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부터 시작하는 진로 설계 수업 - AI 세대 청소년을 위한 나만의 진로 무기 만들기
야마와키 히데키 지음, 김지예 옮김 / 동아엠앤비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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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며 고민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길라잡이 책이 나왔네요.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특히 이 책이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부모가 바라는 대학이나 직업 말고 아이 스스로 원하는 미래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네요. 변화하는 AI 시대를 적응하는 일은 비단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닌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점에서 이 책은 '미래 창조'라는 놀라운 전략을 제시하고 있네요.

《15세부터 시작하는 진로 설계 수업》는 야마와키 히데키 교수의 미래 창조 수업이라고 하네요.

경제학자인 저자는 유럽과 미국 경영 대학원에서 활동한 최초의 일본인 학장이며, 이 책은 피터 드러커 경영 대학원에서 20년 이상 강의해 온 '미래 창조' 수업 내용을 바탕으로 중학교 3학년인 15세 전후의 독자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핵심만을 추려 쓴 실천형 진로 설계서라고 하네요.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직접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드러커의 말처럼 여러분 자신은 미래를 직접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여러분이 미래를 창조하는 것을 도울 목적으로 쓰였습니다. 미래에 대한 생각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 지금까지 여러분이 배워 온 '자신을 아는 것'과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이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이 어떻게 다른 지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이 책이 차별화되는 지점은 '자신을 아는 것'과 '미래'를 개별적으로 다루지 않으며, 이 둘을 합쳐서 '자신의 미래를 창조하는' 방법에 대해 다루는 데 있습니다. ··· 자신이 에너지를 얻을 수 있고, 애착과 열정을 가지고 할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로부터 해결해야 할 과제와 문제의식을 찾아낸 다음 자신의 미래를 창조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할 것입니다.

저자는 생각의 틀을 만드는 방법을 직접 활용하려면 다섯 가지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네요. 첫째, 기존의 생각의 틀을 깨라, 둘째, 왕성한 호기심을 가져라, 셋째, 프로세스에서 아이디어를 창출하라, 넷째, 공감을 이끌어 내라, 다섯째, 일어나서 행동하라. 이 책에서는 다섯 가지 마음가짐 가운데 프로세스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라는 항목을 단계별로 응용하며 활동해가는 과정을 설명해주네요. 큰 틀로 보면, 자신을 아는 것으로 시작해 자신이 바라는 미래를 명확하게 하는 연구 주제를 발견하고,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여, 목적을 구체화시켜 자기 브랜드를 완성할 수 있네요. 프로젝트의 과제를 발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기에 앞서, 반드시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하는데, 그만큼 '자기 이해'는 미래를 향한 출발점이기에 매우 중요하네요. 청소년기에 아이들이 꿈이나 진로에 대해 막막하게 여기는 건 자신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네요. 저자는 마인드맵, 퓨처스 휠, 디자인 사고, 블루오션 전략 등 경영 대학원의 실제 수업도구를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주면서, 아이들이 직접실천하며 생각한 내용을 작성할 수 있는 워크북을 제공해주네요. 자신의 행동과 활동이 목적과 인생관, 그리고 열정과 에너지에 부합하여 언행일치, 즉 일관성 있는 상황을 만들어가면서 미래 창조를 완성해가는 길을 알려주네요. 결국 자기 자신에게 정직하고, 일관성과 진실성을 바탕으로 행동한다면 자신의 손으로 미래를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네요. AI 시대의 미래 진로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혁신적인 지침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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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에는 이름이 없다 - 기획 노동, 누구나 하지만 아무도 부르지 않은 일
김희경 지음 / 웨일북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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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살림과 돌봄에 관한, 이름 없는 노동의 실체를 밝히는 책이 나왔네요.

김희경 작가의 《이 일에는 이름이 없다》는 '기획 노동, 누구나 하지만 아무도 부르지 않은 일'에 관한 기록이네요.

저자는 집안일, 가사노동, 살림, 육아, 간병, 돌봄 등을 포괄하여 '돌봄'이라는 용어를 써왔고, 해외에는 '인지 노동' 또는 '정신적 부담'으로 부르지만 이 책에서는 국내 연구진이 명명한 '기획 노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그 개념과 본질을 소개하고 있네요.

"집안일을 해본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조금만 꺼내도 '아, 그거!' 하고 '머릿속 살림과 돌봄'의 정체를 알아맞힌다. 아무리 쳐내도 끝나지 않는 '할 일 목록' 때문에 머릿속은 뒤죽박죽인데 마땅한 이름조차 없는 일. 뇌를 꺼둘 수도 없는데 눈에 보이지 않기에 '일을 나눠 하는데도 왜 나는 피곤할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이름 없는 노동. 이를 국내 연구진이 '기획 노동'이라 명명한 것이 2024년 무렵 매체에서 다뤄지자 맘 카페와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금기를 건드리는 소문처럼 '기획 노동'이라는 단어가 빠르게 번져나갔다.

(8p)

요즘은 가사 분담이 평등하게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기획 노동을 떠맡는 사람과 주어진 일만 겨우 하는 사람 간에 깊은 간극이 존재하네요. 살림과 돌봄의 기획 노동은 눈에 보이지 않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기 때문에 기획 노동을 떠맡은 사람만이 그 노동의 무게를 견디면서 점차 지쳐가고 있네요. 그래서 저자는 보이지 않는 노동, 이름 없는 일에 붙여진 '기획 노동'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리고자 맞벌이 부부, 워킹맘, 싱글맘, 전업주부, 부모 돌봄을 혼자 떠맡다시피 한 자녀들, 장애아 엄마와 장애 당사자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전하고 있네요.

살림과 돌봄을 여성의 일로 간주하는 가부장제의 성별 역할 규범과 산업화 이후 남녀의 역할을 공적, 사적 영역으로 나눈 이데올로기 밑바닥에는 소위 모성 본능의 신화가 깔려 있는데 이는 20세기 중반 이후 다양한 연구를 통해 반박 증거들이 나오고 있네요. 미국 사회학자 앨리슨 데이밍거의 연구에 따르면 부부 간 기획 노동의 불평등은 성향이나 성격 차이가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쓰냐의 차이라고 분석했네요. 이성 커플의 남녀는 유급 및 무급 노동에서 자신의 역량을 다르게 활용했는데, 많은 남성들이 돈을 버는 직장에서는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고 집안일을 돌볼 만한 정신적 에너지를 남겨두지 않는 반면에 여성들은 그럴 수 없어서 소진되거나 경력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다는 거예요. 이는 남녀의 기질 차이가 아니라 남성들이 일터에서 발휘하는 정신적 기술을 집에 돌아오면 꺼버리는 선택적 무능 때문이라고 보고 있네요. 주 양육자로 아이를 키우는 남성 동성혼 커플의 뇌를 관찰했더니 시상하부를 포함한 감정 처리 네트워크가 활성화되었다고, 즉 포유류 어머니와 같은 생물학적 반응이 남성의 뇌에서 활성화되었다는 거예요. 따라서 기획 노동의 본질은 여성의 전유물도, 사랑의 본능도 아니며 훈련과 경험을 통해 습득되는 기술이자 역량이라는 거예요.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기에 돌봄을 수행하는 기획자이자 돌봄을 받아야 하는 당사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네요. 기획 노동에 대해 깊이 들어갈수록 돌봄은 단순히 개인이나 성별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로서 공동체 기반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는 계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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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읽고 말하다
아사쿠라 가스미 지음, 전화윤 옮김 / 현암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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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일흔, 여든의 나를 떠올려보네요.

상상은 잘 안 되지만 늙는다는 건 그만큼 오랫동안 살아왔다는 증거니까 좋은 일이겠지요.

다만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못하는 일들이 생긴다면 뭔가 슬플 것 같기는 해요. 언제일지 기한을 알 수는 없지만 마냥 손 놓고 기다리는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어쩌면 소설 속 노인들처럼 즐거운 독서모임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읽고 읽고 말하다》는 아스쿠라 가스미 작가의 장편소설이네요. 20년 동안 이어져 온 평균 나이 85세의 초고령 독서모임 '언덕 중간에서 책을 읽는 모임'과 슬럼프에 빠진 소설가이자 카페 시트론의 점장 야스다의 이야기네요. 결성 당시부터 독서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오쓰키 가쓰미 씨는 여든여덟 살이고 부회장을 맡고 있는 실바니아는 여든여섯 살이네요. 나비넥타이는 실바니아와 동갑이고 같은 중학교에서 근무한 적 있는 전직 교사예여. 마차에 씨는 아흔두 살로 모임의 최고령자이고, 일흔여덟 살의 신짱 씨는 마차에 씨의 연하남편이네요. 이밖에 회계를 맡고 있는 여든두 살의 맘마까지 여섯 명의 회원들이 매달 한 번씩 모여서 모임 책을 일인당 두 장 정도씩 낭독하고 그때마다 다함께 감상을 나누고 있는데 종종 이야기가 산으로 가네요. 그만큼 지나온 세월에 대해 할 말들이 많다는 의미일 거예요. 인생이 책이라면 여기 독서모임 회원들은 다들 전집 시리즈 분량이네요.

"기적이다. 무려 전원 참석이다." (307p) 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닌 것이, 여든을 넘기면 무슨 일이 일어나든 이상하지 않은 나이니까요.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모두가 빠짐없이 참석한다는 자체가 감사하고 소중한 일이네요.

"지금 이러고 있는 건 자기 관 속에 자기 손으로 꽃을 던지는 거나 매한가지인 일입니다.

저승길이 외롭지 않도록 말이지요. 길을 헤매지 않고 극락을 잘 찾아갈 수 있도록."

흐흠, 하고 콧소리를 내는 회장의 안색이 다시 나빠져 있었다. 잿빛 그림자가 드리운 듯했다.

얼굴뿐 아니라 목소리에도 기운이 없었다. 얼굴과 목소리에서 늘 느껴지던 윤기와 탄력을 느낄 수 없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활기가 넘쳤는데. 야스다는 회장에게서 눈을 돌렸다. 가슴이 조금 아프다.

자기 탓인 것만 같아 송구스러운 마음이 올라온다.

"······ 여하튼 회장님은 올해 88세거든요."

(···)

"나도 예전부터 비슷한 생각을 했어. 아 행복하다, 하고 느낄 때 꽃이 한 송이씩 늘어나는 거지.

그 꽃을 내 관에 넣어두면 되는 거야. 그러면 꽃으로 푹신푹신한 관이 되는 거잖아.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됐어. 회장님, 언제나 그렇지만 오늘은 특히 예리하시네."

(81-82p)

코로나 시기에 어쩔 수 없이 중단되었던 모임이 3년 만에 재개했고, 올해가 결성 20주년이어서 젊은 야스다 마쓰오 군을 명예고문으로 영입했네요. 4년 전 신인상을 수상했고 3년 전에 책을 낸 적이 있는 소설가, 근데 어떤 연유로 현재는 소설을 쓰지 못하고 있는 야스다는 독서모임에 참여하면서 책을 통해 서로의 삶을 나누며 세대를 뛰어넘는 따뜻한 교감을 하게 되네요. 잔잔한 물결처럼 슬그머니 자연스럽게 흘러드는 인생 이야기에 뭔가 힐링이 된 것 같아요. "살아 있잖아, 살아 있잖아요, 할머니, 살아 있잖아요." (336p)라는 응원의 말에 뭉클해졌네요. 읽고 읽고 말하는 사이에 위로와 격려, 감동을 전해주는 따뜻한 이야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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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김밥처리반
손선영 지음 / 삼인서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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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불볶, 전비, 참마.

익숙한 명칭이지만 이걸 사람 이름으로 갖다 쓸 줄은 몰랐네요.

"불닭볶음을 좋아하는 큰언니는 불볶으로, 전주비빔 삼각김밥을 좋아하는 둘째 언니는 전비, 참치마요 삼각김밥을 좋아하는 막내는 참마!"

친근하고 나름 귀여운 이름값에 비해 하는 일이 어마무시하네요. 세 사람은 평범해보이는 삼각김밥 공장을 비밀 근거지로 삼아서 놀라운 일들을 하고 있네요. 뭐냐면 말이죠.

손선영 작가의 장편소설 《삼각김밥처리반》은 블랙코미디 범죄 소설이네요.

제목만 봐서는 편의점에서 유효기간 지난 삼각김밥을 와구와구 먹어서 처리할 것 같은데 그런 가볍고 귀여운 '처리'가 아니라서 놀랐어요. 각자 좋아하는 삼각김밥 메뉴로 이름을 정한 세 사람은 낮에는 공장에서 삼각김밥을 만들고 밤에는 은밀하게 기묘한 죽음을 처리하고 있었네요. 범죄영화에 나오는 잔인한 킬러들은 아니고 킬러의 뒤처리 담당이라고나 할까요. 법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일, 법적으로는 지탄받을 일이지만 도덕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사건, 당연하지만 억울하게 죽음 앞에 마주 선 사람을 돕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들 말로는, 어쩌다 모여 어쩌지 못할 일을 하게 된 것인데 이토록 깔끔하게 잘 해낼 줄은 몰랐던 거죠. 마블 영화의 영웅이나 초능력자였다면 모를까, 세 명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여성이라서 본인들이 언제든 잡힐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네요. 그래서 더더욱 아슬아슬, 정의와 범죄의 경계를 넘나드는 삼각김밥처리반의 활약을 숨죽여 지켜보게 되네요. 거침없는 말투로 티격태격하면서도 끈끈하게 이어진 세 사람은 세련된 전문 해결사도 아니고 화려한 영웅도 아니지만 진심이라는 강력한 힘으로 밀고나가는 모습이 멋져 보였네요. 투박한 날 것 그대로, 자신들의 방식으로 소외된 약자들을 도우며 따뜻한 응원과 유쾌한 웃음까지, 막연하게나마 상상했던 히어로였네요. 굉장히 소탈한 생활밀착형 히어로 트리오 덕분에 묵직한 범죄 누아르 장르의 처절한 생존극에서 따뜻하고 유쾌한 인간극장까지 두루두루 다양한 맛을 맛보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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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편집 후기 여름, 책
에밀리 헨리 지음, 이미정 옮김 / 윌북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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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올해 폭염은 너무 지독했네요. 마치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열기로 푹푹 모든 걸 삶아 버렸으니 말이에요. 신기한 건 엊그제부터 조금씩 그 열기가 가라앉고 있다는 거예요. 곧 가을이 올 거라는 걸 알리듯 말이죠. 조금 늦어진 휴가를 보내면서 제가 좋아하는 세 가지 조합의 이야기를 만났네요.

《여름 편집 후기》는 지금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로맨스 작가 에밀리 헨리의 책이네요.

우리의 주인공 노라 스티븐슨은 주변에 냉랭하게 얼려 버릴 정도로 차갑지만 유능한 뉴욕의 출판 에이전트인데 하나뿐인 여동생 리비의 제안으로 한적한 시골 마을 선샤인 폴스로 한 달간의 휴가를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네요. 하필이면 휴가지에서 원고 평가를 두고 팽팽하게 맞섰던 유명 편집자 찰리 라스트라다를 우연히 재회하면서 또 한 번 원고를 두고 티격태격 지지고 볶다가 그만 사랑에 빠지게 되는 로맨스물이네요. 지독한 악연에서 시작해 연인으로 발전한다는 게 현실에서는 기적 같은 일이지만 원래 사랑이란 그런 거잖아요. 맨 처음에 노라의 이미지가 너무 차가워서 감정이 무딘 사람인가 싶었는데 가슴 속에 슬픔과 아픔을 감추고 있었던 거예요. 약한 마음을 보이지 않으려고 굳게 닫아버린 거죠. 엄마를 그리워하며 꿈 꾸는 장면이 안쓰럽고 슬펐네요. 겉으로 강한 척하면서 악역을 자처하는 노라에게 나타난 강적, 찰리 역시 첫인상은 별로였지만 휴가지가 주는 묘한 분위기 때문인지 서로를 알아가는 계기가 되네요. 뜨거운 여름, 책 그리고 로맨스. 그야말로 환상적인 조합으로 독자의 마음을 마구 흔들어놓는 이야기였네요. 실제로는 견디기 힘든 여름이었지만 어느새 휘리릭 지나버린 8월의 강렬한 열기를 닮은 로맨스 소설이었네요.


"안녕, 엄마." 리비가 엄마를 지나쳐 어릴 때 우리가 함께 썼던 방으로 걸어간다.

"왔구나, 우리 예쁜 딸!" 엄마가 반갑게 맞아주고 나는 허리를 숙여 엄마 볼에 가볍게 입맞춤하고 냉장고로 향한다. 여기까지는 순조롭게 흘러가다가 문득 한기가 내려앉는다. 무언가가 잘못됐다는 느낌이다. 뒤를 돌아 아름다운 엄마를 바라본다. 엄마는 다시 책을 읽고 있지만 내 시선을 알아차리고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미소를 짓는다. "왜 그러니?"

내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첫 번째 증거다. 현실에서는 절대 울지 않으니까. 그런데도 나는 현실과 어긋난 그 차이를 인지하지 못한다. (76p)


"내가 좋아하는 책에는 절대 내가 원하는 결말이 나오지 않는다. 언제나 하나를 얻는 대신 하나를 내줘야 한다. 엄마와 리비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끝나는, 예쁘게 리본을 묶어 포장한 러브 스토리를 좋아했다. 나는 언제나 내가 왜 그와 다른 이야기에 끌리는지 궁금했다. 나 같은 사람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곤 했다. 간절히 바라는 것, 희망하는 것은 곧 가져보지도 못한 그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길이었다. 내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는 마지막 페이지에서 이렇게 말하는 책들이다. 한 번 지나간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 좋은 것은 무엇이든 끝이 있기 마련이라는 것. 그리고 나쁜 것 또한 언젠가는 끝난다는 것. 결국 끝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 그래서 책을 펼칠 때마다 습관처럼 먼저 마지막 장을 넘겨 본다. 수많은 일들이 어긋나버린 삶 속에서도 아름다움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무슨 일이 있어도 희망은 끝내 남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 그래, 넌 뭔가를 잃었어. 하지만 언젠가는 또 뭔가를 찾을 거야."

(369-3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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