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눈 - 러쉬노벨 로맨스 304
아이다 사키 지음, 야마다 유기 그림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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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 시절의 경험은 어른이 되어도 그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다. 그것이 행복하고 좋은 기억이건, 슬프고 아픈 기억이건 간에. 소소한 부분이나 세세한 부분은 점점 잊혀져 희미해지기도 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감당하기 힘들었던 기억은 일생을 지배하기도 한다. 물론 스스로 그걸 바로잡고자 노력을 한다해도 완전히 잊혀지지는 않는다. 그렇게 보자면 평생에 걸쳐 치유의 노력을 하면서 사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 아닐까.

이제 23살이 된 카스가 슈야는 어린시절 남자를 좋아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라왔다. 애정보다는 학대에 가까운 취급을 받아온 슈야는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어하지만 다른 사람을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을 모른다. 아니 사랑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자체가 서툴다. 고교에 진학하지도 않고 집을 나와 제대로 된 일자리도 구하지 못해 몸을 팔며 바닥인생을 살다 결국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사와라기 쿄스케란 전직 야쿠자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두사람의 인연은 이윽고 연인관계란 것으로 발전하게 된다.

사와라기와 함께 있으면서도 여전히 불안해하는 슈야는 여전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어떤 식으로 쌓아올려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툭하면 불안증이 신경질로 나타나는 건지도 모르지. 나이는 스물셋이지만 여전히 속은 아이같달까. 물론 세파에 찌들어 애어른같은 면이 있긴 하지만 그건 홀로 내쳐진 세상에서 견뎌오기 위한 방편이었을 뿐, 타인과 어울려 사는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슈야를 다독이며 제대로 된 길로 이끌어 주는 것이 바로 사와라기인 것이다.

『꽃잎눈』은 사와라기와 함께 지내면서 제대로 된 사람으로서의 삶을 하나씩 배워가게 되는 슈야의 성장담이자 두 사람의 사랑이 공고해져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연애담이기도 하다. 나의 경우, 슈야가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무척이나 즐거웠는데 특히 자신이 어린 시절 살던 곳을 찾아가 과거를 말끔히 청산하는 부분이 참 좋았다. 물론 그곳에 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따로 있긴 해도 말이다. 사람은 과거를 완전히 지우고 살수는 없지만 과거의 상처와 잘못을 평생 등에 지고 살아가서는 안된다. 과거보다는 현재가 더 중요하기 떄문이다. 슈야는 어린 시절 살던 곳에서 자신의 상처를 내려놓고 왔다. 아마도 혼자였다면 그걸 마음속 깊은 곳에 꾹꾹 억누른채 살아왔겠지만, 사와라기와 함께였기에 조금은 덜 힘들게 내려놓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슈야가 이제껏 살아온 나날들이 지독한 인생처럼 보일지라도 그것을 사랑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지금 이순간 그 사람이 곁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비록 많은 시련과 주위의 달갑지 않은 시선에 상처받고 상처입히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것은 수많은 인생의 굴곡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우리 인생은 늘 행복한 것만이 아니다. 행복과 불행이 교차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자신의 인생에서 불행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불행하다 생각할 것이고, 행복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행복하다 여길 것이다. 슈야는 이제껏 자신의 인생이 불행으로 점철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이젠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앞으로 어떤 일이 또 슈야를 힘들게 할지 모른다. 또다시 이번처럼 큰 사건에 휘말리게 될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제 슈야는 자포자기 하지 않는다. 그것이 슈야의 앞으로의 인생을 잘 이끌어 주는 힘이 되겠지.

조금 덧붙이는 이야기>

전작인『고작 사랑이잖아』에서는 주인공으로『사랑하기에』에서는 조연으로 등장했던 이즈미와 타카츠도의 이야기는 스치듯 지나가 좀 아쉬운 점이 있지만, 그래도 잘 지내고 있다니 다행이다. 한편 또 한 분의 형님인 하스미가 다시 등장해줘서 고마웠다. 비록 그림에선 볼 수 없었지만. 역시 멋진 형님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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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空の城ラピュタ (Hardcover)
宮崎 駿 / 德間書店 / 198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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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성 라퓨타』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 작품의 주제곡이 흐르는 가운데
하늘에서 천천히 떨어져 내리는 소녀의 모습이다. 애틋할 정도로 신비롭달까. 물론 그 장면은 풋하고 웃음이 번지는 장면으로 곧 바뀌게 되지만 말이다. 이처럼 도입부부터 강렬한 인상을 주는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 개봉 당시 라퓨타 신드롬이란 것을 낳았을 정도로 굉장히 아름다운 작품이기도 하다. 물론 지브리의 애니메이션답게 푸흡하고 웃음이 터지게 만들기도 하고,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장 많이 남는 것은 가슴이 뭉클한 감동이다.

이 작품은 오래전 멸망한 라퓨타에 대한 전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늘의 성이라고 불리는 라퓨타에 살던 라퓨타인들은 가공할 만한 과학기술을 가지고 땅의 사람들을 공포로 지배했었지만 어떤 이유에서 그들은 멸망했고 몇몇 라퓨타인들만이 지상으로 내려와 숨어 살게 되었다. 그 후손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작품의 여자 주인공인 시타이다. 시타는 비행석 결정을 몸에 지니고 있는데 이를 노리는 건 해적을 비롯해 군대와 수수께끼의 사나이인 무스카이다. 해적은 라퓨타에 숨겨진 보물을, 군대는 보물과 라퓨타의 과학기술을 노린다. 그리고 무스카는 그와는 또다른 속셈이 있었다.

이렇듯 각각의 목적을 가지고 시타를 노리는 사람들에게서 시타를 지켜주는 게 바로 파스이다. 추적자들을 피해 라퓨타로 향하는 이들의 여정은 모험 이야기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모험 이야기 뒤에 숨겨진 더 큰 이야기가 존재한다. 라퓨타가 멸망해버린 이유, 그 이유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이란 것은 인류의 생존에 도움을 주었고, 인간의 생활에 편리를 가져다 주었지만 반대로 전쟁과 정복이라는 무시무시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 오래전에 멸망한 라퓨타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고 느끼는 게 바로 그런 이유이다. 물론 이 작품에 등장하는 라퓨타의 과학기술은 현대 지구보다 훨씬 더 앞서 나가 있지만 지금의 과학기술 발전 속도로 볼 때, 또한 그 과학기술을 등에 업은 인간의 만행을 볼 때, 그저 상상이라 치부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라퓨타는 멸망했다. 하지만 멸망 후 인간이 모두 사라진 라퓨타는 오히려 더욱 이상향에 가까운 곳이 되어 있었다. 정말 아이러니컬하지 않은가. 아름다운 정원을 걸어가는 과학기술의 집적이라 할 수 있는 로봇(거인기병)의 어깨에 올라탄 동물과 그 곁을 날아가는 새의 모습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울컥하고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감동을 준다. 인간의 과학기술은 지구를 보존하는 것보다 파괴하는 힘이 크다. 하지만 이 한 장면만으로도 서로 다른 존재들이 충분히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土にねをおろし、風とともに生きよう。たねとともにふゆをこえ、とりとともにはるをうたおう。
땅에 뿌리를 내리고, 바람과 함께 살아가자. 씨앗과 함께 겨울을 보내고, 새와 함께 봄을 노래하자.

곤도아의 노래 中 (95p)

멸망해버린 라퓨타를 부활시켜 지상을 지배할 욕심을 가진 무스카에게 시타는 곤도아의 노래를 통해 인간이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알려준다. 물고기는 물속에, 새는 하늘에, 그리고 인간은 땅위에. 각자 살아갈 영역이 따로 있다는 것이 이 노래 속에 담겨 있다. 그러나 라퓨타인들은 자신이 살아갈 곳을 땅이 아닌 하늘로 정하고, 과학기술의 힘을 빌어 땅위의 사람들을 공포로 지배했다. 그런 어리석음을 무스카는 그대로 답습하려했던 것이다. 어쩌면 여기에 등장하는 라퓨타인들은 바벨탑을 쌓아 신의 권위에 도전한 바빌로니아 사람들과 같은 어리석음을 저질렀을지도 모르겠다. 바빌로니아인들은 언어가 달라져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고 라퓨타인들은 소수의 사람들만 남기고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조나단 스위프트의『걸리버 여행기』중 제3부에 속하는 '하늘을 나는 섬의 나라'에 나오는 라퓨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하게 되었다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천공의 성 라퓨타는 하늘에 떠있는 도시란 설정 외에는 공통점이 거의 없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라퓨타는 엄청난 과학기술을 가진 사람들의 도시였다면, 조나단 스위프트의 라퓨타는 지식에 대한 지나친 탐구와 자신만을 향한 사색에 잠겨 '클라임놀'이란 시종이 없으면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또다른 공통점이 있다면 제대로 된 '인간다움'이란 것이 결여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비록 애니메이션만큼의 장대한 이야기와 감동, 그리고 웃음과 재미를 주기에 이 책은 내용이 너무 간결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가『천공의 성 라퓨타』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주려한 메세지만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러하기에『천공의 성 라퓨타』는 아이들에겐 모험 이야기로, 어른들에게는 그 모험 이야기 뒤에 숨겨진 강렬한 메세지를 전해주는 이야기로, 어떻게 읽어도 매력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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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이웃 - 뉴 루비코믹스 1080
나나미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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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나미라.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인데, 그림체는 익숙하다. 도대체 누구지 하고 궁금했는데, 역시나 내가 아는 작가였다. 일본이름으로는 나나미, 우리나라 이름으로는 심혜진. <그녀석과 나>, <거짓말>, <BOY MEET GIRL>, <안녕하세요? 세바스찬입니다>의 작가인 심혜진이 바로 나나미였다. 호오, 언제 일본에 진출한거지, 라는 궁금증도 생겨나긴 했지만 그보다 일본어로 만화를 펴냈다는 사실이 더 흥미롭다. 우리나라에서 이 작품을 발표하지 않고 굳이 일본에서 발표한 이유는 말안해도 잘 알 것 같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경우 BL시장이 좁기도 하거니와 표현의 제약 등이 많아서 그럴테지. 어쨌거나 무척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이웃이라면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지 - 엔도 X 오쿠무라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엔도는 이웃집 여자와 바람을 피다가 그녀의 남편 오쿠무라에게 딱 걸리고 만다. 얼마후 오쿠무라가 이혼했단 걸 알게 된 엔도는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사죄를 하러 갔던 엔도는 그일로 인해 발목을 딱 잡히고 마는 처지에 내몰리게 된다. 토끼굴인줄 알고 들어갔는데 호랑이굴이었달까. 허허참.

엔도와 오쿠무라의 이야기는 귀여운 반전들이 많이 숨어 있다. 특히 오쿠무라란 남자, 이 남자는 보면 볼수록 새롭달까. 유순한 이미지와는 달리 과거 밤나비라 불렸던 전적이 있던 남자라서 그런지 풀풀 넘치는 색기는 기본이고, 엔도를 쥐락펴락하는 데에 혀를 내두르겠더이다. 그래도 이정도 급이니까 용서가 된달까. 게다가 의외로 능력도 출중하다. 이러니 엔도는 오쿠무라에게 매번 속는 기분이 들면서도 오쿠무라에게 점점 빠져드는 것인지도 모르지. 뭐, 아무 상관없는 나도 오쿠무라가 숨겨둔 비장의 무기들에 그냥 속아 주고 싶었으니까. 즉, 이런 이웃이라면 쬐끔 위험해도 만날 가치가 있는지도. (笑)

요런 통통 튀는 전개가 재미있기도 한 반면, 오쿠무라의 옛애인의 말만 듣고 오쿠무라를 의심하는 엔도의 태도는 좀 눈에 거슬렸다. 어느새 1년이나 사귀어 왔으면서 그렇게 쉽게 의심을 하냐? 쯧쯧쯧. 뭐 어떻게 생각해 보면 이런 전개는 두 사람의 갈등 요소를 만들고 그 갈등이 해결되어 가면서 그들의 사랑을 더욱 공고히 만들어주는 장치이긴 하지만 좀 식상했다오.

솔직하게 말해봐, 사랑한다고 - 리츠 X 히데오

고교생인 리츠는 나이를 속이고 거리에서 밤거리 상대를 찾다 히데오란 남자를 만난다. 히데오는 리츠를 꽤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이지만 리츠는 어차피 한 번 뿐의 만남으로 여길 뿐이다. 사실 리츠에게는 좋아하는 상대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그 상대는 학교 친구인 마사시. 그러나 리츠는 마사시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숨길 수 밖에 없었다. 우정이란 이름으로라도 그의 곁에 있고 싶어서였겠지.

그러던 어느날 리츠는 자신의 몸에 이상한 변화가 생긴 걸 알게 된다. 겁을 덜컥 집어 먹은 리츠는 눈에 보이는 병원으로 뛰어 들어가 진료를 받게 되는데... 알고 보니 그 병원은 산부인과였고 (푸핫) 게다가 그 병원의 닥터가 히데오였던 것이다. 이거 참 신기한 인연이로고...

이렇게 웃기지도 않은 상황에서 재회한 리츠와 히데오. 히데오는 리츠에게 열렬히 구애하지만 리츠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마사시가 가득하다. 때론 변태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따스한 남자인 히데오는 리츠가 가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리츠는 여전히 마음이 딴데 가있다. 리츠야, 네가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히데오 정도 되는 남자를 만나기란 참 어렵거든. 그것도 모르고, 리츠는 정말. 바보.

좋아한다고 해도, 널 지켜준다고 해도 그저 상투적인 말일 거라 치부해 버리는 리츠를 보니 참 답답하더이다. 근데 그런 리츠가 아예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사랑받기를 원하면서도 막상 그렇게 되는 것이 두려워하는 게 역력하기 때문이다. 아니 사랑하다 상처받을까 두려워한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런 두려움이 가득하면 상대의 마음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상대를 자꾸만 밀어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리츠처럼.

상처입을 것이 두려워 자신의 마음을 꼭꼭 숨기고 상대를 밀어내는 것과 상처받는 것이 물론 두렵긴 하지만 솔직하게 상대를 대하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더 낫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실제로 행동은 그렇게 나오지 않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사랑에 있어 첫번째로 필요한 것은 솔직함이라 생각한다. 물론 어느 정도의 내숭이나 밀당도 필요하지만 우선은 솔직함이다. 나도 이렇게 말로 하기는 쉽지 실제로 행동으로는 힘들어 하는 게 바로 이런 거다. 그러나 솔직하지 못하면 오해가 생기게 되고 그 오해가 쌓이면 상황은 어디로 흘러가게 될지도 모른다. 바로 그게 사랑이란 거다. 아직 리츠가 어려 자신의 마음에 완전히 솔직해지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좀더 지나면 그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되겠지. 히데오의 곁에서.

우연한 만남에서 비롯된 인연에 관한 이야기

이 단행본에 실린 두 작품 모두 우연한 아니, 범상치 않은 만남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특히 불륜녀의 남편과 이어지게 되는 건 정말이지 현실에서는 거의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이겠지만, 만화의 설정으론 꽤 재미있달까. 게다가 엔도의 실수가 어떻게 보면 오쿠무라를 해방시켜준 계기가 되기도 했고. 리츠와 히데오의 경우 급만남에서 비롯된 인연이 아주 좋은 인연으로 이어진 경우인데, 이들의 경우 첫만남보다 재회가 더 임팩트 있었달까. 어쨌거나 이런 범상치 않은 만남도 인연의 시작이겠지. 어떻게 보면, 엔도와 리츠의 복일지도. (笑) 잘 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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黑薔薇アリス 6 (プリンセスコミックス) (コミック)
秋田書店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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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든 연애든 간에 밀고 당기기는 확실히 필요하다.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긴장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바라기처럼 그 사람만 바라보는 그 사람바라기는 상대에게 긴장감을 늦추게 만들어 나의 소중함을 자칫 간과하게 만들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심한 밀당은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걸 넘어서 파삭하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수위 조절이 꼭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 작품 속의 앨리스는 밀당이 아니라 그저 밀어내기만 한다. 튕기는 것도 한 두번이지, 몇권 내내 그런 걸 보니 속이 뒤집힐 지경이 되었달까. 앨리스, 도대체 언제까지 아이처럼 굴거야?

아즈사가 아니에스카의 몸에 들어가 앨리스로 살아온지 벌써 2년이 흘렀다. 하지만 여전히 앨리스는 갈등한다. 분명히 디미트리에 끌리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디미트리의 마음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은 디미트리를 자신에게서 밀어내는 행동으로 표출되고 만다. 게다가 2년만에 재회한 코우야는 너무나도 많이 변해 있었고, 그에 따른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앨리스(아즈사)는 번민하다 결국 코우야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지만, 이 행동이 앨리스와 뱀파이어들 사이에 새로운 갈등의 요소가 되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 디미트리는 홋카이도로 떠나고, 쌍둥이 카이와 레이지와 남은 앨리스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는 한편 코우야와의 인연을 끝내기로 마음먹는다. 이젠 더이상 아즈사로 살아갈 수 없는 자신을 다시금 깨달았기 때문이다. 앨리스에게 있어 그건 큰 아픔이겠지만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앨리스는 큰 결심을 하게 된다. 누굴 선택할 지에 대한 것을.

한편 레이지는 과거 자신과 카이 사이에 있었던 일을 기억해 내게 된다. 이런 과거가 숨겨져 있었을 줄이야. 솔직히 말해 충격적이었달까. 그토록 아픈 과거였기에 레이지는 뱀파이어가 되면서 자신의 과거에 대한 기억을 봉인했던 것이겠지. 이 과거사를 알게 되니 왜 카이가 레이지에 대해 그런 태도를 취해왔는지 납득이 되었달까. 미안함과 죄책감이 근 100년동안 카이를 짓눌렀을 것을 생각하니 카이도 참 안됐다. 하지만 이 일로 인해 레이지는 너무나도 많이 변해버렸다. 다정다감했던 레이지는 더이상 없다. 그러나 레이지는 여전히 모른다. 그날의 진실이 무엇인지. 그걸 알게 된다면, 레이지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흑장미 앨리스』6권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2년동안 서로에 대한 진심을 숨겨왔던 앨리스와 디미트리의 관계의 변화와 카이와 레이지의 과거가 바로 그것이다. 앨리스와 디미트리의 이야기는 여전히 반복인가 싶었는데 - 사실 그것땜에 짜증이 폭발하기 일보직전이었다 - 다행하게도 진전이 있더이다. 거의 마지막에 이르러서 말이지. 디미트리가 그 방법을 쓰지 않았다면 앨리스는 죽어도 자신의 진심을 말하지 않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제껏 디미트리의 태도가 불분명하지 않았으니 그런 것도 있겠지. 어쨌거나 6권에서 가장 큰 변신(?)을 한 인물은 디미트리가 아닐까. 이런 디미트리의 모습 처음이야. 적응이 안된다. 차갑고 도도한 면이 좋았는데, 뭔가 데레데레해졌달까. 정말이지. 나의(?) 디미트리를 돌려줘~~~~

카이와 레이지의 경우 레이지가 너무 많이 변해버려서 적응이 안된다. 그 이유야 납득할 수 있지만, 앞으로 레이지가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기만 하다. 게다가 거울에 비친 그 그림자. 그건 뭘 뜻하는 걸까. 궁금타, 궁금해.

6권으로 일단 1부가 완결되었다. 그래, 1부란 말이지. 일단 앨리스와 디미트리의 이야기는 결말이 보이니 그걸 길게 끌지 않을텐데, 그럼 카이와 레이지의 이야기가 계속되는 걸까나? 제발 너무 길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앨리스같은 애가 또 나오면 정말 폭발해 버릴지도 몰라요, 미즈시로 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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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 된 메리맨 - 뉴 루비코믹스 1067
시마지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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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말로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킨다고 한다. 그게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상관없이.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완전히 변화시키는 건 아니다.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성품은 가지고 있되 어떤 면에서 변화가 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변화란 것도 쉽게 오는 건 아니다. 사람이란 기본적으로 변하길 싫어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덕분에 누군가가 변했을 때 박수를 쳐주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시마지의『진심이 된 메리맨』은 사랑을 시작하면서 변해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표지 왼쪽이 메리맨인 칸바야시, 오른쪽이 오쿠다. 두 사람의 표정이나 몸짓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이게 두 사람의 성격을 아주 잘 보여준다. 자신만만한 표정에 뒷짐도 멋지게 진 칸바야시에 비해 쑥스러운 표정에 시선도 다른쪽을 향하는 오쿠는 소심하고 자기표현에 약하단 느낌이 든다. 게다가 두 사람의 손. 닿을듯 말듯 한 이 손은 두 사람의 마음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는 듯 하다. 무척 귀엽잖아, 두 사람... 이런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쳤는데, 정말 이 두 사람 무척이나 귀엽다.

대학 동급생이자 이웃인 칸바야시와 오쿠는 3년전 우연히 단 하룻밤의 관계를 맺은 후 이제까지 친구로 지내고 있다. 하지만 그날의 일이 쉽사리 잊히지 않는 두 사람.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마음에 확신을 가지지 못한 상태이다. 그러던 어느날, 오쿠를 찾아온 한 남자가 신경쓰이기 시작하는 자신에 당황하기 시작하는 칸바야시. 드디어 행동 개시!

친구에서 연인이라. 참으로 어려운 관계다. 친구 이상의 감정은 분명히 있는 것 같은데, 이게 사랑인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막상 연인이 되었다가 헤어져서 친구 사이로도 돌아가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쌓인다. 그리고 고백을 어떤 타이밍에 해야 상대방이 그 고백을 진심으로 받아들여 줄지도 고민이다. 칸바야시가 딱 그렇다. 오쿠에게 고백을 하긴 했는데, 이런이런 타이밍이 나빴다. 만약 3년전이었다면 오쿠가 칸바야시의 고백을 바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글쎄, 그건 아니라고 본다. 그땐 칸바야시가 오쿠를 그런 식으로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그렇다고 3년이나 지난 지금 고백하자니 적절한 껀수가 없다. 그래서 칸바야시의 고백에 오쿠가 그런 식으로 반응했던 것이겠지. 나, 왠지 이런 거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굳이 본인의 경험담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笑)

하여튼 사랑 고백이란 적절한 타이밍이 중요하다. 특히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경우에는. 이 고비를 잘 넘기면 그다음은 그런대로 순탄하다. 하지만 이 커플의 문제는... 오쿠가 너무 소심하단 거다. 메리맨이란 표현답게 늘 명랑쾌할하고 시끄럽고 눈치없고 등등등의 문제를 가진 칸바야시가 진심이라고 아무리 말해 봤자 소심하고 신중한 오쿠의 입장에선 이게 과연 진심인지 아닌지에 대해 속을 끓일 수 밖에 없으니까. 하긴 아무리 누가 진심으로 사랑한다, 좋아한다 말해도 내 마음도 아닌 상대의 마음을 확실하게 알 수 는 없는 것이니까. 그저 믿는 것일 뿐.

게다가 오쿠의 경우 더 나쁜 건 사서 걱정하는 버릇이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를 일인데 혼자 나쁜 상상을 하다니. 사랑할 땐 미래도 중요하지만 현재가 더 중요하다. 나중에 헤어질 게 두려워서 사랑하지 못한다면 그게 더 후회가 남을테니까. 회자정리(會者定離)! 오쿠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사람과 사람은 만나면 반드시 이별하게 된다. 그 때가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어떤 방식으로 찾아올지는 모르겠지만. 이별할 걱정부터 하고 사랑을 한다는 건 추리소설을 결말부터 읽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오쿠, 칸바야시를 믿어봐. 이런 가벼운 녀석이 진심이 되면 더 진지해진다구.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말야.) 알콩달콩 둘의 밀당도 귀여웠고, 칸바야시나 오쿠가 서서히 서로에게 물들며 변해가는 모습도 귀여웠던 <진심이 된 메리맨> 앞으로도 메리메리 해피~~~하길.

표제작이 워낙 많은 분량이라 뒤에 실린 단편은 매우 짧았다. <사랑의 종소리>는 귀여운 고교생이 등장하는 학원물로 고교생다운 고백에 관한 이야기였고, <escape, don't escape>는 도망치는 자와 그를 쫓는 자의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심각한 분위기는 아닌 마지막 반전이 귀여웠던 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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