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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타깃 ㅣ 그레이맨 시리즈
마크 그리니 지음, 최필원 옮김 / 펄스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피츠로이 가족을 구출하고 로랑 그룹에 의해 수많은 적들로부터 죽을 고비를 넘긴 지 몇 달 후 젠틀리는 이번에는 러시아 마피아 조직의 집행가가 되었다. 핸들러의 이름은 시드로 젠틀리의 요구 조건 '죽어 마땅한 또는 윤리적 중심을 지키지 않는 표적들'만을 제거한다는 조건을 흔쾌히 받아주었다. 이번 의뢰는 두걸 슬래터리라는 6년 전 이후로 작업을 하지 않는 킬러로 죽기 전 그에게서 시드의 실체에 대해 듣게 된다. 임무 완료 후 돌아온 러시아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건 시드의 부하들로 그들의 안내로 시드를 만난 자리에서 수단 대통령 바크리 알리 아부드의 암살을 의뢰받게 된다. 아부드는 현재 어마어마한 현상금에 다르푸르 대량학살로 헤이그의 국제 형사 재판소에서 체포영장까지 발부된 상태다. 그의 암살 이유는 다르푸르 사막 12A 지구에서 나오는 석유 때문으로 현재는 중국이 채굴권을 가지고 있으나 아부드를 암살하고 국회를 이용 중국을 쫓아내고 러시아로 채굴권을 가져올려는 계획인 것이다. 의뢰를 받은 그날 밤 시드의 부하들의 감시를 피해 허름한 여관으로 옮긴 젠틀리 거기서 오랫동안 그를 추적하던 CIA에 의해 붙잡히게 된다. 그런데 CIA는 젠틀리를 죽이는 대신 아부드 대통령을 산 채로 잡아 미국에 넘겨달라는 제안을 하게 된다. 그 조건으로 젠틀리에게 내려졌던 사살 명령을 없애준다는 것이었다. 양쪽의 의뢰를 받은 젠틀리는 러시아 쪽 의뢰를 하는척하면서 미국 쪽으로 아부드를 넘겨줄 계획을 세우게 된다. 러시아 수송기를 타고 수단으로 가던 중 계획에 없던 알다시르에 착륙하게 되고 거기서 국제 형사 재판소 특별 조사단으로 온 엘렌 월시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엘렌 월시의 엉뚱한 행동 때문에 여러 번 곤경에 처하게 되는 젠틀리는 우여곡절 끝에 엘렌 월시를 무사히 떠나보내고 다시 원래 임무수행으로 돌아오지만 원래 계획과는 다르게 일이 진행되면서 러시아도 미국에도 모두 버림을 받게 되고 또다시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일반적으로 캐릭터 중심의 시리즈 소설 거기에 액션 장르의 소설이라면 어느 정도의 기대치를 가지고 읽게 됩니다. 전편보다는 더 다채롭기를 바라죠. 이건 액션 영화를 볼 때도 나타납니다. 전편보다는 볼거리가 많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기에 대부분 액션 영화들이 스토리는 약해져도 스케일이나 볼거리는 속편으로 갈수록 풍성해집니다. 소설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어느 정도의 기대치가 있기에 그것에 못 미치면 실망하거나 그다음에 나올 작품에 대해 기대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영화와 소설의 차이가 있죠. 영화는 한정된 시간 안에 보여줘야 하기에 많은 부분을 포기하고 가야 하지만 소설은 작가의 역량에 따라 얼마든지 내용의 디테일도 살리면서 스케일도 마음대로 키울 수 있다는 것이죠. 단 너무 만화같이 황당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붙겠지만 말입니다. 그레이맨 2탄인 <온 타깃>은 전편에 비해 내용도 다채로워졌고 작가의 필력도 월등히 향상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책의 분량만 봐도 얼마나 많은 얘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전작만 놓고 본다면 전작은 막무가내적으로 보일 정도로 일방적인 진행 방식이었다면 이번 작은 목표에 도착하기 위해 직진보다는 우회하면서 그 속에 여러 이야기를 담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직구만 던지던 투수가 이제는 커브도 던질 줄 알게 되었다고 할까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 중반까지는 다양한 상황 설정과 떡밥들을 만들기 위해 뜸을 많이 들였다면 후반 한 200페이지 가까이의 내용들은 태풍처럼 휘몰아치기 시작합니다. 어느 순간 읽었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읽혔고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정말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장르소설 특히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재미는 후반에 나오는 반전을 즐기는 거죠. 근데 그레이맨에서는 그런 반전의 재미는 느낄 수 없습니다. 그냥 읽는 내내 즐기면 되는 겁니다. 머리 쓸 필요 없이 작가가 펼쳐 놓은 세계에 빠져 즐기는 그런 재미로 읽는 소설이니까요, 마지막 장에 주인공 젠틀리는 앞으로 더 많은 적들과 싸워야 한다는 걸 암시하며 끝납니다. 거기에 과거에 대한 떡밥도 흘리기 시작했고 이번 작품에서 조금씩 보여줬던 국가 간의 국제적 관계 속에 벌어지는 암투까지 앞으로의 차기작에서는 지금보다 더욱더 큰 스케일과 더 험난한 일들이 일어날 거란 걸 예감하게 만듭니다. 문제는 이런 시리즈 소설들이 회가 거듭할수록 비슷한 패턴에서 스케일의 변화만 주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지루해지거나 예측 가능한 뻔한 결말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시리즈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에 조금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그레이맨 시리즈는 이미 8편까지 나와있지만 국내에는 아직 소개가 안 되어있기에 빠른 시기 내에 차기작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나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모리스가 들려준 또 다른 한 마디가 코트의 뇌리를 스쳤다.
"계획은 그저 벌어지지 않을 악몽들을 열거해놓은 목록일 뿐이야."
그것은 진리였다. 임무에서도, 인생에서도 계획은 좋은 것이었다.
필요한 것이었고 하지만 거의 모든 계획은 헛소리에 불과했다. - P39
"살인 행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스케일이 문제라는 건가? 하지만 난 정치 정책을 통해서 그 일은 해왔는데? 직접 내 손을 써서 죽인 게 아니라? 난 상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한 사람을 죽이는 게 법과 선전 포고를 통해 대량 학살을 하는 것보다 훨씬 잔인하다고 생각해. 우리 중 더 위험한 놈은 당신이라고 당신 같은 사람이 권력을 쥐고 국가 정보기관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면 보나 마나 세상의 모든 반대자들을 싹 쓸어버리고 말걸."
수단 대통령 바크리 알리 아부드가 모닥불 너머로 상체를 기울였다. 땀에 뒤덮인 그의 얼굴이 불빛을 받아 번뜩였다.
"바로 나처럼... 동지." - P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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