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은 이제 개를 키우지 않는다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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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아버지, 69세 어머니, 40세 딸이 함께 살고 있는, 평균 연령 60세인 3인 가족 사와무라 씨 댁의 그 두 번째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마스다 미리는 30대 싱글 여성의 이야기는 ‘수짱 시리즈’를 통해, 딩크족 부부의 이야기는 ‘치에코 씨 부부’를 통해, 40대 싱글 여성과 100세 시대에 돌입한 현대가족의 이야기는 ‘사와무라 씨 댁’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어떤 시리즈를 만나더라도 매 페이지마다 공감 백 만개의 소소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어, 매번 신작이 나올 때마다 믿고 보게 되는 작가가 되었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이다. 한국인 평균 수명은 남성 78, 여성 85세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긴 노후를 보내야 한다. 반면, 은퇴 연력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한창 일할 나이인 30~40대부터 은퇴 후 삶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이 작품은 100세 시대를 사는, 40대 싱글 여성의 일상을 그리고 있어 아마 지금 이 시대의 누구에게나 자신의 이야기처럼 들리는 부분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우리의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읽고 있노라면 어느 순간 코 끝이 찡해지고 말이다.

 

 

옛날에는 어울렸던 색이 지금은 또 별로더라고. 마네킹이 입은 옷을 보면, 저건 10년 전, 이쪽은 5년 전 하고, 어울렸던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돼.
그러게! 여기저기에 옛날의 '나'가 보여.
언젠가, 그 여기저기있는 '나'가 어딘가에서 말을 걸어주지 않을까? '
그 나이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이 있어' 라고.

 

 

 

40세 싱글로 입사 18년차 베테랑 직장여성인 사와무라 히토미. 그녀는 현재 부모님과 함께 사는 독신이다. 3인조의 친한 친구들과 종종 친목모임을 가지며, 연애도, 결혼도 지금은 생각이 없다. 그녀가 친구들과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며,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크리스마스에 외식을 하며 나누는 대화들은 40대이기에 나눌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20대는 전혀 알 수 없는 그런 대목들도 있고, 40대가 가까워오거나 이미 지난 세대라면 맞아, 맞아 하며 공감할 수밖에 없는 대목들도 있고 말이다. 40대 쯤 되면 미팅도 더 이상 들어오지 않고, 연애가 어떤 느낌이었는지도 가물가물하고, 쇼핑하려 백화점에 가도 젊을 때 어울리던 옷들만 눈에 들어오고, 미용실에 가도 이제는 패션 잡지가 아니라 요리 관련 잡지를 건네주고 말이다. 너무도 소소한 것들인데, 누구나 겪고 있는 보통의 일상이기에 내 얘기 같고, 당신의 얘기 같을 것이다.

 

 

 

만약 여기서 이 말을 아내한테 한다면 "아유, 당신 또 따진다." 하고 나무랄 게 뻔해서
뭐,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 하고 시로 씨는 말하지 않았습니다만,
긴 결혼생활 동안,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 하고 삼킨 말이
서로 얼마나 될까, 곰곰이 생각. 그러나 이것도 역시 말하지 않았습니다.

 

 

회사를 퇴직하고 정년 라이프를 즐기는 중인 70세 사와무라 시로씨, 요리를 잘하고 손재주가 좋으며 사교적이어 이웃에 친구도 많은 69세 사와무라 노리에씨 부부의 일상은 정말 매 순간 우리 부모님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아마 누구나 그러했겠지만 말이다. 사소한 거라도 신기한 걸 알게 되면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온 남편과 나누고 싶어하는 노리에씨, 나이를 먹으니 건강하게 지내는 게 그냥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엄마의 모습이다. 그들 부부는 담담하게 자신들이 죽은 뒤의 일들을 건강할 때 정리해놓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장례식은 어떻게 할지, 어떤 음악을 틀고, 어떤 꽃을 꽂을지에 대해서 슬슬 준비하려는 그들의 모습은 우울하게 그려지지 않아 더욱 뭉클하다. 고령의 나이에도 여전히 스포츠 센터에서 규칙적인 운동을 하며, 이런 저런 상상을 해보기도 하고, 그렇게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온 아내지만 아침 체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일부러 자는 척 누워있으면서 배려해주기도 하는 아빠의 모습이다.

늘 반복되는 일상이 허무한 날이 있는가 하면, 행복하다고 느끼는 날도 있을 것이다. 마스다 미리는 '보통의 매일이 지금처럼 계속 이어지는 것이 진짜 행복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소박하고, 나름의 모습으로 활기찬 이들의 일상을 엿보면서 마음이 괜시리 따뜻해졌다.

 

어느 날, 노리에씨가 텔레비전 위에 꽂아둔 한 송이 작약이 진 것을 발견하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이런 식으로 인생을 끝내도 괜찮지 않을까." 그녀는 주위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자신이 어떻게 죽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고, 마음 먹은 대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지만 말이다. 내 부모님도 툭하면 이런 얘기를 하셨다. 자식들을 힘들게 하면서까지 오래오래 살고 싶지는 않다고. 자신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만큼, 건강하게 살고 싶다고 말이다.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자식들은 부모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사시기를 바라지만 말이다.

 

"봄은 설레기도 하지만 좀 안타깝기도 하지. '벚꽃을 볼 수 있는 날도 한계가 있다'는 말에, 인생이 짧다는 걸 느껴."

히토미는 직장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다 평균 수명이 160년 정도 되면 좋겠다는 말을 듣는다. 만약 그렇다면 자신은 30대가 100년, 다음은 고르게 배분하겠다며, 30대의 최초 20년 동안 애를 다 키워놓고, 남은 30대의 80년 동안은 멋대로 살아 보고 싶다고. 일도 열심히 하고, 새로운 연애도 많이 하고, 여기저기 여행도 하고. 하지만 그렇게 30대가 100년이 있어도 마지막 1년은 쓸쓸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 인간의 유한한 삶이라는 것이 참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누구나 영원히 살 수는 없으니까. 누구나 영원히 젊음을 누릴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두 번째 시리즈의 제목인 '사와무라 씨 댁은 이제 개를 키우지 않는다'에 해당되는 에피소드는 이야기 제일 마지막에 실려 있다. 그들이 4인 가족이었던 시절에 대한 뭉클한 이야기는 그들이 앞으로도 개를 키우지 않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어 주면서 다음 시리즈를 또 기대하게 만들어 준다. '사와무라 씨 댁의 오랜만의 여행'이 조만간 출간예정이라고 하니, 홋카이도로 떠난 부부여행과 히토미의 나홀로 여행이 어떤 풍경일지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사와무라 씨 댁의 일상과 그들의 모습은 바로 우리 집의 이야기 같고, 옆 집의 이야기 같고 그렇다. 마스다 미리는 이 만화의 등장인물들에 대한 모델이 따로 있지는 않다고, 그저 자신이 지금까지 살면서 만난 사람들의 파편들이 모여 있는 가족이라고 말한다. '아, 이건 사와무라 씨 댁 가족 같아.' 하는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수첩에 메모해둔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너무도 평범해 보이는 그 일상들 속에 따뜻함도, 뭉클함도, 서글픔도, 쓸쓸함도 다 포함되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러니 마스다 미리의 만화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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