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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사람예측 심리학 - FBI 행동분석 전문가가 알려 주는 사람을 읽는 기술
로빈 드리크.캐머런 스타우스 지음, 고영훈 옮김 / 코리아닷컴(Korea.com) / 2020년 8월
평점 :
《엑스 파일》(The X-Files)
제가 엄청 좋아했던 미국 드라마예요.
주인공 멀더와 스컬리는 FBI 요원으로, 엑스 파일이라는 미스터리한 사건 등을 수사하는 이야기였어요.
그때 FBI 에 대한 로망과 함께 두 요원을 비롯한 여러 관계 속에 펼쳐지는 심리전에 푹 빠졌던 것 같아요.
단연코 심리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서 손꼽히는 작품이었어요.
제 머릿속에 고이 모셔두었던, 추억의 엑스파일을 소환한 책이 있어요.
바로 <FBI 사람예측 심리학>이에요.
이 책은 전 FBI 특수요원이자 행동분석 전문가의 "사람을 읽는 기술"이 담겨 있어요.
드라마와 현실은 엄연히 다르지만, 사람을 예측하는 기술만큼은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내용이에요.
누구나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고민하며 살고 있어요. 어떤 사람은 대놓고 자신의 이득을 따져가며 관계를 형성하기도 해요.
과연 상대방이 아군인지, 적군인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너무도 끔찍하고 충격적이었던 9·11 테러가 벌어졌던 그날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어요.
월스트리트에 있는 FBI 뉴욕 지부 앞 음식가판대에 서서 두 번째 커피를 마시려던 바로 그때,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해요.
당시 긴박한 상황에서 자신이 잘 안다고 생각했던 동료 수사관들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순식간에 대혼돈 속에 빠져서 아무것도 예측할 수 있는 게 없었던 거예요. 왜 그랬을까요, 엑스레이처럼 투시할 줄 알아야 할 수사관이 가까운 동료의 행동조차 예측하지 못한다면 테러범과 간첩, 범인의 행동은 어떻게 예측할 수 있겠어요. 저자는 최악의 시기를 겪으면서 그 답을 찾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고, 드디어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인식해 예측할 수 있는 여섯 가지 신호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좀더 일찍 그 생각을 했더라면... 저자의 뼈아픈 고통 속에서 만들어진 매뉴얼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 불확실성은 구체적인 형태만 바뀔 뿐 우리 삶에서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현실 자체가 그렇듯이 불확실성은 좋거나 나쁜 것이 아니다.
그저 현실일 뿐이다." (45p)
행동분석은 FBI 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라는 점.
누구나 한번쯤 다른 사람의 속임수와 거짓말을 경험했을 거예요. 때로는 사업적인 거래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지인에게 배신을 당해 큰 충격을 받는 일도 있어요. 단순히 속는 데 그치지 않고 그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면 삶은 더욱 걷잡을 수 없는 나락에 빠질 거예요.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행동분석을 몰랐기 때문이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을 감추거나 위장을 해요. 누구나 자신의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니까, 종종 자신도 모르게 남을 속일 때가 있는 거예요. 따라서 현명하고 자신감 있게 살고 싶다면 사람들의 행동을 합리적으로 예측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해요. 사람을 제대로 읽어야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어요.
"도베랴이 노 프로베랴이. Doveryai no proveryai" (65p)
저자가 담당했던 비밀 정보원 레오가 했던 말이에요. '신뢰하되 검증하라'는 뜻의 옛 러시아 격언인데, 1982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소련과 모든 새로운 핵무기 생산을 동결하기로 합의하면서 했던 말이라고 해요. 러시아 방첩기관에서 일했던 레오는 비밀 정보원이자 이중 스파이로 활동한 인물이에요. 레오 입장에서 저자는 15번째 요원인데, 그 이유는 14번째 요원과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이에요. 역시나 저자와의 첫만남도 순탄치 않았어요. 그래서 자신의 멘토인 베테랑 수사관 제시 손을 찾아갔어요.
다음은 제시의 조언이에요.
와우, 정말 제다이 마스터인 줄 알았어요. FBI 사무실만 아니었어도 테드TED 강의인 줄.
그러나 저자는 최악의 조언이라고 생각했다가 나중에 행동예측 시스템을 만들면서 그제서야 그 말을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다고, 고백하네요.
"자책하지 마. 자네는 지나치게 자책을 잘해.
'모든' 사람이 자책을 지나치게 잘하는데, 자신의 부족한 점을 너무 잘 알아서 그래.
그래서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한 최대의 적이 되는 거야.
자신의 부족한 점을 조금 의식하는 건 괜찮아. 그래야 방심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자신의 결점에 지나치게 얽매이면 다른 사람들이 그걸 알아차리고 자네를 신뢰하기 어렵게 돼.
그러니 그에게 결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그가 알아서 판단하게 해.
그렇게 해도 아마 그는 자네를 비판하지 않을 거야. 자신에게 지나치게 엄격해도 좋지 않은 법이야."
"중요한 게 하나 더 있는데, 레오가 자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묻지 말고,
자네가 레오를 위해 무엇을 해 주기 바라는지 물어보게."
"그래서 다른 요원들은 레오를 싫어했어요. 그는 언제나 주고받으려 해요."
"아마 그들이 그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으려 했겠지. 그래서 그렇게 행동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을 거야. 그저 화가 난 거지." (50p)
"내가 상대방에게 무례하거나 부정적인 말을 하지 말라고 얘기했던가?"
"자네가 레오의 일을 신경쓰고 있다는 것을 그가 알게 하게. 그러면 오랫동안 자네 옆에 머물게 될 거야."
"내가 친절하라고 얘기했던가?"
"좋아, 내가 말한대로 하면 아마 자네에게 유대감을 가질 거야.
그러면 그가 언제 정직한지, 그리고 그가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건 정말 할 수 있음을 알게 될 거야.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건 정말 못한다는 의미라는 것도 알 거고." (51-52p)
음, 어려워요. 저는 책을 다 읽고나서도 좀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행동 예측에 관한 냉엄한 진실과 여섯 가지 신호를 완전히 이해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다만 한 가지는 알 것 같아요.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고 배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