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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뜬구름
찬쉐 지음, 김태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처음 만나는 작가의 작품이라서 살짝 설렜네요.
《오래된 뜬구름》은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이자 '중국의 카프카'로 불리는 찬쉐 작가님의 중편소설이네요.
일단 제목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는데 역시나 전개가 독특하네요. '뜬구름'이라는 단어는 주로 막연하고 허황된 것, 덧없고 허무한 것을 비유하여, '뜬구름 잡다', 혹은 '뜬구름 같다'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이 소설에서는 이웃에 사는 두 부부를 중심으로 뜬구름 같은 일상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들은 꿈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데, 가끔은 현실마저도 꿈인가 싶을 정도로 그 경계가 흐릿하네요. 도대체 누구 자신을 몰래 지켜본다는 것일까요. 그들이 목격한 것이 진짜인지 아니면 착각이나 환상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 모호함이 한층 더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것 같아요. 조금씩 그들이 느끼는 낯설고 기이한 감각을 따라가다가, 쑤욱, 늪처럼 빠지는 순간이 있네요. 아하, 이래서 '중국의 카프카'로 불리는구나...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보이지만 않을 뿐이지 느낄 수 있는 내면의 갈등이, 그들의 대화를 통해 시각, 청각, 촉각 등 온몸의 감각으로 깨어나고 있어요. 지나치게 사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불쾌감이 두드러기처럼 돋아나는 경험을 했네요.
「방구석에 사람 머리만 한 괴상한 버섯이 자라고 있어요. 천장에서는 항상 알 수 없는 순간에 발이 하나 뻗어 나오지요. 그 위로 거미가 기어다니고 있어요. 당신도 이 지붕 밑에서 잠을 자니까 이런 일들에 익숙해져 있겠지요?」
「맞아, 나도 그와 유사한 일들을 적지 않게 목격했어.」
「··· 당신이 날 처음 봤을 때, 나는 당신과 똑같아졌어요. 우리 둘은 정말 쌍둥이 자매처럼 하는 얘기도 거의 똑같았지요. 내가 꿈을 꾸다가 깨서 몸을 뒤척이다 보면 당신도 침대에서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어요. 아마 당신도 바로 그 순간 꿈에서 깼을 거예요. 그 꿈이 공교롭게도 내 꿈과 똑같았을지도 모르지요. 오늘 아침에 당신이 와서 그 일을 얘기할 때 나는 곧바로 당신의 뜻을 알아차렸어요. 나도 마침 그 일을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저기요, 정신 좀 차려요.」
「어제 공원에서 봤는데 닥나무 꼭대기에 사람 머리칼이 나 있었어요······.」
「요즘 나 정말 피곤해. 도처에 훔쳐보는 사람들이 있어서 도망치지도 못한다고.」 (47-49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