. 이들의 이야기는 수없이 많은 이야기로 재탄생되고 있다.

에도시대 서민의 노래인 戦国三傑の天下獲り(센고쿠 세 호걸의 천하 사냥)이란 노래 중에 이런 노랫말이 등장한다. 信長がつき秀吉がこねた天下もち、すわったまま食うのは家康 (노부나가가 찧고 히데요시가 반죽한 천하떡, 앉아서 먹는 건 이에야스). 단 한 줄의 노랫말이 이 세사람의 관계를 모두 보여준다.

또한 두견새(ほととぎす) 이야기는 이들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건 바로 다음과 같다.
노부나가 : 鳴かなければ殺してしまえ(울지 않으면 죽여 버리고)
히데요시 : 鳴かなければ鳴かせて見せよ(울지 않으면 울게 만들고)
이에야스 : 鳴かなければ鳴くまで待とう(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린다)
결국 때를 기다릴 줄 알던 이에야스가 전국을 통일하고 에도막부 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어쨌거나, 일단 센고쿠 시대하면, 이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으니 잘난 척을 좀.. (쿨럭) 이 작품에서는 아직 이에야스는 안나온다. (나중에 나올 것으로 생각됨) 주요 등장인물로 오다 노부나가, 하시바 히데요시(훗날의 도요토미 히데요시), 센노 소에키(훗날의 센노 리큐)가 있으며, 진짜 주인공은 바로 효게모노인 후루타 사스케이다. 사스케는 오다 노부나가를 주군으로 섬기고 있는 무사로 입신양명을 꿈꾸지만 다도와 물욕에 정신줄을 놓고 살기도 한다. 그런 사스케의 이야기가 센고쿠 시대 이야기와 절묘하게 맞물려 커다란 재미를 전해준다.

특히 이런 사스케의 성격을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장면으로는 이런 걸 꼽을 수 있다. 마츠나가가 소유했던 히라구모가 산산조각이 나자 그 파편을 모아서 붙인 후 자신의 차솥위에 걸쳐놓고 좋아서 데굴데굴 구르는 장면과 아내와 사랑을 나누면서도 시노 찻잔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장면은 다도와 물욕에 정신줄 놓은 사스케의 모습을 보여 주지만, 아라키의 편에선 처남 나카가와를 설득하기 위해 아내의 목에 칼을 들이대는 사스케의 모습은 절대적인 무사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역시 사스케의 매력은 무사로서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다도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이라든가, 풍격있는 물건에 혹해서 정신줄 놓는 모습이 아닐까. (이런 장면에선 거의 빵빵 터지고만다, 시대물이라고 해서 무거운 내용으로 가득한 건 아니란 말씀)

또한 센노 소에키가 등장하는 장면도 무척 흥미로웠다. 일전에 읽었던 야마모토 겐이치의『리큐에게 물어라』를 떠올리기도 했는데, 그때 내가 생각한 리큐는 허연 머리에 허연 수염을 가진 깡마른 체구의 노인(상상일뿐)이었지만, 이 작품에 등장하는 리큐는 씨름선수처럼 거대한 덩치에 약간은 무서운 인상이었달까. 하여튼 그런 리큐(센노 소에키)와 마주 앉은 사스케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오다 노부나가는 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아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일본에서는 오다 노부나가를 영웅시하는 사람도 많다고 알고 있다. 사실 그런 혼란스러운 시대를 평정하고자 한 인물이었으니 멋져 보일수도 있겠지. 책 내용으로 봐도 장대한 세계관을 가진 인물이었으니, 일본인들이 반할 만도 하겠소.

군웅할거, 하극상의 시대였던 센고쿠 시대. 그중에서도 오다 노부나가의 권세가 기울어져가고, 하시바 히데요시(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그 자리를 노리던 그즈음의 이야기에 살던 속없는 놈, 웃기는 놈 후루타 사스케의 이야기는 흥미진진 그자체이다. 난세라고 해서 사람들 머리에 늘 전쟁에 관한 생각만으로 가득한 것은 아니다. 후루타 사스케같은 사람이 없으란 법 역시 없지 않은가. 역사적 사실에 픽션이 더해져 더욱 흥미로운 작품, 효게모노. 다음권도 기대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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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요 네스뵈 지음, 구세희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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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는 냉혹하다. 포식자는 늘 포식자이고 피식자는 늘 피식자일 수 밖에 없다. 물론 식물이 곤충을 잡아 먹기도 하고, 개구리가 뱀을 포식하기도 하며, 거미가 새를 잡아 먹기도 하지만, 이러한 것은 어떤 생물종의 특별한 아종에서 보이는 특성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렇다 할지라도 이들의 관계는 크게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로 모든 것이 설명된다. 그렇다면 인간 사회는 어떨까. 정복하는 자와 정복당하는 자라는 분류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자연계와는 달리 인간 사회에서의 정복자는 늘 정복자가 아니다. 때로는 정복자였던 자가 피정복자로 바뀌기도 한다. 조금 다르게 말하자면 사냥꾼이 사냥감이 될 수 있고, 반대로 사냥감이 사냥꾼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사회의 특수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각설하고, 본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잘 나가는 헤드헌터 로게르 브론은 헤드헌터로서의 최상의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추천한 인재는 단 한 번도 채용심사에서 거부당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름다운 아내와 멋진 집, 아내 소유의 갤러리 등은 그의 사회적 위치를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그에게도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는 비밀이 있었으니... 이런 우아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헤드헌터로서 받는 수당은 턱도 없이 모자랐다. 그래서 그가 고안한 방법은 면접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소장한 미술품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후 그것을 훔쳐내어 장물로 팔아 넘기는 것이었다.

이렇게 낮과 밤의 모습이 완벽히 다른 남자 로게르 브론.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찾아온 일생일대의 기회. 그것은 바로 이번에 면접을 볼 GPS회사 패스파인더의 CEO 후보인 클라스 그레베가 소장한 루벤스의 사라진 명작 '칼리돈의 멧돼지'였던 것이다. 그것만 훔쳐내면 평생을 부유하게 살 수 있다. 마지막 한 탕으로 손을 씻고 아름다운 아내와 일평생 행복에 젖어 살 꿈을 꿨던 로게르의 앞에 드러난 현실은 차라리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싶을 만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절망감에 잠시 휘청일 시간도 없이 그에게 커다란 위협이 차례차례 다가오기 시작한다.

자기만을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아내의 배신, 공범들의 죽음, 헤드헌터인 자신을 노리는 또다른 헤드헌터(인간 사냥꾼)의 집요한 추적. 로게르는 잠깐의 인연이 있는 여인 로테 마르센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은 스스로 해결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못할 일이 없다. 책상 앞에 앉아 사람들 면접이나 보면서 사람을 파악하는 일과 몰래 미술품을 빼돌려 장물로 팔아넘기는 일만 하던 그가 인간 사냥꾼을 상대로 위기를 하나씩 돌파해가는 모습을 보는 건 확실히 흥미로웠다. 그러나 그 결말이 조금 싱거웠달까. 그점이 조금 아쉽긴 하다. 하지만 그후의 반전은 이런 점을 상쇄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한국인 정서상 그런 부분이 잘 납득되지 않기도 하긴 했지만, 북유럽 사람들의 성격엔 좀 음침한 부분이 있으니까, 하면서 대략 납득해 버렸다.

노르웨이 작가인 요 네스뵈의『헤드헌터』는 두 헌터의 싸움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누가 사냥꾼이고 누가 사냥감일까. 작품은 반전을 거듭하며 스릴을 안겨준다. 또한 재미있는 것은 미국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처럼 선량한 시민이 정부의 음모에 의해 쫓겨다니면서 전사로 거듭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원래 좀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을 만나 개고생을 하다가 그 더 나쁜 놈을 무찌르는 과정에 있다. 세상에는 착한 놈만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조금 나쁜 놈. 나쁜 놈, 아주 나쁜 놈으로 나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런 부분이 무척 흥미로웠다.

요즘은 북유럽 스릴러가 대세다. 한동안 일본 추리 소설에 올인해 왔던 내가 북유럽 소설에 맛을 들이면서 그 맛에 점차 중독되어 가고 있다. 일당백의 활약이 난무하는 영미소설, 교묘한 트릭이 난무하는 일본소설과 북유럽 소설의 확연한 차이점은 역시 주인공의 캐릭터 설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원래 선량한 사람보다는 뭔가 꿍꿍이가 있는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점이 가장 흥미롭다. 어쩌면 그게 더 현실성이 있기 떄문이 아닐까. 뭐,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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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서유요원전 대당편 3 만화 서유요원전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음 / 애니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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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명대의 소설 서유기를 기본 얼개로 하고 있지만 수말당초의 역사적 사실을 더해 더욱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려가는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서유요원전 시리즈는 기담, 판타지와 역사적 사실의 기막힌 조화를 보여준다. 역사적 사실이 더해짐으로써 더욱 사실적인 스토리가 되었다. 미네쿠라 카즈야의 최유기 시리즈는 서유기를 더욱 판타지에 가깝게 만든 작품이라면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작품은 역사적 사건과 결합되어 더욱 사실성 강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제천대성의 이름을 잇는 자로 선택받은 손오공의 어린 시절과 각성, 그리고 용아녀와의 만남이 대당편 1, 2권의 주된 내용이었다면, 3권의 주된 내용은 손오공과 금각과의 결착, 당나라에 대항하던 군웅 유흑달의 남은 부하들의 황궁습격, 당태종 이연의 차남 이세민이 태자로 책봉되었던 형인 이건성, 그리고 동생 이원길을 죽이고 스스로 황제에 즉위하는 이른바 '현무문의 변'에 대한 이야기로 압축된다. 좀더 덧붙이자면 지용부인과 그 아들 나타태자의 이야기와 진실을 찾기 위해 천축으로 가려 결심한 현장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3권에서 흥미로운 것은 손오공의 활약이 부진하다는 것이다. 금각과의 전투에서는 승리했지만 당나라의 장수 이세적에게 잡혀 감금당했다가 홍해아 덕분에 풀려나고, 궁으로 침입했지만 또다시 붙잡혀 온갖 수모를 겪는 손오공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성장할 부분이 많은 미래의 영웅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역사적인 사실인 '현무문의 변'이나 지용부인과 그의 아들인 나타태자의 기괴한 이야기가 더욱 흥미로웠다. 나타태자의 경우 서유기에도 등장하는 인물이지만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서유요원전에 등장하는 나타태자와는 사뭇 다르다. 이러하기에 서유기 원작과 비교를 해가면서 읽어보면 더욱 재미있어진다.

변사가 등장해서 이야기의 시작과 맺음 부분을 담당하고, 역사적 사실과 판타지, 그리고 기담이 결합되어 펼쳐지는 서유요원전은 권당 400페이지가 넘는 볼륨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다. 읽으면 읽을수록 푹 빠져들게 되는 서유요원전은 정말 신경지의 서유기라 과감히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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