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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탄생 - 우리가 찍은 낙인의 역사
수레카 데이비스 지음, 이영아 옮김 / 현암사 / 2026년 8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영화 스파이더맨을 봤네요.
세상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피터 파커의 눈물겨운 이야기, 그 와중에 헐크는 통제력을 잃고 폭주하면서 스파이더맨과의 충돌이 벌어지네요.
마블 영화 속 슈퍼히어로들은 지구를 지키는 구원자로 등장하지만 때로는 괴물 같은 파괴적인 위험 요소로 취급되기도 하네요.
우리는 무엇을 괴물이라고 여기고 있는지, 그 괴물은 어떻게 탄생했는가를 이야기하는 책이 나왔네요.
영국의 작가이자 역사가인 수레카 데이비스의 《괴물의 탄생》은 무시무시한 괴물에 관한 공포담이 아니라 인류의 잔혹한 역사를 다루고 있네요.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인상적이네요. 미국 의회도서관 내에 있는 클루지 센터의 연구원으로 첫 책을 집필 중일 때 마침 아래층에서 우주 생물학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그 내용은 지구 너머 생명체를 발견했을 때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였다고 해요. 근데 어떤 과학자들은 외계 병원균을 막고 적대적인 외계인들을 물리칠 무기에 대해 언급하더래요. 그래서 질의응답 시간에 "우주에 우리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 지구인들이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 사람들이 패닉에 빠지지 않을까요? 외계인이 발견되었다거나 심지어 그 외계인이 지구에 왔다고 발표하기만 해도 무법천지가 되고 폭동이 일어날 위험은 없을까요? 외계인과의 만남에 대비해서 서로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8p)라고 물었더니 토론 진행자가 '엉뚱한 질문'이고 '주제에 벗어난 질문'이라며 끊었다는 거예요. 그때 알아차린 거죠. 과학은 인류가 지구상의 생명체와 상호작용하는 방법에 대해 모든 답을 갖고 있지 않을뿐더러, 우주에 대해 사유하기에는 역부족인 학문이라는 것을 말이죠. 그래서 저자는 이 주제를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는 내용을 쓰게 된 거예요.
먼 미래, 언제 마주하게 될지 모르는 외계 생명체와도 싸울 태세를 하는 과학자들을 비난하자는 게 아니라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체화된 혐오와 낙인, 편견의 역사를 되짚어보자고 말이에요. 이 책은 괴물을 통해 보는 인류의 얼룩진 역사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자는 정상이라는 정의에서 배제되고 낙인찍히는 모든 존재를 포괄한 것을 '괴물'이라고 정의하면서, 인류가 어떻게 낙인찍기로 '괴물 만들기'를 해왔는지, 그 괴물화 과정을 적극적으로 관여한 자들의 편견과 의도를 밝혀내고 있네요.
침략과 전쟁으로 정복자들은 원주민들을 괴물취급했고, 종교의 이름으로 이민족을 악마화했네요. 인종이든 민족이든 '다름', 이질적인 특성으로 괴물 만들기라는 폭력이 난무하는 야만의 시대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러한 낙인찍기의 역사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 사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심각하게 봐야 할 부분이네요. 여기에 하나 더, 엄청난 속도로 진화하는 AI는 미래에서 온 외계인으로 보일 정도로 우리 삶을 바꾸고 있네요. 하지만 가장 두려워해야 할 건 우리 자신인지도 모르겠네요. 괴물이 곧 우리였음을 자각할 때 비로소 무서운 괴물은 사라지고 더 나은 세상을만들 수 있네요.
"사람들이 어디에 선을 긋는지를 보면,
사회가 '정상'이라 부르는 존재를 규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또 다른 경계가 드러난다.
여기서 '정상'이란 개념은 명시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비정상', 즉 괴물로 여겨지는 존재와의 관계 속에서 정의된다.
사람들과 그들의 선택, 그리고 그들이 사는 세계 간의 경계는 어디일까?
다시 말해 인간과 세계 사이의 경계는 어디일까?
유전자는 육체의 스트레스 요인과 경험에 따라 발현되거나 억눌리며,
유전학 연구는 유전자를 편집하는 방법을 밝히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인간이란 정확인 무엇인가?
우리는 여전히 원시 수프 속에서 헤엄치고 있고,
우리의 정신과 육체는 생태계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그에 대한 응답으로 스스로 변모하고 있다.
'정상적인' 호모 사피엔스는 결국 고정된 종이 아니라
주변 세계에 반응하는 변신술사인 것이다."
(35-36p)
"진화의 역사는 곧 괴물의 역사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거듭 생겨난 괴물에 의해 생겨났다.
다윈의 결론은 신학적 관점에서 우려스러웠다.
생물에 작용하는 자연의 힘이 무작위 돌연변이로 이어지고,
시간이 흘러 그것이 새로운 종을 만들어낸다면,
'정상'과 '괴물'간의 경계는 시간과 우연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신은 배제된다.
다윈의 이론이 인간을 이해하는 방식에 함축된 의미도 거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에 따르면, 인류는 불변하는 신의 이미지가 아니라
쉽게 변하는 존재일뿐더러
과거의 어느 시점에 인류의 조상은 전혀 인간이 아니었다."
(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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