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미르 & 라다크 트레킹 - 하 히말라야 트레킹 가이드 2
리릭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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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미르 & 라다크 트레킹>은 상하 두 권으로 구성된 히말라야 트레킹 가이드북이에요.

상권에서 카시미르밸리를 소개했다면, 하권에서는 라다크산맥 루트를 안내하고 있어요. 

라다크산맥은 북쪽에서부터 카라코람산맥, 라다크산맥, 잔스카르산맥, 그리고 히말라야산맥으로 이 네 가닥 주축 산줄기가 동-서로 평행을 이루고 있어요. 그 중 가운데 위치한 라다크산맥은 중앙의 인더스강과 북쪽 샤이옥(시오크)강 사이의 산줄기예요. 인도령 잠무카시미르 주의 동북 지방 행정구역으로, 인도 행정사무국의 공식 행정구역명칭은 '레(Leh)'이고, 이 '레'를 포함한 전역을 라다크라고 칭한대요. 북서 방면은 파키스탄령 카시미르 발티스탄 지역 경계이고, 북동 방면으로는 중국령 카시미르 악사이친과 맞대고 있어요. 육로가 본격적으로 개통되는 6월~9월 기간이 최대성수기로 꼽힌대요. 이 기간 중에는 인도 전역과 세계 각국에서 온 수많은 관광객들로  레 시내가 분주하다고 하네요. 또한 7월~8월 기간에는 카사미르의 라다크로 올라와 한달 체류하는 달라이라마의 행보와 강연을 찾는 사람들로 최고의 피크시즌이라네요. 

이 책을 보니 레 시내는 초르텐(불탑)과 곰파(불교사원), 오래된 라다크왕국의 고성, 샨티스투파(초르텐) 등 명소가 많아서, 흥미로운 여행지인 것 같아요.

트레킹 코스 중에서 인더스 다·하누 & 샴밸리(이라인밸리)는 카르길이 멀지 않은 바탈릭에서부터 인더스밸리 상류부로 거슬러 오르는 계곡 구간과 마을들이 주요 탐방대상지라서 색다른 것 같아요. 다·하누밸리 브록파 주민들의 모습이 정겨워보여요. 이색적인 여행지로 제격인 것 같아요.

특히 라다크의 명승 곰파(불교사원)가 권역별로 꽤 많은 데다가, 각종 불교 축제가 다양해서 불교신자를 위한 순례 여행으로도 좋을 것 같아요. 

이제껏 히말라야는 에베레스트 등반을 하러 가는 곳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 책을 통해 라다크 히말라야의 매력을 알게 되었어요. 세상에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신비롭고 위대한 자연을 만난 것 같아요. 웅장한 산맥과 계곡, 빙하와 설봉 등이 볼수록 놀랍네요. 스팡믹에서의 팡공호수는 하늘에 뜬 그림이 고스란히 비칠 정도로 맑고 투명해서 그 속에 빠져들 것 같아요. 사진으로만 봐도 이런 느낌을 받는데, 직접 눈앞에 펼쳐진다면 어떤 감동일지 기대가 돼요. 

이 책은 실제로 히말라야 트레킹을 계획하는 사람에게는 필수적인 정보를 알려주고, 아직 히말라야 여행을 해본 적 없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것 같아요.

세상에 이런 멋진 곳이 있다는 걸, 아마 알고나면 누구나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에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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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미르 & 라다크 트레킹 - 상 - 카시미르밸리 히말라야 트레킹 가이드 2
리릭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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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배낭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에요.

저자는 전문 산악인이 아닐뿐더러 중증 폐질환으로 폐절제술까지 받아 숨쉬기조차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고 해요.

그는 '산'을 통해 잃어버렸던 희망을 찾았고, 히말라야 트레킹을 즐길 수 있게 되었대요.

이 책은 히말라야 트레킹 노하우와 유용한 정보를 가득 담고 있어요.

일단 책을 읽는 내내 감탄했어요. 작은 것 하나라도 빼놓을까봐, 꼼꼼하게 더 많은 정보를 담아내기 위한 노력이 느껴졌거든요. 거의 백과사전 수준이에요.

지도에서 파키스탄과 인도라는 두 나라의 접경 지대가 산줄기로 나뉘어져 있는데, 거기가 흔히 말하는 히말라야산맥이에요. 협의의 히말라야 산맥은 서북방 파키스탄의 낭가파르밧에서 동북 인디아, 동부 티베트의 남차바르와까지의 총길이 2,400km의 산군을 뜻한대요. 일명 '대히말라야산맥(Great Himalaya Range ; 약칭 GHR)으로 세부 구분은 파키스탄 펀잡히말라야 - 카시미르히말라야 - 인도 가르왈 · 쿠마혼히말라야 - 네팔히말라야 - 시킴히말라야 - 부탄히말라야 - 아삼히말라야까지 지역 · 국가별 7개 권역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어요.

상권은 카시미르밸리의 스리나가르분지와 키슈트와르, 카르길의 트레킹을 안내하고 있어요.

트레킹 여행을 계획한다면 대상지 선정이 중요해요. 히말라야 트레킹은 네팔과 인도, 파키스탄 중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을 원하는지 미리 정하는 것이 좋다고 해요. 여행지가 정해지면 여행기간과 소요경비 계획을 잘 세워야 해요. 대부분 기간과 예산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어요. 항공권은 수개월 전에 예약하는 것이 상당액의 할인율 적용이 되어 알뜰여행을 할 수 있대요. 항공사별로 시간대와 가격 및 서비스 수준이 다르므로 충분히 꼼꼼하게 알아본 후에 선택하는 게 좋대요.

여행사(에이전시)를 정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므로, 책에 나온 국내여행사와 현지여행사의 장단점을 고려하면 될 것 같아요. 혹시나 여행도 시작하기 한참 전에 전체경비를 사전결제하라는 에이전시와는 거래하지 않는 게 좋대요. 일부 선금을 지불할 때는 안전한 결제시스템을 통하고, 잔금은 가급적 현지에서 지불하라고 하네요.

트레킹은 일반 배낭여행보다 챙겨야 할 준비물이 많대요. 특히 장비면에서 고산지역 트레킹은 준비해야 할 장비들이 더욱 늘어난다고 해요. 기본장비는 필수품목과 선택품목이 나뉘어 정리되어 있어요. 의약품류는 두통약, 종합감기약, 지사제, 소화제, 항생제, 상처연고제, 스티커밴들, 거즈,반창고 등 꽤 많네요. 의약품류는 한곳에 수납하지 말고 응급상황시 요구되는 필수구급의 약품 적정량(최소 1일분)을 일명 구급키트로 꾸려서 항상 본인 배낭에 지참하고 다녀야 한대요. 

잠므나 카시미르밸리와는 별도로 북인도 카르길, 라다크 및 히마찰 라하울, 스피티 지역은 병원을 통한 무상의료가 지원된대요. 이 지역은 고도가 무척 높아서 고산증은 기본이므로, 몸이 아프면 일단 병원에 가라고 하네요. 간혹 트레킹스태프(라다크 지역에 한함) 중 고객이 고산증세를 심하게 겪을 때 병원에 가자며 병원비를 부담시키는 불량한 자들이 있다고 하니 주의할 것. 무상의료시스템을 모르면 사기당할 수 있어요. 중증의 경우는 바로 대사관에 연락해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아요. 이렇듯 트레킹 도중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들까지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는 여행이네요. 

구체적인 트레킹 안내는 지역과 일정에 맞춰 설명되어 있어요. 카시미르밸리의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쉽고 가벼운 트레킹코스인 콜라호이 트레일이라고 해요. 목적지 콜라호이빙하 이정 트레일은 두 가지인데 보통은 북쪽 리데르계곡을 따라 평이한 트레일을 밟아 오른다고 해요. 캠핑은 유목민마을 아래 너른 방목초지부 일대가 무난하대요. 사진 속 유목부락의 아이들을 보니 맑고 순수한 모습이 사랑스럽네요. 다만 카시미르를 대표하는 콜라호이빙하가 근래 지구온난화현상으로 가장 크게 피해를 입었다고 하니 걱정스러워요. 비록 사진이지만 카시미르밸리의 풍경들은 경외감을 느낄 정도로 장관이에요. 책을 통해 미리 가보는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 정말 환상적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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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댄서
타네히시 코츠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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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이다, 하이람." 아버지가 말했다. "잘 지내냐?"

"네, 주인님." 내가 말했다.  (48p)


이 장면을 읽으면서 헉, 숨을 삼켰어요.

어린 소년 하이람은 자신의 아버지를 '주인님'이라고 불러요. 그 이유는 하이람의 어머니 로즈가 흑인 노예였기 때문이에요.

더욱 끔찍한 건 아버지가 하이람의 어머니 로즈와 이모 에마를 팔아버렸다는 사실이에요.

하이람은 매우 특별한 아이예요. 걷기 전에 말문이 트였지만 말을 많이 하지는 않았어요. 그저 지켜보고 기억했어요. 사람들이 하는 말은 들린다기보다 보였고, 그 말이 눈앞에서 그림처럼 형태를 갖추었어요. 하이람은 언제든지 이미지를 가져와, 그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들었던 단어로 정확히 다시 번역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하이람은 한 번 들은 이야기는 전부 기억할 수 있어요. 하지만 단 하나, 기억하지 못하는 게 있어요. 아홉 살 때, 어머니가 팔려 갔을 때의 장면이 전혀 그림으로 그려지지 않아요. 어떤 기억도 나지 않아요. 어머니의 얼굴조차도.

그러다가 그녀를 구스 강의 돌다리에서 봤어요. 유령 같은 푸른 빛으로 감싸인 춤꾼.

그녀는 다리 위에서 타닥타닥 주바*를 추고 있었어요. 머리에는 흙빛 항아리를 얹어놓은 채로, 마치 그 항아리는 왕관처럼 머리에 고정되어 있었어요.

하이람은 이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바라보면서, 주바를 추는 그 여인이 자신의 어머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주바 : 미국 남부 흑인 노예의 춤이다. 지그 gigue 같은 춤에 엉덩이의 움직임을 강조한 아프리카 춤이 가미되면서 만들어졌다.) 


아버지 하월 워커는 일찌감치 하이람의 총명함을 알아봤어요. 열세 살이 된 하이람은 거대한 저택 밑, 일명 토끼굴이라고 부르는 곳에서 지냈어요. 아버지의 서재에서 하이람보다 나이가 많은 백인 소년을 보았고, 그가 이복 형임을 즉시 알아보았어요. 아버지는 형의 가정교사 필즈 씨에게 글을 배울 수 있게 해줬어요. 일주일에 세 번씩 한 시간 동안, 언제나 메이너드 다음에 수업을 받았어요. 그리고 얼마 뒤 그 수업이 목적이 드러나면서 끝나버렸어요. 하이람에게 주어진 의무, 그건 메이너드라는 노역을 맡는 것. 그 후로 인생의 7년을 그의 개인 하인으로 보내야 했어요. 메이너드가 구스 강에 빠진 그 날까지.


하이람 곁에서 엄마처럼 돌봐준 아줌마 테나는 조심하라고, 꼭 기억하라고 했어요. 저들은 네 가족이 아니라고.

테나는 하이람에게 뭔가를 말해주려고, 앞으로 닥칠 위험을 경고하려고 했지만 어린 하이람은 미처 몰랐어요. 그의 재능은 기억력이었지 지혜가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메이너드와 함께 구스 강에 빠져 죽을 뻔한 그 순간에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돼요. 어머니가 눈앞에서 너울거리는 모습을, 고리 안에서 물의 춤을 추는 모습을 보았어요. 그 푸른빛 안에 평화를 느꼈어요. 어른들 말이 우리에게도 진짜 고향이 있다고, 노역을 넘어선 삶이 있다고 했어요. 고향에서는 모든 순간이 산 너머로 떠오르는 햇살 같다고 했어요. 하이람의 할머니는 순혈 아프리카인이었고, 산티 베스라는 이름으로 통했어요. 그분이 아프리카 이야기를 어찌나 잘 풀어내던지 가끔 첫서리가 대초원의 열기처럼 느껴지는 일도 있었대요. 이야기꾼 베스의 재능은 아주 소중하게 여겨졌대요. 이야기에 따르면, 베스가 어느 날 밤 하이람의 엄마를 찾아와서 엄마가 따라올 수 없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대요. 엄마와 자신이 서로 다른 두 개의 세상에서 태어났다면서. 그날 밤 베스는 한겨울의 강으로 걸어 내려가더니 사라졌대요. 혼자가 아니라 노역자 마흔여덟 명이 대농장에서 걸어 나와 다시는 발견되지 않았대요. 그들 모두가 순혈이었대요, 산티 베스처럼. 그걸 인도하는 힘이라고 부른대요. 기관사가 기차를 이끌듯이, 수많은 다리들, 수많은 이야기들, 강을 건너는 방법이 인도예요. 노예선에서조차 사람들이 파도로 뛰어들어 옛 아프리카의 집으로 다시 인도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대요.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끌려온 흑인들을 미국 백인들은 짐승 취급했지만 실제로 그들은 아름다운 영혼을 지닌 존재들이었어요.

<워터 댄서>를 읽으면서 불쑥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슬픔을 꾹 눌러야만 했어요. 하이람은 놀라운 기억력의 소유자일뿐 아니라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인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어요. 결정적인 사건을 계기로 라클라스를 탈출하지만... 엄청난 시련을 겪고 난 뒤에 언더그라운드를 통해 구출되었어요. 언더그라운드는 자유를 위해 싸우는 비밀 조직이에요. 노예 신분에서는 벗어났으나 진정한 자유를 찾지 못한 하이람은 고뇌와 갈등을 겪게 되고... 마침내 자신의 힘이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 깨닫게 돼요.

참으로 고통스러운 여정이었어요. 과연 자유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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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 - 명왕성을 처음으로 탐사한 사람들의 이야기
앨런 스턴.데이비드 그린스푼 지음, 김승욱 옮김, 황정아 해제 / 푸른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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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사진을 보면서 처음으로 우주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우주에 존재하는 행성 중 하나라는 사실이 얼마나 신기하던지.

물론 한때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이 가짜라고 주장하는 음모론이 떠돌았던 적이 있어요. 

1969년 7월, 최초의 달 착륙 영상이 지구로 중계되어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지켜보았는데, 왜 이런 음모론이 퍼졌을까요.

아마도 그건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주장하다가 종교 재판을 받았던 것과 같은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갈릴레이 사후 350년이 지난 1992년,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갈릴레이의 복권을 공식 선언했듯이 우주 과학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어요.

우리 태양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명왕성 탐사를 성공했어요.


<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은 NASA의 명왕성 탐사선 뉴호라이즌스 호에 관한 책이에요.

이 책을 집필한 두 사람 중 앨런 스턴은 행성과학자이자 뉴호라이즌슨 프로젝트를 이끈 리더이고, 데이비드 그린스푼은 앨런처럼 행성을 연구하는 학자이지만 작가로서 참여했다고 볼 수 있어요. 이 책은 명왕성 탐사라는 획기적인 프로젝트를 어떻게 계획하여 성공적인 비행에 이르렀는지 그동안의 피나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어요. 한마디로 명왕성 탐사를 위해 애쓴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데이비드는 수십 년동안 앨런을 비롯한 과학자들과 동료로 지내면서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러 중요한 순간에 대부분 현장에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두 사람은 함께 과거를 돌아보며 내부자로서 우주 탐사 계획의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지난 30년 동안 뉴호라이즌스 계획이 새로운 천체의 첫 탐사라는 점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네요.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명왕성 탐사에 관해 잘 몰랐어요. 요즘은 민간 우주개발기업이 유인 우주비행을 성공하면서 NASA 가 아닌 민간 주도의 우주 탐사 이슈가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뉴스로는 알 수 없는 이야기, 바로 인류의 첫 명왕성 탐사선 뉴호라이즌스 호의 우주 탐험기가 이 책 속에 자세히 나와 있어요.


"이름을 지어야 합니다. 벌써 검토 팀이 제안서를 보고 있는데 아직 이름조차 없다니요. 이름을 지어주세요!"

한 주가 흐를 때마다 팀원들의 호소가 밀려들었고, 앨런은 달리기를 하면서 머리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뛰던 도중에 우연히 서쪽 지평선 horizon 의 로키산맥이 눈에 들어왔고, 그 순간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뉴호라이즌스.' 우리는 명왕성과 카론과 카이퍼대를 탐사하기 위해 새로운 지평선을 찾고 있었고, PI가 주도하는 최초의 외행성 탐사계획을 추진하는 것 역시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는 작업이었다.  (186-187p)


1989년에 시작한 명왕성 탐사 임무 제안서가 2001년이 되어서야 최종 승인되었고, 위성은 2002년에 만들기 시작해 2005년에 완성되고, 마침내 2006년 우주로 보내졌어요. 그리고 10년이라는 긴 비행 이후인 2015년에 위성이 명왕성 궤도에 도달했어요. 명왕성 플라이바이(근접비행)에 성공한 뉴호라이즌스는 2021년 4월에 명왕성 궤도의 끝에 도착한 뒤, 지구에서 보낸 명령을 받아 전원이 꺼질 예정이라고 해요. 

뉴호라이즌스의 명왕성 탐사가 성공하기까지 참여한 과학자, 엔지니어의 숫자가 자그마치 2,500명이나 된다고 해요. 거의 30년의 세월이 걸린 우주 탐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과학기술의 진보뿐 아니라 인간의 끊임없는 도전의 결과였다고 볼 수 있어요.

책에 나오는 기술적인 내용들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어떤 위기를 겪었고, 극복해냈는지는 충분히 알 것 같아요. 그 많은 투쟁과 불안, 부정적인 전망을 17년 동안 이겨내고, 마침내 우주선이 발사되었을 때는 얼마나 감격스러웠을까요. 사진을 통해 본 팀원들의 모습에서 그 감동이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무엇보다도 뉴호라이즌스 호가 데이터로 송신한 명왕성 사진은, 뭔가 소름이 돋았어요. 지구와 마찬가지로 명왕성 주위에도 아름다운 파란색 하늘이 고리처럼 둘러져 있는 것이 보여요. 명왕성 표면에서 수백 킬러미터에 걸쳐 펼쳐져 있는 기묘한 칼날 모양의 지형은 태양계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네요. 평균 높이가 약 365미터인 뽀족뽀족한 메탄 얼음 봉우리들로 구성되어 있대요. 산맥, 구덩이, 협곡, 거대한 얼음밭 등 명왕성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증거들을 볼 수 있어서 매우 놀랍고 신기한 것 같아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뉴호라이즌스 호 발사로부터 7개월이 지난 2006년 8월에 IAU라는 국제천문연맹 천문학자 모임의 회의에서 명왕성의 행성 지위를 박탈했어요. IAU가 그날 채택한 정의는 여러 면에서 문제가 많았는데, 마지막 조항이 "왜행성은 행성이 아니다."라고 해요. 이에 대해 수백 명의 행성학자들이 IAU의 정의에 결함을 지적하면서 자신들은 사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청원서에 서명했는데, 언론은 이 청원서를 무시해버렸어요. 결과적으로 일반인들은 명왕성을 작은 행성이 아니라 소행성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새로 출간된 어린이 과학책에도 퇴출된 명왕성을 언급하고 있어요. 실제로 행성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인정하지 않는, 명왕성 퇴출이었다니 정말 이상한 노릇이네요.


탐사 팀의 과학자들은 새로 전송되는 사진에서 패턴들이 드러나자 거기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는데, 명왕성의 진정한 모습이 날마다 새로 밝혀지던 때라서 그 이름들은 임시적인 것에 불과했대요. 앨런이 명왕성의 가장 밝고 넓은 지역을 처음에 '인도'라고 명명했는데, 근접 사진은 더 크고 둥근 모양이었대요. NASA의 언론 담당자 로리 캔틸로가 그것을 보자마자, "저기 밝은 지역이 하트 모양 같지 않아요?"라고 말했고, 그때부터 정말로 모든 사람들에게 그 지역이 하트처럼 보이기 시작했대요. 다음 날 NASA가 <명왕성에 하트가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가 나오자 엄청난 화제가 되었대요. 2015년 여름에 세계는 명왕성의 하트를 마음에 품게 되었다고요. 

명왕성에서 지구까지 도착한 모든 사진들은 모든 인류를 위해 인터넷에 공개되었어요. 누구든지 확인할 수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그 감동을 함께 느끼면 좋을 것 같아요.


"명왕성의 하트에 붙여줄 이름을 찾았습니다. 명왕성을 발견한 사람을 기리는 뜻에서, 그곳을 톰보 지역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 명왕성의 하트는 아주 멀리서도 보였습니다. 명왕성까지 1억 1200만 킬로미터나 남아서 명왕성 자체의 모습만 간신히 알아볼 수 있을 때에도 그 하트가 등대처럼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명왕성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므로, 클라이드 톰보를 기념하는 이름으로 부를 겁니다."  (4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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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세계 라임 청소년 문학 45
M. T. 앤더슨 지음, 이계순 옮김 / 라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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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외계인의 침공을 그린 영화는 많이 봤어요.

대부분 주인공은 지구를 구하는 영웅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조작된 세계>의 주인공 아담은 십대 청소년이에요. 영웅으로 등장하기엔 평범한 소년.

그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지구의 현실이 더 비극적으로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어느 날, 아담이 살고 있는 마을에 외계인 부브의 우주선이 내려왔어요. 부브들이 처음 왔을 때, 모두가 깜짝 놀란 사실이 있어요. 그들은 1940년대부터 쭉 지구인을 지켜보았다는 거예요. 다행히 외계인 부브는 지구를 공격하지 않았어요. 대신 자신들의 눈부신 기술을 내주면서 지구인들을 공동 번영 동맹의 일원으로 초대했어요. 그러자 전 세계 지도자들이 앞다퉈 부브와 손을 잡았고 세상은 완전히 바뀌었어요. 이제 우주선은 떠나 버렸지만 그 자리에는 호화로운 아파트 단지가 하늘 위에 둥둥 떠 있어요. 그 아파트 단지가 햇빛을 죄다 막아 버렸기 때문에 땅에 사는 지구인들은 햇빛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됐어요. 그보다 더 심각한 건 부브와 협력할 수 없는 대다수의 지구인들은 직장을 잃었다는 거예요. 소수의 부자들만 구름 단지의 고층 빌딩에 살 수 있고, 나머지는 구름 밑의 마을에 살고 있어요. 아담이 살고 있는 마을은 점점더 황폐해지고 있어요.

아담의 아빠는 직장을 잃고나서 도망가버렸고, 엄마는 여기저기 이력서를 내며 구직 활동 중이에요. 

마쉬 아저씨네 가족은 아담이 사는 집 아래층으로 이사를 왔어요. 아담은 클로이에게 동네 구경을 시켜주었고, 캔버스에 클로이의 초상화를 그려 주었어요. 누군가에게 초상화를 그려준다는 건, 그 사람과 사랑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 마쉬 아저씨네 가족이 이사 오고 나서 몇 주 뒤부터 아담과 클로이는 둘이서 외출하기 시작했고, 사귀게 되었어요. 아담이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아빠가 떠난 뒤부터였어요. 


"왜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  클로이가 물었다. 

내가 어떤 성인의 그림을 똑같이 따라 그리고 있을 때였다.

"이제 물감은 한물갔지. 그건 양말이 흘러내리는 걸 막으려고 고무줄 밴드를 끼우는 것과 비슷한 거야."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 세상에 진짜로 존재하는 뭔가를 만들고 싶었나 봐. 머리에 헬멧 같은 걸 써야만 진짜처럼 보이는 거 말고."  (41-42p)


아담과 클로이가 두 달 정도 사귀었을 때, 클로이는 데이트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내보내는 어떤 방송 채널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사랑에 빠진 커플이 몸에다 센서를 연결한 뒤에 연애하는 모든 과정을 부브에게 전송하는 거예요. 그 방송 채널에 가입한 뒤 데이트 영상을 올렸더니 부브 구독자들이 생겼고, 점점 구독자들의 수가 늘면서 한 달에 수백 달러를 벌 수 있었어요. 어른들이 백수인 상황인지라 둘은 이 방송 채널에 몰두하게 됐어요. 어떤 에피소드를 올려야 구독자층을 넓힐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되었어요. 이제 수백 명의 부브들이 두 사람의 데이트를 지켜보며 분 단위로 책정된 요금을 지불하고 있으니, 완벽한 로맨스 연기를 보여줘야 해요. 풋풋했던 사랑의 감정은 어느새 증오로 바뀌게 되었어요. 결정적으로 둘의 관계가 나빠진 건 클로이가 처음에 낭만적이라고 했던 아담의 그림을 싫어하게 되면서부터예요. 클로이는 아담이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매우 지루하게 여겼어요. 


정말 끔찍한 상황이에요. 지구인들은 외계인 부브를 위한 꼭두각시 인형 노릇을 하고 있어요. 지금 이 세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부브에게 주목받고, 부브가 원하는 인간이 되는 거예요.  아담은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는 부브가 원하는 그림을 그려야 해요. 행성 간 예술 콘테스트에 작품을 응모한 아담은 첫 번째 단계를 통과했어요. 각 주를 대표하는 두 명은 다음 달에 열리는 예술 전시회의 경축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요. 지구 궤도에서 열리는 경축 행사에서 최종 우승자를 발표할 예정이에요.

과연 아담은 우승할 수 있을까요.

에휴, 이건 너무나 슬픈 미래네요. 차라리 외계인과 치열하게 싸웠더라면...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아담은 전혀 상상도 못한 선택을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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