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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게모노 1
야마다 요시히로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へうげもの(헤우게모노)라 쓰고 ひょうげもの(효우게모노 / 효게모노)라 읽는다?
일본어를 공부한 게 벌써 6년도 넘었구만 이런 단어는 처음 본다. 내가 가진 제일 두꺼운 일한 사전을 뒤져도 이런 단어는 없다. 일본웹을 검색하니 코지엔에 이 단어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우리말로 하면 웃기는 놈, 속 없는 놈 정도가 된단다. 제목만으로 기대치가 팍팍팍!
효게모노는 센고쿠 시대(戦国時代)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센고쿠 시대라하면 떠오르는 세명의 장수들이 있다. 바로 織田信長(오다 노부나가), 豊臣秀吉(도요토미 히데요시), 徳川家康(도쿠가와 이에야스)이다. 열살 내의 나이 차이를 가진 이들은 차례차례 센고쿠 시대의 주역이 되었다. 무로마치 막부의 숨통을 끊고 전국통일 직전까지 갔던 오다 노부나가, 일단은 전국통일에 성공했지만 결국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자리를 내주고만 도요토미 히데요시. 이들의 이야기는 수없이 많은 이야기로 재탄생되고 있다.
에도시대 서민의 노래인 戦国三傑の天下獲り(센고쿠 세 호걸의 천하 사냥)이란 노래 중에 이런 노랫말이 등장한다. 信長がつき秀吉がこねた天下もち、すわったまま食うのは家康 (노부나가가 찧고 히데요시가 반죽한 천하떡, 앉아서 먹는 건 이에야스). 단 한 줄의 노랫말이 이 세사람의 관계를 모두 보여준다.
또한 두견새(ほととぎす) 이야기는 이들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건 바로 다음과 같다.
노부나가 : 鳴かなければ殺してしまえ(울지 않으면 죽여 버리고)
히데요시 : 鳴かなければ鳴かせて見せよ(울지 않으면 울게 만들고)
이에야스 : 鳴かなければ鳴くまで待とう(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린다)
결국 때를 기다릴 줄 알던 이에야스가 전국을 통일하고 에도막부 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어쨌거나, 일단 센고쿠 시대하면, 이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으니 잘난 척을 좀.. (쿨럭) 이 작품에서는 아직 이에야스는 안나온다. (나중에 나올 것으로 생각됨) 주요 등장인물로 오다 노부나가, 하시바 히데요시(훗날의 도요토미 히데요시), 센노 소에키(훗날의 센노 리큐)가 있으며, 진짜 주인공은 바로 효게모노인 후루타 사스케이다. 사스케는 오다 노부나가를 주군으로 섬기고 있는 무사로 입신양명을 꿈꾸지만 다도와 물욕에 정신줄을 놓고 살기도 한다. 그런 사스케의 이야기가 센고쿠 시대 이야기와 절묘하게 맞물려 커다란 재미를 전해준다.
특히 이런 사스케의 성격을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장면으로는 이런 걸 꼽을 수 있다. 마츠나가가 소유했던 히라구모가 산산조각이 나자 그 파편을 모아서 붙인 후 자신의 차솥위에 걸쳐놓고 좋아서 데굴데굴 구르는 장면과 아내와 사랑을 나누면서도 시노 찻잔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장면은 다도와 물욕에 정신줄 놓은 사스케의 모습을 보여 주지만, 아라키의 편에선 처남 나카가와를 설득하기 위해 아내의 목에 칼을 들이대는 사스케의 모습은 절대적인 무사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역시 사스케의 매력은 무사로서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다도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이라든가, 풍격있는 물건에 혹해서 정신줄 놓는 모습이 아닐까. (이런 장면에선 거의 빵빵 터지고만다, 시대물이라고 해서 무거운 내용으로 가득한 건 아니란 말씀)
또한 센노 소에키가 등장하는 장면도 무척 흥미로웠다. 일전에 읽었던 야마모토 겐이치의『리큐에게 물어라』를 떠올리기도 했는데, 그때 내가 생각한 리큐는 허연 머리에 허연 수염을 가진 깡마른 체구의 노인(상상일뿐)이었지만, 이 작품에 등장하는 리큐는 씨름선수처럼 거대한 덩치에 약간은 무서운 인상이었달까. 하여튼 그런 리큐(센노 소에키)와 마주 앉은 사스케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오다 노부나가는 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아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일본에서는 오다 노부나가를 영웅시하는 사람도 많다고 알고 있다. 사실 그런 혼란스러운 시대를 평정하고자 한 인물이었으니 멋져 보일수도 있겠지. 책 내용으로 봐도 장대한 세계관을 가진 인물이었으니, 일본인들이 반할 만도 하겠소.
군웅할거, 하극상의 시대였던 센고쿠 시대. 그중에서도 오다 노부나가의 권세가 기울어져가고, 하시바 히데요시(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그 자리를 노리던 그즈음의 이야기에 살던 속없는 놈, 웃기는 놈 후루타 사스케의 이야기는 흥미진진 그자체이다. 난세라고 해서 사람들 머리에 늘 전쟁에 관한 생각만으로 가득한 것은 아니다. 후루타 사스케같은 사람이 없으란 법 역시 없지 않은가. 역사적 사실에 픽션이 더해져 더욱 흥미로운 작품, 효게모노. 다음권도 기대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