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 정호승

  그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조용히 나의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사람이었다...

   그는 아무도 나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때...
   묵묵히 무릎을 꿇고 나를 위해 기도하던 사람이었다...

   내가 내 더러운 운명의 길가에 서성대다가...
   드디어 죽음의 순간을 맞이했을 때...
   그는 가만히 내곁에 누워 나의 죽음이 된 사람이었다...
 
   아무도 나의 주검을 씻어주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 촛불을 끄고 돌아 가버렸을 때...
   그는 고요히 바다가 되어 나를 씻어준 사람이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나를 사랑하는...
기다리기 전에 이미 나를 사랑하고...
사랑하기 전에 이미 나를 기다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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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01 0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투명인간 2004-03-01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일부러 세재 주인에게만 보이게 한 게 아닌데... 그냥 입력하고 저장한 건데.. 아무튼 상관없다. 일부러 다른 사람 보지 못하게 감출 것도 없고, 또 일부러 너만 봐야할 내용도 아니고. 너무 개인적이고, 둘만의 메일 같은 글들이었기에 코멘트를 남기면서 다른 너의 서재 방문자에게는 미안했는데 만약 너만 볼 수 있었다면, 그도 괜찮았을 듯.
참, 글구, 추천하고 가는 게 너지? 너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난 솔직히 네 리뷰 가서 읽어 보고 싶은데 변명이 그 반은 되겠지만, 시간이 좀... 예전에는 이젠 뭔 책을 읽을까?하고 생각할 때면 명예의 전당에 가서 네가 올린 리뷰 보는게 일이었는데 내 서재를 만들고 나니 책 읽고 리뷰 올리는 것도 일이구나. 좀 더 분발해야 겠지만, 조금은 책을 즐기기 위함이 아닌 아주 조금은 이 서재로 인해 부담과 고민도 되는구나.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야 할 듯.

2004-04-08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투명인간 2004-04-08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피곤하다. 쉬고싶다는 생각 뿐... 하는 일 없이 난 내 피곤만 하다.
아직 사무실 사람들과 친해지지 못한 모양이구나.
지금 20일간 파견온 여직원이 있는데 참 하는 행동 행동이 예쁘단다.
나이는 26밖에는 안 되었는데도 말이야.
사람에게 어려움 없이 먼저 다가가고 손을 잡고 눈길을 주고...
난 솔직히 그렇게 못한다.
하지만, 살면서 정말 필요한 거다.
말주변도 사람에 대한 세세함도 없는 난 그런 상황일때 먹는 걸로 관심을 끈단다.
사탕이나 음료수나 이런 걸로 내 맘을 전하는 거지.
뭐 그럴 필요까지 있냐고?
그럼 어쩌니. 내 주변머리가 그것밖에 안 되니 그렇게라도 해서 내 맘을 전해야쥐.
'난 너와 친해지고 싶다..'고
곧 익숙해 질거야.
바쁜 와중에도 주인 없는 서재에 다녀갔구나.
그런 정신을 사무실 사람에게로~(히히^^)
 

속리산에서

                                         - 나희덕

                           가파른 비탈만이
                           순결한 싸움터라고 여겨 온 나에게
                           속리산은 순하디 순한 길을 열어 보였다
                           산다는 일은
                           더 높이 오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라는 듯
                           평평한 길은 가도 가도 제자리 같았다
                           아직 높이에 대한 선망을 가진 나에게
                           세속을 벗어나도
                           세속의 습관은 남아 있는 나에게
                           산은 어깨를 낮추며 이렇게 속삭였다
                           산을 오르고 있지만
                           내가 넘는 건 정작 산이 아니라
                           산 속에 갇힌 시간일 거라고,
                           오히려 산 아래서 밥을 끓여 먹고 살던
                           그 하루 하루가
                           더 가파른 고비였을 거라고,
                           속리산은
                           단숨에 오를 수도 있는 높이를
                           길게 길게 늘여서 내 앞에 펼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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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4-02-24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내가 좋아하는 시다...내가 넘는 건 정작 산이 아니라 산 속에 갇힌 시간일 거라고,
참..에어로빅은 할만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