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 하나만 들어줘
다시 벨 지음, 노지양 옮김 / 현암사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그녀는 어떤 종류의 사람이었던 걸까? 안다고 생각했지만 아주 기본적인 것도 전혀 모르는데 그 사람을 과연 안다고 할 수 있을까? ............... 에밀리와 나누었던 모든 대화를 곱씹어 보았다. 우리가 함께 보낸 그 모든 오후를 되감기해 보았다. 내가 보지 못한 것은 무엇이었나? 내게 말하려 했지만 내가 듣지 못했던 것은 무엇인가?

교통사고로 남편과 남동생을 한꺼번에 잃고 싱글맘이 된 스테파니는 다섯 살 아들 마일스를 키우고 있다. 그녀는 전업주부이지만 파워블로거이기도 해 육아와 일상을 블로그에 올리며, 전 세계 엄마들과 소통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그녀는 아들 마일스와 친구인 니키의 엄마 에밀리와 친하게 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에밀리가 연락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여느 때처럼 아들 니키를 잠깐 맡아 달라고 한 뒤, 그대로 연락 두절이 된 것이다. 에밀리는 유명 패션 디자이너 밑에서 홍보 책임자로 일하고 있어 매우 바쁜 커리어 우먼이었지만, 늦어질 경우에는 언제나 전화나 문자로 아이를 챙기는 엄마였다. 예쁘고 날씬한 몸매에 값비싼 디자이너 의상을 걸치고 다니는 커리어 우먼이었지만, 충분히 아이를 사랑하고 책임감 있는 엄마이기도 했다. 그런데 말도 없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바쁜 업무 탓에 자주 출장으로 집을 비우곤 했던 에밀리의 남편 숀도 그 소식에 돌아오고, 경찰에 신고도 했지만 여전히 에밀리의 행방은 알 수가 없다.

이야기는 에밀리가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에밀리가 사라지게 된 과정을 써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에밀리가 갑작스레 사라진 뒤 스테파니는 얼결에 그녀의 아들 니키를 맡아 돌보게 되고, 그녀의 남편 숀과 이야기를 나누고 걱정하며 점차 가까워진다. 스테파니는 에밀리가 사라지게 된 과정을 추적해 보기로 하고, 숀과 가까워지면서 그녀의 가정에 깊숙이 들어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이 전혀 몰랐던 에밀리의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다. 스테파니는 에밀리와 그 동안 나누었던 모든 대화를 곱씹어 본다. 그들이 함께 보낸 그 모든 시간들을 떠올려 본다. 어떻게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을 이렇게까지 모를 수가 있을까? 그녀가 새롭게 알게 된 에밀리에 대한 모든 것들은 자신이 그 동안 알았던 그 친구의 모습이 아니었던 것이다.

엄마가 된다는 건 충격이라는 말이었다. 아기를 안는 그 순간부터 아기에 대한 징글징글할 정도로 강력한 사랑이 치고 들어왔다. 나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나도 안다. 어떤 여자들은 그걸 깨닫는 데 오래 걸리기도 한다....엄마가 된다는 건 전기 충격을 받는 것이다. 결국 스테파니의 한심한 블로그를 하나의 부조리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이 문장일 것이다.

누구나 가끔 자기 곁에 있는 사람의 진짜 모습을 의심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게 마련이다. 우리가 누군가에 대해 알고 있다고 믿는 것들은, 때로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으니까. 이는 내가 상대에게서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기대하는 바가 상대를 그렇게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마도 거의 대부분의 스릴러 장르에 적용되는 법칙이 있다면 바로 이것 아닐까. 절대 그 누구도 믿지 말라. 당신이 알고 있는 그 사람을 주의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누군가에게 배신을 당할 때에는 대부분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에 의한 것이니 말이다. 믿음과 의심 사이의 그 조그만 간격은 사실 종이의 앞면뒷면과 같다. 사소한 행동, 말투들이 쌓여 오해를 만들고, 견고하게 쌓인 세월을 넘어 믿음을 깨트린다. 사실 의심이란 씨앗은 단순하지만, 굉장히 무서운 것이다. 한번 시작된 의심은 절대 돌이킬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는 그 사실을 알았던 순간으로부터 되돌아갈 수가 없다. 연인들의 헤어짐도, 친구들과의 다툼도, 부부 간의 신뢰가 깨어지는 것도 모두 단 한 순간이다. 그리고 오랜 세월 쌓아온 신뢰와 구축된 관계들을 차례차례 부식시켜 바닥에 이르게 만드는 것은 각자 가지고 있는 비밀일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에게는 비밀이 있다. 그러니 당연히 우리는 어떤 사람을 절대 알 수도, 믿을 수도 없는 것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스테파니, 에밀리, 숀 모두 각자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는 세 파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자의 1인칭 시점으로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파트가 바뀌면서 계속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동일한 사건을 바라보는 세 사람의 서로 다른 시각이란, 그들이 숨기고 있는 비밀 만큼이나 매혹적이니 말이다. <나를 찾아줘> 이후로 심리 스릴러, 그 중에서도 가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도메스틱 스릴러 작품들이 엄청나게 출간되었다. 유사한 장르의 전개 방식은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 구성으로 진행이 되게 마련인데,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주인공을 파워블로거로 설정한 탓에 조금 더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은 작품이 아닌가 싶다. 실제 생활과 블로거를 통해서 글로 보여지는 것과의 차이에서 오는 반전 또한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비밀 만큼이나 재미있고, 홀로 육아를 하며 생활을 꾸려가는 엄마의 소소한 일상들이 보여져 공감할 수 있는 대목들도 많고 말이다. 부탁 하나만 들어달라는 일상 속 사소함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얼마나 엄청난 폭풍으로 삶을 뒤흔들게 되는지, 마지막 페이지까지 손을 놓을 수 없는 긴장감 속에서 지켜본 것 같다. <나를 찾아줘> 만큼이나 재미있었던, 페이지 터너 스릴러가 아니었나 싶다. 출간 즉시 영화화가 결정되었다고 하는데, 스크린에서 펼쳐지게 될 작품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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