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뒤집어본 영문법 - 전면 개정판
오성호 지음 / 김영사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무조건 암기,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공부법이네요.

영문법은 그냥 몽땅 외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뒤집는 책이 나왔네요.

"살면서 영문법을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사람은 사실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그 기억이 대부분 좋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재미는 없고, 몇 번을 반복해도 여전히 모르겠고, 

도대체 왜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영문법은 우리 대부분에게 이런 존재가 아닐까요?

이 책의 목적은 바로 그 모습을 바꾸는 것입니다.

제대로 알고도 싫어하는 거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것도 아니면서 미워하는 거라면

나서서 오해를 풀어주고 싶어집니다. 영어, 특히 영문법에 대한 제 마음이 그렇습니다.

영문법의 진짜 모습은 과연 어떨까요? 

우리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고 성격도 밝고 유머 감각도 있습니다.

처음이 힘들긴 하지만 그 고비만 넘기면 말도 잘 통하는 친구입니다.

영문법은 '극 I '입니다.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주세요. 

단, 너무 급하게는 말고 천천히 조금씩 다가가세요.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어느새 '극 E'로 바뀐 그 친구가 두 팔 벌리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7-8p)

우와, 이런 다정한 소개글은 처음인 것 같아요. 영어, 영문법을 '극 I ' 캐릭터의 친구로 소개하고 있는 이는 바로 오성호 선생님이네요.

30년간 수많은 학생과 성인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쳐 왔고, 현재도 온라인 교육채널 '유리스마 스쿨'에서 아이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고 하네요. 영어에 대한 애정이 뿜뿜 느껴지는 글을 읽으면서 저자의 말처럼 마음을 활짝 열 수 있었네요.

오성호 저자의 《Again! 뒤집어본 영문법》은 30만 독자의 선택을 받은 영문법 베스트셀러 《뒤집어본 영문법》의 전면개정판이라고 하네요.

이전 교재와 무엇이 다를까요. 바로 전치사가 제일 먼저 등장한다는 거예요. 늘 부록처럼 가볍게 다루거나 숙어(구동사) 뒤에 붙어 무조건 외워야 했던 전치사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네요. 거의 모든 구동사는 암기로 소화하기엔 버거울 정도로 용법이 많기 때문에 한꺼번에 암기하려 하지 말고, 차근차근 시간을 두고 하나씩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빠른 지름길이네요. 그래서 저자는 구동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암기가 아닌 느낌으로 접근하고 있네요.

"of 에는 off와 마찬가지로 '분리, 제거'의 느낌이 있습니다.

일명 '약한 off', 혹은 'off 동생'이라고 부르는 용법입니다.

예문> He robbed me of my wallet. 그가 내 지갑을 강탈했다.

나에게서 지갑을 '분리'하는 그림입니다.

예문> I'can't take my eyes off you. 

  = I'can't take my eyes off of you. 너에게서 눈을 뗄 수 없어.

off 하나로도 충분하지만, 미국 영어 구어체에서는 '분리'를 두 번 반복하는 off of 형태도 흔히 나옵니다." (70-71p)

솔직히 영문법 교재치곤 너무 두툼해서 처음엔 부담스러웠는데, 내용을 살펴보니 친절한 설명과 예시로 이해를 돕고 있어서 소설책을 읽듯이 술술 넘어가더라고요. 마치 옆에서 일대일 과외를 받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친근한 어조로 핵심 내용을 명확하게 정리해주니 이해가 쏙쏙 되네요.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알 수 있고, 무엇보다도 영어를 대하는 마음이 조금씩 달라지네요. 공부라고 해서 머리만 쓰는 게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비결 아닌 비결 같네요. 영문법은 지루하고 딱딱하다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어주고, 두툼한 분량마저도 가뿐하게 뒤집어주는 교재였네요.


#Again뒤집어본영문법#오성호#김영사#전면개정판#영문법의상식을뒤집은역주행베스트셀러#영어기초문법#영어문법#영문법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지상의 모든 심리 - 타인을 읽는 시간 ㅣ 김성규의 문화심리학 읽기 1
김성규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똑같은 영화를 봐도 반응은 제각각.

좋은 영화일수록 저마다 할 말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대부분 주인공에게 몰입하지만 가끔 의외의 인물이 주는 충격이 있네요.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듯이, 영화라는 매체는 우리에게 다양한 인간 심리를 보여주는데요. 이제껏 영화 관람 후 감상평 위주로 떠들던 수다였다면 이번 책을 통해 인간 심리와 행동, 마음을 좀 더 폭넓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네요.

김성규 교수의 《지상의 모든 심리 : 타인을 읽는 시간》은 대학에서 최우수강의상을 받을 만큼 큰 인기를 끌었던 교양 심리학 강의를 바탕으로 엮은 책이네요. 저자는 강의명 그대로 《지상의 모든 심리》라는 이름의 책 시리즈를 앞으로 20년 동안 2년마다 집필해 총 10권을 출간하는 것이 목표라고 하네요. 이 책은 인간 이해를 위한 긴 여정 중 저자의 첫 번째 '문화심리학 읽기"이며, 성격심리학부터 자존감, 불안, 외로움과 고독, 죽음심리학까지,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나와 너'를 발견하는 12가지 주제(성격, 자존감, 착한 아이 콤플렉스, 알코올 사용장애, 공황장애, 트라우마, 자기애성 성격장애, 적대적 반항 장애, 사랑의 본질, 색정망상, 외로움, 죽음)를 다루고 있네요. 각 장마다 주제와 관련된 영화가 등장하기 때문에 딱딱한 심리학을 친근하고 말랑말랑하게 풀어낸다는 점에서 왜 인기 강의였는지 알 것 같네요.

한때 무척 좋아했던 배우 로빈 윌리엄스의 대표작 《죽은 시인의 사회》와 《굿 윌 헌팅》이 여기에 소개되어 반가웠네요. 《굿 윌 헌팅》에서 로빈 윌리엄스는 심리학과 교수 션 역할로 나오는데, 윌이 똑똑하지만 자존감이 매우 낮다는 점을 간파하고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는 장면이 인상적이네요.

"··· 내 눈엔 네가 지적이고 자신감 있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오만하고 겁을 잔뜩 먹은 어린애로 보여. 네가 읽은 책에 뭐라고 쓰여 있든 난 관심 없어. 무엇보다 너 자신에 대해서 스스로 말할 수 있어야 해. 너 자신이 누구인지 말이야. 그 후에 나도 네게 관심을 두고 너를 상대해주마. 하지만 넌 그러고 싶지 않겠지? 네가 무슨 말을 할지 너 스스로 겁내고 있으니까. 어떻게 할지 선택하렴. 윌." (60p)

션은 헛똑똑이로 살면서 타인에게 적대감이나 표출하는 윌에게 남은 인생을 허비할 것인지, 아니면 지혜롭게 자신을 파악하고 높은 자존감으로 진짜 삶을 살 것인지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주네요. 윌은 과거의 불행한 자신을 인정할 용기가 나지 않아 끊임없이 욕망을 감추고 속였는데, 션에게 들키고 말았네요. 션은 다시 한 번 윌에게 선택지를 내미는데, "··· 헌데, 하나만 물어보자. 청소부가 되는 건 어디서든 할 수 있어. 왜 하필 세계 최고의 대학인 MIT에서 청소부가 된 거지? 왜 복도 앞 칠판을 어슬렁거리면서 세계에서 단 몇 명만이 풀 수 있는 문제를 푼 거지? 청소부가 고귀한 직업이기 때문에 네가 그런 건 아닌 거 같구나. 네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게 뭐야? 날 똑바로 보고 말해. 진짜로 하고 싶은 게 뭐야? 넌 아무에게나 헛소리를 지껄이지. 그런데 넌 이 간단한 질문에도 대답을 못 하고 있어. 왜냐하면 네가 뭘 하고 싶은지를 너 스스로가 모르기 때문이야." (63p)라며 핵심을 찌르네요. '나'를 가장 잘 아는 건 바로 자기 자신이지만 내면의 진실을 외면하는 '나'를 일깨워주는 건 '타인'이네요. 우리는 자신을 더 정확히 알기 위해서 다른 존재와 비교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자신이 다른 존재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를 항상 생각해야 서로 존중하며 이해하며 살아갈 수 있네요. 나와 타인의 심리를 이해하는 만큼 삶의 지혜와 행복이 커진다고 생각해요.


#지상의모든심리#김성규#책이라는신화#타인을읽는시간#성격과자존감부터외로움과죽음까지#나와타인을이해하기위한12가지문화심리학#문화심리학#교양심리#심리학#인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어쩐지 애니에서 과학이 보인다
류상진 지음 / 도도서가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솔직한 심정을 밝히면, 내가 나 자신의 정체성을 오타쿠라고 장담하기에는

약간 주저되는 면이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만화에 대한 내 관심 때문에

만나고 알게 된 사람들 중에는 소위 '찐' 오타쿠들이 꽤 있었고,

그들에 비하면 나는 그야말로 '새 발의 피'이기 때문이다."

(6p)

역시 '오타쿠가 맞네'라며 무릎을 친 대목이네요. 관심과 애정은 크지만 자신보다 더 열정적인 사람들 앞에서 겸손해지는 모습이야말로 '찐' 오타쿠의 태도라고 느꼈네요. 어쩌다 보니 오타쿠, 덕후의 매력에 눈을 뜬 사람으로서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네요.

《어쩐지 애니에서 과학이 보인다》는 자칭 프로페서 오타쿠 류상진 교수의 책이네요.

미국 브래들리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인 저자는 대학에서 일반 대중을 상대로 기계공학 강연을 했는데, 그때 '프로페서 오타쿠'라는 닉네임을 사용했다고 하네요. 기계공학 전공학생들에게 유체역학을 가르치는 교수님이 유체역학에 흥미를 못 느끼는 학생들을 위해 애니메이션에서 액체나 기체의 흐름을 설명할 수 있는 예시를 찾다보니 '프로페서 오타쿠'라는 정체성이 시작되었고, 이러한 시도가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강연으로 이어지면서,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다고 하네요.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 눈에는 '애니'가 먼저 보일 것이고, 과학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과학'에 눈길이 갈 거예요. 어느 쪽이든 좋아하는 분야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기니까, 어려운 기계공학도 조금은 친근하게 느껴지네요. 어릴 때 즐겨 봤던 <슬램덩크>를 시작으로, 요즘 핫한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 무한열차편>, 오랜 기간 전 세계적으로 최상위권의 인기를 누리는 <원피스>, <원펀맨>과 <암살교실>, 그리고 <날씨의 아이>, <천공의 성 라퓨타>를 색다른 공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어서 신기했네요. 기계공학에는 네 가지 기본 역학, 즉 고체역학, 동역학, 열역학, 유체역학이 있는데, 인생만화인 <슬램덩크>에 나오는 자유투로 농구공의 동역학을, <원펀맨>에서는 모기를 잡기 위해 휘두르는 손을 통해 유체역학과 공기저항을, <귀멸의 칼날>의 무한열차 위의 전투에서는 달리는 기차 위에서 사람이 마주하는 바람의 저항이라는 항력을, <천공의 성 라퓨타>의 뜬구름 위 성과 항공기에서 밀도와 부력, 날개와 양력을, <원피스> 루피의 고무고무 팔에서 고체역학과 탄성을 다루고 있네요. 만화 속 명장면과 연결지어 공학 개념들을 설명해주니 뭔가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이번 기회에 애니메이션을 다시 찾아 봐야겠어요.





#어쩐지애니에서과학이보인다#류상진#도도서가#도도서가출판사#공학교수의덕업일치실험실#과학이야기#교양과학#과학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언어자본 - 인공지능 시대 당신을 위한 마지막 신분이동의 사다리
황유선 지음 / 예미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누군가 넌 뭘 잘하냐고 묻길래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분위기 파악을 잘한다고 했네요.

물론 어디 내세울 만한 능력은 아니고, 그냥 스스로 민감하다고 느끼는 정도지만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보편적인 능력이라고 볼 수 있을 거예요.

요즘은 무엇을 얼마나 더 잘하느냐를 겨룰 필요 없이 인공지능의 능력이 압도적이라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데요. 생성형 AI가 나날이 발전하면서 에이전트 AI 시대로 들어선 지금, 우리의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커뮤니케이션 연구자인 황유선 저자의 《언어자본》은 AI 시대의 진짜 경쟁력이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책이네요. 저자는 인공지능이 아무리 영리해져도 행간의 의미를 읽고 눈빛 속 진실을 알아채며 말보다 표정의 깊이를 이해하는 인간의 능력은 아직 넘보지 못한다면서 인공지능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인간 언어는 더욱 귀해진다고 이야기하네요. 다만 착각하는 것은 인간의 경쟁력이 '언어를 얼마나 잘 만들어내느냐'가 아니라는 거예요. 단순히 말을 잘하는 것은 이미 AI가 더 잘하고 있기에 경쟁할 필요가 없고,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언어가 자본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구조, 즉 언어자본이라는 거예요. 인공지능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언어자본의 기준이 완전히 바뀌었는데, 언어의 형태나 지식의 양보다는 그 언어 안에 담긴 인간적인 해석과 판단이 더 중요해졌다는 거예요. AI가 만들어낸 무수한 결과물 사이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가려내고, 어떤 기준이 의미 있는지를 정하며, 그 선택의 책임을 지는 언어가 힘을 갖는다는 거죠. 우리의 경쟁상대는 인공지능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통해 나보다 나은 언어를 만들어내는 사람인 거예요. 언어자본이 없으면 AI가 주는 답변을 그대로 복제해 쓰지만 언어자본이 있으면 그 결과물에 자신의 철학을 입혀 가치를 증폭시킬 수 있고, 이러한 언어자본의 격차가 기회와 소득의 격차로 직결된다는 거예요. 언어자본이 힘을 발휘하는 곳은 언제나 사회적 관계의 테두리 속이며, 사회적 관계를 완성하는 것은 화려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그 언어를 선택하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네요.

책에서 제공하는 진단 도구를 통해 현재 자신이 구사하는 언어가 자산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네요.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말하며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유형인지 이해하면 앞으로 어떤 능력을 키워야 할지를 정할 수 있네요. 대체불가능한 주체, 언어의 주권자로서 의식을 전환하고 자신의 생각과 표현을 확장하여 사회적 신뢰를 얻는 전략을 배울 수 있네요.


#언어자본#황유선#예미#예미출판사#인공지능시대당신을위한마지막신분이동의사다리#나만의언어#언어학이론#언어학#인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새벽으로 가는 길
정형남 지음 / 애플북스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굽이굽이 좁고 가파른 산길을 올라야만 갈 수 있는 암자를 본 적이 있어요.

직접 가본 것은 아니고 방송을 통해 본 것이 전부지만 왜 그곳에 머무는지 조금은 알 것 같더라고요.

외롭지만 평온한 느낌이랄까요. 오르는 길은 험난해도 암자가 자리한 곳은 높은 산꼭대기라서 굽어보는 풍경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네요.

시끄러운 세상과는 결이 다른 풍경이라 그 자체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네요. 하지만 현실은, 그곳에 오를 일이 있을까요.

정형남 작가의 장편소설 《새벽으로 가는 길》은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겨울 산 암자에 홀로 살고 있는 청년 우인과 길을 잃고 찾아든 신해의 이야기로 시작되네요. 적막강산, 눈보라 속에서 오도가도 못한 채 젊은 남녀가 암자에서 일주일을 함께 보내면 뭔가 묘한 분위기가 생길 것 같지만 둘은 예의 바르게 거리를 두고 있네요.

"눈이 쉬이 그칠 것 같지 않네요."

"불편해하지 마시오."

"여러모로 난감해서요."

차라면 산국화 향기가 더 나을 거요."

"보아하니 고시 공부를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이 나의 실체요."

"하지만 그냥 하릴없이 시간을 죽이지는 않을 것이고,

눈보라 속에서 길을 잃은 산새마냥 깃들지는 않았겠지요."

"주위의 경관에 홀려 스스로 걸어 들어왔어요."

"······ 그만한 사연이 있겠죠."

(15-16p)

우인이라는 청년이 낯선 섬, 산 속 암자에 머물게 되었는지 그 사연이 서서히 드러나네요.

"바깥세상과는 소통이 불가능하겠소."

"무언의 압력으로 눈뜬장님 행세를 하도록 하지 않았습니까?"

"그 점은 나도 가슴 아프게 생각해요. 우리 세대의 비극 아니겠소.

나로서는 어쩔 수 없이······."

(67p)

이 소설은 우인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저마다의 사연을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있네요. 눈 내리는 날, 눈이 오듯 찾아온 신해처럼 인생에서 마주하는 인연과 자연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해주네요. 절망과 희의를 안고 떠돌던 우인이 혼자라고 여길 때 늙은 어부 도옹이 다가와 다정한 손길을 건넸고, 신해가 다가와 얼어붙은 동토를 녹였으며, 유종이라는 또래 청년이 일상을 공유하며 따뜻한 온기를 나눠 주었으니 말이에요. 사계절의 변화를 순순히 받아들이며 드넓은 자연을 삶의 공간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모습에서 안분지족, 안빈낙도를 보았네요. 석양낙조와 같이 아름답게 나이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네요. 새벽으로 가는 길, 그 여운이 깊이 남네요.


#새벽으로가는길#정형남#애플북스#애플북스출판사#정형남장편소설#제1회채만식문학상수상작가#한국소설#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