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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 - 명왕성을 처음으로 탐사한 사람들의 이야기
앨런 스턴.데이비드 그린스푼 지음, 김승욱 옮김, 황정아 해제 / 푸른숲 / 2020년 10월
평점 :
어릴 때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사진을 보면서 처음으로 우주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우주에 존재하는 행성 중 하나라는 사실이 얼마나 신기하던지.
물론 한때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이 가짜라고 주장하는 음모론이 떠돌았던 적이 있어요.
1969년 7월, 최초의 달 착륙 영상이 지구로 중계되어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지켜보았는데, 왜 이런 음모론이 퍼졌을까요.
아마도 그건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주장하다가 종교 재판을 받았던 것과 같은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갈릴레이 사후 350년이 지난 1992년,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갈릴레이의 복권을 공식 선언했듯이 우주 과학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어요.
우리 태양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명왕성 탐사를 성공했어요.
<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은 NASA의 명왕성 탐사선 뉴호라이즌스 호에 관한 책이에요.
이 책을 집필한 두 사람 중 앨런 스턴은 행성과학자이자 뉴호라이즌슨 프로젝트를 이끈 리더이고, 데이비드 그린스푼은 앨런처럼 행성을 연구하는 학자이지만 작가로서 참여했다고 볼 수 있어요. 이 책은 명왕성 탐사라는 획기적인 프로젝트를 어떻게 계획하여 성공적인 비행에 이르렀는지 그동안의 피나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어요. 한마디로 명왕성 탐사를 위해 애쓴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데이비드는 수십 년동안 앨런을 비롯한 과학자들과 동료로 지내면서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러 중요한 순간에 대부분 현장에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두 사람은 함께 과거를 돌아보며 내부자로서 우주 탐사 계획의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지난 30년 동안 뉴호라이즌스 계획이 새로운 천체의 첫 탐사라는 점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네요.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명왕성 탐사에 관해 잘 몰랐어요. 요즘은 민간 우주개발기업이 유인 우주비행을 성공하면서 NASA 가 아닌 민간 주도의 우주 탐사 이슈가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뉴스로는 알 수 없는 이야기, 바로 인류의 첫 명왕성 탐사선 뉴호라이즌스 호의 우주 탐험기가 이 책 속에 자세히 나와 있어요.
"이름을 지어야 합니다. 벌써 검토 팀이 제안서를 보고 있는데 아직 이름조차 없다니요. 이름을 지어주세요!"
한 주가 흐를 때마다 팀원들의 호소가 밀려들었고, 앨런은 달리기를 하면서 머리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뛰던 도중에 우연히 서쪽 지평선 horizon 의 로키산맥이 눈에 들어왔고, 그 순간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뉴호라이즌스.' 우리는 명왕성과 카론과 카이퍼대를 탐사하기 위해 새로운 지평선을 찾고 있었고, PI가 주도하는 최초의 외행성 탐사계획을 추진하는 것 역시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는 작업이었다. (186-187p)
1989년에 시작한 명왕성 탐사 임무 제안서가 2001년이 되어서야 최종 승인되었고, 위성은 2002년에 만들기 시작해 2005년에 완성되고, 마침내 2006년 우주로 보내졌어요. 그리고 10년이라는 긴 비행 이후인 2015년에 위성이 명왕성 궤도에 도달했어요. 명왕성 플라이바이(근접비행)에 성공한 뉴호라이즌스는 2021년 4월에 명왕성 궤도의 끝에 도착한 뒤, 지구에서 보낸 명령을 받아 전원이 꺼질 예정이라고 해요.
뉴호라이즌스의 명왕성 탐사가 성공하기까지 참여한 과학자, 엔지니어의 숫자가 자그마치 2,500명이나 된다고 해요. 거의 30년의 세월이 걸린 우주 탐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과학기술의 진보뿐 아니라 인간의 끊임없는 도전의 결과였다고 볼 수 있어요.
책에 나오는 기술적인 내용들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어떤 위기를 겪었고, 극복해냈는지는 충분히 알 것 같아요. 그 많은 투쟁과 불안, 부정적인 전망을 17년 동안 이겨내고, 마침내 우주선이 발사되었을 때는 얼마나 감격스러웠을까요. 사진을 통해 본 팀원들의 모습에서 그 감동이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무엇보다도 뉴호라이즌스 호가 데이터로 송신한 명왕성 사진은, 뭔가 소름이 돋았어요. 지구와 마찬가지로 명왕성 주위에도 아름다운 파란색 하늘이 고리처럼 둘러져 있는 것이 보여요. 명왕성 표면에서 수백 킬러미터에 걸쳐 펼쳐져 있는 기묘한 칼날 모양의 지형은 태양계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네요. 평균 높이가 약 365미터인 뽀족뽀족한 메탄 얼음 봉우리들로 구성되어 있대요. 산맥, 구덩이, 협곡, 거대한 얼음밭 등 명왕성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증거들을 볼 수 있어서 매우 놀랍고 신기한 것 같아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뉴호라이즌스 호 발사로부터 7개월이 지난 2006년 8월에 IAU라는 국제천문연맹 천문학자 모임의 회의에서 명왕성의 행성 지위를 박탈했어요. IAU가 그날 채택한 정의는 여러 면에서 문제가 많았는데, 마지막 조항이 "왜행성은 행성이 아니다."라고 해요. 이에 대해 수백 명의 행성학자들이 IAU의 정의에 결함을 지적하면서 자신들은 사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청원서에 서명했는데, 언론은 이 청원서를 무시해버렸어요. 결과적으로 일반인들은 명왕성을 작은 행성이 아니라 소행성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새로 출간된 어린이 과학책에도 퇴출된 명왕성을 언급하고 있어요. 실제로 행성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인정하지 않는, 명왕성 퇴출이었다니 정말 이상한 노릇이네요.
탐사 팀의 과학자들은 새로 전송되는 사진에서 패턴들이 드러나자 거기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는데, 명왕성의 진정한 모습이 날마다 새로 밝혀지던 때라서 그 이름들은 임시적인 것에 불과했대요. 앨런이 명왕성의 가장 밝고 넓은 지역을 처음에 '인도'라고 명명했는데, 근접 사진은 더 크고 둥근 모양이었대요. NASA의 언론 담당자 로리 캔틸로가 그것을 보자마자, "저기 밝은 지역이 하트 모양 같지 않아요?"라고 말했고, 그때부터 정말로 모든 사람들에게 그 지역이 하트처럼 보이기 시작했대요. 다음 날 NASA가 <명왕성에 하트가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가 나오자 엄청난 화제가 되었대요. 2015년 여름에 세계는 명왕성의 하트를 마음에 품게 되었다고요.
명왕성에서 지구까지 도착한 모든 사진들은 모든 인류를 위해 인터넷에 공개되었어요. 누구든지 확인할 수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그 감동을 함께 느끼면 좋을 것 같아요.
"명왕성의 하트에 붙여줄 이름을 찾았습니다. 명왕성을 발견한 사람을 기리는 뜻에서, 그곳을 톰보 지역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 명왕성의 하트는 아주 멀리서도 보였습니다. 명왕성까지 1억 1200만 킬로미터나 남아서 명왕성 자체의 모습만 간신히 알아볼 수 있을 때에도 그 하트가 등대처럼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명왕성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므로, 클라이드 톰보를 기념하는 이름으로 부를 겁니다." (49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