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 장관 오드리 탕, 내일을 위한 디지털을 말하다 - 디지털과 AI가 가져올 소외 없는 세상
오드리 탕 지음, 안선주 옮김 / 프리렉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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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제목에 눈길이 갔어요.

관심이 가는 주제와 낯선 인물의 조합.

책 표지의 인물이 바로 오드리 탕이에요.

대만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디지털 장관)이자 대만 컴퓨터의 10대 거인 중 한 명인 프로그래머라고 하네요.

그는 2016년 10월, 대만 사상 최연소(35세)로 무임소 각료인 정무위원(디지털 담당)에 임명되었고, 이후 부처를 넘나들며 행정 및 정치의 디지털화를 주도했으며, 2019년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 Foreign Policy>에서 '글로벌 사상가 100인'에 선정되었다고 하네요.

신기하게도 이 책은 일본의 출판사에서 오드리 탕에게 집필을 제안하여 출간되었다고 해요. 코로나19 대책에 관한 정보와 디지털 기술에 대한 견해가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문득 일본은 왜 우리나라의 K 방역에 대한 자문을 구하지 않는지 의문이 드네요. 여하튼 디지털 분야의 독보적인 인물이 들려주는 새로운 시대의 지침서라는 면에서 의미 있는 책인 것 같아요.


"이 책에는 여덟 살 때 프로그래밍 독학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약 30년 동안에 걸쳐 디지털 세계에 관여해 온 제 관점에서,

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또 사람은 기술을 어떻게 마주하고 활용해 나가면 되는지를 바라본 나름의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 디지털은 어디까지나 도구에 지나지 않으며 그 성패를 가르는 열쇠는 활용하는 쪽이 가지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디지털은 국경과 권위를 넘어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폭넓게 모을 수 있는 기능이 탁월합니다.

결코 두려워할 존재가 아닙니다."

     - 2020년 11월 길일  오드리 탕   (8-9p)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말이 너무 낯설었어요. 

처음에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공학 등 디지털 기술로 촉발되는 초연결 기반의 지능화 혁명이라는 설명이 뜬구름 같기도 하고,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렸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 일상 속에 디지털 기술들이 스며들었고 미래의 모습이라고 상상했던 일들이 현실화되고 있어서 놀라웠어요. 특히 인공지능에 대한 전망은 기대 만큼이나 우려의 목소리도 큰 편이라서 막연한 두려움이 깔려 있었던 것 같아요.

오드리 탕은 이 책에서 크게 다섯 가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AI 로 여는 새로운 세상, 공익의 실현이라는 목표, 디지털 민주주의, 소셜 이노베이션, 디지털 시대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래밍 사고까지 AI 를 효율적인 도구로써 어떻게 활용해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요. 사실 그러한 내용들도 유익했지만 더 관심이 간 부분은 오드리 탕의 개인사였어요. 자유로운 가정 환경에서 편견 없이 자란 덕분에 자신의 성정체성을 스스로 찾았고, 스물네 살에는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처음 밝혔다고 해요. 스물다섯 살에 이름을 바꿀 때도 부모님은 그 선택을 지지해 주었고 영어 이름은 오드리 탕으로 정했다고 해요. 마이너리티(Minority , 소수자)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시점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 무엇보다도 마이너리티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그의 공헌을 사회가 인정했다는 점이 굉장히 멋졌어요. 

그는 자신을 "권력에 얽매이지 않는 보수적 아나키스트" (31p)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이는 정부의 존재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낡아빠진 권위주의와 강압적인 명령, 고압적 태도를 거부한다는 의미라고 해요. 디지털 정무위원 자리를 수락한 것도 공익 달성이라는 목표에 부합했기 때문이라는 것도 훌륭해요. 실제로 정무위원으로서 디지털을 이용하여 정부와 국민이 쌍방향으로 논의할 수 있는 디지털 민주주의의 근간을 마련했으며,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다'는 인클루전과 관용의 정신으로 이노베이션했다는 점이 놀라워요. 그에 비해 우리 국회에서는 차별금지법 발의를 놓고도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이 있어요.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는 사람들이 국가의 일을 하고 있다니 너무 한심한 것 같아요. 저자는 디지털화 성공의 열쇠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쥐고 있다면서 청년층이 정치에 참여하기 수월한 환경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우리 사회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디지털 혁신을 위한 길을 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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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웨이크닝 - 기술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커뮤니티매핑 이야기
임완수.한기호 지음 / 북바이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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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웨이크닝>은 기술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커뮤니티매핑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우선 '커뮤니티매핑'이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면서 놀라운 신세계를 만난 느낌이었어요.

분명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인데, '커뮤니티매핑'을 통해 바라보니 그동안 보이지 않던 세상이 새롭게 보였어요.

'커뮤니티매핑'은 디지털 세상 속에서 아웃사이더로 머물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있어요.

과연 커뮤니티매핑이란 무엇일까요.

이 책은 위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어요.

바로 커뮤니티매핑을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임완수 박사님을 인터뷰한 대담집이거든요.


임완수 박사님을 소개하자면, 한국 커뮤니티매핑 센터의 대표이면서 미국 메해리 의과대학교의 부교수이자 커뮤니티매핑인스티튜트 소장님이에요.

현재 미국에서 위치 기반의 빅데이터와 집단지성, 시민과학과 시민 참여를 이용한 환경보건 평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범죄 안전, 노인 복지, 장애인, 청년 실업, 초중고 교육 등의 사회 문제를 커뮤니티매핑으로 개선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해요. 현재 미국에 거주하며 한국 커뮤니티매핑 센터의 운영을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한국에 방문하는데, 올해 3월과 4월에 인터뷰어인 한기호 소장과 만나 이 책이 완성되었다고 하네요.


한기호  '커뮤니티매핑' 하면 '지역사회를 지도화하다' 또는 '공동체 지도 만들기'라고 직역하게 됩니다.

이름만으로도 공공성이 느껴지고 의미 있게 들리는데요, 정확히 커뮤니티매핑이란 무엇을 뜻하나요?


임완수  커뮤니티매핑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기술을 이용해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사실을 일깨워주고(awakening), 서로 소통하게 하면서 간과했던 주변 문제를 다시 보게 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우리 지역과 사회 전체를 바꾸고, 인류의 역사를 어느 정도 갱생하고 보완하지 않을까 하며 시도하고 진행되는 것이 커뮤니티매핑(이하 커맵)이에요. 여기에서 말하는 새로운 방법이란 다양한 사람이 낸 아이디어 중 하나를 가리킵니다. 커맵은 기본적으로 시민들의 참여, 즉 집단지성으로 이루어지는 시민과학의 한 형태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 커맵을 한국에서는 리빙맵(Living Lab)이라는 용어로 설명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 시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살아 있는 연구실로 이해하고, 이들의 자발적 참여로 모두에게 이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동시에 완성도를 높여가고, 이를 통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33-35p)


처음에는 커뮤니티매핑에 관한 설명으로 시작되고 있는데, 점차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임완수 박사님의 인생이 보였어요.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삶의 가치가 커뮤니티매핑을 통해서 한 개인에게 머물지 않고 사람과 사람으로 이어지고, 지역사회로 확장되어 가는 과정이 놀랍고도 신기했어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이미 커맵을 통해 재난 상황을 극복하고 있었더라고요. 재난 시에는 정부 기관뿐만이 아니라 시민단체, 민간기업 그리고 시민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알고 있어요. 그 유용한 도구가 커맵이라는 용어였음을 몰랐을 뿐이에요. 

커맵은 평범한 개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줄뿐만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네요. 그래서 커뮤니티매핑을 아는 사람들은 소통, 공감, 배려 등의 단어를 떠올리는 것 같아요. 커맵으로 달라진 변화들을 보면서 더 나은 사회를 꿈꾸기만 할 게 아니라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진짜 어웨이크닝의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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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 - 내 것이 아닌 아이
애슐리 오드레인 지음, 박현주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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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분과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요.

읽기 전과 후, 그 격차가 너무 커서 한마디로 충격이었어요.

책 소개글을 처음 봤을 때는 공포 영화의 고전인 <오멘>을 상상했어요. 뭔가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스릴러일 거라고 짐작한 거죠.

막상 책을 펼쳤을 때는 전혀 다른 이유로 숨 막히는 긴장감을 느꼈어요. 

이토록 두렵고 무서운 감정을 일으키는 대상은 무엇인가. 


줄거리로 요약하면 그 감정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여자는 한 남자를 사랑했고, 두 사람은 결혼하여 아이를 갖기로 했어요. 

드디어 여자는 임신을 했고 아이를 키우게 됐어요. 

겉보기엔 완벽한 가정의 모습, 그러나 그 이면에는 끔찍한 비밀이 숨겨져 있어요.


다 읽고 나서야, 제목의 의미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었어요.

푸시, 밀어낸다... 출산의 과정에서 자궁은 수축하면서 태아를 밖으로 밀어내며 동시에 태아는 스스로 밀고나오죠.

아기의 탄생, 당연히 아기는 엄마의 존재를 받아들일 거라고 예측하겠지만 세상에는 엄마를 거부하는 아기도 존재해요.

무엇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엄마도 아기에 대한 애착이 생기지 않아 거부감을 가질 수 있어요. 엄마와 아기의 관계로만 볼 게 아니라 인간 관계의 문제로 바라볼 필요가 있어요. 나와 너는 다르다, 서로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밀어낸다는 건 생존 본능이 아닐까라는...

말 못하는 아기가 왜 엄마를 밀어내려고 하는 걸까요. 명백한 적의(敵意).

그 뒤에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들은 정말 소름이 돋고 머리털이 곤두설 정도로 무서웠어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궁금했어요.

아기를 낳아 키워본 적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마도 공포 스릴러?

그러나 여기에는 매우 중요한 주제가 담겨 있어요. 여성에게 강요된 모성애.

아무도 믿어 의심하지 않았던 모성애는 결코 타고난 본능이 아니라는 것. 그럼에도 오랜 세월 동안 시대와 사회는 여성들에게 헌신적인 엄마의 모습을 요구해 왔어요.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고 해도 여전히 편견들은 존재해요. 누군가를 사랑하느냐, 아니냐는 지극히 사적인 영역인데 왜 모성애는 공적 영역처럼 여기는 걸까요. 한 여성이 모성애가 없다고 해서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전혀 없어요. 모성애를 강요하는 건 일종의 폭력이에요. 물론 아동학대와는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하는 것이, 엄마가 아기에 대한 애착이 적을 뿐이지 잘 돌보고 있다면 아무도 간섭할 자격은 없어요. 

현실의 엄마들은 대부분 죄책감을 품고 살아요. 아이에 관한 모든 것이 엄마의 책임처럼 느껴지니까. 만약 그 아이가 잘못을 저지른다면 엄마는 똑같은 죄인이 될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그녀가 죄인을 낳았기 때문에.

주인공 블라이스, 그녀는 상처 입은 아이였고, 늘 사랑에 고팠던 사람이었어요. 행복하기만 했던 결혼 생활은 출산과 동시에 모든 환상이 깨져버렸어요. 그 중심에는 그녀의 딸 바이올렛이 있어요. 그녀가 낳은 예쁜 괴물... 공포감이 점점 슬픔으로 번져서, 책을 덮은 후에도 한참이나 마음이 무거웠어요. 

감히 <푸시>를 우리나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공포버전이라고 소개하고 싶네요.



"나는 모성의 어두운 면에 대해 쓰고 싶었다.

최선의 환경이라고 해도 육아는 때로

매우 추하고 끔찍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애슐리 오드레인 (Ashley Aud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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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페이지 수학 365 - 핵심만 쏙쏙 짚어내는 1일 1페이지 365
배수경.나소연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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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한 권으로 마스터하는 책들이 대세인 것 같아요.

저 역시 그런 방식의 책들이 마음에 들어요. 학습 의욕도 높일 수 있고, 한 권을 끝낸 뒤의 성취감도 있어서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것 같아요.

<핵심만 쏙쏙 짚어내는 1일 1페이지 수학 365>는 중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두루 활용할 수 있는 책이에요.

당연히 중등참고서로 분류되는 책이지만 책을 펼쳐보면 일반적인 교재 구성과는 달라서 신선한 것 같아요.

제목처럼 하루 한 장씩 배워가는 방식이라서 365일 다이어리 같기도 해요. 학생들이라면 학습 계획표를 짜는 것만도 스트레스인데 이 책은 이미 해야할 계획이 짜여져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특히 이 책은 전 EBS 중학수학 대표강사님과 현직 중학교 수학선생님이 함께 만든 수학 개념서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에요.

초등수학은 수월하게 여겼던 아이들도 중학교부터는 고전하더라고요. 시험을 앞두고 열심히 문제집은 푸는데 성적은 영 기대에 못 미쳐서 실망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죠.

두 분의 수학선생님이 알려주는 비결은 "문제 풀이보다 수학의 기초 체력인 개념을 먼저 채워라."라는 거예요. 그래야 다양한 응용 문제를 만나도 당황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거죠. 수학 실력을 향상시키려면 개념을 확실하게 잡아야 하는데, 이 책이 바로 중학교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의 수학 교육과정의 모든 개념을 담고 있어요.

책의 구성을 보면 수와 연산, 문자와 식, 함수, 기하, 확률과 통계로 영역이 나뉘어 있어 순서대로 처음부터 공부할 수도 있고 필요한 개념만 골라서 찾아볼 수 있어요.

1일차 학습 내용이 고대의 숫자로, 수를 나타내는 기호인 숫자가 등장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수학참고서에서 숫자보다 글이 더 많아서 신기했고, 수학 개념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새삼 수학의 본질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인류에게 수의 개념은 사고의 확장을 의미해요. 똑똑해졌다는 증거인 거죠. 우리는 학교에서 수학을 배우면서 숫자들만 봐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부작용을 겪었는데, 본래의 수학은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재미있는 생각의 발명품이었다니 그 격차가 엄청나죠? 

수학을 싫어한다는 감정은 수학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접근 방식 때문에 비롯된 것 같아요. 

솔직히 이 책을 선택했을 때는 수학을 잘했으면 바라는 마음이 컸는데, 읽고나니 마음이 바뀌었어요. 수학 개념을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수학에 대한 감정이 새롭게 리셋된 것만으로도 성공인 것 같아요. 마음이 달라지면 그다음은 스스로 바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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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파스텔, 나만의 작품 그리기 - 회화적이고 감성적인, 특별한 오일파스텔의 세계 오일파스텔, 나만의 작품
이주헌(어반포잇) 지음 / 리얼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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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그리고 싶다?

영감이 떠올라서 쓱쓱 그려낼 수 있는 실력이라면 좋겠지만 그냥 좋아하는 마음이 전부라서 여러 가지 드로잉 기법을 알려주는 책들을 찾아보게 된 것 같아요.

대부분 재료를 중심으로 한 책들이라서 처음엔 익숙하게 사용하던 색연필이나 수채화물감으로 시작해서 낯선 아크릴물감까지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오일파스텔, 나만의 작품 그리기>라는 책은 오일파스텔이라는 재료가 궁금해서 읽게 되었어요.

우선 책 표지의 그림이 굉장히 멋져서 나도 한 번 오일파스텔로 그려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일반 파스텔의 느낌과는 전혀 다르게 표현되는 것이 특별한 재료라고 추측했던 거죠. 그런데 오일파스텔의 정체는 바로 크레파스였어요. 

책에는 '오일파스텔은 크레파스의 한 종류로 안료를 유지로 굳혀 만든 재료입니다.'라고 설명되어 있지만 그냥 크레파스라고 생각하면 돼요. 오일파스텔과 크레파스라는 용어 때문에 재료가 다른 건 줄 알았더니 동일한 재료인데 제조사에 따라 강도, 발림성, 색상 등이 조금씩 차이가 나는 거라고 하네요. 원래 크레파스는 크레용과 파스텔의 합성어로 특정 브랜드의 명칭이었다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제품명으로 굳어진 거래요. 우리가 반창고라는 말 대신에 제품명인 대일밴드로 말해도 알아듣는 것처럼 크레파스가 오일파스텔을 지칭하는 용어가 된 거예요. 

제가 이토록 용어에 대해 장황한 설명을 한 이유는 이 책 덕분에 '오일파스텔 = 크레파스'라는 사실에 알게 되면서 크레파스의 매력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에요. 

솔직히 크레파스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만 사용하는 미술재료라서 만만하게 여겼던 마음이 있었어요.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은 유치하다는 편견도 조금 있었던 것 같아요. 그도 그럴 것이 제가 봐 온 크레파스 그림이 대부분 영유아들의 솜씨였거든요.

명장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고 했던가요. 이 책 속에 나오는 오일파스텔 작품들을 보면서 연신 감탄했어요.

물론 똑같은 느낌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오일파스텔 이외에도 다양한 보조도구들이 사용되고, 시중에 판매되는 크레파스가 아닌 오일파스텔로 표기된 제품을 준비하는 것이 더 낫기는 해요. 중요한 건 이 책 덕분에 크레파스도 블렌딩이 된다는 걸 배웠다는 거예요. 블렌딩이란 색을 섞는 것으로 색이 겹쳐지거나 섞이면서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고 새로운 색을 만들어내는 것을 뜻해요. 점 찍기, 선 긋기, 면 채우기, 터치와 결을 살려 면 채우기, 덧칠, 그러데이션, 블렌딩까지 오일파스텔 기법이 이렇게 다양하고 멋진 표현을 해낼 수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블렌딩 응용기법으로 표현되는 느낌이 정말 좋아서 오일파스텔 작품에 완전 반했어요.

어릴 때 이후로 크레파스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건 색이 자주 묻어난다는 단점 때문이었는데, 블렌딩을 알고 나니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장점이었네요.

마치 미운 오리 새끼처럼 오일파스텔, 크레파스의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라서 좋았어요. 변화무쌍한 구름 하늘과 자연 풍광을 표현하기에 오일파스텔이 최적의 재료 도구인 것 같아요. 기본적인 블렌딩 기법에서 응용 기법까지 충분히 연습하고 나면 완성된 오일파스텔 작품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골라 설명된 순서대로 그려볼 수 있어요. 

나만의 오일파스텔 작품을 그린다는 것, 그 과정부터 완성까지 환상적인 경험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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