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사이트 오브 유
홀리 밀러 지음, 이성옥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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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를 예측하는 꿈을 꾼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하는 사람은 절대로 이 책을 읽지 마세요.

<더 사이트 오브 유>의 주인공 조엘이 예지몽을 꾸는 사람이거든요.

자신이 경험해본 적이 없다고 해서 불가능하다고 단정짓는 건 별로예요. 저한테 예지몽은 그럴 수도 있는 1%의 가능성이지, 100% 불가능은 아니거든요.

거의 드물지만 엄마의 꿈이 예지몽처럼 맞았던 적이 있는데, 대단한 사건은 없었고 비슷한 상황이 벌어져서 신기하다고 느꼈어요.

더군다나 제 경우에는 거의 꿈을 안 꾸고 숙면을 취하는 타입이라서 꿈을 꾸고 기억한다는 자체가 신기할 따름이에요. 꿈을 꾸지 못하니까 상상으로 대신하고 있어요.

조엘은 예전에는 수의사였지만 지금은 쉬고 있어요. 남들은 조엘의 상태를 불안증이나 우울증이라고 생각하지만 진짜 이유는 예지몽 때문이에요. 그는 거의 매주 한 번씩 꿈을 꿔요. 꿈에 나오는 대상은 언제나 조엘이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좋은 꿈도 있고, 나쁜 꿈도 있는데, 문제는 사고나 질병 같은 불행한 사건을 암시하는 꿈을 꾸었을 때예요. 정확히 몇 년 몇 월 며칠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기 때문에, 늘 초조해하고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어요. 때로는 생명을 구해야 할 때도 있으니까요. 조엘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운명의 방향을 돌려놓느라 애쓰고 있는데... 주위의 반응은 싸늘해요. 특히 아버지는 조엘이 일을 그만둔 것을 몹시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어요. 서른다섯 살이나 된 아들이 일도 안 하고 결혼도 안 했으니 걱정하는 건 당연하지만 아버지의 잔소리는 가슴을 후벼판다는 점에서 나빠요.

지금까지 살면서 조엘은 딱 두 사람에게만 비밀을 고백했어요. 두 번째 고백 이후로는 앞으로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처음 꿈을 꾸기 시작한 건 일곱 살 때부터였고, 엄마에게 꿈 이야기를 털어놓았어요. 하지만 엄마는 우연일 뿐이라면서 둘 만의 비밀로 덮어두었어요. 엄마는 조엘이 열세 살 때 유방암으로 돌아가셨어요. 조엘은 이미 4년 전에 엄마가 돌아가시는 꿈을 꾸었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엄마에게조차. 꿈을 꾼지 3년이 지난 크리스마스 날 엄마는 조엘과 남동생 더그, 여동생 탐신을 나란히 앉혀놓고 암 진단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때 엄마는 조엘만 쳐다봤어요. 엄마의 눈빛은 '왜? 왜 나한테 말 안 했어?'라는 원망이 담겨 있었어요. 조엘은 엄마에게 인생을 정리할 시간을 미처 주지 못한 것이 평생 후회로 남아 있어요. 만약 엄마가 조엘의 비밀을 몰랐더라면...

조엘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만 꿈에 나온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사람을 피하고 있어요. 사랑하지 않으려고, 사랑하면 그들의 미래가 꿈에서 보이니까. 

왠지 예지몽이 저주처럼 느껴지네요. 불행을 미리 알면서도 아무런 손을 쓸 수 없을 때 밀려오는 죄책감과 절망감을 온전히 혼자 감당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조엘은 자신의 꿈을 22년 동안 노트에 기록하고 있어요. 조치를 취해야 할 경우에 대비해 일일이 적어두는 거예요. 아무리 사소한 꿈이라도 노트에 적어놓고 일일이 추척하여 악몽이 현실로 재현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그 예지몽 때문에 사랑하지 않고, 사람을 피하면서 살고 있는 조엘에게 뜻밖의 사랑이 찾아왔어요.

카페에서 만난 캘리. 두 사람은 서로 처음 보자마자 강렬한 스파크가 튀었는데 각자 그걸 감추고 있어요. 그러다가 조엘의 윗집에 캘리가 이사를 오면서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되었어요. 운명적인 사랑인 거죠. 

결국 조엘의 꿈 속에 캘리의 미래가 보이고...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건가요.

사랑이란 우리가 짐작할 수 없는 형태로 이 세상에 스며들어 있는 것 같아요.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랑은 극히 일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조엘의 사랑을 전부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 사랑이 주는 감동은 고스란히 전해지네요. 사랑하므로 사랑하였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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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수업 - 슬픔을 이기는 여섯 번째 단계
데이비드 케슬러 지음, 박여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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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수업>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슬픔에 빠진 수많은 사람들을 위한 책입니다.

저자 데이비드 케슬러는 슬픔과 애도 분야의 전문가입니다.

정신과 의사이자 호스피스 운동 선구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와 함께 《인생수업》과《상실수업》을 집필했습니다. 이 책들이 출간되고 몇 년 뒤, 저자는 사랑하는 아들의 죽음을 겪게 됩니다. 그때 퀴블러 로스가 정의한 슬픔의 다섯 단계라는 감정을 몸소 느끼게 됩니다.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 이것은 슬픔에 빠진 사람들이 죽음에 가까워진 사람들과 비슷한 단계를 겪는다는 사실을 적용한 것입니다. 

그래서 다섯 번째 수용이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했는데, 그 뒤에 여섯 번째 단계이자 치유의 과정인 '의미'가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저자는 의미 찾기를 통해 슬픔이라고 하는 감정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것은 전문가의 조언인 동시에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전하는 치유의 메시지입니다. 

그렇다면 의미 찾기란 무엇일까요.

이 책에서는 여섯 번째 단계를 거친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서 의미 찾기가 무엇이며,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모든 슬픔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얼마나 슬프든 간에 그 슬픔을 누군가 보아주고 공감해주어야 한다는 것. 슬픔에는 반드시 목격자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목격자가 참견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슬픔을 판단의 영역에 두어서는 안 됩니다. 누군가가 겪는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절대로 그 사람의 고통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슬픔에는 정해진 수준도, 정해진 기한도 없습니다. 가족 구성원이라 해도 사람마다 느끼는 슬픔은 다르기 때문에 한 사람의 슬픔을 다른 사람의 슬픔과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누구나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는 방식을 선택할 결정권이 있습니다. 이때 결정하지 않는 것도 결정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치유에는 중립이 없습니다. 능동적인 과정이 곧 치유입니다. 사는 것과 생존하는 것은 다릅니다. 온전한 삶을 살겠다는 결정은 본인에게 달려 있으며, 그것은 지금 아무리 힘들어도 현재에 충실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내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 나를 이루는 것들에 집중하겠다는 뜻입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것도 제대로 된 삶으로 돌아가자는 결심의 일부였다고 합니다.


그럼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은 왜 그런 걸까요.

의미를 찾거나 의미를 만드는 능력은 타고난 능력이 아닙니다. 누구나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찾으려고만 한다면.

살다 보면 누구나 어떤 방식으로든 넘어지고 무너집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일어나서 의미의 조각들을 되맞추느냐라는 겁니다.

우리는 주어진 고통을 겪어내야 합니다. 상실감을 회피하면 대가가 따릅니다. 자신의 고통을 마주하고 타인의 고통을 보는 것, 저자는 그것이 우리의 몸과 영혼을 위한 아주 훌륭한 치유법이라고 말합니다.


슬픔에 빠진 사람에게는 애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슬픔을 충분히 깊이 느끼면서 슬픈 상태에 머물러야 합니다. 누군가를 사랑으로 기억하는 비결은 고통을 무시하거나 부인하려 애쓰지 말고 그 고통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됩니다. 슬픔의 고통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그만큼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고통이 지나간 자리에는 사랑이 남습니다. 우리는 오로지 사랑 속에서 유대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 자신이 슬픔의 살아 있는 증거이자 유산입니다. 세상을 떠난 이를 기억하고 기리는 일은 남겨진 사람의 몫입니다. 

결국 슬픔의 크기는 작아지지 않으니, 나 자신이 더욱 커져야 합니다. 의미 찾기를 통해서 사랑의 힘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사랑과 삶... 그리고 의미는 항상 그곳에 있다고...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의미 찾기가 쉬워지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의미 찾기는 우리 자신이 삶에서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과 고통 이후의 삶을 살아내야 하므로, <의미 수업>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치유의 책입니다.



어느 날 강연에서 한 청중이 이렇게 말했다.

"제 고객 중에 다른 사람들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기가 괴로워 장례식을 가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 증상을 지칭하는 병명이 있나요?"

나는 대답했다.
"이기심이요. 자기중심적 사고요."  (72-73p)


내 아들이 죽었을 때 한 좋은 친구가 내게 이렇게 물었다.

"데이비드 이야기를 할 때 너는 영적인 위로를 받고 싶어, 아니면 인간적인 위로를 받고 싶어?

혹시 둘 다 받고 싶어?"  나는 그 친구가 이 두 가지를 구분하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비탄에 잠긴 사람에게 해주어야 할 말에 관해 강연을 할 때 나는 그 사람이 인간적인 고통을 위로받고 싶은지 영적인 고통을 위로받고 싶은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부분 슬픔에 빠진 사람이 어떤 상황인지를 보려 하지 않고 그저 영적인 내용의 위로를 해주는 경우가 많다.  (3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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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미학 1 : 메이드 인 코리아의 기원
최경원 지음 / 더블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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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디자인적 관점에서 우리 유물들을 바라보기.

<한류 미학>은 우리의 역사적 유물들을 디자인적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한 책입니다.

단순히 유물 이야기였다면 역사 교과서를 읽거나 박물관 관람으로도 충분할 겁니다.

하지만 이 책은 다릅니다.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더 새롭고 의미 있는 가치들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디자이너 입장에서, 디자인이라는 시각으로 우리 유물들의 진면목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책의 특징은 그림을 중심으로 유물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진이나 글로 설명된 유물들이 아니라 그림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로 바라보니,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아름다움이 보입니다.

저자가 직접 그리고 디자인한 이미지들이라고 합니다. 그림으로 보는 유물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려줍니다. 본래 유물의 형태와 디자인에 주목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래서 이미 알고 있던 유물들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유물들을 만나는 느낌이 듭니다.

유물이 만들어진 역사적 배경이나 이론적인 설명도 중요하지만 이 책에서는 디자인적 관점이 핵심입니다.

책에 소개된 유물들은 선사 시대부터 통일신라 시대까지 선별된 30점의 유물들이 나옵니다.

구석기 시대의 주먹도끼, 신석기 시대의 빗살무늬 토기, 청동기 시대의 청동검, 삼한 시대의 오리 모양 토기, 고구려 시대의 불꽃문 투조 금동보관과 용광문 투조 금동장식, 사신도 고분벽화, 철제 부뚜막, 고구려의 UFO 화살촉, 쌍영총 벽화, 백제의 무령왕릉 금관과 금제 뒤꽂이, 은제 허리띠 꾸미개, 금동대향로, 백제의 금동신발, 백제 전돌, 백제의 연꽃 와당, 세 발 달린 토기, 가야의 갑옷, 말 머리 장식 뿔잔, 신라의 누금세공 귀걸이, 토우가 붙은 토기, 통일신라 시대의 귀면와 용면와, 세 발 항아리, 손잡이 향로, 말 발걸이, 수정 장식 촛대, 초 심지 가위, 감은사지 동탑 사리구가 나옵니다.

사실 주먹도끼는 의외의 유물이었습니다. 구석기 시대의 인류가 도구를 사용했다는 역사적 가치를 제외하면 그냥 돌덩어리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먹도끼의 형태와 구조를 살펴보면 인체공학적으로 매우 잘 만들어진 도구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디자인 관점에서 볼 때도 주먹도끼는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이 생략된 상태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건 모든 도구들이 처한 환경에 대한 대응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먹을거리를 찾아 이리저리 떠돌며 이동생활을 하는 구석기인들에게 주먹도끼는 가성비 좋은 일회용품이었던 겁니다. 필요한 도구를 적은 시간과 최소한의 노력으로 획득하는 것을 과연 원시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 저자는 묻고 있습니다. 주먹도끼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건 구석기인들의 원시성이 아니라 열악한 환경에서도 생존해내려는 의지와 지혜일 거라고. 그러니 거친 주먹도끼야말로 우리에게 살아갈 의지와 지혜를 알려주는 유물이 아닐까요.

화려하고 아름답기로는 백제의 금관 장식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오늘날 감각으로 봐도 전혀 손색 없을뿐 아니라 굉장히 세련된 스타일입니다. 또한 금동대향로는 백제 조형미의 대서사시라고 일컬을 정도로 백제의 예술적 성취가 모두 압축되어 있다고 할 만합니다. 이 소중한 유물이 발견되는 과정은 기막힌 우연입니다. 절터에 주차장을 만들려고 터를 닦다가 우연히 발견된 겁니다. 정말 다행이었던 건 칠기로 만들어진 상자 안에 진흙과 더불어 많은 습기와 함께 묻혀 있어서 1400여 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는 동안 부식되지 않고 온전하게 보존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금동대향로를 시각적으로 아름답다고만 느꼈는데, 꼼꼼하게 구조를 살펴보면 조형적 개념이 뛰어나고 각 부분들이 독립적인 작품으로 봐도 될 정도로 정교합니다. 이런 수준의 작품은 동시대 주변의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백제의 독자적인 성취입니다. 흔히 백제의 문화가 중국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뒤집는 증거가 나온 겁니다. 오히려 뛰어난 백제의 문화가 일본 문화의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암시합니다. 이 향로의 발견으로 백제 문화의 우수성을 밝혀낸 겁니다.

대부분 역사 교과서에서 배웠던 유물들이라 유물 자체가 놀랍지는 않았는데 하나의 유물이 눈에 띄었습니다. 경주 안압지에서 출토된 초 심지 가위가 그것입니다. 심지를 자르는 부분이 독특합니다. 가위의 용도는 초의 심지를 자르는 것인데, 심지를 자르고 나면 잘린 심지가 그대로 가위에 안전하게 담길 수 있도록 둥근 벽을 세워 놓은 구조적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조선 시대의 초 심지 가위와 오늘날의 초 심지 가위와 구조적으로 같지만 손잡이의 화려한 모양과 장식이 기능성을 뛰어넘는 예술품입니다. 일본 천황의 보물 창고인 쇼쇼인에 보관된 초 심지 가위를 보면 모두 통일신라의 것과 유사합니다. 쇼쇼인에 있는 가위는 통일신라에서 수입한 것일 공산이 큽니다. 왜냐하면 원래 이 가위의 날 부분에는 둥근 벽이 흔적만 남아있고 훼손되어 없었는데, 나중에 안압지에서 나온 초 심지 가위를 보고는 원형을 복원했다고 합니다. 

이 책을 읽고나니 수많은 역사적 환란 속에서도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 있는 유물들이 더욱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도 고마운 마음이 큽니다. 우리 문화에 대해 과소평가는 일본제국주의의 시각일 뿐이지 진실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아름답고 훌륭한 문화 유산을 이어받았습니다. 자랑스러운 메이드 인 코리아의 기원을 <한류 미학>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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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 들리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박소현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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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곁에 있었는데 몰랐을 뿐이에요.

누구?

바로 클래식 이야기예요.

<클래식이 들리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는 우리 일상에 숨어 있는 클래식 음악을 발견하는 책이에요.

이 책은 멀게 느껴졌던 클래식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이에 있음을 알려주고 있어요.

흥얼흥얼 익숙한 멜로디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인 거죠. 그 멜로디가 누구의 작품인지 어떠한 사연이 있는지 설명해주고 있어요.

QR코드를 스캔하면 동영상 설명과 함께 음악도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요즘 아이들은 모르는 추억의 자동차 후진음이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라는 건 많이 알려진 사실이에요. 과거에는 지하철 환승역이나 종착역에 도착할 때 항상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는데, 지금은 각 역의 개성을 보여주는 자연의 소리나 국악 등으로 대체되었어요. 현재까지 남아 있는 클래식 음악은 비발디의 <사계>예요. 누구에게나 익숙하고 편안한 멜로디라서 사랑받는 것 같아요.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은 한국 코미디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 '여름'은 한국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 등장했고, '가을'은 미국의 판타지 액션 영화 <헬보이 2>, 그리고 '겨울'은 2008년 박카스 광고 재봉틀 편의 배경음악으로도 쓰였대요.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귀여운 여인>에서는 비발디의 <사계> 중 '봄' '가을' '겨울'이 쓰였고, 일본과 한국의 대표적인 클래식 음악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베토벤 바이러스>에도 등장했다고 해요.

아무래도 클래식 음악이 가장 빛을 발하는 분야는 드라마와 영화인 것 같아요. 근래 한국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보면서 클래식 음악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었어요. 그 드라마에서 주요 테마곡이 된 슈만의 <어린이 정경> 중 '꿈/ 트로이메라이'가 한 편의 이야기처럼 들렸어요. 독일의 낭만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슈만은, 유럽 전역에서 손꼽히던 피아니스트 아내 클라라 슈만과 자신의 문하생이었던 작곡가 브람스와의 삼각관계로 인해 스캔들에 시달렸다고 해요. 슈만은 어린 시절 촉망받던 피아니스트였으나 근육 이상으로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고 자신의 스승이었던 프리드리히 비크의 딸 클라라와 결혼하기 위해 혼인 소송까지 벌여야 했대요. <어린이 정경>은 그 법정 소송에 휘말리기 1년 전인 1838년, 슈만의 나이 28세에 작곡한 '13개의 피아노곡'으로 이루어진 앨범이에요. 그 중 일곱 번째 곡 '트로이메라이'가 가장 유명한 작품이며, 한국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 <암살> <하모니>, 드라마 <겨울연가> 등에 등장해요.

그동안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는 멜로디만 들렸는데, 그 음악이 탄생한 배경과 작곡가의 인생 이야기를 알게 되니 새로운 감정이 더해지는 것 같아요. 드라마, 영화, 광고, 대중음악, 만화, 문학 속에 등장하는 클래식 음악을 하나씩 발견하면서 마음으로 듣게 된 것 같아요. 이제는 클래식 음악이 배경 음악으로서가 아니라 주요 테마를 전해주는 주인공으로 다가왔어요. 메말랐던 감성을 촉촉하게 만드는 클래식 음악 속으로 빠져든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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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에서 2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해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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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 열도의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니?"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옛날 같으면 지리 시간에 맨 먼저 배웠을 거야. 하지만 지금은 그런 기본적인 사실조차 기밀 사항이 되었지.

...... 현재 일본에는 아홉 개 초가 있고, 인구를 전부 합치면 약 5만 명에서 6만 명쯤 될거야."

"그렇게 많아요?"

"고대문명을 기중으로 하면 겨우 그것뿐이냐고 하겠지. 1,000년 전에는 일본의 인구만 해도 1억이 넘었으니까."

"알고 있니? 고대문명에는 핵무기라는 게 있었다는 거? 방사성 물질의 핵분열이나 중수소의 핵융합 메커니즘을 이용해서

폭탄 하나로 도시 하나를 통째로 괴멸시킬 수 있었다고 하더구나."

...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지금은 그렇게 무서운 무기가 없잖아요."

"그래, 핵무기는 없지. 하지만 잠재적으론 그보나 훨씬 무서운 존재가 득시글거리고 있어."
"그게 뭐죠?"
"인간......"    (110-111p)


기시 유스케의 장편소설 <신세계에서>는 일본을 주무대로 한 미래 세계를 보여주고 있어요.

인류 멸망 직전에 살아난 초능력자들이 부활시킨 세상. 

인간들은 저마다 놀라운 주력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생물들을 지배하는 '신'과 같은 존재가 되어 있어요.

그러나 아직 어린 아이들은, 어린 신은 미숙하기 때문에 온전한 주력을 갖기 전까지는 조심해야 해요. 처음엔 몰랐어요. 무엇으로부터 조심해야 하는지, 뭘 경계해야 하는지.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마을을 벗어나면 업마에게 잡아먹힐 수 있다며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어요. 

마을 밖은 위험해!

아이들 특유의 호기심이 발동하여 주인공 사유키와 친구들은 마을 밖으로 모험을 떠나게 되고, 신나고 즐거웠던 소풍은 곧 무시무시한 전쟁터로 변해 버려요.

배경이 일본 본토라서 그런지 모든 것들이 일본 특유의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미래라고 하기엔 낙후된 느낌... 왜 그럴까 궁금했는데 2권에서는 어른들이 숨겼던 진짜 인류의 역사가 밝혀지게 돼요. 전쟁과 살육의 역사...

결국 인간 스스로 바뀌지 않는다면 인류의 미래는 <신세계에서>와 다르지 않을 거예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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