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가 일각돌고래라면 -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편견에 대하여
저스틴 그레그 지음, 김아림 옮김 / 타인의사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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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종족의 지능 덕분에 세상은 더 나은 곳이 되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해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어요. 지금 이 시점에서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지능은 지금껏 존재했던 것 중에서 가장 어리석은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겸손해질 것을 촉구하는 책이 나왔어요. 이 책은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편견과 착각을 과학적인 근거와 논리로 낱낱이 깨뜨리고 있어요. 인간의 지적 우월감에서 비롯된 온갖 만행들을 고발하고 있어요.

《니체가 일각돌고래라면》은 동물행동학자 저스틴 그레그의 책이에요.

저자는 돌고래류의 사회 인지를 중신으로 한 동물의 의사소통 및 행동과 인지, 언어의 진화와 그 배경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2004년부터 과학적 연구를 통한 돌고래 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단체 돌고래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에 합류해 지속적으로 활동 중이라고 하네요. 또한 '돌고래 팟'이라는 돌고래 과학 팟캐스트를 운영 중이라고 해요.

왜 니체를 소환했을까요. 그 이유는 실존주의 철학자인 니체가 인간은 고통의 의미를 찾는 존재인 반면에 동물들은 멍청해서 자신의 존재를 사고하지 못하고 불안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을 부러워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자는 니체가 그토록 불쌍히 여기고 부러워했던 동물이 된다면, 즉 일각돌고래였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해본 거예요. 일각돌고래 narwhal 는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해양 포유류 중 하나인데, 일각돌고래가 된 니체는 실존적인 위기를 경험하는 부조리적인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까요.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고 경험하는 방식과 다른 모든 동물들의 방식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데 그걸 우리는 지능이라고 여긴 거예요. 이 책에서는 지능을 둘러싼 문제와 그것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나쁜 것인지를 다루고 있어요. 여기에서는 그동안 그토록 똑똑한 척 굴었던 인간의 지적 우월함이 환상이고 착각이라는 걸 조목조목 짚어내고 있어요. 인간의 치명적인 단점은 진화적으로 거짓말쟁이로 설계되었고, 기묘하게도 잘 속이고 또 잘 속는, 거짓말에 취약한 거짓말쟁이라는 거예요. 자연선택은 이미 동물에게서 헛소리를 최소화하는 의사소통 체계를 만들어 냈는데 우리 종족만 예외라서 자기 파괴적인 문제들을 일으켜 왔어요. 우리 종의 역사를 보면 타인의 범주에 속하는 수십억 명의 동료 인류에게 고통과 괴로움, 죽음을 초래하는 폭력 행위를 도덕적으로 정당화해 왔어요. 반면에 동물들은 우리보다 덜 세련된 규범 체계를 가졌지만 훌륭한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그러니 우리가 '지능적'이라고 부르는 그 능력이 인간의 전유물이라고 우길 수 있을까요. 저자는 동물들도 우리가 탐구할 만한 감각질로 가득 찬 마음과 인지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진화가 관심을 갖는 건 행복하고 건강한 동물이 최고의 새끼를 낳는 것이고, 진화가 사랑에 가치를 두는 건 우리가 사랑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과학자의 결론이 사랑이라니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인간의 그 잘난 지능이 해왔던 일들을 생각한다면 역시 사랑이 해답인 것 같아요. 공존을 위한 협력도 사랑에 포함시킨다면 말이죠. 니체는 "사랑을 위해 행해지는 모든 것들은 항상 선과 악을 넘어서 일어난다." (324p)고 말했어요. 저스트 그레그는 인간이 아닌 다른 종들이 우리에게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면 생존이라는 문제에 대한 우아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고, 우리에게 자신이 발견한 단순하고도 아름다운 마음들을 보여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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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 : 옥구슬 민나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3
김여름 외 지음, 김다솔 해설 / 열림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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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 : 옥구슬 민나》는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세 번째 책이에요.

이번 책에는 모두 여섯 명의 작가님이 들려주는 여섯 편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단편 소설집을 읽다 보면 불쑥 투명인간이 되어 세상 곳곳을 구경하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근데 김유경 작가님의 <공중산책>을 읽으면서 '투명한 걸음'으로 산책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나는 그의 속눈썹에 매달린 빗방울을 본다. 이 세계의 모든 것은 존재의 증명." (28p)이라는 문장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빗방울과 주인공 '나',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또 다른 '나'의 상황을 표현한 것 같아서 피식 웃음이 났어요. 왠지 귀신이 있을 것 같지만 한 번도 귀신을 본 적 없어서, 귀신 이야기를 즐겨 보는 사람으로서 이 소설 속 귀신의 설정이 나름 괜찮아 보였어요. 살아있는 사람들 틈에서 유유히 오가는 귀신들, 삶과 죽음의 공존이 나른하고도 평화로워 보여서 안심이 됐어요. 문득 사람들에게 해코지하는 귀신들은 뭘까, 어쩌다가 그런 귀신이 존재하게 됐을까라는 의문이 들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상상이 우리에게 더 많은 가능성을 줬으니 그럼 된 거라고 마무리했네요. 라유경 작가님의 <블러링>에서는 갑자기 사람이 녹는 현상이 한국에만 발생하여 주인공과 가장 친했던 언니가 눈앞에서 녹아버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주인공은 마침 비어있던 텀블러에 언니를 담아서 보관하고 있어요. 액체로 변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혼자 산다는 점, 친족과는 사별하거나 연락이 끊긴 무연고라는 점 때문에 녹는 현상이 외로움의 농도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소설에서는 정확한 원인을 설명해주지 않아요. 하지만 사진을 블러링하는 작업을 하는 주인공과 액체로 변한 언니의 상황이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있어요. 매년 고독사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걸 보면 우리나라도 영국처럼 고독부 장관을 두고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어요.

서고운 작가님의 <정글의 이름은 토베이>에서 정글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 것 같아요. 풍요로운 낙원과 치열한 생존 투쟁을 벌이는 지옥, 주인공 순지에게는 어떤 정글이 펼쳐질까요. 삶은 늘 낙원과 지옥을 오가는 일의 연속인 것 같아요. 성혜령 작가님의 <대체 근무>를 읽으면서 주인공 단강처럼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이 많고, 어쩔 수 없이 이상한 일을 겪기도 한다고." (109p)라고 생각했어요. 예소연 작가님의 <통신광장>은 장윤현 감독의 영화 <접속>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라서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색다른 접근, 상상의 나래를 펴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현호정 작가님의 <옥구슬 민니>는 자이나불교 선사 지나세나의 저서 『마하푸라나』 에서 "우주를 만드는 것이 그에게 무슨 득이 되는가?"라는 문장이 화두가 되어 민나의 탄생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작가 노트에서 "거꾸로 흐르는 원천강본풀이. 슬프니까 배웅은 하지 않았지만 잘 가라는 인사는 하면서 보냈다." (165p)라고 언급했는데 신의 존재 의미와 우주의 순리를 역행한 작가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어요. 작은 옥구슬 민니를 통해, "우리는 날개나 바람 없이도 순식간에 민나에게 가게 될 것이다." (161p)라고 말해주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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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의 생각법 - 생각의 지름길을 찾아내는 기술
마커스 드 사토이 지음 / 북라이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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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사람이라면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에 주목하길 바란다.

나는 인간의 게으름이 기계의 무자비한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 신이 내린 구원의 은총이라고 생각한다.

게으름은 일을 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데 있어 매우 핵심적인 부분이다. 게으름과 힘든 일을 피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구에서 비롯된 혁신과 진보에는 많은 사례가 있다. 과학적 발견은 열심히 일할 때보다는 종종 느긋하게 쉬는 상태에서 일어난다. 게으름을 피운다고 해서 아무것도 전혀 안 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정말 중요하다. 지름길을 찾는 것은 종종 무척 힘든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 된다. 매우 역설적인 일이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지름길을 찾는 이유는 힘든 일을 피하고 싶기 때문인데 오히려 고민하는 시간이 폭발적으로 늘기 때문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말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가장 어려우면서도 동시에 가장 지적인 일'이다." (25-26p)


《수학자의 생각법》은 영국의 수학자 마커스 드 사토이의 책이에요.

저자는 왜 수학자가 되고 싶었는지, 어린 시절의 일화를 들려주고 있어요. 열두 살 무렵, 수학 선생님은 생각의 지름길에 관한 내용이라면서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라는 아홉 살 소년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얘들아, 이게 바로 수학이란다. 지름길을 찾는 학문이지." (13p) 라고 말했고, 그때 '더 듣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대요. 우리가 가고 싶은 곳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생각의 지름길'이 필요한데, 바로 수학이 생각의 지름길을 찾는 기술을 알려준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요.

이 책은 그동안 수학자들이 발견한 여러 종류의 지름길을 살펴보는, 즉 '지름길의 세계'를 탐험하는 가이드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는 이 한 권의 책으로 수학자들이 수 세기에 걸쳐 발견한 위대한 지름길들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이 책 자체가 '생각의 지름길'로 향하는 지름길인 거예요. 여기에는 모두 열 개의 지름길이 펼쳐지는데, 패턴의 지름길, 계산의 지름길, 언어의 지름길, 기하학의 지름길, 다이어그램의 지름길, 미적분의 지름길, 데이터의 지름길, 확률의 지름길이 있고, 각각의 지름길 끝에는 '쉬어가기' 코너가 있어서 다른 분야에 존재하는 지름길 혹은 지름길의 부재를 만날 수 있어요. 처음 등장하는 패턴의 지름길을 살펴보면서 어릴 때 즐겨하던 게임이 떠올랐어요. 퍼즐, 퀴즈, 다양한 문제를 풀면서 재미있게 놀이를 즐기는 과정이 패턴을 찾는 능력을 키우는 훈련이고 생각의 지름길로 가는 길이었다니 신기했어요. 복잡한 개념을 표현하는 좋은 표기법이나 지루한 계산과정을 줄여주는 수학 공식은 문제 해결에 매우 중요한 지름길이 되었어요. 디지털 세계를 이루는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수학자들은 전체를 다 조사하지 않고도 보물을 찾을 수 있는 영리한 지름길을 발견했는데 그 중 하나는 영국 유전학자이자 통계전문가 프랜시스 골턴 경이 생각해낸 지름길로 많은 수의 평범한 사람의 힘을 빌리는 것, 즉 집단지성의 힘이에요.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한 사람이 울타리를 칠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많은 사람이 붙으면 그 일을 빨리 끝낼 수 있듯이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것은 통찰력을 얻는 훌륭한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 증명됐어요. 또한 불확실성을 수치화하는 확률에 대한 수학적 이론은 경로들을 분석하여 목표를 향한 지름길을 찾는 데 있어 강력한 방법이며, 위험 자체를 제거해주지는 못하지만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미래에 대한 훨씬 더 나은 지도를 갖는다고 볼 수 있어요. 수학이 안내하는 지름길을 따라가다 보니 세상에 수학이 없었다면 어쩔 뻔 했나 싶을 정도로 수학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물론 생각의 지름길이 통하는 않는 영역도 있지만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에 지름길이 있느냐 없느냐를 알아차리는 것 또한 생각의 지름길이기에 더 나은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지름길의 탐험은 계속 될 거예요. 역사적으로 인류의 지혜는 수학이라는 지름길에서 얻은 보물이라는 걸 발견하는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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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형의 인생 수업
이시형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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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형의 인생 수업》은 90년 인생을 살아온 국민 정신과 의사 이시형 박사가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책에서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끌어준 세 친구 이야기, 어려운 고비마다 나타난 돕는 이들에 대한 내용과 의사로서 걸어온 길에 대해 들려주고 있어요. 어떤 삶을 살아왔고, 그 지나온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담담한 인생 이야기가 주는 감동뿐 아니라 인생 수업 9교시에서 고통, 존재, 타인, 친구, 부모, 자녀, 부부, 고독, 행복으로 나누어 깊이 있는 조언을 해주고 있어서 정말 값진 인생 수업을 받은 것 같아요. 심리상담가이자 문화심리학자인 박상미 교수가 이시형 박사님을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인간관계의 중요성과 잘 유지하는 비결에 관한 부분이 크게 와닿았네요. "인간관계는 꼭 필요한 거예요. 서양인들은 혼자서도 잘 지내고, 고독을 잘 견딥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대가족 제도였어요. 온 동네가 한 식구였어요. 제사도 같이 모여 지내고 그랬지요. 지금은 많이 변하긴 했지만 정서는 남아 있어요. 우리는 혼자 있기가 대단히 힘든 민족입니다. 같이 살기 위해서는 '인내'가 가장 중요해요. 참을 수 있어야 합니다. 남은 자기 자신과 같을 수가 없는 거예요. 부부도 결국 남이거든요.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만나 같이 사는데 갈등이 없을 수가 없어요. '조화롭게 살 수 있는 재주'를 터득해야만 같이 살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를 잘하기 위해서는 '모든 인간은 타인이다'라는 생각을 해야 돼요. 이제 우리 사회는 점점 고독 사회로 변해가고 있어요. 그래서 최소한 세 명의 친구는 사귀어 놔야 합니다." (317p) 또한 장수의 비결로는 마음이 평화롭고 욕심 없이 살아야 한다고 했는데 주변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는 분들을 보면 그러한 생활태도가 느껴지더라고요. 무엇보다도 젊은이들이 '실패한 인생'이라는 말을 잘 쓰는데, 실패라는 말은 90세 정도 되거든 그때 하라고, 그전에 겪는 일들은 인생의 한 과정이니 실패라는 말을 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거예요. 역시 90년 인생을 살아본 사람만이 해줄 수 있는 조언이네요. 남은 삶은 남에게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생활을 하고 싶다는 이시형 박사님처럼 저 역시 마지막까지 건강하고 독립적으로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 소망이 있어요. 좋은 죽음을 위해 현재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고, 그러기 위해서 사람과 관계를 소중하게 지키며 후회없이 사랑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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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미용실 - 교제 살인은 반드시 처단되어야 한다
박성신 지음 / 북오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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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뗄 수 없는 복수극이 펼쳐지네요.

잔인하고 소름끼치는 교제살인, 그 비극을 목격한 피해자의 딸 찬서가 주인공이에요. 평생 아물지 않는 상처를 품고 살아간다는 게 무엇인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주인공 찬서와 주변 인물들을 통해 어둡고 축축한 세계를 엿볼 수 있어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건이나 지명, 이름은 모두 가상이지만 이미 벌어졌던 수많은 교제살인 사건들을 연상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나쁜 놈들이 범행을 저지르기에 알맞은 곳, 무산은 딱 그런 동네처럼 느껴져요. 찬서는 25년 전 사건으로 엄마를 잃었고, 그때의 충격으로 고통을 겪고 있지만 오직 복수를 위해 버텨내고 있어요. 다시 찾은 무산에서 로라미용실의 정 원장과의 우연한 만남으로 탐정 일을 하게 된 찬서는 불행에 빠진 여자들을 돕게 되는 이야기예요. 무산의 여자들이 도움을 청할 곳이 로라미용실밖에 없다는 설정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게 우리의 현실인 것 같아요. 아직도 '데이트폭력'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는데, 법적으로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서로 사귀다가 상대를 죽인 사건, 그 죽음은 '교제살인'이라고 부르는 게 맞아요. '데이트'라는 단어 때문에 가려진 심각성을 이제는 드러내고, 살인자를 엄벌에 처해야 해요. 지난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 여성이 138명, 살인미수는 311명이며, 2.7일당 1명의 여성이 아는 남성에게 살해된 것이고 살인미수까지 포함하면 매일 1명 이상의 여성이 살해되거나 살해 협박을 받은 셈이라는 통계가 발표됐는데 언론에 보도된 최소한의 수치라서 실제로는 보도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거라고 하네요. 이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면 국가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데 아무런 변화가 없네요. 소설처럼 로라미용실이 해결해줄 수는 없는 일이죠. 그럼에도 이 소설을 읽으면서 다행스러웠던 건 찬서 개인의 불행과 복수심이 나쁜 쪽이 아니라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점이에요. 거기엔 숨은 조력자의 역할이 컸고, 그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끝까지 몰입할 수 있었던 요소였네요. 결론은 박성신 작가님의 장편소설, 《로라미용실》을 추천한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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