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51 < 철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열쇠를 따고 방문을 열때까지 송이는 단칸방에서 혼자 놀았다. 철이가 방문을 열면 송이는 눈이 부셔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뒤뚱뒤뚱 걸어와 철이에게 안겼다. 송이가 혼자놀던 방바닥에는 언제나 종이조각이 흩어져 있었다. 송이는 그때부터 종이를 씹기 시작했다. 심심하고 배고플 때, 할머니가 보고 싶을 때 송이는 종이를 먹었다.>

 

이 책을 읽다보니 내가 어렸을 때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난 기억을 못하는데 커오면서 엄마가 들려주신 얘기다.

 

우리 부모님은 세탁소를 하셨다. 근데 이 세탁소에 살림방이 딸려 있지가 않은지라 부모님은 조금 떨어진 곳에 따로 살림집을 조그맣게 얻으셨단다. 마당하나를 사이에 두고 4~5가구 정도가 함께 있는 그런 집이었는데, 나를 세탁소에 데리고 가자니 좁고, 위험한 기계들이 많고 해서 아침에 일을 나가실때 새우깡 하나를 내 손에 쥐어주시고는 밖으로 문을 잠그고는 가끔 잘 있나 보려고 ---일부러, 화장실 볼 일도 집에까지 오셔서 보셨단다.--- 왔다갔다 하셨단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너 땜에 맨날 창호지에 덧종이 바르는게 일이었쪄!" 하신다. 무슨말이냐고 물었더니 내가 사람 발소리만 나면 엄마,아빠가 왔나 해서는 창호지 문을 박박 긁어, 내 손이 닿는 자리는 항상 구멍이 나었단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 집으로 돌아와 보면, 한쪽 구석에 똥오줌 싸 놓고는 새우깡이랑 함께 얌전히 자고 있었다면서 "그래도 네가 순행 다행이었쭈"라고 말씀 하시곤 하셨다.

 

송이의 이야기를 보면서 꼭 옛날의 나를 보는 듯해 더 가슴이 짠~ 하다. 그래도 사랑으로 똘똘 뭉친 가족이기에 나 처럼(?) 송이도 잘 커나가리라 믿는다. 훗날, 송이도 "나, 옛날에 종이밥 먹은 적도 있었댄"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를 하는 날이 올 것이리다.

 

꼬리) 난, 아직도 새우깡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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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7-04-06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 읽으면서 눈물 찔끔했었는데.. 님의 이야기도 마음이 짠해지네요.

홍수맘 2007-04-06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반가워요. 잘 지내죠? 이 페이퍼 써 놓고는 괜히 썼나 하고 있었는데, 그냥 송이도 송이가족도 세월이 지나면 괜찮을 거란 말을 하고 싶어서요.

향기로운 2007-04-06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수맘님 어릴적 모습이 너무... 귀엽습니다^^;; 저도 외할머니댁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창호지 문이었거든요. 구멍 많~~~~이 냈었죠. 혼나기도 무~~~~척 많이 혼났지요^^;; 그땐 새우깡.. 은 아니구.. 감자나, 고구마, 옥수수로 심심함(입이었겠지요..^^;;)을 달랬었지 싶어요^^;;

홍수맘 2007-04-06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향기님>님도 그런 추억이....ㅎㅎㅎ

프레이야 2007-04-06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우깡 저도 무지 좋아해요. ^^

홍수맘 2007-04-07 0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ㅋㅋㅋ. 특히 생우깡과 맥주를 함께 하면 더 좋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