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O 모중석 스릴러 클럽 43
제프리 디버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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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 등장하는 케일리 타운은 실존 인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버의 이 작품을 읽다 보면 그녀가 마치 살아있는 뮤지션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유는 바로 이 작품에 등장하는 그녀의 컨트리 음악 앨범 <유어 섀도>에 수록된 모든 노래 가사가 책의 후반부에 별도로 실려 있고, 노래도 실제로 웹사이트를 통해 들을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디버의 웹사이트에서 캐트린 댄스의 타이틀곡 <유어 섀도>를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케일리 타운이 실존하는 가수처럼 느껴졌다. 허구의 이야기를 그려내면서 이런 방식으로 리얼리티를 부여하다니, 제프리 디버는 새삼 놀라운 작가가 아닐 수 없다.

 

댄스는 스스로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동작 분석이 무엇을 드러내는가? 에드윈 샤프는 사실대로 말하고 있는가? 솔직히, 알 수 없었다. 댄스 자신이 며칠 전 브리핑에서 매디건과 다른 수사관들에게 말했듯이 스토커는 보통 정신병자이거나 경계성 장애, 또는 심한 신경증 환자이며 현실 감각에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그는 설령 완전히 틀린 것이라 해도 스스로 사실이라고 믿는 내용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거짓말하고 있을 때도 사실을 말할 때와 행동에 차이가 없을 것이다. 더욱 어려운 것은 에드윈의 경우, 스트레스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드러내는 능력이 축소되어 있다는 점이다. 보디랭귀지 분석은 거짓말을 할 때 느끼는 스트레스가 행동을 변화시키는 때에만 효과가 있다.

아름답고 재능있는 컨트리 뮤지션 케일리 타운은 자신의 고향에서 대형 콘서트를 준비하는 중이다. 공연장에서 세부 사항들을 체크하던 중 2미터 위에 걸려 있던 거대한 라이트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다행히 그녀는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지만, 얼마 뒤 공연 스태프가 추락하는 조명에 압사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만다. 그녀의 주변 인물들은 평소에 케일리를 스토킹하던 에드윈 샤프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는 작년 겨울 케일리의 이메일 마지막에 자동으로 서명되는 "XO, 케일리" XO, 즉 포옹과 키스라는 의미의 인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자신이 그녀와 소울메이트라고 판단해 이베일, 페이스북, 트위터, 편지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연락하기 시작한 스토커였다. 게다가 그는 케일리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그곳에 집까지 빌려가면서 거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케일리의 주변에 끊임없이 위험한 일들이 발생하기 시작하지만, 에드윈이 범인이라는 명확한 증거는 나타나지 않고, 그에게는 캐트린 댄스의 동작학 역시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한다.

남편과 사별하고 십대의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심문과 동작학이라는 보디랭귀지 분석이 전문인 캘리포니아 연방 수사국 요원 캐트린 댄스는 민속학자이자 음악 수집가이기도 했다. 그녀는 음악이라는 취미 때문에 케일리와 과거에 친분을 가진 적이 있었고, 이번 여행에서도 그녀를 만나 녹음도 하고, 만나기로 약속을 한 상태였다. 그러던 중에 케일리의 주변에서 사고가 발생하고, 급기야 살인 사건이 벌어지자 그녀의 곁에서 사건을 조사하기로 한다. 스토커와 동작학 전문가의 만남이라니, 캐트린 댄스가 그녀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흥미로운 장면들이 상상이 되었지만, 예상외로 그녀는 에드윈을 상대로 능력 발휘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보디랭귀지 분석은 거짓말을 할 때 느끼는 스트레스가 행동을 변화시키는 때에만 효과가 있는데, 에드윈의 경우에는 스트레스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드러내는 능력이 축소되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그는 위선으로 포장된 최악의 범인인 걸까, 아니면 무고한 희생자인걸까. 이야기가 중반 이상이 넘어갈 때도 범인의 윤곽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수사는 여전히 답보 상태로 진행이 된다. 그렇게 지지부진한 전개가 어쩐지 디버 답지 않다고 느껴질 때 즈음, 그가 준비했던 서프라이즈 장치가 등장한다. 바로 최고의 캐릭터인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가 캐트린 댄스 시리즈에 나타난 것이다!

하루튠은 영장 없이 수색하는 바람에 두 명이 정직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범인은 다른 수사관에게서 권총을 훔쳐 그 역시 정직중이라고 했다.

"미친놈이군." 라임은 이렇게 말했고, 그 소식에 이상하게 기뻐하는 눈치였다. 아마 그가 특히 똑똑하고 어려운 상대를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게 최악의 적수는 권태였다.

실험실로 들어가 찰리 신을 만났다. 하루튠이 이곳에 온 라임을 보고 반가워했다면, 신은 '보잘것없는 곳'에 현장감식의 전설이 찾아오자 제정신이 아니었다.

, 여기서 라임과 색스가 등장하지만 이 작품은 링컨 라임 시리즈가 아니다. 캐트린 댄스 시리즈에 반갑게도 라임과 색스가 출연했다. 하핫. <XO> 2012년에 출간되었으니, 링컨 라임 시리즈로는 2010년에 출간된 <버닝 와이어> 2013년에 출간된 <킬 룸> 사이쯤의 상황이 될 것이다. <XO>에서는 스토리가 중반이 훨씬 지나도록 캐트린 댄스의 특기인 동작학에 관련된 내용도 거의 나오지 않고, 따라서 용의자에 대한 수사 역시 지지부진하게 흘러가는데, 아마도 제프리 디버가 이 장면에서 라임과 색스를 등장시키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어쨌건 링컨 라임 시리즈를 완전 사랑하는 독자 입장에서는 너무 너무 반가운 등장이었다.

링컨 라임은 물증 분석, 캐트린 댄스는 언어, 동작학 분석으로 두 사람은 완전히 상반된 수사 방식을 가진 캐릭터이다. 링컨은 굉장히 합리적이고, 캐트린에게는 그에게 없는 인간적인 요소가 있다. 그러니 결국 두 시리즈 모두 각각의 전혀 다른 재미를 준다는 거다. 링컨 라임 시리즈는 증거 수집과 분석으로, 캐트린 댄스 시리즈는 표정과 몸짓을 읽는 동작학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사실 캐트린 댄스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줄 만한 대목이 많지 않다. 물론 그녀의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었던 <도로변 십자가>에서도 블로그, SNS, 온라인게임, 컴퓨터 등등 캐트린의 전공 분야와 전혀 상관없는 요소들이 등장했었지만, 이번 작품 역시 그렇다. 미모의 뮤지션을 흠모하는 광기 어린 팬의 집착이 주요 플롯이라, 이제야 캐트린 댄스의 동작학이 제대로 빛을 발하나 싶었는데 말이다. 뭐 이것도 디버가 의도한 반전 중의 하나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암튼, 후반부로 갈수록 디버만의 장기인 거듭되는 반전 장치로 몰입감을 더해주며 이야기는 끝을 향해 달려간다. 무엇보다 뮤지션을 주인공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라, 스토리 중간 중간 그녀의 노래 가사가 중요한 역할을 해주는데, 그래서 더욱 흥미진진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게다가 그 노래들을 실제 음원으로 들어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세번째 캐트린 댄스 시리즈, 제프리 디버의 마법은 아직 지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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