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눈 표현 가이드 도감
키타 지음, 김진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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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만화,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면,

문득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거예요.

나의 작품 속 캐릭터를 구상 중이라면 도움이 될 책이 나왔네요.

《캐릭터 눈 표현 가이드 도감》은 캐릭터의 개성을 담아내는 '눈' 표현에 관한 일러스트 기법서네요.

저자 키타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인데 작업을 하면서 눈이 안정적으로 그려지지 않아서 어떻게 해야 체계적으로 잘 그릴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하네요. 왜 눈이 중요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캐릭터 눈의 트렌드 변천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네요.

"종이가 주류였던 1980년대에는 멀리서 봐도 감정이 바로 드러나도록 큰 눈동자와 강한 하이라이트가 자주 묘사됐습니다. 부드러움이나 동경심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빛을 듬뿍 담은 '꿈꾸는 눈'이 시대적 상징이었지요. 1990년대는 버블 경제 붕괴 후 자립한 여성상에 대한 동경심을 배경으로 소녀 만화에서는 아름다우면서도 강한 여주인공이 큰 지지를 받았고, 소년 만화에서도 강한 눈빛이 매력 포인트로 여겨지면서 '샤프하면서도 강하게'와 '드라마성을 포함한 가느다란 눈'의 시대였네요. 2000년대는 감정을 누르고 내면을 드러내는 쿨하고 침착한 계열, 그리고 귀여움을 한껏 강조한 귀여움 최대 계열이 동시에 세력을 넓혀, 캐릭터의 눈이 양극화됐던 시대였어요. 2010년대는 디지털 작화가 일반화되면서 홍채의 그러데이션이나 여러 개의 광원 표현 등 눈동자 속에 세부적인 정보를 그려 넣을 수 있는 세부 묘사의 시대로 진화했네요. 2020년 이후, 현재는 SNS가 창작 발표의 중심이 되면서 캐릭터의 첫인상이 타임라인에서 순식간에 판단되는 시대가 됐어요. 그래서 '눈'은 감정이나 세계관을 빠르게 전달하는 정보의 덩어리가 됐지요. 이야기성이 깃든 묘사가 세밀한 마음의 움직임을 드러내는 시선 조작 등, 현대의 눈은 '이야기하는 것'이 요구되고 있어요." (7-10p)

시대별로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 설명을 듣고 나니 '눈 묘사'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게 됐네요. 그동안 좋아했던 매력적인 캐릭터의 비밀이 바로 여기에 있었네요. 캐릭터의 눈을 그리는 방식에 따라 인상이 크게 달라지는데, 잘 그리는 사람일수록 완성도를 높이는 한 끗 차이를 고민한다는 거예요. 이 책에서는 눈을 그리는 데 필요한 기본 구조부터 차근차근 부위별 묘사 테크닉을 통해 캐릭터의 감정과 개성을 어떻게 드러내는가를 알려주네요. 구도선, 밑그림, 선화, 밑칠, 본 색칠 순으로 진행하고, 색칠 단계에서는 눈 속의 부위별로 형태, 속눈썹, 아이라인, 홍채, 하이라이트 등의 구조를 떠올리면서 세부 요소를 조정하는 디테일한 핵심 노하우를 배울 수 있네요. 막연하게 느낌으로 짐작하던 것을 눈 묘사 테크닉으로 자세히 알려주니 일러스트 자체의 매력을 새삼 발견하는 계기였네요. 프로만화가들처럼 그려낼 자신은 없지만 캐릭터의 성격과 스타일을 창작하는 방식에 대해 배울 수 있어서 좋았네요. 깊이를 더하는 눈 묘사의 모든 것, 예비 창작자들에겐 유익한 실전 가이드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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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 이상 소설 전집 ㅣ 시간과공간사 클래식 6
이상 지음, 신범순 해설 / 시간과공간사 / 202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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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괴롭고 힘들다고 하여 그 마음을 쉽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요.

나라를 빼앗긴 이들에겐 허락되지 않은 자유였으니,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쓰는 것뿐.

"13인의아해가도로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한국 현대시 중에 가장 난해하다고 평가받는 <오감도>의 시인으로 유명한 이상은 소설가이자 건축가, 삽화가였네요.

본명 김해경, 1910년 서울 종로구에서 태어나 1937년 일본 도쿄제국대학 부속병원에서 세상을 떠났으니 참으로 짧은 생이었네요.

《날개 : 이상 소설 전집》은 시간과공간사 클래식 시리즈 여섯 번째 책이네요.

이 책이 기존에 나온 이상 소설 전집과 차별되는 지점은 실제 집필 시기를 기준으로 작품을 배열하였고, 국문학자이자 이상(李箱) 연구의 권위자로 알려진 신범순 교수의 작품 해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네요. 하나 더, 1930년대의 한자어 혼용, 표기방식, 옛맞춤법을 그대로 복원한 것이 아니라 독창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다듬은 것이라서 저자가 표현하고자 했던 말맛에 보다 가깝다고 할 수 있겠네요. 본문에서 한자어나 낯선 어휘에는 숫자가 표시되어 있어서, 미주, 즉 마지막 장에 따로 주석이 달려 있네요.

··· 죽마의 구우 M군이 나를 보내려 먼 곳까지 쫓아 나와 갈림을 아끼는 정으로 나의 손을 붙들고

"세상이라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것은 아니라네" 하며 처창한 낯빛으로 나에게 말하든 그때의 그 말을 나는 오늘까지도 기억하여 새롭거니와 과연 그 후의 나는 M군의 그 말과 같이 내가 생각든 바 그러한 것과 같은 세상은 어느 한 모도 찾아 내일 수는 없이 모도가 돌연적이었고 모도가 우연적이었고 모도가 숙명적일 뿐이었었다.

(···)

"불행한 운명 가운데서 난 사람은 끝끝내 불행한 운명 가운데서 울어야만 한다. 그 가운데에 약간의 변화쯤 있다 하드라도 속지 말라. 그것은 다만 그 '불행한 운명'의 굴곡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ㅡ <12월 12일> 중에서, (7-9p)

<12월 12일>은 1930년 잡지 《조선》 국문판에 '이상'이라는 필명으로 연재된 첫 작품이자 유일한 장편소설인데, 가족을 잃고 극심한 가난 속에서 타국을 떠돌던 주인공이 10여 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끝내 기찻길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하는 비극적인 이야기네요. 마지막 장편에서 한 개인의 불행에서 끝나지 않고, 다른 한쪽에서는 또 다른 비극이 그 막을 열고 있다면서, "으아!" 라고 외치는 소리를 연거푸 들려주고 있네요. 소설 말미에는 "완(完)"이라고 적혀 있으나 "이 소리가 약하게 그리하야 점점 강하게 들려오고 있을 뿐이다." (152p)라는 마지막 문장으로 시대의 비극을 표현하고 있네요.

<불행한 계승>의 첫 문장은, "한여름 대낮 거리에 나를 배반하야 사람 하나 없다. 패배에 이은 패배의 이행, 그 고통은 절대 한 것일 수밖에 없다." (201p)로 시작되네요. 1935년 7월 10일 작성된 원고로 이상의 유고 노트에 실린 미발표 소설이며, 원문은 펜 글씨로 일본어 한자와 가타카나로 세로쓰기가 되어 있는데, 친구인 소설가 김유정이 1976년 《문학사상》 12월호에 번역한 한국어 텍스트가 실리며 처음 공개된 작품이네요.

이상의 소설 <날개>의 첫 문장은 너무도 유명하죠.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242p)

잔혹한 시대 비극이 천재의 손발을 묶고, 날개를 꺾어버리고 말았네요. 꿈도 자유도 잃어버린 청년은 점점 메말라가고··· 이상이 남긴 가장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소설 <실화>에서 주인공 '나'는 C양이 건넨 흰 국화 한 송이를 잃어버리고 말았네요. 떠나간 사람을 위해 바치는 흰 국화 한 송이, 그리고 허무한 담배 연기.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

꿈 ㅡ 꿈이면 좋겠다. 그러나 나는 자는 것이 아니다. 누운 것도 아니다.

앉어서 나는 듣는다. (12월 23일)

'언더ㅡ더 웟취ㅡ 시계 아래서 말이에요- 파이브 타운스- 다섯 개의 동리란 말이지오ㅡ 이 청년은 요 세상에서 담배를 제일 좋아합니다-기-다랗게 꾸부러진 파잎에다가 향기가 아주 높은 담배를 피워 뻑 ㅡ 뻑 ㅡ 연기를 풍기고 앉었는 것이 무엇보다도 낙이었답니다.'

(386-3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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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밀크웨이 - 남겨진 세 사람의 기록
김강토 외 지음 / 부기출판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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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볼 때마다 가슴 철렁해지는 부고 기사.

2025년 10월 16일,백세희 작가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다섯 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네요.

생전에 작가를 만난 적도, 그의 책을 읽은 적도 없으면서 잠시 멍해져 있던 기억이 나네요. 누군가의 죽음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마음이 안 좋고, 믿고 싶지 않은데, 가까운 사람들의 심정은 오죽할까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 즉시 국내 베스트셀러가 되고, 전 세계적으로 100만 부 이상 판매되는 동안에도 이 책을 외면했네요. 사실 제목에 적힌 '죽고 싶다'라는 말이 제게는 날카롭고 뾰쪽한 가시 같아서 피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거기에 떡볶이라니, 아마 다들 그 부분에 공감했을 텐데 오히려 저한테는 힘든 부분이었네요. 그러면서도 작가님의 근황은 틈틈이 찾아보며 새로운 책이 나올 때마다 내심 안심했던 것 같아요. 잘 버터내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휴우... 긴 한숨을 내쉬면서 《버터밀크웨이》를 펼쳤네요. 우유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버터, 그 이야기로 만나게 될 줄은 미처 몰랐네요.

이 책은 생전에 누군가가 자신을 위한 글을 써 주면 좋겠다고 말했던 작가의 뜻을 따라, 남겨진 세 사람이 1년 동안 함께 써 내려간 기록이라고 하네요. 사랑하는 한 사람을 잃은 세 사람, 7년을 함께한 연인, 20년 넘게 우정을 나눈 친구, 태어날 때부터 함께한 동생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쓰는 것뿐이라서 한 달에 한 번 모여 각자 써 온 글을 서로 읽어 주었다고 해요. 이건 그들만의 의식이기에 숨죽이고 바라만 보았네요. 떠나간 사람의 빈 자리, 남겨진 사람들의 텅 빈 마음은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요. 아무도 그 답을 알지 못하네요. 슬프고 아프지만 어떻게든 살아내며 채워가려고 노력하는 것이지, 누구도 그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으니까요. 길고 긴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사랑하는 만큼 괴로운, 앞으로의 남은 시간들이 부디 따뜻하기를 바랄 뿐이네요.


"언니와 내가 살았던 세계가 우유였다면 

언니의 죽음은 그 우유를 통째로 흔들어버린 손이었다.

오래 흔들린 우유에서는 크림이 갈라져 나오고 

그 크림은 서로 엉겨 붙어 하나의 덩어리, 버터가 된다.

그렇게 하나였던 우유는 굳어 뭉친 버터와 

그 버터가 빠져나간 자리에 남은 아이보리색 희멀건 버터밀크로 나뉜다.

··· 언니를 잃은 순간부터 나는 버터라는 애매한 고체가 되었고 

그 버터가 빠져나간 자리에는 언니가 없는 세계가 남았다.

··· 버터는 우유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 나도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 

다만, 버터는 차가운 곳에서는 단단히 굳어 있다가도 따뜻해지면 다시 녹아 흐른다. 

처음 모습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도 형태는 여전히 변한다. 굳었던 것이 다시 흐를 수도 있다.

그것이 내게 위로가 될지 또 다른 두려움이 될지 아직 모르겠다.

···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그 길 이름이 버터밀크웨이다."

(16-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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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의 어머니
김홍신 지음 / 해냄 / 202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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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 어머니의 심정으로, 우리가 읽고 기억해야 할 이야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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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의 어머니
김홍신 지음 / 해냄 / 202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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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문화 예술 분야를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이들의 존재가 몹시 의심스럽네요.

요근래 개봉한 영화와 방영 중인 드라마가 왜 이상한 공격을 받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응원봉을 흔들며 권력의 폭주를 막아낸 민주 시민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도 여전히 그들을 단죄하지 못하고 있으니··· 우리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그 과거를 되새길 수 있는 작품이 세상에 나왔네요.

김홍신 작가의 《유다의 어머니》는 등단 50주년 기념 장편소설이라고 하네요.

1979년 12월 군사정변과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에서 어머니 박해선이 권력과 불의에 타협하며 악행을 저지른 아들 윤상경을 향해 총을 쏘는 비극적인 장면으로 시작되네요. 이야기는 박해선이 왜 아들을 살해했는지를 추적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절절한 어머니의 마음을 읽을 수 있네요. 성경 속에서 예수님을 은전 30닢에 팔아먹은 가롯 유다는 누구나 알지만 그의 어머니를 떠올려 본 적이 없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역사와 정의를 배신한 아들을 둔 어머니의 심정을 헤아려보는 시간이었네요. 비극적 시대의 참혹함과 모성이 슬프고도 안타까웠네요. 잘못을 저지른 권력과 불의에 대해 과연 역사적 심판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불의한 권력 구조 속에서 개인이 감내해야 하는 불행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반성해야 하는지를 묻게 되네요. 과거의 아픈 역사를 바로잡지 않으면 그 고통과 잘못은 계속될 수밖에 없네요. 저자는 악한 자들을 필주하는 것이 문학의 소명 중 하나라고 말했으니, 이제 우리의 소명을 지켜야 할 때네요.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기억하며 오늘날의 정의를 이뤄가는 일, 보이지 않아도 별은 늘 빛나고 있으니까요.


"1979년 비상계엄 이후 1980년 광주 민주항쟁은 우리 현대 민주사의 순교사입니다.

그 순교의 한 가닥을 소설로 쓰고 싶었습니다.

··· 인생의 철학적 해석이 문학이고, 문학의 종교적 해석이 인생입니다.

광주의 통곡은 우리 현대사의 통곡입니다.

그 아픔을 어찌 필설로 표현할 수 있으랴만, 한 꼬집이라도 새겨보고 싶었습니다.

별은 보이지 않을 뿐 반드시 거기에 있습니다.

··· 다시는 유다 같은 배신, 유다의 어머니 같은 통곡,

그리고 역사적 비극의 소용돌이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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