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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도 사정이 있다 2 - 뉴 루비코믹스 1083
야마토 나세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7월
평점 :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나 사정은 있다.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 어떤 비밀이 한 두가지는 있는 것처럼. 나 역시 마찬가지로 나만의 사정이 있으며, 나만의 비밀이 존재한다. 하지만 사정이란 것과 비밀이란 것의 다른 점이라면 역시 그 무게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사정이란 것은 어떤 식으로든 변할 수도 있지만 비밀이란 것은 이미 일어나 버린 어떤 것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절대 바뀔 수 없다. 또한 사정이란 것은 웬만한 것이라면 드러나도 괜찮을 수도 있겠지만, 정말 혼자서만 간직하고 싶은 비밀이라면 절대 들통나지 않게 지켜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비밀보다 좀더 가벼운 느낌을 주는 사정이란 것에도 들켜버리고 싶지 않은 게 생기기도 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이 멋진 두 남자의 사정처럼.
2학년 담임으로 만나 연인이 된 코모리와 타키가와는 올해는 나란히 3학년 담임을 맡았다. 반아이들은 2학년때 아이들이 3학년으로 진급하면서 그대로 따라왔기 때문에 변함이 없다. 어리바리 순진한 코모리 선생님을 짓궂게 놀리는 아이들의 코모리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그대로이다. 어떻게 보면 아이들 손바닥 위에 올라가 있는 선생님이랄까. 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 선생님을 무시하거나 깔보는 건 아니고, 오히려 챙겨주려 한달까.
야마토 나세의『교사도 사정이 있다』시리즈는 초등학교 남자 교사와 당돌한 초등학생 아이들의 이야기에 멋진 남자들의 사랑 이야기를 재미있게 버무려 놓았다. 어느 한 쪽에 크게 치우침이 없는 이야기 전개랄까. BL물이라고 해서 연애 이야기나 사랑 이야기에만 치중한다면 자칫 지겨울 우려가 있지만, 당돌한 초등학생과 순진무구 어리바리한 초등학교 남교사의 이야기가 큰 웃음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2편에서는 순조로울줄만 알았던 이 두사람 사이에 이부키란 선생이 등장하면서 이들 사이에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이부키 선생은 첨에는 무척 재수없는 캐릭터였지만 그간의 사정을 알게 되면서 조금 달리 보였달까. 만약 안그랬으면 이 사람을 완전 변태취급할뻔 했다. 가장 큰 반전이 이부키의 정체일지도?
어쨌거나 2권에서 코모리와 타카가와의 사랑은 여러 고비를 맞이하게 된다. 이부키의 등장이 이 둘 사이를 심각하게 만들었고, 성실맨의 표본인 코모리가 너무 정직하게 처신하다 보니 위험스런 상황도 발생한다. 하지만 코모리의 성장도 눈에 확 띈다고 할 수 있다. 완전 노말로 살아온 코모리가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무척이나 귀엽기 ?문이다.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공고해지고, 그 사랑이 연료가 되어 마음을 성장시킨다는 것은 사랑이란 것의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이런저런 사정때문에 약간의 핀치(?)에도 몰리기도 하고, 때로는 갈등 상황도 발생하지만 사랑이란 것이 원래 그런 것이 아니더냐. 사랑이 시작되었다는 건 새로운 시작의 의미일 뿐이다. 그것을 어떻게 지켜나가느냐 하는 것은 두 사람의 사랑과 믿음, 배려와 존중과 이해다. 이 둘은 여러 상황을 지나면서 소중한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무척이나 공감갔던 타카가와의 대사가 있다. "언젠가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보다 지금 곁에 있을 수 있는 행복을 소중히 했어야 했는데." 이 대사를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지나치게 미래를 걱정하는 나머지 현재를 소홀히 한다는. 나도 예전에 그랬던 것 같은 생각도 든다. 현재의 행복이 쌓이고 쌓여 미래로 연결되는 것이지, 소홀히 한 현재가 미래와는 연결될 수는 없는 것인데 그걸 몰랐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둘은 다행하게도 나같은 실수는 하지 않겠네. 축하하오.
뒷편에는 단편 한 편이 실려 있다. 리맨물인데, 이 작품의 제목은『아아, 이제 돌아갈 수 없어』인데 부제로 회사원도 사정이 있다란 걸 붙여 놓았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아니면 말고) 회사 선후배 사이의 묘한 사랑의 시작 이야기인데, 처음엔 그다지 내 취향이 아닌 것 같았지만, 속사정을 알고 나니 웃음이 피식 나왔다. 아, 그렇구나. 그 선배는 순진무구 바보공이었어. (푸하하핫) 역시 그들만의 사정이란 건 속을 들여다 봐야 이해가 되는 법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