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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디 헨드릭스 지음, 신윤경 옮김 / 문학수첩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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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 침실이며 욕실, 주방, 다이닝룸까지 다 있잖아요. 이게 집이 아니면 뭐겠어요? '모두를 위한 집', 들어봤죠? 사람들은 여기에서 식사를 하고, 아이들을 놀이방에 맡기고 구경도 하고, 커피도 마시면서 하루를 보낸다고요. 당신 입으로 말했잖아요. 여기가 당신에게는 집이라고요."

오르스크는 스칸디나비아풍을 표방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거대 가구 회사이다. 이케아보다 싼 가격으로, 더욱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겠다는 슬로건으로, 이케아의 모조품 버전으로 어마어마한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228명의 정규직 직원과 90명의 시간제 직원으로 이루어진 파트너들은 새로운 물건을 채워 넣고, 상품을 쇼룸에 배치하고 고객들을 맞이한다. 그런데 어느 날, 정교하게 고안된 오르스크의 이 시스템에 사소한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직원 전용 출입구 옆에 부착한 직원카드 리더기가 멈춰버린 것이다. 결국 직원들은 고객 전용 출입구를 사용해 출근을 해야 했다. 몇몇 불안한 징조는 전부터 있어 왔다. 몇 주 전 직원 몇 명에게 '살려줘요!'라는 메시지가 전송되었던 것이다. 번호를 차단하거나 통신회사에 문의했지만, 누구도 그 메세지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지난 6주 동안 매장에서 갖가지 사소한 범죄가 일어나기도 했다. 아침 근무팀이 매일 아침 손상된 가구들을 발견했던 것이다. 파손된 제품이 꽤 늘어나 더 이상 쉬쉬할 수만은 없어지자, 지점장은 은밀히 조사할 것을 부지점장 베이즐에게 지시한다.

베이즐은 신중하고 책임감이 강한 루스 앤과 회사에 불만이 많지만 타지점으로 전근하려는 에이미에게 야간 추가 근무를 제안한다. 루스 앤은 애사심이 강해서, 에이미는 전근 신청을 승인해주겠다는데 혹해서 추가 근무를 하게 된다. 그렇게 그들은 밤 10시에 모두들 퇴근하고 조용해질 때까지 휴게실에서 기다렸다가 순찰을 하기로 한다. 누군가 수상한 사람이 있는지, 누군가 정말 매장에 침입한 건지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다. 낮 동안 그곳은 어떤 면에서도 특별할 게 없는 평범한 건물로 가구와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이었지만, 밤이 되고 복도에 넘쳐나던 사람들은 모두 사라지고 건물 뒤편 사무실에는 불이 꺼지고, 마지막 고객이 정문을 통해 밖으로 나간 뒤 문에 걸림 장치가 채워지고 나면, 그곳은 전혀 다른 세상이 된다. 아마도 회사에서 밤샘근무를 해본 적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괜히 공포 영화에서 어두운 밤 회사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곤 하겠는가. 과연 그들이 어두운 밤 쇼룸에서 발견하게 되는 건 무엇일까. 스토리는 전형적인 유령의 집 이야기처럼 진행되기도 하고, 예상 외의 전개로 독특한 유머를 발산하기도 하면서 달려간다.

시야가 점점 어두워졌다. '거의 다 왔는데......'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랬다. 그녀는 거의 성공할 뻔했다. 그녀는 평생 뒷걸음질 치고, 포기하고, 남보다 뒤떨어졌다. 손대는 것마다 중도에 그만두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이 책은 대놓고 이케아를 패러디하는 것만큼 책의 판형부터 잡지 카탈로그처럼 널찍하고, 배송서비스 신청서, 쇼핑몰 지도, 상품 일러스트와 소개, 쇼핑몰 광고까지 실려 있다. 처음에 책을 보고는 이게 대체 소설인지, 정체가 뭔지 의심스러웠을 만큼 신선한 책이 아니었나 싶다. 소설의 매 챕터는 오르스크에서 판매하는 상품 일러스트와 색상, 사이즈, 제품번호 등이 기재된 상품 설명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게 소개된 상품이 해당 챕터의 이야기의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리고 그 상품들은 멀쩡한 제품들로 시작해 점점 공포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물건들로 아무렇지 않게 바뀌어 오싹함을 주고 있다.

예전에 이케아 매장을 처음 가보고는 그 엄청난 규모와 꽉 찬 사람들의 규모에 놀랐던 적이 있다. 굉장히 큰 규모의 건물과 창고형의 넓은 매장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점령하고 있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이리저리 치이느라 제대로 물건을 고르지도 못했고 말이다. 물론 '이케아' 하면 산뜻한 색감의 디자인과 실용적인 가격이 메리트라, 신혼부부나 독신인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겠구나 체감하긴 했다. 그래서인지 '이케아의 모조품 버전'이라고 작가가 소개하는 이 작품의 배경인 오르스크의 매장 규모와 스타일이 어느 정도 상상이 되어서 그 공포감이 더 다가왔던 것 같다. 출입구와 각종 가구로 둘러싸인 쇼룸, 주차장과 사무실 등등 작가가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는 공간은 물론 가상의 그것이지만, 실제처럼 사실적이고 입체적으로 독자들이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 말이다. 이 작품은 책의 외형과 구성만큼이나 색다른 호러물이 아니었나 싶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코드도 있고, 공포물을 싫어하는 이들도 거부감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산뜻한 커버도 한 몫을 하고, 무엇보다 술술 너무도 잘 읽힌다. 코미디와 호러의 경계 그 어딘가에서,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그 오싹한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그 동안 만나왔던 그 어떤 호러 소설과도 다른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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