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없으면 불행한 이유는 꿈을 이룰 수 없어서가 아니라 꿈을 꿀 수 없어서인 듯하다. 꿈을 꾼다는 것은 오늘을 버티게 하는 연료 같은
거다.
어쩌면 꿈을 이루는 것보다 꿈을
꾸는 동안이 더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선은 오늘의 삶을 버티고 봐야 하니까.
사실 그 동안에는 나이에 대한 자각을 그다지 하지 않고 살았었다.
조금 동안인 편이라 어딜 가도 실제 나이보다 어리게 봐주는 사람들의 시선에
익숙했고, 그다지 나이를
의식하면서 조심할 필요도 없었고 말이다. 그런데 엄마가 되고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게 되니,
아이가 쑥쑥 자라나는 것만큼 내 나이를 저절로 인식하게 되는 상황이 생기곤
했다. 얼마 전부터 아이가
어린이 집을 다니면서 생애 최초로 엄마 없이 낯선 타인들과 시간을 보내기 시작하니.. 그 나름의 사회 생활(?) 비슷한 걸 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시행착오들이 고스란히 눈에 보이면서 새삼
내 나이를 돌아보게 되었다. 지금은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치고,
잘못하면 혼내고,
서투른 부분에선 다시 할 수 있도록 격려해줘야 하지만, 언젠가는 누구도 혼내지 않는
나이, 뭐든 알아서 해야 하는
나이가 되겠지. 지금 내가
그런 나이인 것처럼 말이다. 백두리 작가의 신작을 읽는 내내 그렇게 어느 샌가 서툰 어른이 되어 버린 나와 우리들의 이야기가 그렇게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었다.
세상의 많은 일들을 겪었고, 나름 오래 사회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오면서,
상처도 받고,
실수도 하고,
여러 경험들을 하면서 이제는 웬만한 일에는 끄덕 없이 잘 버티고, 어지간하면 꿋꿋하게 이겨낼 수
있다고, 나는 이제 어른이니
단단해졌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에 여전히 휘둘리기도
한다고. 어른이라고 천하무적은
아니라고 말이다. 저자는
집에서 독립한 지가 15년째, 혼자 산
지는 7년째이지만, 갑자기 혼자 살고 혼자 일하며 대부분 혼자 먹었던 밥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고 한다. 힘겨운 사회 생활에 이제 적응될 만도
한데, 뭐든 혼자 하는 데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누군가에게 상처 받는 데에는 익숙해서 이번에는 괜찮을 줄 알았는데... 하지만 세상에 익숙해지는 건 없는지도 모르겠다. 먹어도 먹어도 먹고 싶고, 자도 자도 자고 싶고, 놀아도 놀아도 놀고 싶은데, 이상하게 일은 해도 해도 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엄마, 내가 있는데 뭐가 서러워. 울지마, 울지마, 에고, 아팠어요?"
내가
있잖아!.... 라고 든든한
딸인 척, 강한 어른인 척
했지만,
어른들은 강한 게 아니라
강해지려고 노력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조카가 '왜?'를 입에
달고 다니는 시기가 왔고, 결혼 안 한 이모는 곧잘 호구가 되곤 하며,
엄마 앞에서는 여전히 투정부리는 아이가 되어 버리고, 첫사랑은 이제 너무도 오래돼 생각도 나질
않고, 남자 연예인에는 관심도
없었는데 갑자기 아이돌 덕후가 되어 버리고 만,
삼십 대 작가의 사소한 일상들은 특별할 건 없어도 맞장구 치고 싶어지는 공감대를 형성해주어 읽는
내내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언니가 아이를 키우며 겪게 되는 육아의 고달픈 일상들과 가족들을 위해 너무도 오랜 세월 꿈을 잊어 버리고 살아온 엄마의 서글픈
마음들도 내 이야기, 우리
가족의 이야기처럼 와 닿았고 말이다. 그런 거 보면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
고만고만한 불행과 역시나 비슷한 행복을 느끼며 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물론 힘들 때는 세상에서 내가 가장 불행한
것 같고, 나에게만 시련이
오는 것 같고, 남들은 다
즐거워 보이곤 하지만 말이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나는 엄마로서 우리 아이에게 잘 하고 있는 건지, 나는 딸로서 우리 엄마에게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우리는 이미
어른이지만 순간순간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간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란 있을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런 불안과, 고민과, 의문들을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가슴 찡하게 그림과 함께 풀어내는 에세이는
술술 읽히지만, 마음에 여운을
남겨준다. 나는 지금 잘 하고
있다고,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고, 우리는 완벽한
어른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조금씩 더 나아질 거라고 말해주고 있어 든든한 위로도 되고 말이다. 그렇게 이 소소한 이야기들은 정답이 없는 현실에서 고군분투 중인 서툰 우리 어른들을 위한 응원이자 삶에 지친 어느 날 우리
일상에 여백을 주기 위한 힐링이 되어 준다.
내 삶에 성실한 걸까.나를 위해 노력한 걸까.
오늘 하루, 나 최선을 다한 거 맞지?
당신은 지금 잘 하고 있다. 오늘의 나로 충분한 자신을 믿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