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우리를 기괴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멀리 떨어져서 우리 모습을 전체적으로 보면 더욱 그렇다. 확연히 둘이었던 몸이 허리에서 갑자기 하나로
합쳐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리에서부터 어깨까지만 나오도록 사진을 찍어 보여주면 우리가 쌍둥이이며 내 머리카락은 어깨까지 내려오고 티피 머리카락은 더 짧다는 것 말고는
특별히 이상한 점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못생겼다고? 에이.
이젠 좀 지겹다.
플라톤에 따르면 인간은 본래 모두 누군가와 붙어 있었다고
한다. 팔도 네
개, 다리도 네
개,머리는 하나에 얼굴이 두
개지만 신을 위협할 정도로 강했기에, 신이 우리 영혼의 짝을 반으로 갈라 영원히 짝 없이 외롭게 살아가도록 만든 거란다. '헤드윅'이라는 작품 속 노래 가사에도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아주 오랜
옛날, 두 쌍의 팔과 두 쌍의
다리를 가지고, 하나로 된
머리 안에 두 개의 얼굴 가진 사람이 있었다고.
제우스가 번개 가위로 반쪽으로 갈라 영원토록 만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말이다. 하지만, 만약
신이 인간을 반쪽으로 가르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모두 영혼의 짝과 한 몸인 상태로 살고 있을까.
여기, 엄마 배
속에서부터 이미 서로 떼어낼 수 없을 정도로 단단히 묶여 있는 두 사람이 있다. 머리가 둘,
심장도 둘,
폐와 신장도 두 쌍에 팔도 넷이지만, 제대로 움직이는 다리는 둘이고, 모양만 그럴듯한 다리가 강아지 꼬리처럼 달려
있는, 이들은 결합
쌍둥이였다. 일반적으로
샴쌍둥이는 불완전한 분할로 수정란이 나뉘어져 신체의 일부가 결합된 상태로 태어나는데, 생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하나의 몸에 머리가 두 개 달리거나, 두 개의 몸에 머리의 정수리 부근이 서로
붙어있거나. 쌍둥이의 머리를
분리하는 대수술을 통해서 기적적으로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생후 몇 시간,
혹은 하루도 견디지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만다. 요즘은 출산 전에 기형아 검사를 하기 때문에, 아이의 기형 사실을 부모가 미리 알게 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 사실로
인해 아이를 포기하는 부모도 있겠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아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가진 부모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남들과는 다른 모습 때문에 차별 받고, 고통 받게 되는 건 부모로서도 어쩔 수가
없다. 그들 스스로
겪어내고, 참아내고, 부딪쳐
싸워내야 한다. 물론, 그것도 살
수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
허드슨가에서 꼬마 하나가 엄마를 툭 차고는 전속력으로 달아나다가 엄마를 뒤쫓으며 꺅꺅대고 소리를 질렀다.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이내 티피도
키득거렸다. 폴이 카메라를
우리 쪽으로 돌리자 렌즈에 비친 햇살도 우리를 향했다.
캐롤라인이 말했다.
“너흰 정말 많이 웃는구나.
그런 상황에서조차 삶을 받아들이고 있다니,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 하지만 삶을 받아들이는 것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또 뭐가
있을까. 거부했어야 하는
걸까? 난 그렇게 하지 않고
대신 웃음을 택했다.
이 작품은 16년간 홈스쿨링을 받아온 결합 쌍둥이가 난생처음으로 입학한 고등학교에서 꿈꾸던
평범한 학창 시절을 실현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사라 크로산은 이 작품으로 그 해 최고의 청소년 문학 작품에 수여되는 카네기 메달을
받았다. 2016 카네기
메달, 2016 영어덜트
도서상, 2016 아일랜드
올해의 청소년 도서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만큼,
특별한 이야기를 보편성 있게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나 자유시 형식으로 쓰인 독특한 본문이
인상적인데, 덕분에 페이지가
굉장히 수월하게 넘어가서 가독성도 좋고, 이야기 전개에 속도감을 붙여주어 몰입감도 선사하고 있다.
그레이스와 티피의 상반신은 확실히 둘이지만 허리 아래로는 하나다.
좌골부 결합형 쌍둥이인 그녀들은 16살에 첫 학교생활을 시작한다. 그 동안은 홈스쿨링으로
공부해왔지만, 후원금이 떨어져
어쩔 수 없이 학교에 입학을 하게 된다. 하지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친구라는 존재가 생기게 되고,
그들의 인생과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았던 우정과 사랑이라는 감정도 경험하게
된다. 이야기는
그레이스의 1인칭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데, 덕분에 슬프거나
우울한 감정보다는 따뜻하고 유쾌한 감정이 전반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마치 쌍둥이 자매의 일기장을 엿보는 기분도 들고,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작품이다. 게다가 허구의 이야기지만 마치 실화 같은 느낌을 주는 진지함과 리얼함이 있다. 그럼에도 무겁지만은 않은 분위기라 더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