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루덴스 - 놀이하는 인간
요한 하위징아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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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라는 제목이 주는  인간이란 총칭을 뜻하는 '호모 사피엔스'(합리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라든가 '호모 파베르(물건을 만들어내는 인간)과는 다르게 접근하기 쉬울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인간과 떨어질 수 없는 놀이에 대한 정의를  언어,역사, 문화, 철학, 예술, 정치면에서 다루고 있는 인문학을 총망라한 분석을 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에 일단 놀라게 되면서 놀이의 진지함을 엿보게 된다.
  
  네덜란드 태생의 저자 요한 하위징아는 일찌기 의례, 축제와 같은 놀이연구에 빠지게 되면서 인간이 이루어낸 문화이전에  인간과 동물에게 동시에 적용되면서 동시에 생각하기과 만들어내기처럼 중요한 제3의 기능을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를 인류 지칭 용어의 리스트에 등재시키고자 함을 서두에 밝히고 있다.

  자신의 주장에 걸맞는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하는 데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언어의 유래부터 각국의 놀이를 정의한다. 흔히 놀이라 함은 가벼움, 재미정도에 생각하게 되지만 아이들의 자발적인 놀이 행태를 보게 되면 진 그순간 자신들의 행동에 집중한 나머지 진지하기까지 하다. 저자는 결국 놀이가 필수품이고, 문화에 봉사하고,궁극적으로 문화가 되어버린다고 말한다.

  놀이는 문화적 현상이다.

  가장 두드러진 놀이의 특징가운데 단연코 (1) 경쟁의 '재현'(imagination)이고 (2)어떤 것을 잘 재현하기 위한 경쟁이라고 말한다. 원시부족의 의례에서 자연을 재현하고 사물의 신성한 질서 속으로 들어간다는 느낌, 바로 그것이 놀이에서  그후 놀이가 신성한 행위라는 의미는 그 후에 서서히 놀이하기에 스며들어 의례와 놀이가 결합해 무엇보다도 먼저 놀이가 있었고 의례는 그다음에 왔다고 주장한다.  놀이의 언어적 개념에서 그리스 어 "아곤"(경기)을 시작으로 산스크리트어, 중국어 ,일본어 라틴어, 게르만어, 영어에 이르기까지 세계각국의 놀이의 단어에서 발견되는 특징적인 면을 일일이 다루고 있다.

   인상적인 것은 놀이가 전쟁과 비교하면서 중세 기사도정신을 비롯하여 국제법이 나왔음을 거론하는 저자의 특유의 치밀한 논리의 전개는 흥미롭다. 또 저자가 이 책을 쓴 시점에 히틀러의 나치즘의 발상을 비판하는 주장은 안타까움과 더불어 비교적 순화한 어투의 비판이 느낄 수 있다.

   이밖에도 놀이와 철학, 놀이와 시, 놀이가 예술로 변화된 형태의 모습들은 익히 들어본 적없는 생소한 주장들이 인문학이 가진 인간을 위한 문화요소에 구석구석 작용한 놀이의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첫장부터 어렵다라는 생각과 이도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딱딱함은 후반으로 갈수록 번역자의 설명과 더불어  부드럽게 이어지기에 어느새 익숙하게 되는 걸 알게 되는 책이다. 다음으로 그의 또다른 저작<중세의 가을>을 읽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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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
마쓰오카 세이고 지음, 김경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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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는 패션이다."   " 음식에 식욕이 있다면 독서에는 식독이 있다." 시작부터 책은 무조건 이렇게 읽어야 한다고 그래서 지금껏 내가 읽어온 독서는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질책할 줄 알았다. < 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의 저자 마쓰오카 세이고와의 첫 만남이자 첫장 차례부터 괜히 겁먹고 책을 읽는 행위자체에 조금은 부담을 느꼈던 사람에게 부드럽게 느껴지게 해준다.

   사람들이 내가 책을 읽는다고 했을때 반응은 두 가지이다. 일단 잘난척하고 있군과 시간이 남아돌아서 그렇군한다. 아무래도  내 말투에서 생긴것과 다르게 아는 척을 했을테고 시간이 없다고 바쁜 척을 했던 모양일테지. 한편으로는 내 맘속에서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는다. 뭐 달라질 것도 없는데 이제 그만하지라고.. 그러면서 뭔가 읽고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책을 밥먹는 것처럼 일상이 되어 있었다.

    어떻게 책을 읽어야 제대로 읽는 것인가

  독서의 신 마쓰오카는 독서는 매일 갈아입는 옷과 같아서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적인 한 행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책은 반드시 두 번 읽길 권한다.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입었던 옷, 장소, 그날 있었던 일, 느낌이 그 순간이 지나 다른 공간에서 다른 느낌으로 읽을 때와 전혀 다르게 읽히기 때문에  재독再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책을 접하는 것은 음식에 식욕처럼 식독食督이라서 마트에 시식코너에서 음식을 맛보듯 '식독의 다양성'에 조금씩 충실히 따라가 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처음 책과 만남에서부터 그동안 난독과 계독등 다양한 방법의  마쓰오카식 독서편력기를 읽다보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진 자신만의  책과의 인연이 생각나게 되고 또 공감하게 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저자의 독서법중에 매핑독서법은 가히 독서의 신이라 불리울 만하다고 느낄만큼 입이 벌어지게 된다. 이밖에서 책을 세권씩 묶어서 꼽는 '세권의 나열' 등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결국 저자의 독서법을 따라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자신의 취향에 맞는 독서법을 찾는 것이라고 말한다. 취향의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면 더욱 다양한 독서를 즐길 수 있다고 말이다.

   책을 진정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 나머지  오늘 내가 만나는 책과의 만남 이유가 더욱 분명해졌다. 책을 읽을 수 밖에 없는 바로 그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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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 위 토크 Shall We Talk - 대립과 갈등에 빠진 한국사회를 향한 고언
인터뷰 지승호& 김미화.김어준.김영희.김혜남.우석훈.장하준.조한혜정.진중권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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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전차남>을 보면 컴퓨터와 게임에는 능숙하지만 실제로 인간관계는 순진하다는 표현을  듣는 주인공이 우연히 전철안에서 치한으로 부터 한 여인을 도와주게 된다. 하지만 그녀가 보낸 선물에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몰라 답답한 마음을 자신의 인터넷 공간의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들은  전차남의 행동하나 하나에 관심을 보이고 이래라 저래라 하지만  그들도 역시 가상공간에서만큼 현실에서는 그와 별반 다르게 보이지 않는다. 세상이 빠르게 변한건 좋은 일이지만 그 변하는 속도만큼 인간대 인간의 소통에 있어서는 갈수록 뒤쳐지는 모습을 보여준 영화다. 

  通하셨습니까?

  떠뜨는 사람은 많은데 들어주는 사람은 전반적으로다 없는 세상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척하지만 그냥 흘려듣고 마는 그야말로 소통의 부재가 일반적이 되어버렸다.

  묻고 대답하는 인터뷰집으로 만난 <쉘위 토크>(2010.2. 시대의 창)의 인터뷰어인 지승호씨는 <희망을 심다>란 박원순씨와의 대담을 담은 책에 이어 두번째다.  무섭게 내지 날카롭게 허를 찌를 듯 하는 질문들이 아니라 그냥 술술 이어어지는 대화를 유도하는 전문적인 인터뷰 질문들이 인상적이었기에 사실 인터뷰어의 이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여기에 나오는 모든 대담자들은  유명하고 또 현재 사회에 주목을 받는 이들이기에 말하는 데 있어 조심스러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김어준 총수는 예외) 워낙 요즘처럼 실시간 방송의 반응이 솔직히 즉각적이기에..

  이제는  영향력에 있어서 중심인 방송에 관한 김미화씨나 김영희 피디의 대화에서부터 신자유주의에 대한 우리나라가 처한 문제에 대한  우석훈교수와 장하준교수의 이야기, 그리고 여성,교육현실을 밑바닥까지 보여주듯 설명해준 조한혜정교수, 서른 심리학에게 묻다의 정신과읫사 김혜남, 이시대 대표적인 스타지식인이라 불리는 진중권교수, 그리고 이름자체가 명물인 김어준스럽다의 딴지일보의 김어준총수까지 어느 한사람 빠지지 않고 사회 전반의 관한 이야기가 한권에서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동시대에 살고 있지만 남보다 먼저 눈을 들어 우리의 문제에 핵심을 꿰뚫어보는 진보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하는 공통적인 시각은 우리가 한쪽으로 몰아가는 데 대한 우려를 나타냄과 동시에 다양성을 인정해야 함을 강조한다.

  우리는 그동안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정치문제라든가 교육에 있어서도 스스로 문제를 자각하기도 전에 그저 따라올테면 와봐하는 식으로 일방적인 끌림에 끌려다는 것 자체도 모르고 살아 왔기에 우리가 처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P 176

  우리나라는 1등부터 꼴등까지 줄을 세우잖아요. 내가 그 줄의 어디에 들어가는지를 파악하기 때문에 힘들죠. 그런 사회적인 분위기를 고쳐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다양성을 인정하고, 실패한 사람들도 껴안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서로를 믿지 못한다는 것만큼  대화가 안된다는 것은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나자신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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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나날 민음사 모던 클래식 12
플뢰르 이애기 지음, 김은정 옮김 / 민음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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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를 다닐때 유행처럼 번진 일이 있다. 한학년 언니들 중에 꼭 연예인을 좋아하는 것 이상으로 팬클럽처럼 이름을 외우고 막상 그 앞에선 한마디도 하지 못하면서 서로 누가 제일 멋있다거나 오늘 어디서 뭐하는 것을 봤다는 등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곤 하던 일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없는 일이지만, 꼭 한명쯤은 있는 것이 당연시 여겼기에 나도 동참하려 했으나 같은 교복을 입고 일년 후 나도 그녀들처럼 산꼭대기에 있는 학교를 다니면 그네들과 비슷한 무를 연상하는 다리모양를 하겠다는 염려와 남고가 근처에 없는 우리학교안에서 벌어지는 이런 일들이 한편으로 안쓰럽기까지 느껴졌다.

 

 제목에서부터 반어적인 의미가 가득 담긴 <아름다운 나날>(2010.2 민음사)를 읽기 시작하면서 문득 온통 여자들만 있었던 여고시절 겪었던 일들이 하나둘 새록새록 떠오른다.

 

 어린 나이라고 할 수 있는 여덟살부터 열입곱살까지 수도원에 있는 여자기숙학교를 다닌 나는 어느날 새로 전학온 한살 위의 프리데리크를 만나게 되고, 유일한 감옥같은 이 생활을 유일하게 벗어나는 일은 아침 산책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나열하기 보다 관찰자로서 룸메이트인 마리온이나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학생들의 특징들을 딱딱한 연필로 꾹꾹 눌러 쓴 일기처럼 느껴진다.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면서 겉으로 드러내려 하지 않은 자신의 생각들을 표현한 작가의 새로운 느낌의 문장들이 매력적이다.

 

 처음 시작부터 죽음에 대한 언급과 결국 아버지의 죽음으로 학교를 떠나야했던 유일한 친구인 프리데리크를 그리워하면서 새로 전학온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진 친구이지만 미셀린을 만난 나는 묘한 끌림을 느낀다.

 

 시간이 흘러 모두 기숙학교를 떠나게 되고, 다시 못만날 것같았던 프리데리크는 미셀린의 생일파티에서 조우하게 되고 그토록 그리워하던 모범생의 모습은 없고 상상조차 못했던 변한 모습에 놀라게 된다.

 

  이어지는  <프롤레테르카 호> 역시 아버지와 여행을 위해 떠난 한 소녀가 배안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늘 주변인 처럼 맴돌기만 했던 아버지, 그리고 그의 죽음을 덤덤하게 표현하고 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시간들을 기억해 내는 서랍을 저마다 가지고 있다면 환하고 멋진 날들도 있겠지만 하나 하나 빠뜨리지 않고 기억해낸 서랍을 연 저자의 서랍을 보니 모두 드러내고 아픈 기억은 모두 지우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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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 스물여섯의 사람, 사물 그리고 풍경에 대한 인터뷰
최윤필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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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등만 취급해주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것은 병풍처럼 뒤에 서서 들러리라도 하면 감지덕지라고 남에게 안방을 내주고 객처럼 살고 있다는 표현처럼 요즘 저마다 사는 모습은 한마디로 각박하다.

   금융위기로 고도성장에만 이목이 집중되어 , 그럴수록 한쪽으로 치우쳤던 시선들은 점점 위로 위로만 했던 것이  옆으로  또는 아래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전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단순히 그렇더라도, 아니  잊고 있어서  한편으로는 미안하다는 것이 아닌 이제야 다양한 삶에 관심이 갔다 정도에 그치며 다양성에 인정은 아직 먼 느낌이 든다.

    <어느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2010.2 글항아리)의 하얀 표지에 빨간 창문이 있는 책표지가 말해주 듯 창문안을 들여다 보게 되는 책이다. 제목이 주는 의미는 여러가지로 생각하게 만들지만 열어보니 자신의 삶에 긍지를 갖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26가지 사연의 주인공들의 현재 삶을 얘기한다고 그들이 왜 그런 일에 하게 되었는지 시작을 얘기하고 또 자신의 처지에 대해 대화를 나눈 인터뷰집으로  세상은 넓고 그들이 하는 일에 하나 하나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현재 내 삶을 생각하게 만든다.

   뜻하지 않게 직장을 그만두고 이천원으로 지난날을 회상하게 하는 노인분들의 작은 기쁨을 선사하는 30대 여사장님, 박태환이란 이름 뒤에 훈련파트너로 기억되는 수영국가대표선수 배준모, 우리나라 산악계의 넘버3인 한왕용씨, 본업인 연극배우지만 생계를 위해 택배기사로 일하고 있는 연극인 임학순, 신내림을 받고 무당으로 살면서 혹시 사돈식구들이 볼까 뒷모습을 사진을 찍은 천하대신 할머니,시간강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조심스럽게 얘기해주기까지 인터뷰에 응해준 용기있는 사람들이다.

   인터넷 메일과 휴대폰의 등장으로 이제는 본 지 꽤 된 우표, 우표를 제작하는 사람들의 우표에 담긴 이야기와, 듣는 것자체가 가사에서 풍기는 애절했던 노찾사의 노래 <광야에서>를 만든 문대현씨와의 인터뷰는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했다.

   직업혁명가라는 생소했던 노프롤레타리아 이일재씨의 이야기는 그런 아버지 때문에  아홉살에 남에 집에 맡겨지고 취직에도 어려웠다는 아드님의 마지막 멘트가 아버지의 삶을 백퍼센트 공감하지 않지만 그 삶의 가치는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말 속에 모두 담겨져 있었다.

   색깔이 화려한 칼라사진이 흔해져서인지  오히려 흑백사진이 정감있게 느껴진다. 사진 속에 주인공들의 모습이나 그들과 나눈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는 저자의 다정하면서도 담백한 문장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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