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과학, 그날의 진실을 밝혀라 - 셜록보다 똑똑하고 CSI보다 짜릿한 과학수사 이야기
브리짓 허스 지음, 조윤경 옮김 / 동아엠앤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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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사관은 실제 런던 경시청의 수사관을 모델로 하지 않고 아서 코넌 도일 경이 상상 속에서 만들어 낸 인물이다. 도일 경은 1887, 셜록 홈스 시리즈의 첫 작품인 『주홍색의 연구』를 출간했다. ... 도일 경은 셜록 홈스 이야기에서 당시 실제 수사관들의 활동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이 미래에 어떤 일을 할지 예견했다. 1세대 법과학자 가운데는 자신들의 일은 셜록 홈스에게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중 한 명이 바로 세계 최초로 범죄 실험실을 개설한 인물이자 프랑스 판 셜록 홈스로 알려진 에드몽 로카르다. 그가 중점을 둔 것은 범죄 현장의 증거였다.

숱하게 영화, 뮤지컬 등으로 만들어지면서, 아마도 역대 가장 유명한 연쇄 살인범 중의 하나가 된 잭 더 리퍼. 그가 살인을 하던 시기는 과학 수사가 매우 뒤떨어진 시대였다. 지문확보는커녕 단서 조차 거의 없었고, 그에 비해 살해 방법은 매우 잔인해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었다. 이렇게 범죄 과학이 초기 단계에 있었던 때만 하더라도 살인자가 피해자들과 아무 관련이 없는 경우 사건은 매우 해결하기 어려웠다. 만약 당시 런던의 형사들에게 현대 범죄 과학의 도구가 주어졌다면 잭 더 리퍼를 검거할 수 있었을까? 그의 희생자 가운데 목숨을 잃지 않은 사람도 있었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브리짓 허스는 이렇게 말한다. 사실 오늘날의 범죄 과학은 과거 방식의 혁신을 바탕으로 쌓아 올린 것이라고. 잭 더 리퍼가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던 당시에도 나름대로의 첨단 기술이 있었다고 말이다.

개인적으로 과학수사, 범죄과학 쪽에 관심이 많아 관련 책들을 많이 읽어본 편이다. 그런데도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 사례나열이나 이론적인 부분에만 치중한 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학수사가 어떻게 발전되었는지 그 역사를 실제 사건을 통해서 짚어 나가는데, 그 형식이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쉽고 재미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사실 법의학, 범죄과학 같은 것들은 전문적인 원리나 기술을 따지기 시작하면, 일반 대중들에게는 그저 학문처럼 어렵게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런 원리나 이론이 아니라 수사 기법의 발전이 이루어진 과정과 현장의 단서를 해석하는 방식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실제로 벌어진 사건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어 굉장히 술술 읽힌다.

범죄 과학이란 간단히 말해서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을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범죄 과학은 희생자를 위해 정의를 구현하고 사회에 평안을 가져오며, 죄가 있는 사람은 정의의 심판을 받게 하고 죄가 없는 사람에게는 자유를 주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미세 증거물 수집, 독극물 검사, 사체 부검, 부패 사체 연구, 혈액 증거 검사, 범죄자 프로파일링, DNA 증거 검사, , 지문, 탄흔 분석 등이 수사에 활용되고 있는 범죄 과학의 항목들이다.

 

DNA는 발견된 지 몇 십 년이 지나서야 범죄 과학에서 제 역할을 하게 되었다. 1980년대, 레스터대학교의 알렉 제프리스는 개인의 DNA 프로파일을 밝힐 수 있는 혈액 검사를 개발한 뒤 이를 범죄 수사에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모든 인간 게놈의 99.9퍼센트가 동일하고, 바로 이 때문에 모든 인간은 서로 놀랍도록 비슷한 모습을 지닌다. 하지만 두 명의 사람이 정확하게 똑같지는 않다. 정확하게 똑같은 게놈은 없기 때문이다.... 수사관들은 DNA 샘플과 단 한 명의 용의자를 연결할 수 있다. 물론 100퍼센트 정확한 검사는 없다. 하지만 DNA 검사는 전체 인구 가운데 45퍼센트로 용의자 대상을 좁히는 데 그치는 혈액형 검사보다 놀랍도록 정확하고 훨씬 특정적이다.

19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자연사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어 살인자들이 애용한 무기는 독극물인 비소였다. 20세기 초반에 이르러서야 공신력 있는 독극물 검사가 개발되었고, 사인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반드시 법의관이 조사를 하게 된다. 처음에는 검시관으로 의사가 고용되지 않았지만, 점차 의사가 검시관이 되면서 제대로 된 수사와 의사들이 부검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을 갖추게 된다. 알렉상드르 라까사뉴는 사체 연구와 부검 분야를 발전시켰고 에드몽 로카르는 세계 최초의 범죄 실험실을 개설하였다. 20세기 초반 미국에서는 독물학자 알렉산더 게틀러와 법의탄도학자 캘빈 고다드가 수많은 사건 해결에서 활약했다. 그리고 1970년대에 이르면 FBI가 행동과학부를 신설하고, 그로부터 약 20년 뒤에는 DNA를 범죄 해결에 활용한 최초의 사례가 등장하게 된다

형사가 아닌 의사를 모델로 하여 탄생한 셜록 홈즈 이야기부터, 세계 최초의 범죄 실험을 개설한 에드몽 로카르, 뉴욕 최초의 법의관, 그리고 알 카포네의 성 밸런타인데이 대학살, 영화처럼 벌어졌던 대열차강도 사건 등등...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과학 수사의 역사와 범죄 과학 이야기는 그 어떤 수사물보다 흥미진진하다. 현대의 최첨단 범죄 수사 기술이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의 시행 착오와 노력으로 인해 조금씩 쌓이고 쌓여 오늘날의 그것을 만들어 낸 것이다. CSI 같은 인기 드라마나 숱한 스릴러 영화 작품들을 통해 우리에게도 과학수사라는 것은 이제 친숙한 부분들이 많다. 그래서 이 책에 등장하는 최초의 수사관이라던가 초기 지문 증거, 총기 분석이 탄생하게 된 배경, 법의인류학의 시초와 프로파일링이 시작되는 계기와 발전 과정, DNA증거가 탄생해 살인사건 해결에 사용되는 이야기들은 더욱 색다르고, 흥미롭게 느껴진다. 이 과학수사의 역사가 현대의 그것과는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불완전했던 과거의 범죄 과학들이 현대의 향상된 기술의 시초가 되었다는 점에서도 굉장히 흥미로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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