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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도입부는 별로 내 흥미를 이끌어 내지를 못했다.다소 지루했다. 하지만, 책장이 한 장 한 장 넘어 갈수록 난 스토리에 푹 빠져버렸다. 다음은? 그리고, 또 그 다음은? 추리소설이 주는 흥미를 충분히 발휘해 냈다. 로맨틱한 사랑에 다시 한 번 가슴이 찡해 왔다.
지하에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외롭게 살아가는 에릭. 너무도 측은했다. 물론 난 에릭처럼 생긴 것이 괴물같지는 않지만, 세상 살아가면서 상처 받으며 나 역시 조금씩 조금씩 일그러졌다 생각한다.
그가 그의 흉함을 감추기 위해 가면을 썼듯이 나 역시 내 헛점을(그것이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감추기 위해 보이지 않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외면하는 세상에 대하여 증오하듯이 나 역시 어느 일면에서는 아웃사이더로 그것이 자의였든 타의였든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음을... 다소 광적이긴 하지만, 자신의 사랑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은 모습은 인간 어느 누구에게나 약간은 가지고 있지 않나 싶다. 그리고, 그가 내는 깊고도 긴 신음소리! 그것 역시 시'갈대'에서 처럼 인간 내면의 흐느낌이지 않은가!
그의 극에 달하는 감정과 사고는 비정상적이긴 했지만,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에릭이 11시를 기해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갈 땐 공포와 미움에 떨었고, 에릭이 페르시아인을 만나 크리스틴 다에에게 반지를 결혼 선물로 주었다 말했을 때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그리고, 너무도 에릭이 불쌍했다. 마치 나의 짝사랑이라도 이루어 지지 않은 것처럼. 에릭의 광적인 사랑과는 달리 크리스틴 다에의 자작에 대한 이성적이고도 열정적인 사랑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이 소설은 단지 그런 로맨틱만을 이야기 하지는 않는다. 지배인들을 통한 인간의 어리석음과 교활함을 함께 풍자한다. 두 지배인이 돈을 안전핀까지 꽂아가며 지키려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 그리고는 서로를 의심한다. 익살스럽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좀 아쉬웠던 건 건축기법에 대해 좀 더 잘 설명을 했더라면, 혹은 내가 좀 더 이해를 잘 했더라면 이 소설을 읽는 묘기가 더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만약 내가 파리에 가게 된다면 오페라 극장의 2층 5번 박스석에 꼭 한 번 가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