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스케치 핸드북 : 인물과 움직임 (리커버 버전) 어반 스케치 핸드북
가브리엘 캄파나리오 지음 / EJONG(이종문화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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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화가들, 길 한 켠에 앉아서 도시의 풍경을 그리는 모습.

굉장히 낭만적으로 느꼈던 것 같아요. 살짝 동경하는 마음도 있었나봐요.

<어반 스케치 핸드북> 시리즈는 어반 스케처들의 그림을 통해 전 세계 곳곳으로 안내하는 책이라고 해요.

전 세계 도시를 여행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자 나만의 추억 만들기라고 할 수 있어요. 사진으로 남기는 추억도 좋지만 어반 스케치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책은 리커버로 특별히 하드커버로 제작되었어요. 어반 스케처들이 많이 사용하는 몰스킨 스케치북의 판형과 형태가 유사해서 휴대하기 편리한 사이즈예요.

어반 스케치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핵심 요소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요. 그 중에서 인물과 움직임을 표현하는 기법을 알려줘요.

일단 펜과 연필을 들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 시작이에요. 어반 스케치의 핵심 요소는 비례, 윤곽, 제스처, 감정표현, 맥락, 유사성이에요. 이론적인 설명만 있다면 지루했겠지만 이 책은 다양한 어반 스케치 예시 작품을 보면서 각각의 기법들을 배울 수 있어요. 스케치 그림들을 통해 유용한 팁을 따로 정리해주네요. 그리고 배운 내용을 직접 스케치 해볼 수 있는 여백이 있어서 바로 연습할 수 있어요.


쓱쓱 연필이 종이 위를 지나가는 소리가 좋아요. 종이의 재질에 따라 그 소리가 약간씩 달라지는데 그 미묘한 차이가 연필만의 매력인 것 같아요.

어반 스케치를 위한 도구로 연필은 기본이에요. 빠르게 그려야 하는 어반 스케치에서는 윤곽선들을 종이도 보지 않고 완성한다고 하네요. 우와, 완전 차원이 다른 수준이죠.

종이를 보지 않고 윤곽선을 그리는 기술은 그리는 대상에 시선을 고정한 채 종이를 보지 않고 그리는 것을 의미해요. 펜 끝으로 관찰하고 있는 것들의 가장자리를 실제로 터치한다고 상상하며 그리는 건데, 가끔씩 그림을 다듬기 위해 종이를 봐도 괜찮다고 하네요. 예시로 나온 그림을 보면 종이를 보지 않고 그렸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뭔가 시도할 때 망칠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는데, 어반 스케치 연습을 하다보니 조금씩 그 두려움을 줄여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누가 뭐랄 것 없이, 내 그림인데 어쩔 거냐라는 편한 마음이 들어요.


"저는 스케치하는 대상이 복잡하거나 잘 보이지 않으면 연필을 사용하는 편입니다.

연필을 사용하면 스케치 대상의 중요한 형태와 모습을 쉽게 드러낼 수 있는 반면,

그 밖의 다른 자잘한 것들은 표현하지 않은 채,

뒤로 물러나 느낌이 들게 만들 수 있어요."

    - 칼리나 윌슨  (83p)


오호, 이건 새로운 발견인 것 같아요. 연필로 스케치할 때 그리는 사람이 중요하게 여기는 대상만을 드러내고 나머지는 날려버리는 기법.

만약 사진이었다면 원하는 대상 이외의 배경들이 함께 찍였을 텐데, 스케치는 하얀 종이 위에 원하는 것들만 그릴 수가 있는 선택권이 있어요.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이지만 그림을 통해 나만의 특권을 누리는 기분이에요. 또한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지 않고 곧바로 펜이나 잉크로 그리는 기법도 멋진 도전인 것 같아요. 곧바로 그린다는 건 확신이 필요한 작업이라는 점에서 여러 번 시도할수록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물론 결과물만 보면 자신감이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시도 자체가 기분이 좋아져요.

연필 스케치도 좋지만 수채화물감이나 색연필을 혼합하여 채색하는 것도 즐거운 작업이에요. 

<어반 스케치 핸드북>은 누구든지 원한다면, 혼자 배우고 연습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친절한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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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 매거진 Nau Magazine Vol.5 : 서울 SEOUL 나우 매거진 Nau Magazine Vol.1
FFL 편집부 지음 / FFL(에프에프엘)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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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우 매거진 5호의 주인공은 서울입니다.

책 제목은 매거진인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월간지는 아닙니다. 일년에 한 번 발행합니다.

부록에 달려 있는 매거진이 아니라 온전히 한 장 한 장 볼 만한 매거진 북.

매 호마다 전 세계 도시들 중에서 하나가 선정되어 그 도시 이야기를 풀어내는 로컬 다큐멘터리 매거진이라고 합니다. 

이번 호는 '지속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깊이 생각하다가, 급변하는 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하고 싶었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한 도시로 서울을 정했답니다. 우리가 체감하는 서울이라는 도시와 이 책에서 보여주는 서울은 같은 듯 다른 것 같습니다. 좀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The City of Seoul  

인구 972만 명, 한반도 서쪽 중앙부 위치한 면적 605.25 ㎢ 

① 세계 주요 도시 스마트시티 평가 3위  [2018년 싱가포르 에덴 전략연구소]

② 국제 회의 개최 도시 5년 연속 3위   [2020년 국제협회연합 UIA]

③ 세계 100대 도시 전자정부 평가 7회 연속 1위   [2016년 미국 러트거스 대학교 공공행정대학 소속 전자연구소]

④ 월드 스마트시티 어워드 도시 부분 본상 수상   [2019년 스마트시티 엑스포 월드 콩그레스]

   (21p)


서울은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도시라서 그런지 공간에 대한 소개보다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더 끌렸습니다.

김신식 작가, 이병률 작가, 아티스트 폴킴, 이광호 작가, 차진엽 안무 감독, 이재민 아트 디렉터, 포토그래퍼 하시시박, 김영나 디자이너, 김하나 작가, 배우 윤승아 & 김무열 부부, 호갱노노 심상민 대표, 크리에이터 김유라 PD & 박막례 할머니, 그리고 나우 매거진을 만든 사람들.


서울에 사는 장우철 작가, 때로는 에디터이고 때로는 사진가이며, 때로는 어머니의 참기름을 파는 사람.

저는 나우 매거진을 보기 전까지는 그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서 삶의 방식이 곧 예술이자 철학이구나, 싶었습니다.

인터뷰 당시에 꽃을 담은 사진들로 <푸른 꽃병이 있는 실내 A Blue Vase> 전시회를 열었다고 합니다. 


<나우 매거진>은 서울이라는 도시를 통해 '환승 Transfer' 을 이야기하고 있다. 

급변하는 서울의 속도는 모든 이에게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 

"글쎄, 나는 지하철도 갈아타는 구간은 귀찮아서 안 타는 사람이라. 

... 단순한 팩트이자, 간결한 시간일 뿐이라서 누군가는 앞서고 누군가는 뒤처진다. 

신나거나 슬프거나 그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작업하면서 어떤 '트랜스퍼'에 대해 고민하진 않고 있다.

제때 못 올라타 낙오한다면 그대로 나가떨어질 수밖에. 트렌드를 쳐다보며 발맞추는 체질도 취향도 아니다. 

내 생활과 작업에는 그런 태도 자체가 불필요하다."    (131p)

 

포토그래퍼 하시시박의 시선에 담긴 서울의 장면들이 사진으로 나우 매거진 속에 담겨 있습니다.

하시시박이 가장 좋아하는 서울 풍경은 무엇일까요.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풍경이 하나 있다. 그런데 사진으로 남기지 않고는 견디지 못할 풍경은 아니다.

사진 찍는 일을 하고 있지만, 사진으로 남기는 것보다는 눈으로, 마음으로 경험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남산에서 내려와 광화문 대로를 가로질러 보이는 풍경을 좋아하는데, 그 어떤 도시에서도, 그야말로 중심Central의 중심에서 능선을 볼 수 있는 곳은 없다.

오직 서울뿐이다. 그 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따뜻하고, 아늑하고, 보호받는,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181p)

변화하는 서울과 함께, 삶 혹은 작업 방식이 '환승'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변화하지 않는 것은 썩는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던가. 하지만 썩는 과정도 변화의 모습이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매일매일 환승하고 있다. 

다른 점이라면, 나를 위해 좋은 것들을 찾던 예전과는 달리 아이들에게 옳은 것, 나은 것을 주기 위해 생각하고 고치고 배운다는 점이다."  (184p)


서울의 속도는 유난히 빠른 것 같습니다. 서울을 '환승의 도시'라고 표현했는데, 정작 이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매일 환승을 거듭하는 일이 너무도 익숙합니다.

나우 매거진은 마치 플레이 버튼만 눌려져 있던 서울 도시에 잠시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 준 것 같습니다.

멈춰야 보이는 것들, 물론 여전히 빠르게 흘러가는 속도를 막을 수는 없지만 잠시나마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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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도 궁금해하는 헬리코박터, 위염, 위암 열전 -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위내시경 이야기
김효상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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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위는 지금 어떻습니까?"라는 광고가 기억난다면 헬리코박터와 함께 유산균 음료를 떠오를 거예요.

여기서 착각하면 안 되는 것이 있어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유산균이 아니라는 것.

우리 몸에 유익한 유산균이 아니라 정반대인 나쁜 균이에요. 특히 위염과 위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바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예요.

1983년 발견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1급 발암물질로 한국인 절반이 보균자라고 하네요. 어떻게 알았냐고요?

바로 이 책 <의사들도 궁금해하는 헬리코박터, 위염, 위암 열전> 덕분이에요.


요즘은 TV를 통해 다양한 의학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전달 과정에서 착각하거나 잘못 알게 되면 차라리 모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올바른 의학정보는 믿을 만한 책을 통해 얻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이 책은 현재 한국의료재단 원장이자 내과 전공의, 소화과내과 전임의가 직접 쓰고 그렸다는 점에서 특별한 것 같아요. 그동안 의사 선생님이 쓴 의학 관련 서적은 많이 봤지만, 그림까지 직접 그린 책은 처음 본 것 같아요. 

일반인들에게 위내시경 검사 자체는 익숙할 거예요. 정기적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받으면서 설명을 듣고 상담을 받지만 정작 위염과 위질환에 대해서는 얼마나 아느냐고 묻는다면... 묵묵부답, 아는 게 별로 없다는 사실이에요. 이것이 이 책이 탄생한 이유예요.

위를 건강하게 지키려면 여러 가지 건강 관리법이 있겠지만 이 책에서는 정확하고 올바른 정보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현재 자신의 위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위염, 위궤양 등 위 질환이 있다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아야 해요. 이 책은 그 정보를 그림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요. 


등장 사물 중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최고의 악당이에요. 양성자 펌프 억제제(PPI)는 이 책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어요. 위궤양 치료의 1인자 자리를 30년간 지켜왔으나, 최근 P-CAB 이라는 막강한 차세대 치료제가 등장하여 2인자로 밀려나 불안감을 느낀다네요. 의학 용어를 의인화한 캐릭터로 만드니까 훨씬 재미있고 이해하기 수월한 것 같아요.  우리가 알아야 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위염, 위암 등 다양한 위 질환과 치료법에 대한 내용들이 만화로 표현되어서 친근하고 좋은 것 같아요.


"위축성 위염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이다.

그 외 위험 요인으론 고령, 남자, 시골 거주자, 저학력, 위암 가족력, 고염식 등이다.

그럼 평생 위축성 위염을 갖고 살아야 하나?

다행히 좋은 소식이 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를 하면 위축성 위염은 호전될 수 있다.

... 제균 치료 후 48.4% 에서 위축성 위염이 호전된다.

또한 중증 위축성 위염의 조기 위암 환자에서 제균 치료는 이시성 위암을 50% 까지 감소시킨다."  (98-100p)


책에서 발췌한 부분만 보면 일반적인 의학 정보와 다를 게 없지만, 실제 책을 펼치면 만화라서 좋은 점을 바로 알 수 있을 거예요. 만화 캐릭터만 등장하는 게 아니라 위 내시경 사진도 첨부되어 있어서 시각적인 정보 효과가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위 질환과 치료에 관한 만화 교과서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 그만큼 도움이 되는 책이네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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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장 초등 필수 영단어 + 사이트 워드 따라쓰기 (스프링) 하루 한장 초등 영어 (스프링북)
이문필 지음 / 베이직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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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영어를 위한 교재는 꾸준하게 학습할 수 있는 구성이 좋은 것 같아요.

<하루 한 장 초등필수영단어+사이트 워드 따라쓰기>는 두 가지 장점이 있는 교재예요.

제목처럼 하루 한 장, 매일 영단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는 점과 스프링북이라는 점.

교육부에서 지정한 초등필수영단어 800개를 익힐 수 있는 영어교재는 워낙 많기 때문에 각자 공부하기 편리한 교재를 선택할 수 있어요.

이 교재는 초등필수영단어와 사이트 워드를 한 권으로 학습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요. 사이트 워드(Sight Worda)란 어린이 영어 문장 속에 빈번하게 나오는 단어들로 보자마자 읽고 의미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 단어를 뜻한다고 해요. 실제 개수는 많지 않지만 문장에서 자주 쓰인대요. 사이트 워드를 잘 알고 있으면 문장을 읽고 쓰는 데 수월하다고 하네요. 그래서 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하는 필수영단어 800개와 사이트 워드를 합쳐 950개 단어를 이 책으로 매일 영단어 10개씩 쓰면서 익힐 수 있어요. 4선으로 된 영어 노트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또박또박 바르게 쓰는 연습을 할 수 있어요.

어떤 공부든지 기초를 탄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시간이 걸려도 4선에 맞춰 바르게 쓰면서 익히는 것이 마음에 들어요.

알파벳 쓰는 법부터 영단어, 영문장까지 쓰는 법을 알려주고 직접 쓸 수 있게 나와 있어요. QR코드를 찍으면 음성파일을 바로 들을 수 있어서, 듣고 말하면서 따라 쓰기를 할 수 있어요. 또한 발음기호도 설명되어 있어서, 각 영단어마다 발음기호를 보면서 발음 연습을 할 수 있어요. 사실 발음기호는 아이가 살짝 어려워하는 부분이라서 처음에는 무리하지 않고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발음기호와 강세 표시를 잘 확인하면서 꼼꼼하게 공부할 수 있어요.

Day 1부터 Day 95까지 동물, 농장, 가족, 사람, 음식, 동작 등 연관된 주제별로 모아서 좀더 효과적으로 영단어를 익힐 수가 있어요. 5일분의 영단어 쓰기가 끝나면 복습 문제가 나와서 배운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요. 학습 내용뿐 아니라 귀여운 일러스트가 아기자기 꾸며져 있어서 학습 동기를 높여주는 것 같아요. 예쁘고 귀여운 디자인이라서 계속 봐도 질리지 않는 것이 꾸준히 반복 학습을 위한 교재로 좋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초등영어는 흥미를 잃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어야 실력도 쌓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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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통하는 마음 - 제7회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
전우진 지음 / 마카롱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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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통하는 마음>을 읽은 소감부터 말하고 싶어요. 

한 마디로  "내 마음을 관통하는 이야기"였다는 거예요.

솔직히 첫 장을 읽을 때만 해도 큰 기대는 없었어요. 남편 퇴직금으로 안성에서 편의점을 차린 쉰세 살의 정숙 씨.

너무나 평범한 캐릭터라서 정숙 씨의 나른한 오후처럼 일상의 이야기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바로 그 정숙 씨에게 놀라운 능력이 있다는 걸 안 순간부터 흥미진진했어요. 자신의 손바닥을 뾰족한 뭔가로 관통시키면 15분 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

왜 겨우 15분일까요. 그 이유는 몰라요. 어쩌면 15분이라서, 그 능력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과거를 완전하게 뒤바꿀 정도로 강력하지는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이 될 수 있는 15분. 문제는 그 능력을 쓰게 되면 실제로 엄청난 통증을 겪게 된다는 거예요. 15분 뒤 과거로 돌아갔을 때는 손바닥을 관통했던 상처는 사라지지만 통증은 고스란히 남기 때문에 두 번 이상 찌르면 혼절할 수도 있다는 것. 

정숙 씨의 능력이 희한한 건 그녀의 외동딸 주영 씨에게 동일한 통증이 전달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정숙 씨는 딸에게는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고, 웬만해서는 그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어요. 편의점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온 스물한 살 청년 성재가 오기 전까지는 말이죠. 

음, 잔잔했던 정숙 씨의 마음이 성재를 처음 본 순간 찌리릿 관통했어요. 이런 감정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 성재라는 청년의 외모가 아이돌 뺨칠 정도로 잘생긴 데다가 여리여리한 느낌이랄까. 지방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할 사람으로는 안 보이는 외모였다는 거죠. 멋진 연예인을 실물로 봤을 때의 느낌과 첫눈에 반한 느낌이 합쳐진 복합적인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하루가 다르게 머리털이 빠지고 배가 나오는 남편 근배 씨를 보며 아무 감흥 없던 정숙 씨에게 성재는 봄바람 같은 존재였던 거예요. 

과연 정숙 씨는 성재로 인해 관통한 마음을 어디까지 끌고 갈까요?


정숙 씨에게는 남편 근배 씨와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스물네 살 딸 주영 씨가 있어요. 

편의점 옆에는 동네 나팔수 역할을 하는 미용실 원장 세라 씨와 그녀의 딸 하선이 있어요. 매일 편의점에 들르는 안성 FC 유소년 축구교실 고 대표라는 남자도 있어요. 무엇보다 편의점에서 오랫동안 야간 알바를 하는 우진 씨가 있어요. 주변 사람들이 볼 때 정숙 씨는 좀 둔하고, 거짓말하면 다 티나는 해맑은 아줌마인데, 성재와의 감정 때문에 비밀이 생겼으니... 정말이지, 정숙 씨 혼자만 몰랐을 뿐이지 누가봐도 수상하다고 느꼈을 것 같아요. 

조마조마한 정숙 씨의 일탈을 보면서, 한숨과 함께 피식 웃음이 났어요. 우리가 영화에서 보던 히어로는 굉장히 멋진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현실 히어로는 정숙 씨의 모습일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성재에게 반해서 앞뒤 가리지 않고 자신의 손바닥을 관통시킨 건 무모했지만 그 전에 아이를 구하기 위해 한 일은 멋졌어요. 잘한 건 잘한 거니까.

중요한 건 정숙 씨가 착한 마음의 소유자라서 결정적인 순간에는 옳은 행동을 했다는 거예요. 사람의 마음이란 가끔은 자기 뜻대로 안 될 때가 있잖아요. 관통하는 마음은 정숙 씨를 통해서 그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어요. 


전우진 작가님의 <관통하는 마음>은 독자의 마음을 관통하는 소설이에요. 아마 책을 읽다가 '니가 왜 거기서 나와?'라는 반응이 나올 거예요. 처음부터 끝까지 논스톱으로 읽게 되는, 정말 매력적인 이야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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