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 : 옥구슬 민나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3
김여름 외 지음, 김다솔 해설 / 열림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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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 : 옥구슬 민나》는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세 번째 책이에요.

이번 책에는 모두 여섯 명의 작가님이 들려주는 여섯 편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단편 소설집을 읽다 보면 불쑥 투명인간이 되어 세상 곳곳을 구경하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근데 김유경 작가님의 <공중산책>을 읽으면서 '투명한 걸음'으로 산책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나는 그의 속눈썹에 매달린 빗방울을 본다. 이 세계의 모든 것은 존재의 증명." (28p)이라는 문장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빗방울과 주인공 '나',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또 다른 '나'의 상황을 표현한 것 같아서 피식 웃음이 났어요. 왠지 귀신이 있을 것 같지만 한 번도 귀신을 본 적 없어서, 귀신 이야기를 즐겨 보는 사람으로서 이 소설 속 귀신의 설정이 나름 괜찮아 보였어요. 살아있는 사람들 틈에서 유유히 오가는 귀신들, 삶과 죽음의 공존이 나른하고도 평화로워 보여서 안심이 됐어요. 문득 사람들에게 해코지하는 귀신들은 뭘까, 어쩌다가 그런 귀신이 존재하게 됐을까라는 의문이 들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상상이 우리에게 더 많은 가능성을 줬으니 그럼 된 거라고 마무리했네요. 라유경 작가님의 <블러링>에서는 갑자기 사람이 녹는 현상이 한국에만 발생하여 주인공과 가장 친했던 언니가 눈앞에서 녹아버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주인공은 마침 비어있던 텀블러에 언니를 담아서 보관하고 있어요. 액체로 변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혼자 산다는 점, 친족과는 사별하거나 연락이 끊긴 무연고라는 점 때문에 녹는 현상이 외로움의 농도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소설에서는 정확한 원인을 설명해주지 않아요. 하지만 사진을 블러링하는 작업을 하는 주인공과 액체로 변한 언니의 상황이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있어요. 매년 고독사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걸 보면 우리나라도 영국처럼 고독부 장관을 두고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어요.

서고운 작가님의 <정글의 이름은 토베이>에서 정글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 것 같아요. 풍요로운 낙원과 치열한 생존 투쟁을 벌이는 지옥, 주인공 순지에게는 어떤 정글이 펼쳐질까요. 삶은 늘 낙원과 지옥을 오가는 일의 연속인 것 같아요. 성혜령 작가님의 <대체 근무>를 읽으면서 주인공 단강처럼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이 많고, 어쩔 수 없이 이상한 일을 겪기도 한다고." (109p)라고 생각했어요. 예소연 작가님의 <통신광장>은 장윤현 감독의 영화 <접속>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라서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색다른 접근, 상상의 나래를 펴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현호정 작가님의 <옥구슬 민니>는 자이나불교 선사 지나세나의 저서 『마하푸라나』 에서 "우주를 만드는 것이 그에게 무슨 득이 되는가?"라는 문장이 화두가 되어 민나의 탄생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작가 노트에서 "거꾸로 흐르는 원천강본풀이. 슬프니까 배웅은 하지 않았지만 잘 가라는 인사는 하면서 보냈다." (165p)라고 언급했는데 신의 존재 의미와 우주의 순리를 역행한 작가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어요. 작은 옥구슬 민니를 통해, "우리는 날개나 바람 없이도 순식간에 민나에게 가게 될 것이다." (161p)라고 말해주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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