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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 이상 소설 전집 ㅣ 시간과공간사 클래식 6
이상 지음, 신범순 해설 / 시간과공간사 / 2026년 1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괴롭고 힘들다고 하여 그 마음을 쉽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요.
나라를 빼앗긴 이들에겐 허락되지 않은 자유였으니,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쓰는 것뿐.
"13인의아해가도로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한국 현대시 중에 가장 난해하다고 평가받는 <오감도>의 시인으로 유명한 이상은 소설가이자 건축가, 삽화가였네요.
본명 김해경, 1910년 서울 종로구에서 태어나 1937년 일본 도쿄제국대학 부속병원에서 세상을 떠났으니 참으로 짧은 생이었네요.
《날개 : 이상 소설 전집》은 시간과공간사 클래식 시리즈 여섯 번째 책이네요.
이 책이 기존에 나온 이상 소설 전집과 차별되는 지점은 실제 집필 시기를 기준으로 작품을 배열하였고, 국문학자이자 이상(李箱) 연구의 권위자로 알려진 신범순 교수의 작품 해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네요. 하나 더, 1930년대의 한자어 혼용, 표기방식, 옛맞춤법을 그대로 복원한 것이 아니라 독창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다듬은 것이라서 저자가 표현하고자 했던 말맛에 보다 가깝다고 할 수 있겠네요. 본문에서 한자어나 낯선 어휘에는 숫자가 표시되어 있어서, 미주, 즉 마지막 장에 따로 주석이 달려 있네요.
··· 죽마의 구우 M군이 나를 보내려 먼 곳까지 쫓아 나와 갈림을 아끼는 정으로 나의 손을 붙들고
"세상이라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것은 아니라네" 하며 처창한 낯빛으로 나에게 말하든 그때의 그 말을 나는 오늘까지도 기억하여 새롭거니와 과연 그 후의 나는 M군의 그 말과 같이 내가 생각든 바 그러한 것과 같은 세상은 어느 한 모도 찾아 내일 수는 없이 모도가 돌연적이었고 모도가 우연적이었고 모도가 숙명적일 뿐이었었다.
(···)
"불행한 운명 가운데서 난 사람은 끝끝내 불행한 운명 가운데서 울어야만 한다. 그 가운데에 약간의 변화쯤 있다 하드라도 속지 말라. 그것은 다만 그 '불행한 운명'의 굴곡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ㅡ <12월 12일> 중에서, (7-9p)
<12월 12일>은 1930년 잡지 《조선》 국문판에 '이상'이라는 필명으로 연재된 첫 작품이자 유일한 장편소설인데, 가족을 잃고 극심한 가난 속에서 타국을 떠돌던 주인공이 10여 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끝내 기찻길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하는 비극적인 이야기네요. 마지막 장편에서 한 개인의 불행에서 끝나지 않고, 다른 한쪽에서는 또 다른 비극이 그 막을 열고 있다면서, "으아!" 라고 외치는 소리를 연거푸 들려주고 있네요. 소설 말미에는 "완(完)"이라고 적혀 있으나 "이 소리가 약하게 그리하야 점점 강하게 들려오고 있을 뿐이다." (152p)라는 마지막 문장으로 시대의 비극을 표현하고 있네요.
<불행한 계승>의 첫 문장은, "한여름 대낮 거리에 나를 배반하야 사람 하나 없다. 패배에 이은 패배의 이행, 그 고통은 절대 한 것일 수밖에 없다." (201p)로 시작되네요. 1935년 7월 10일 작성된 원고로 이상의 유고 노트에 실린 미발표 소설이며, 원문은 펜 글씨로 일본어 한자와 가타카나로 세로쓰기가 되어 있는데, 친구인 소설가 김유정이 1976년 《문학사상》 12월호에 번역한 한국어 텍스트가 실리며 처음 공개된 작품이네요.
이상의 소설 <날개>의 첫 문장은 너무도 유명하죠.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242p)
잔혹한 시대 비극이 천재의 손발을 묶고, 날개를 꺾어버리고 말았네요. 꿈도 자유도 잃어버린 청년은 점점 메말라가고··· 이상이 남긴 가장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소설 <실화>에서 주인공 '나'는 C양이 건넨 흰 국화 한 송이를 잃어버리고 말았네요. 떠나간 사람을 위해 바치는 흰 국화 한 송이, 그리고 허무한 담배 연기.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
꿈 ㅡ 꿈이면 좋겠다. 그러나 나는 자는 것이 아니다. 누운 것도 아니다.
앉어서 나는 듣는다. (12월 23일)
'언더ㅡ더 웟취ㅡ 시계 아래서 말이에요- 파이브 타운스- 다섯 개의 동리란 말이지오ㅡ 이 청년은 요 세상에서 담배를 제일 좋아합니다-기-다랗게 꾸부러진 파잎에다가 향기가 아주 높은 담배를 피워 뻑 ㅡ 뻑 ㅡ 연기를 풍기고 앉었는 것이 무엇보다도 낙이었답니다.'
(386-3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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