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무더위 -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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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에 보면 와카타케 나나미를 코지 미스터리의 여왕, 하드보일드의 달인, 단편 미스터리의 명수.. 등 많은 수식어를 가진 작가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 말이 허풍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 한 권을 봐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저는 코지 미스터리(폭력 행위가 비교적 적으며, 끝 맛도 깔끔한 미스터리)와 하드보일드(건조한 문체로 사실만을 써 내려가면서 등장인물의 마음의 변화를 독자가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는 서로 상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저의 오판이었음을 이 책은 기가막히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하무라 아키라라는 여성 탐정을 주인공으로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나이는 어느새 40대에 싱글이며 체력적으로도 약하고 잔병도 많은 소위 요즘 말로 독거노인이라 불릴만한 그런 인물입니다... 이 소설은 코지 미스터리에 맞게 소소한 사건들로 구성(제 입장에서는) 되어 있습니다. 우연히 일어난 교통사고 현장에서 물건을 훔쳐 간 여자를 추적하는(파란 그늘-7월), 치매에 걸린 어머니 때문에 고생하는 아들(조용한 무더위-8월), 한때 유명했던 시타라 소라는 작가의 실종과 연관된 조사(아타미 브라이튼 록-9월), 병원에서 벌어진 인질사건에 엮이는(소에지마씨 가라사대-10월), 쓰노다 고다이작가의 신분을 도용하다 사고로 죽은 사람에 대한 조사(붉은 흉작-11월), <성야 플러스 1>의 서적에 얽혀 벌어지는 크리스마스이브의 사건(성야플러스1-12월) 각각의 챕터는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유머스럽고, 때로는 묵직함으로 각각의 챕터들의 나름대로의 개성을 품고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소에지마씨 가라사대-10월>과 <성야 플러스1-12월>을 좋아하고 이 책에서 가장 하드보일드스러운 단편들이었습니다.


돌이켜볼 때 저는 1인칭 시점의 소설을 좋아합니다. 3인칭 시점보다 집중이 잘 된다는 거 그리고 셜록 홈스처럼 명석한 추리력을 뽐내는 탐정보다 몸으로 때우는 무데뽀 스타일의 하드보일드 속 탐정들을 더 좋아합니다. 이 소설은 제가 좋아하는 요소들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미스터리 소설 전문점을 배경으로 1인칭 시점의 내용은 가볍지만 몸으로 때우는 탐정이 등장하는 하드보일드 소설이라는 거죠...읽는 사람에 따라 이 소설은 하드보일드가 될 수 있고 코지 미스터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에게는 <파란그늘-7월>과 <조용한 무더위-8월>은 코지 미스터리로 <아타미 브라이튼 록-9월>부터 마지막 <성야 플러스1-12월>까지는 하드보일드라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소설의 짜임새도 <아타미 브라이튼 록-9월>부터 더 뛰어나기도 하고요.... 하드보일드 소설을 좋아하지만 어둡고 묵직함이 부담스럽다면 이런 가볍고 유머러스한 하드보일드 소설 한편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시간은 흐른다. 사고 당사자들 또한 그렇다. 하물며 목격자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살아가다 보면 허기가 진다. 먹기 위해서는 일할 수밖에 없다.

"방금 경찰이 농성중인 범인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에머슨회 제2병원에서 농성 중인 것은 소에지마 준페이라는 인물입니다. 반복합니다. 병원에서 농성중인것은 소에지마 준페이, 5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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