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이 왜 당신 마음에 들어야 합니까 - 남들 마음속에 살다 내 인생을 놓친 사람들에게
김경일 지음 / 퍼스트펭귄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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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이 주는 짜릿함이 있네요.

보자마자 드라마 속 주인공의 대사 같아서, 멋진 장면이 떠올랐네요.

《내 인생이 왜 당신 마음에 들어야 합니까》는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의 책이네요.

저자는 이 질문이 타인에게 던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나 자신에게 건네는 말이라고 이야기하네요.

이 책은 타인의 시선, 타인의 기준에 휘둘리며 힘들고 괴로웠던 사람들, 즉 나 자신의 인생을 놓친 사람들을 위한 마음 수업이네요.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중에는 유난히 착한 사람이 많은데 이런 사람들이 손해 보고 양보하며 참다가 호구가 되는 거예요. 저자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면 정작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 바로 나 자신에게는 나쁜 사람이 되는 거라고, 그러니 우리의 목표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중요한 사람들과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어야 해요. 우리가 배워야 할 관계의 균형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되 그 마음대로 살지는 않는 것,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되 나의 판단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면서도 자기 자신에게 불친절하지 않는 것이네요.

이 책에서는 우리 각자가 자신의 마음에 집중할 수 있는 질문과 이야기를 만날 수 있네요. 최근 재미나게 보고 있는 드라마가 있는데, 주인공이 로또 1등에 당첨 되고도 사직서를 던지는 대신 이전과는 전혀 다른 당당함과 여유를 장착한 채 직장 생활을 하는데요. 그동안 상사의 부당한 질책이나 가스라이팅, 거래처의 갑질을 참아냈던 주인공이 완전 달라진 태도로 주도권을 가져오는 장면이 은근 통쾌하더라고요. 드라마 속 주인공에게 로또 당첨금이 언제든 판을 엎을 수 있는 무기가 된 것처럼 이 책에서는 우리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준 심리적 자본을 구축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네요. 당장 환경을 바꾸지 못하더라도 상황을 바라보는 나의 인지적 프레임을 바꾸면 삶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네요. 우리가 항상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내 인생의 결정권은 나에게 있다'라는 거예요. 드라마 주인공의 통장에 찍힌 로또 당첨금 13억처럼 내 마음의 통장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건 바로··· 그 답을 찾았다면 나만의 즐거운 인생을 살 수 있네요.


"퇴사하는 직원에게 회사를 왜 그만두는지 물어보면 십중팔구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사랑했던 연인과 이별하는 사람에게 물어도 비슷한 대답을 하지요. 이처럼 우리는 행복했던 기억이 사람을 붙잡고, 행복하지 않았던 기억이 사람을 떠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문제가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어떤 경험을 행복한 기억으로 남길까요?

···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교 심리학자 테레사 마르틴이 이끄는 연구진은 이 질문을 오랫동안 추적했습니다. ··· 결과는 예상과 조금 달랐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긴 것은 처음부터 즐거웠던 순간이 아니었습니다. 질병이나 가족의 죽음, 실직, 조직 내 갈등처럼 힘든 일을 겪었지만 결국 그것을 이겨냈던 경험이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더 흥미로운 사실도 있습니다. 이렇게 어려움을 극복한 기억이 많은 사람일수록 이후의 삶에서도 더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갈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죠. 특히 나이가 들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는데요. 연구진은 이를 '승리와 극복의 기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행복한 삶에는 실패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앞서 살펴본 연구에서 알 수 있듯이 실제 우리의 기억은 다르게 작동합니다. 실패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실패를 이겨낸 사람이 더 행복한 기억을 남긴다는 것이지요."

(75-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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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의 말로 살아간다 - MBC 라디오 <여성시대>>가 전하는 인생의 한마디
여성시대 지음 / 김영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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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날로그 세대의 추억은 라디오 프로그램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네요.

엽서와 편지를 주고받던 시절, 그때는 자신이 보낸 사연이 라디오를 통해 나오는 것이 굉장한 이벤트였네요. 요즘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사연과 신청곡을 쉽게 보낼 수 있으니 훨씬 편해졌지만 뭔가 감동이나 낭만은 살짝 줄어든 느낌이네요. 중요한 건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라디오를 사랑하는 청취자들이 있다는 게 아닐까 싶네요. 저 역시 라디오는 어쩐지 늘 그 자리에서 묵묵히 기다려주는 친구 같아서 든든한 구석이 있어요.

MBC 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가 꽤 오래된 장수 프로그램이라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정확히는 1975년 '여성살롱'이라는 이름으로 첫 방송을 시작해 1988년 현재의 명칭인 <여성시대>로 바뀌면서 자그만치 51년 동안 우리 곁을 지키고 있었네요.

《우리는 서로의 말로 살아간다》는 MBC 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가 전하는 인생의 한마디 책이네요.

이 책의 저자들은 <여성시대>의 청취자들이자 우리 이웃들이네요. 1979년부터 이어져온 글 잔치 '신춘편지쇼' 당선작 가운데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고 다시 살아갈 힘이 되었던,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말들을 골라 담아낸 책이네요. 시작하게 하는 말, 무너진 마음을 붙드는 말, 나를 사랑하게 하는 말, 함께 살아가는 말, 오늘을 살게 하는 말로 나누어 60개의 편지들을 소개하고 있네요. 익명으로 보내온 편지는 <여성시대> 청취자를 일컫는 '당당이'라는 이름으로 표기했는데, 그 '당당이'의 편지를 읽으면 마음이 뭉클했네요. 깊은 상처와 아픔을 엄마 덕분에 치유할 수 있었던 소녀가 용기를 내어 자신의 아픈 기억을 말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는 것이 감동이었네요. 우리를 괴롭히고 아프게 하는 것도 사람이지만 다시 살아가게 만드는 것도 역시 사람이네요. 사랑하는 사람들 덕분에 오늘을 행복하게 웃으며 살고 있네요. 책 속의 편지들은 우리에게 소중한 것들을 일깨워주는, 참으로 감사한 말들이었네요. 우리가 서로에게 좋은 말을 해줄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정말 많이 달라질 거예요. 오염된 말들이 넘쳐나는 요즘,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진솔하고 따뜻한 말들로 마음의 힘을 얻었으면 좋겠네요.


"저는 그냥 엄마한테 전화를 했는데, 엄마가 받아서, 그래서 엄마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하며 그만 울어버렸습니다. 엄마는 괜찮다며, 다 괜찮다며 그 어느 것도 네 잘못이 아니니, 그 어떤 것도 절대 후회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엄마는 저를 지킬 수 있어서 행복했고, 제가 더는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웃으며 잘 사는 것이 엄마의 꿈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86p)


"할머니는 나에게 김치를 전해주기 위해서 오신 것이었다.

안양의 삼촌 댁에서 성북동의 시댁까지

버스를 몇 번이나 갈아타시며···.

그리고 김치통 위에 놓여 있던 쪽지 하나.

천금가튼 내 세끼 바라.

봄똥짐치 담끼는 봄똥배차를 깨끄시 씨서

무를 빼고 멜치전 궁무를···.

뜨거운 내 눈물이 그 쪽지 위에 쉴 새 없이 떨어졌다.

며칠 전에 나는 시골에 사시는 친정어머니 대신에

외숙모에게 전화를 해서 봄김치 담그는 법을 물으면서

음식 솜씨가 없어서 시부모님 사랑받기는 다 틀렸다고

하소연을 했던 것이다.

알고 보니 그 얘기를 들은 할머니는 행여라도

내가 시댁에게 밉보일까 며칠을 걱정하시다가

그래도 며느리에게 시집간 외손녀 김치까지

담가 달라고 할 수가 없어서 외숙모가 안 계신 틈에

얼른 배추를 사다가 김치를 담가 나를 찾아오신 것이었다."

(2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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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고 있지 않았던 장면들 ㅣ 트리플 37
임솔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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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한테 이런 표정이 있었나?

가끔 나도 모르는 순간이 사진에 찍힐 때가 있어요.

보통은 "자, 찍는다!"라는 말이나 카메라를 들이대는 행동으로 사진 찍힐 준비를 하니까,

거울에서 늘 보던 그 얼굴의 나를 사진으로 만나게 되네요. 익숙한 나.

근데 무방비 상태에서 찍힌 나는 뭔가 낯설면서 '나도 모르는 나'를 담고 있네요.

임솔아 작가의 《우리가 보고 있지 않았던 장면들》은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 서른일곱 번째 책이네요.

이 책에는 세 편의 소설과 한 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네요.

<금빛 베드 러너>의 지윤은 엄마와 여행을 하고 있고, <도희의 한 시간>에서 도희는 기차를 타고 가는 중이며,

<쉴 곳>은 민영이 정화와 민기의 집에서 머물고 있는 '순간'을 보여주고 있네요.

그들은 알고 있을까요, 우리가 그들을 보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펼치기 전까지는 본 적 없던 장면들이 활자가 되어 단어와 문장으로 선명한 장면들을 그려내고 있어요.

우리는 그들의 표정을 볼 수 없지만 어떤 상황인지 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으니, '본다'는 건 늘 불완전한 해석 같아요.

똑같은 장면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니까, 전혀 몰랐던 부분까지 알아차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예 둔감한 사람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소설은 우리가 놓쳤던 장면들을 차분하고 담담하게 보여주면서, 우리가 종종 놓칠 수밖에 없는 장면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네요.

바로 나 자신, 우리는 늘 다른 사람의 시선을 통해 나를 확인하고, 카메라와 거울에 비친 나를 진짜 나라고 여기며 살고 있네요. 물론 그 모습도 진짜가 맞지만 나를 구성하는 극히 일부분이라는 것, 결국 우리는 곁에 있는 사람들을 통해 나란 존재를 알아가는 수밖에 없어요. 평생···

마지막 장에 수록된 에세이의 제목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네요.

저자는 세 편의 단편을 떠올리게 하는, 여덟 개의 장면들을 이야기하는데 꿈과 생각, 사실들이 뒤섞여 있네요. 인상적인 내용은 여기에 실린 소설에서 삭제된 문장들이 있다는 사실을 밝힌 부분이네요. 완전히 삭제되었고, 우리는 알 길 없는 그 문장들이, 저자가 삭제했다고 언급하는 순간 잠시 살아난 느낌이랄까요. 마치 꿈을 꾸고 난 뒤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그저 꿈을 꿨다는 사실만 남는 것처럼.


"나는 생각한다. 내게 헤어지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남아 있다는 것에 대하여.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하여. 그것이 무엇보다 안심이 된다는 것에 대하여.

지나치게 행복한 꿈은 깨어났을 때 느끼는 낙차 때문에 오히려 더 악몽 같다.

그것을 악몽으로 받아들일 때 나는 이상하게도 내 안에 있는 미약한 힘을 느낀다.

사랑하려는 힘. 악몽 덕분에 내가 살아갈 힘을 얻고 있다면 그것을 여전히 악몽이라 불러도 될까?

나를 깨우는 것이 언제나 나의 악몽이었다면?

잘 가.

잘 지내.

또 보자.

이런 말은 인사라기보다 간청 같다.

간청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114-1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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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주워진 세계
아사쿠라 히로카게 지음, 이구름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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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쓸모 있는 사람인가?'를 고민하던 때가 있었네요.

어쩐지 아닌 것 같아서, 존재의 이유를 찾아야 했네요. 그리고 마침내...

아사쿠라 히로카게의 장편소설 《우리가 주워진 세계》는 참으로 묘한 이야기네요.

청소 일을 하며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치워야 하는 남자와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으듯이 끊임없이 쓰레기를 주워 모아야 안심하는 여자가 있네요.

101호에 사는 남자 아사히는 더러운 것을 극도로 싫어하지만 취업도 공무원 시험도 떨어진 상태라서 어쩔 수 없이 민간 청소업체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네요. 더러운 쓰레기를 수거하는 고된 일인 데다가 종종 막말하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진이 빠지지만 다른 일에 비해 시간적 여유가 있고 보수가 괜찮은 편이라서 꾹 참고 있네요.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들 덕분에 깨끗해졌으면 감사하지는 못할망정 깔보고 무시하다니, 그런 못된 언행 자체가 완전 쓰레기네요.

반년 전, 옆집으로 이사 온 102호 여자 도모에의 집을 우연히 보게 된 아사히는 기겁하고 말았네요. 불과 6개월만에 집안이 쓰레기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쓰레기집이 되어 있었네요. 같이 일하는 민토에게 그 얘길 했더니 기어코 와 보겠다고, 평소에 누구도 집으로 초대한 적 없는 아사히지만 줄기차게 와 보고 싶다는 민토의 부탁을 뿌리치지 못했네요. 아사히는 민토 때문에 이웃집 여자 도모에와 처음으로 긴 대화를 나누고, 식사를 하게 되면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과거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요. 꽁꽁 닫혀 있던 아시히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는데, 그만··· 사람은 참 알다가도 모를, 그래서 우리는 상처받기도 하고 위로받으면서 함께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네요. 물건은 필요에 따라 쓸모가 정해지고 그 쓸모를 다하면 버려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사람은, 사람에게 쓸모라는 단어가 적합한가요. 무엇을 기준으로 쓸모를 정할 수 있나요.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안다면 타인을 쓸모가 아닌 존재 자체로 존중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일 거예요. 그럼에도 우리의 현실은 약자에게 냉혹하네요. 서로 다른 환경이지만 똑같이 상처 입고 외로운 두 사람을 통해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되네요. 누군가를 줍고, 또 누군가에게 주워지며 삶은 이어진다고, 아사히의 심경 변화처럼 우리는 혼자인 것 같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아픔, 슬픔, 따뜻함이 공존하는 '쓰레기 왕국'의 이야기였네요.


청소 회사 아들인 민토는 어렸을 때부터 쓰

레기집 자식이라거나 냄새난다는 놀림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이런 모욕에 익숙할지 모르지만 아사히는 아니었다. 

도지히 참을 수 없는 일은 참을 수 없다고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충동을 꾹꾹 눌러 담아 뚜껑을 덮었다.

"내가 가끔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민토가 말했다.

"인간의 더러운 부분까지 들여다볼 수 있어서야.

봉투를 드는 순간, 알 수 있어. 

더러운 인간이 내놓은 더러운 쓰레기인지 아닌지 말이야."

(46-47p)


"보증금을 한 푼도 안 돌려주는 대신 쓰레기를 그냥 두고 나가도 좋으니

제발 나가달라고 전에 살던 집 주인이 간곡히 부탁하더라고.

그래서 필요한 물건만 챙겨서 나왔어.

이번엔 마음을 다잡고 깨끗하게 살아볼 생각이었는데

결국 이 꼴이야. '아, 역시 나도 사회의 쓰레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

아니, 남자한테 버림받은 엄마한테 버림 받았을 때

난 이미 쓰레기보다 못한 존재였는지도 몰라. 하하."

(96p)


난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문득 허탈감이 밀려왔다

아사히는 이제야 사노의 마음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쓸모없다며 버려지고, 아무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 쓰레기들이 어쩐지 가엾고 안쓰러웠다.

그래서 아사히는 처음부터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 애쓰며,

물건을 최소한으로 줄여 생활해 왔다.

아사히는 생각했다. 사노와 자신은 네거티브 필름과 포지티브 필름처럼

겉으로만 반대일 뿐, 결국 뿌리는 같은 존재가 아닐까.

사노와 마찬가지로 자기 역시 사회에서 쓸모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굴리는

거대한 수레바퀴 밖으로 밀려난,

쓸모없는 존재가 아닐까······.

(121-122p)


"··· 그냥 같이 있기만 해도 된다고 생각해.

곁에 있어주고 함께 걷고 지금 이렇게 살아서

내 옆에서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

(3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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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을 유리하게 만드는 산수의 기술
니시오카 잇세이 지음, 김현경 옮김 / 로북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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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수학에서 기초가 중요하단 얘기는 귀가 닳을 정도로 많이 들었을 거예요.

암기 과목과 달리 앞선 개념이 다음 개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는 거죠.

그래서 중간에 구멍이 생기면 고학년이 될수록 문제를 풀지 못하는 이른바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되기 십상인데, 이것은 어디까지는 수학을 공부하고 시험을 치뤄야 하는 학생들의 문제라고 여겼네요. 근데 수학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초등산수'가 인생의 강력한 무기가 된다는 책이 나와서 무척 궁금하더라고요. 미적분이나 확률이라면 모를까, 초등학교 때 배운 사칙연산과 기초 산수가 어떻게 강력한 무기가 된다는 거지?

《결정을 유리하게 만드는 산수의 기술》의 저자 니시오카 잇세이는 삼수 끝에 도쿄대학교에 입학했는데, 자신의 합격 비결은 '산수' 덕분이라고 이야기하네요. 고등학교 시절에 모든 과목이 엉망이지만 도쿄대를 가고 싶어서 선생님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그게 진심이라면 네가 해야 할 일은 매우 간단해. 초등학교 산수부터 다시 시작해 봐. 초등학교 산수에는 모든 게 들어 있어.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면 중학교나 고등학교 수학뿐 아니라 모든 과목에 적용할 수 있는 '수를 다루는 감각'이 몸에 밸 거야." (7-8p)라고 하셨대요. 이때부터 선생님 말씀대로 초등 산수를 복습하고, 구구단을 다시 외우고, 100칸 계산을 다시 했더니 점차 중학교 수학을 이해하게 되었고, 문제가 술술 풀리면서 다른 과목 성적까지 올랐다는 거예요. 스스로 변화를 느낄 만큼 머리 회전이 빨라졌고, 고난도 문제도 척척 풀게 되어 도쿄대 모의고사 전국 4위를 기록하며 도쿄대 합격의 꿈을 이뤘다고 해요. 더 나아가 자신만의 공부법을 널리 전하기 위해 책도 쓰고, 회사도 설립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초등산수'가 저자의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네요. 이 책에서는 초등산수 속에 담긴 숫자의 본질을 파악하여, 그 산수를 바탕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네요. 단순한 계산 능력 외에 일상에서 산수를 응용하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산수적 사고가 얼마나 강력한 무기가 되는지를 증명해주네요. 특히 '시행착오적 사고'가 수 감각과 사고력을 높이는 중요한 사고법이며, 요점은 '우선 해 보자'라는 것이 굉장히 멋졌네요. 일단 시도해 봐야 답에 가까워진다는 것, 여러 번 실패를 겪더라고 끈기 있게 도전하는 사고의 기술이라면 인생의 복잡한 문제들도 잘 풀어낼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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