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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대학교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7
김동식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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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게 해주실 수 있습니까?”

“가능하다. 악마로서의 내 권능은 ‘사랑을 공략하는 힘’이니까. 인간은 사랑이 인연과 운명이라고 믿지만, 사랑은 그렇게 순수한 게 아니라 그저 공략할 게임에 불과하다. 난 지금 당장 그녀가 너를 사랑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

"정말입니까?"

"하지만 알고 있겠지? 악마와의 거래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p.17


매년 6월, 악마대학교에서는 ‘창의융합 경진대회’가 열린다. 지옥을 대표하는 기업의 쟁쟁한 악마들이 한쪽에 마련된 귀빈석에 앉아 있고, 학생들은 '어떻게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발표한다. 이 자리에서 주목을 받느냐 받지 못하느냐에 따라 지옥 대기업 스카우트 여부가 갈리기에 교수에게도, 학생에게도 무척이나 중요한 행사이다. 대회를 며칠 앞두고 열린 사전 점검 발표 날, 지각한 악마 '벨'은 인간들이 가장 욕망하는 '영생'을 주제로 발표를 하지만, 교수 악마에게 여러가지 문제점만 지적 당하고 엉망진창으로 깨진다. 


실망한 벨은 수업이 끝난 뒤 '인간 욕망 연구회' 동아리방으로 향해 친구 악마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각자 준비한 '사랑'과 '도박'이라는 주제로 인간계로 내려가 시뮬레이션 한 것을 보여준다. 악마 '아블로'는 인간들이 최고의 가치라고 부르는 것은 '사랑'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같은 과 친구를 짝사랑하는 청년에게 다가가 '사랑을 공략하는 힘'을 가지고 게임을 시작한다. 그 대가는 수명이 줄어드는 것이었고, 아주 조금씩 사용되었던 수명은 점점 늘어나게 된다. 이성을 공략하는 방법에 취해 점점 더 능력을 빈번하게 사용하던 청년이 어떻게 되었을지는 뻔한 결과였다. 악마 '비델'은 인간이 가장 크게 욕망하는 건 '돈'이라고 자신한다. 그는 평범한 3년차 회사원에게 접근해 도박을 제안한다. 도박의 룰은 특정 대상이 언제 죽는지를 맞히는 거였다. 간단해 보였던 도박은 큰 돈을 벌고, 잃게 되면서 평범한 인간을 점점 괴물로 만들게 된다. 벨도 친구들의 도움으로 인간계에 내려가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테스트해보기로 하는데, 과연 그는 발표일에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저를 만난 그는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겠죠. 고민하다가, 시간을 역재생하여 과거로 돌아가는 선택을 말입니다. 그것까지도 정해진 결과였으니까. 그렇게 과거로 돌아간 그는 또다시 같은 삶을 반복하다가 다시 저를 만나 과거로 돌아가고, 또 똑같은 삶을 반복하다가 다시 저를 만나고, 다시 또, 다시, 다시, 영원히 맴돌게 되는 거예요. 제 제안을 받아들이자마자 그 인간은 현실에서 영영 사라져 끝나는 겁니다. 그 사라짐은 죽음보다도 더합니다. 영혼의 안식조차 없을 테니까요. 그야말로 영원히."                 p.108~109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장르> 시리즈의 일곱 번째 작품이다. 그동안 수많은 초단편 소설을 발표해 온 김동식 작가의 첫 중편소설이기도 하다.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은 정보라 작가의 <밤이 오면 우리는>이었다. 두 번째 작품은 단요 작가의 <케이크 손>, 그리고 세 번째 작품은 이희영 작가의 <페이스>, 네 번째 작품은 조예은 작가의 <적산가옥의 유령>, 다섯 번째 작품은 황모과 작가의 <언더 더 독>, 그리고 여섯 번째 작품은 연여름 작가의 <부적격자의 차트>였다. 


김동식 작가는 소설집 <회색 인간> 이후 굉장히 다작을 해왔는데, 개인적으로는 핀 장르 시리즈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 일단 가독성이 굉장히 좋고, 짧은 분량임에도 임팩트가 있으며, 무엇보다 기발한 상상력이 빛나는 작품이었다. 악마들조차 대학에 가서 교육을 받고 인간을 연구한다는 색다른 설정부터 매우 기대가 되었다. 두꺼운 전공 서적을 품에 안고 학구열에 불타는(의미 그대로 진짜 불타기도 하는) 악마들이 한가득 앉아 있는 강의실을 상상만 해보더라도 흥미진진한 그림이 그려지니 말이다. 게다가 악마들도 학점을 따야 하고 취업 걱정을 한다면, 가장 ‘악마적인 수법’을 겨루는 것으로 졸업 후 진로가 결정된다니 재미있지 않은가. 김동식 작가는 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해 오늘날을 살아가는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에 대해 사유한다. 보잘 것 없어 보이던, 악평만 받던 '벨'의 아이디어가 대반전되면서 펼쳐지는 결말 부분이 특히나 재미있었고, "정말 인간은 대단히도 어리석은 존재구나."로 마무리되는 마지막 페이지에 가면 인간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인간을 진정 파멸로 이끈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추천해주고 싶다. 김동식 작가의 작품들을 재미있게 보아왔다면, 이 작품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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