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이유 - 힘겨운 삶에 지친 이들을 위한 철학 처방전
오카다 다카시 지음, 홍성민 옮김 / 책세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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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쇼펜하우어는 많은 위기를 극복하고 노년까지 살았다. 지극히 난관적으로 살고 있다고 보였던 사람이 자살하는 일도 있고, 자신감이 넘치고 늘 긍정적이며 어떤 어려움도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여겨졌던 인물이 어이없이 꺾여 버리는 경우도 있는 것을 생각하면 그의 염세적인 철학은 역설적인 방식으로 그의 인생을 지켜준 것은 아닐까 싶다. 인생에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음으로써 상처받는 것을 피하려는 그의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처음부터 사랑 받기를 포기하면 배신당해 낙담할 일도 없는 것이다.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서 가끔 그런 말을 듣는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다고. 인생을 살다 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가혹한 일이 생기기도 하고, 불합리한 상황에 처해지기도 하며, 평온한 생활을 갑작스레 빼앗기기도 하고, 슬픔의 수렁에 빠져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 과연 삶의 의미를 어떻게 되찾아 다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책은 바로 그 의문에 대한 철학적인 대답을 건넨다. '철학'이라니, 어쩐지 딱딱하고 어려운 용어들이 가득하거나, 피상적이고 실체 없는 이야기만 난무하지 않을까 싶을 수도 있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저자인 오카다 다카시는 책 속에 있는 철학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철학'을 시도하는 정신과 의사 겸 작가이기 때문이다.

죽음을 떠올릴 정도로 가혹한 위기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철학을 전공했지만 탁상공론이 되어버리기 십상인 학문에 한계를 느껴 중퇴하고 다시 의학부에 입학해 정신과 의사가 된 저자의 이력이 평범하지 않다. 그는말뿐인 철학은 쓸모 없다고 하면서 삶이라는 시련의 근저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철학을 추구한다.

 

인생은 페르시아 양탄자의 무늬 같은 것. 어떤 무늬를 짤 것인지는 각자 다르고, 어느 쪽이 좋거나 어느 쪽이 나쁜 것이 아니다. 필립이 자살의 유혹에 시달린 것은 자기 인생이 기대했던 것과 너무 멀어져서 삶에 긍정적인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이 처음부터 무의미했다면 자신이 기대한 인생은 단순한 선입견에 불과하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정답은 없다. 어떤 삶이든 상관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필립은 자기 인생을 파멸로부터 구원했다.

실패한 결혼생활로 인해 자신의 아이에게 그 어떤 애정도 주지 않았던 부모, 그로 인해 유복한 생활을 하면서도 어린 시절 내내 고독했던 아들이 있다. 아들은 자라면서 어머니에 대해 말할 때는 저절로 불쾌한 표정을 지을 정도로 사이가 나빠졌고, 어머니 역시 신경질적인 아들을 무거운 짐처럼 느낀다. 그는 바로 염세주의 철학자로 알려진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였다. 그는 아버지의 자살 이후 어머니와 갈라서는 등 반목을 계속했고, 결국 그의 철학은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행위로부터 발생하게 된다. <달과 6펜스>라는 작품으로 알려진 작가 윌리엄 서머싯 몸의 자전적 장편소설 <인간의 굴레>역시 그가 소년이던 시절 느꼈던 불안한 상황을 고스란히 작품으로 반영했다. 극중 필립은 부모를 여의고 가난하고 궁색한 예술가로 살며 재능의 한계를 깨닫게 되고, 사랑하는 여인에게 버림받고, 주식이 폭락해 돈을 전부 잃고, 불편한 다리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웠고, 자존심 때문에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던 그때 그는 자살을 생각한다. 하지만 '인생에 의미가 없다'는 것이 결국에는 그를 구원하는 계기가 되고, 이런 필립의 이야기는 작가인 몸 자신이 갖고 있던 그것이기도 했다.

이 작품이 여타의 심리학 책들과 다른 부분이 여기에 있다. 대부분 정신과 의사가 이런 류의 책을 낼 때 사례는 자신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 책들을 읽으면서 우리는 절망에 빠진 여러 사람들의 사례를 만나게 되며 공감도 하고, 이해도 하지만... 그들의 삶 전체를 볼 수는 없기에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되었다는 건지는 대부분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작품 속에서는 누구나 알고 있는 역사 속 철학자와 문학가의 삶들이 마치 소설 속 이야기처럼 들려지고 있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삶에 대해서 기승전결의 파노라마를 모두 만날 수 있다는 특별함이 있다. 어머니에 대한 애정 결핍으로 생긴 욕구불만이 결국 쇼펜하우어를 염세주의 철학자로 만들고, 가출과 자살 기도로 점철된 청소년기를 보냈던 헤르만 헤세가 어떻게 위대한 작가가 되었고,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살아 돌아온 빅토르 프랑클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것을 극복할 수 있었는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들의 업적과 그 뒤에 숨겨져 있던 삶의 비밀을 엿보면서 커다란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무언의 용기를 받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삶에 있어서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정답은 없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사례들을 통해서 살아간다는 것이 개인적인 행위가 아니라 여러 인간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거라는 걸 깨닫게 된다면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살아가는 게 너무 힘겨운 이들에게도, 삶의 고통으로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도, 자신답게 살 수 없는 이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이라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삶의 고통을 안고 있는 사람의 대부분이 부모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당신이 누군가의 부모라면, 이 책을 통해 굉장히 커다란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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