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음 지구로 간다
함은세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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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기성세대가 끌고 온 세상이 단 하루만에 뒤집히는 걸 목격한 그날의 충격을 잊을 수가 없네요.

싫든 좋든간에 가라고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줄 알았고, 그렇게 살다 보니 밀려밀려 기성세대 축에 끼여 있네요. 기성세대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좌절할 때, MZ 세대들은 응원봉과 깃발을 흔들면서 신나게 노래를 불렀어요. 될 때까지 가면 된다고!

《우리는 다음 지구로 간다》는 MZ세대 함은세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학교 밖 청소년'으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려고 했는데, 2024년 12월 3일을 지나면서 '나의 이야기' 말고, '우리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그리하여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아낸 책이 나오게 됐네요. 저자는 그동안 살면서 떠올렸던 질문들을 정리하여 자신이 전 세계를 여행하며 만난 인연들, 또래 청년들에게 물었고, 그들의 답변과 함께 자신의 의견을 더했다고 하네요.

이 책은 "왜?"라는 물음으로 시작하고 있어요.

첫 번째 질문은 "학교는 꼭 다녀야 할까?"예요. 저자는 열일곱 살에 학교를 관두고 아르바이트를 해 모은 돈으로 혼자 배낭여행을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했고, 현재는 기획자로서 활동하며 잘 살고 있기에 학교는 필수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요. 다만 똑같은 집안에서 커온 남동생은 부모님이 누나처럼 고등학교 진학을 하지 않는 게 어떠냐는 권유에 단호하게 "No."를 외쳤고,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 진학이라는 일반적인 삶을 선택했다고 하네요. 결국 학교를 다닐까, 아니면 자퇴할까를 고민한다면 어느 쪽이 정답이 아니라, 전적으로 본인이 판단하여 결정하는 것이 최선의 답인 거예요. 내 인생은 다른 누가 대신 살아줄 수 없다는 것, 간혹 자녀의 삶을 좌지우지 하려는 부모들이 있는데 서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길이네요.

가장 인상적인 질문은, "세상은 정말 바뀔 수 있을까?" 였네요. 이 질문에 대해 스테파니는, "세상은 항상 변화하고 있어요. 문제는 변화의 가능 여부가 아닌, '누가 그 변화를 이끌 것이며 그 변화로 인한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예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권력자들은 현재의 질서가 필연적이라고 말하며, 억압을 합리화하고 저항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게 만들죠. 그러나 변화는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필요해요. 지금의 모든 사회적 시스템과 억압은 인간이 만든 거잖아요. 해체하고 바꿀 수 있는 것도 인간뿐이에요. 조직화한 움직임과 사람들의 집단적 의지, 그리고 그걸 통한 투쟁만이 변화를 불러와요. 권력은 그런 연대의 힘을 두려워해요. 억압받는 사람들이 똘똘 뭉쳐 역사를 바꾸고 기존의 체제를 무너뜨린 걸 이미 봤기 때문이죠. 세상은 바뀔 수 있고 바뀔 테지만, 변화는 주어지는 게 아니라 쟁취하는 거예요." (191p) 라고 답했고, 저자는 스테파니가 강조한 것은 연대의 힘이라고 이야기하네요. 지난 겨울, 광장에 나왔던 청년들은 기성세대들에게 몸소 보여줬어요. 함께 참여하고 연대함으로써 민주주의가 살아 움직인다는 걸. 개인의 삶에 대해서, 세상의 질서에 대해서, 인간 본질에 대해서, 저자가 던진 질문들은 조약돌만큼 작지만 그 파장은 적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미 제 안에서도 그 파장이 강하게 전해졌으니 말이에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목소리,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배웠고, 다음 세대가 이끌어갈 미래는 지금보다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생겼네요.


"우주는 그대의 편입니다. 그대가 우주이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우주를 마음껏 유영하며, 다음 은하계에서 만날 수 있기를, 그때가 오면, 서로에게 손 한 번 흔들며 웃어줄 수 있기를, 그렇게 계속해서, 우리가 우리인 채로 서로의 우주를 넘나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_ 2025년 가을, 여러분과 함께 은빛 세상을 만들고 싶은, 함은세 (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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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 하·화도편 - 춤 하나로 세상의 보물이 된 남자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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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지난 달, 이순재 배우님이 아흔한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셨어요.

평생 성실하게 연기를 해온 배우로서, 지난해 열린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중문화예술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특별 연극을 선보인 그는 "예술이란 영원히 미완성"이라고, 사망 직전에도 "연기는 평생 해도 끝이 없다. 무대에서 쓰러지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라는 말을 남기셨대요. 매 작품마다 혼을 담아내는 자세로 후배들의 귀감이 되었던 배우였기에 마지막까지 크나큰 감동을 남기고 가셨네요. 그 여운 때문인지,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배우님을 떠올리게 되었네요.

요시다 슈이치의 장편소설 《국보》 하권에서는 10년 만에 돌아온 오사카 집으로 돌아온 슌스케의 이야기로 시작되네요.

10년 전, 철부지 도련님인 줄 알았던 슌스케는 하루에를 찾아와 이렇게 말했어요.

"난 말이지, 도망치는 게 아냐. ······ 진짜 배우가 되고 싶어." (13p)

진짜 배우가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살아온 슌스케와 그의 곁을 지켜준 하루에는 순탄하지 삶을 살아왔고, 드디어 복귀 무대를 서게 되었네요. 같은 달에 같은 작품을 각기 다른 무대에서 보여주게 된 슌스케와 키쿠오, 이건 모두 대중들이 좋아하는 양자 대결 구도의 기획이었네요. 어쩐지 운명의 라이벌 관계 같은 느낌이었는데 점차 가부키에 푹 빠져 있는 두 사람의 열정 앞에서 부질없는 생각이란 걸 알게 되었네요. 진짜 배우가 되고자 했던 슌스케의 진심, 다리를 잃고도 굴하지 않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뭉클했네요.


"키쿠짱, 이제 글렀어······. 분하지만 여기까지야."

'그렇지 않아.'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건 무릎 밑으로 양다리를 잃어야 하는 가부키 배우입니다.

그때 어째서인지 뇌리에 떠오른 것은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 선대 백호의 양손을 잡고 분장실에서 무대까지 안내하던 날들이었습니다. 아아, 그래. 그건 선생님이 아들인 슌스케에게 보여주기 위해, 대신 나한테 보여주셨던 배우의 의지였구나, 하는 생각에 이릅니다.

"슌도령. 선생님은 말이지, 정말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무대에 서셨어."

키쿠오는 그저 그렇게 말했습니다. (225p)


키쿠오 역시 똑같은 마음이었기에 두 사람은 경쟁자가 아니라 예술이라는 길을 함께 걷고 있는 친구였네요. 일본의 전통예술공연인 가부키를 잘 모르는 독자 입장에서도 진정한 예술가들의 면모는 경이로웠네요. 세상의 보물, 국보라고 불릴만 하네요.


무슨 이유든 광인이 행복하다는 헛소리를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고 타케노는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를 거부하려고 하면 할수록 먼 옛날 몸싸움을 벌인 그 소년이 나타나서 ······.

"난 좀 더 할 수 있어. 난 좀 더 춤출 수 있어. 그러니까 좀 더 좋은 무대에, 훨씬 아름다운 세계에 설 수 있게 해줘!" 그렇게 말하며 눈을 빛내는 것이었습니다.

광인의 눈에 보이는 것이 만약 완벽한 세계라고 한다면, 키쿠오는 이제야 그토록 원하던 세계에 서 있는 거겠지요. 연기만으로 살아온 남자가 결코 막이 내리지 않는 무대에 서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누가 일반인의 가치관을 그에게 강요하고, 제정신으로 돌아와 그가 이해할 수 없는 세계에서 살아가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3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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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고요하길 바랍니다 - 108번의 비움으로 나를 다스리는 부처의 말 필사집 원명 스님의 필사집
원명 지음 / 오아시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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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요즘 부쩍 화를 조절하지 못해 괴로웠는데, 꾹꾹 눌러 놓았던 화를 지혜롭게 풀어내는 방법을 찾았네요.

《내 마음이 고요하길 바랍니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필사하는 마음수행법이 담긴 책이에요.

이 책을 쓴 원명 스님은 평생 참선과 나눔의 길을 걷고 있는 수행자이자 천년 고찰 봉은사를 이끄는 주지 스님이라고 하네요.

원명 스님은 살다 보면 분노라는 감정이 불쑥불쑥 솟아올라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탐욕과 무지라는 번뇌와 깊이 연결 되어 있는데, 이 탐욕은 끝없이 요구하기 때문에 결코 채워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네요. 내 마음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스스로 알아채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으니까요.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까요. 방법은 부처님의 가르침 안에 있었네요. 이 책에서는 108개의 지혜를 통해 탐욕, 분노, 무지라는 세 가지 독을 인식하고, 108번의 비움으로 내려놓고 비워내는 연습의 방법으로 '필사'를 권하고 있어요. 여기에 수록된 구절들은 주로 <법구경>, <숫타니파타>, <아함경류> 같은 초기 경전에서 가져온 것으로, 원명 스님이 쉽게 현대어로 풀어내어 누구나 쉽게 부처님의 말씀을 이해하고,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네요. 책의 구성은 4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수행법의 단계를 순차적으로 따라간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첫 번째 단계는 탐욕, 분노, 무지 (탐진치)를 알아차리기, 두 번째 단계는 탐욕을 멈추기, 세 번째 단계는 분노를 내려놓기, 네 번째 단계는 어리석음을 비워내기이며, 각각의 문장에는 숫자 001부터 108까지 표시되어 있어서 처음 나오는 문장부터 읽고 쓰면서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새기면 돼요.


001

인생이 혼란하게 느껴진다면

"논밭의 잡초가 농사를 망치듯 사람의 마음을 해치는 것이 있습니다.

예컨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거짓말로 남을 속이면 당장 이익이 되는 것 같지만 남을 속였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사소한 일에 화를 참지 못하고 분노를 터뜨리면 언뜻 남에게만 피해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자신의 마음을 시커멓게 태우는 것입니다."

_ <숫타니파타> 70-71 (18p)

시끄러운 세상 속 소란한 마음을 안고 사느라 무엇이 중요한지를 놓치고 있었네요. 쉽게 화를 낸다는 건 마음이 약해졌다는 증거, 스스로 돌보지 않으니 마음 밭에 잡초가 무성해진 것을 몰랐던 거예요. 가만히 숨을 고르고 마음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어요. 아이들도 조용히 생각할 시간을 가지라고 하면 스스로 분별하는데, 그동안 어른답지 못했던 언행들이 떠올라서 조금 부끄러웠네요. 부처님의 말씀을 읽고 필사하면서 내 마음과 만나는 시간이 되었네요.


084

변한다는 것은 변치 않는 진리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본질적으로 괴로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지혜롭게 통찰하고 깨달을 때 우리는 괴로움에 마음속 깊이 싫증을 느끼고 그로부터 벗어나고자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마음을 진정으로 맑고 깨끗하게 하는 길입니다.

이러한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마음을 닦아야 할 때 닦지 않는다면 어떻게 지혜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늦습니다.

죽음이 눈앞에 닥쳐서야 게으르고 나약했던 과거를 후회하는 것은 이미 너무 늦은 일이 됩니다.

지금이야말로 마음을 돌이켜 깨달음의 길을 걷고, 실천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늦지 않게 스스로를 일깨우고 행동으로 옮기세요."

_ <법구경> 278-280 (222-224p)

뒤늦게 깨달은 진리,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을 무시한 채 바뀌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으니 어리석었네요. 괴로움이 마음속에서 왜 생겨났는지, 변치 않는 진리를 통해 사유하며 지난 잘못을 반추하며 새롭게 마음을 다잡게 되네요. 부처님의 말씀을 적어가면서, 어제보다는 오늘이 조금 나아졌고, 점점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보이네요. 고요한 마음으로 향하는 여정, 든든한 마음 수행법을 알게 되었으니 꾸준히 정진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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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좋은지 몰라 다 해보기로 했습니다
장성원 지음 / 비버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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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뭘 먹을까, 하나부터 열 가지 모든 것을 선택해야 하는 삶 속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을 망설이고 있다면?

아무도 모를 거예요, 자신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말하기 전에는 알 수 없어요. 그래서 굉장히 자기 일을 척척 잘해내는 사람들은 선택의 어려움이 적을 거라고 생각했네요.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고민에 대해 당당하게 책을 펴낸 사람이 있네요.

《뭐가 좋은지 몰라 다 해보기로 했습니다》는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10년 살아온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장성원 님의 솔직한 자기 발견의 기록이네요. 일단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두려움에 맞서는 용기, 작지만 분명한 용기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어요. 저자는 자신의 학창 시절부터 방황하며 탐색했던 과정들을 들려주면서, 현명한 선택을 위한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질문 01.] 좋아하는 것은 '밖'에 있을까, '안'에 있을까?

우리는 흔히 "진짜 좋아하는 걸 찾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 말엔 암묵적인 전제가 깔려 있다. 어딘가에 나에게 딱 맞는 완벽한 '좋아함'이 있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정말 있을까? 나는 어릴 때 미나리를 싫어했다. 하지만 지금은 미나리를 넣은 제육볶음이나 비빔밥이 없으면 밥상이 허전하다. 맛의 기준이 바뀐 걸까? 아니면 내가 바뀐 걸까? 어릴 땐 미나리를 '나쁜 맛'이라 여겼지만, 지금은 '건강한 맛', '향긋한 맛'으로 느낀다. 내가 바뀌었고, 그 변화는 수많은 경험과 기억 속에서 이루어졌다. 좋아함은 발견되는 게 아니라 형성된다. 우연히 접한 계기, 반복된 경험, 좋은 기억, 의미 있는 순간들이 감정 + 기억 + 맥락으로 얽혀서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낸다. 그러니 좋아하는 걸 무언가 '딱 하나'로 정의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건 그 감정의 변화를 포착하는 힘이다. 좋아하는 것은 정체성이 아니라 여정이다. 우리는 그 여정 속에서 조금씩 자신을 발견해 간다. 그러니 '좋아하는 걸 아직 못 찾았다'라고 불안해하지 말자. 좋아함은 바깥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며 스스로 만들어 가는 감정이다. (52p)

첫 번째 질문을 붙잡고 한참이나 생각했네요. 예전에는 싫어했는데 지금은 좋아하게 된 것들을 생각해보니 꽤 많더라고요. 어릴 때는 본능적으로 맛있고, 재미있는 것을 우선 순위에 두었다면 어른이 된 뒤로는 진짜 나에게 유익하고 좋은 것이 무엇인가를 판단하게 된 거죠. 파고 또 파고, 점점 깊이 자신에 대해 탐구하게 만드는 질문들을 통해서 나 자신을 알아가고, 좋아하는 것들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운 것 같아요. 이제는 노트에 나 자신을 발견해가는 기록을 적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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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시작하면 잠들 수 없는 세계사 - 문명의 탄생부터 국제 정세까지 거침없이 내달린다
김도형(별별역사) 지음, 김봉중 감수 / 빅피시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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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역사는 빛바랜 과거 이야기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 나와 세계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라는 데에 동의하시나요? 예전에는 지루한 수업, 외워야 할 게 많은 과목으로만 여겼는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여기가 역사의 현장이라는 인식을 한 뒤로는 달라졌네요.

우리는 실시간으로 세계 곳곳의 뉴스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고,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일어나는 주요 뉴스들이 세계로 전파되고 있어요. 과거에 비해 모든 면에서 발전했다고 생각했는데, 세계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역사가 반복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 때가 있어요. 바로 그 때문에 역사 공부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해요. 역사 스토리텔러, 별별역사의 김도형 님의 《한번 시작하면 잠들 수 없는 세계사》는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역사책이네요. 저자는 인류 문명의 거대한 흐름을 바꾼 다섯 가지 힘, 즉 지리, 전쟁, 종교, 자원, 욕망을 중심으로 흥미로운 세계사 이야기를 드려주고 있네요. 세계의 운명을 결정하는 지리의 힘에서는 미국, 중국, 러시아의 역사를, 전쟁 관련해서는 이탈리아, 일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스라엘과 하마스, 종교가 만든 문명과 갈등의 역사에서는 영국, 스페인, 인도와 파키스탄의 역사를, 부와 파멸을 동시에 가져온 자원 분야에서는 네덜란드와 아프리카 역사를, 가장 원초적인 욕망에서는 제국의 흥망성쇠를 보여주는 몽골제국과 북한 이야기를 들려주네요. 각 나라마다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주요 사건 연표가 나와 있어서 시대 배경과 특정 사건을 연결지어 이해할 수 있어요. 인류 역사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여기에 나오는 세계사 이야기를 통해 판단할 수 있네요. 우리가 매일 접하는 모든 뉴스와 이슈의 뿌리는 결국 역사라는 것, 저자의 말처럼 빠르게 변하는 세계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멀리, 더 깊이 보는 눈이며, 그건 역사 공부를 통해 가능하네요.

"'이탈리아군'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역사, 특히 제2차 세계대전사에 관심이 있다면 이런 이미지가 떠오를 겁니다.

'못 싸우기로 유명한 군대', '당나라 군대의 유럽판.' 그렇습니다. 군사적 능력이 떨어지기로 알려져 있죠. 이를 처음 듣는다면 '어? 이상하다. 지금 이탈리아는 나름 잘 싸우는 국가 아닌가?' 할 것입니다. ...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 왕국은, 이름만 왕국이었을 뿐 사실 왕은 물러나 있고 베니토 무솔리니라는 독재자가 통치하는 전체주의 파시즘 국가였습니다. 그는 사실상 파시스트의 원조로, 독일의 히틀러보다도 이른 1922년부터 독재자로 군림했죠. 1930년대 유럽, 히틀러가 정권을 잡고 나치 독일이 성림되면서 독일은 파죽지세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었고, 이를 본 무솔리니는 '히틀러, 기세가 좋네? 나도 독일 편에 서서 로마를 재건해 보겠다!'라고 생각했대요. 독일이 프랑스를 침공하자 이를 본 무솔리니는 프랑스를 점령할 기회라고 여기고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합니다." (79p)

저자는 당시 이탈리아의 상황을, '무능한 왕 위의 무능한 독재자' (80p)라고 깔끔하게 요약해주네요. 무솔리니의 어리석은 바보 전략으로 이탈리아는 연합국에 항복했고, 2년 뒤 연합군의 공세로 추축국인 독일, 일본이 차례로 항복함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은 연합국의 승리로 끝났으며, 무솔리니는 훗날 분노한 시민군인 파르티잔에게 붙잡혀 총살형으로 사망했네요. 근데 요즘 네오파시즘 성향의 극우 정당이 민주적 선거를 통해 집권하는 일들은 매우 우려스럽네요. 독재자 무솔리니와 히틀러에서 파생된 파시즘이 인류 역사에 남긴 피비린내 나는 비극이 반복되는 일은 없어야 해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우 파시즘의 흐름을 경계해야 할 것 같아요. 차별과 혐오, 갈등을 부추기며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려는 활동 일체는 엄중히 금지시켜야 해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제국의 광기는 천황의 인간 선언으로 막을 내렸으나 최근 일본 정부가 극우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평화헌법 개정 논의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은 예의주시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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