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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초대륙 - 지구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판구조론 히스토리
로스 미첼 지음, 이현숙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4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로디니아 이전의 초대륙을 믿으십니까?" (186p)
이 질문으로 세 가지를 확인할 수 있어요. 로디니아, 초대륙, 지질학을 아는가.
근데 왜 과학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믿으십니까?'라는 표현을 썼을까요. 그건 증명되지 않은 가설이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묻고 있는 거예요. 당신은 이 가설을 진지하게 검증할 마음이 있느냐는 거죠. 이것은 또 다른 초대륙의 가능성에 자신의 미래를 건 지질학자의 질문이었고, 그는 로디니아를 위해 오른손 엄지손가락 절반을 잃었어요. "때로는 마음을 따르기 위해 손가락 하나 정도는 잃을 각오를 해야 하는 법이다." (181p) 말로만 손가락을 거는 허풍쟁이가 아니라 진짜 손가락을 걸 정도로 지질학에 진심인 그의 이야기에 깊은 감동을 받았네요.
《다가올 초대륙》은 미국의 촉망받는 지질학자 로스 미첼의 책이에요.
저자는 우리를 머나먼 과거의 지구로 초대하네요. 오늘날의 여러 대륙이 한때는 거대한 단일 대륙이었다는 판게아 이론을 들어봤을 거예요. 근데 판게아는 초대륙이라고 불리는 반복되는 현상이며, 지구가 존재해온 45억 년 동안 붙었다 떨어지며 적어도 두 개의 초대륙이 있었고, 저자와 같은 과학자들은 미래에도 또 다른 초대륙이 나타나리라 믿고 있어요. 지구가 과거에 다수의 초대륙이 존재했고, 초대륙 순환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확신하려면 세 가지 사례가 필요해요. 만약 판게아만 존재했다면 우연일 수 있고, 두 개의 초대륙(판게아와 로디니아)도 우연의 영역으로 볼 수 있지만 세 개의 초대륙이 있다면 그건 과학의 영역인 거예요. 초대륙 순환이 존재하려면 판게아의 전신인 로디니아뿐 아니라 로디니아의 전신 또한 실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하는데, 그게 바로 지질학자들의 몫이에요. 초대륙이 존재했다는 증거에서부터 또 다른 초대륙이 형성되는 과정, 그리고 북극에 형성되리라 예측되는 미래 초대륙 아마시아까지, 지질학의 역사를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어요. 처음부터 지질학의 역사를 읊어대는 내용이었다면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 텐데, 초대륙 판게아로 시작해 로디니아 초대륙, 컬럼비아 초대륙으로 이어지는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판구조 운동과 윌슨사이클, 고지자기학, 맨틀 대류현상, 미지의 시생누대 등등 지질학의 세계로 빨려들어간 것 같아요.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카드 한 벌을 섞듯이, 초대륙 순환이 세계의 질서를 개편하여 이웃을 이방인으로, 이방인을 이웃으로 바꿔놓는다는 사실이 놀라워요. 손톱이 자라는 시간보다도 훨씬 더 느리지만, 끊임없이 순환을 반복하고 있는 지구의 움직임을 알아챈다는 것이 짜릿한 경험인 것 같아요. 이 책 덕분에 미지의 영역이던 초대륙의 세계를 알게 되었고, 지구 전체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네요. 과거 세 개의 초대륙 형성은 우연이 아니라 지구물리학의 결과라는 것, 결국 과학은 우리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