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이웃 - 뉴 루비코믹스 1080
나나미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나나미라.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인데, 그림체는 익숙하다. 도대체 누구지 하고 궁금했는데, 역시나 내가 아는 작가였다. 일본이름으로는 나나미, 우리나라 이름으로는 심혜진. <그녀석과 나>, <거짓말>, <BOY MEET GIRL>, <안녕하세요? 세바스찬입니다>의 작가인 심혜진이 바로 나나미였다. 호오, 언제 일본에 진출한거지, 라는 궁금증도 생겨나긴 했지만 그보다 일본어로 만화를 펴냈다는 사실이 더 흥미롭다. 우리나라에서 이 작품을 발표하지 않고 굳이 일본에서 발표한 이유는 말안해도 잘 알 것 같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경우 BL시장이 좁기도 하거니와 표현의 제약 등이 많아서 그럴테지. 어쨌거나 무척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이웃이라면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지 - 엔도 X 오쿠무라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엔도는 이웃집 여자와 바람을 피다가 그녀의 남편 오쿠무라에게 딱 걸리고 만다. 얼마후 오쿠무라가 이혼했단 걸 알게 된 엔도는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사죄를 하러 갔던 엔도는 그일로 인해 발목을 딱 잡히고 마는 처지에 내몰리게 된다. 토끼굴인줄 알고 들어갔는데 호랑이굴이었달까. 허허참.

엔도와 오쿠무라의 이야기는 귀여운 반전들이 많이 숨어 있다. 특히 오쿠무라란 남자, 이 남자는 보면 볼수록 새롭달까. 유순한 이미지와는 달리 과거 밤나비라 불렸던 전적이 있던 남자라서 그런지 풀풀 넘치는 색기는 기본이고, 엔도를 쥐락펴락하는 데에 혀를 내두르겠더이다. 그래도 이정도 급이니까 용서가 된달까. 게다가 의외로 능력도 출중하다. 이러니 엔도는 오쿠무라에게 매번 속는 기분이 들면서도 오쿠무라에게 점점 빠져드는 것인지도 모르지. 뭐, 아무 상관없는 나도 오쿠무라가 숨겨둔 비장의 무기들에 그냥 속아 주고 싶었으니까. 즉, 이런 이웃이라면 쬐끔 위험해도 만날 가치가 있는지도. (笑)

요런 통통 튀는 전개가 재미있기도 한 반면, 오쿠무라의 옛애인의 말만 듣고 오쿠무라를 의심하는 엔도의 태도는 좀 눈에 거슬렸다. 어느새 1년이나 사귀어 왔으면서 그렇게 쉽게 의심을 하냐? 쯧쯧쯧. 뭐 어떻게 생각해 보면 이런 전개는 두 사람의 갈등 요소를 만들고 그 갈등이 해결되어 가면서 그들의 사랑을 더욱 공고히 만들어주는 장치이긴 하지만 좀 식상했다오.

솔직하게 말해봐, 사랑한다고 - 리츠 X 히데오

고교생인 리츠는 나이를 속이고 거리에서 밤거리 상대를 찾다 히데오란 남자를 만난다. 히데오는 리츠를 꽤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이지만 리츠는 어차피 한 번 뿐의 만남으로 여길 뿐이다. 사실 리츠에게는 좋아하는 상대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그 상대는 학교 친구인 마사시. 그러나 리츠는 마사시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숨길 수 밖에 없었다. 우정이란 이름으로라도 그의 곁에 있고 싶어서였겠지.

그러던 어느날 리츠는 자신의 몸에 이상한 변화가 생긴 걸 알게 된다. 겁을 덜컥 집어 먹은 리츠는 눈에 보이는 병원으로 뛰어 들어가 진료를 받게 되는데... 알고 보니 그 병원은 산부인과였고 (푸핫) 게다가 그 병원의 닥터가 히데오였던 것이다. 이거 참 신기한 인연이로고...

이렇게 웃기지도 않은 상황에서 재회한 리츠와 히데오. 히데오는 리츠에게 열렬히 구애하지만 리츠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마사시가 가득하다. 때론 변태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따스한 남자인 히데오는 리츠가 가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리츠는 여전히 마음이 딴데 가있다. 리츠야, 네가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히데오 정도 되는 남자를 만나기란 참 어렵거든. 그것도 모르고, 리츠는 정말. 바보.

좋아한다고 해도, 널 지켜준다고 해도 그저 상투적인 말일 거라 치부해 버리는 리츠를 보니 참 답답하더이다. 근데 그런 리츠가 아예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사랑받기를 원하면서도 막상 그렇게 되는 것이 두려워하는 게 역력하기 때문이다. 아니 사랑하다 상처받을까 두려워한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런 두려움이 가득하면 상대의 마음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상대를 자꾸만 밀어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리츠처럼.

상처입을 것이 두려워 자신의 마음을 꼭꼭 숨기고 상대를 밀어내는 것과 상처받는 것이 물론 두렵긴 하지만 솔직하게 상대를 대하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더 낫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실제로 행동은 그렇게 나오지 않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사랑에 있어 첫번째로 필요한 것은 솔직함이라 생각한다. 물론 어느 정도의 내숭이나 밀당도 필요하지만 우선은 솔직함이다. 나도 이렇게 말로 하기는 쉽지 실제로 행동으로는 힘들어 하는 게 바로 이런 거다. 그러나 솔직하지 못하면 오해가 생기게 되고 그 오해가 쌓이면 상황은 어디로 흘러가게 될지도 모른다. 바로 그게 사랑이란 거다. 아직 리츠가 어려 자신의 마음에 완전히 솔직해지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좀더 지나면 그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되겠지. 히데오의 곁에서.

우연한 만남에서 비롯된 인연에 관한 이야기

이 단행본에 실린 두 작품 모두 우연한 아니, 범상치 않은 만남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특히 불륜녀의 남편과 이어지게 되는 건 정말이지 현실에서는 거의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이겠지만, 만화의 설정으론 꽤 재미있달까. 게다가 엔도의 실수가 어떻게 보면 오쿠무라를 해방시켜준 계기가 되기도 했고. 리츠와 히데오의 경우 급만남에서 비롯된 인연이 아주 좋은 인연으로 이어진 경우인데, 이들의 경우 첫만남보다 재회가 더 임팩트 있었달까. 어쨌거나 이런 범상치 않은 만남도 인연의 시작이겠지. 어떻게 보면, 엔도와 리츠의 복일지도. (笑) 잘 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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