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작 뉴턴, 마크 트웨인, 윈스턴 처칠, T.S.엘리엇, 레이먼드 챈들러, 어니스트 헤밍웨이, 말런 브랜도, 앤디 워홀, 칼 라거펠트,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과학자부터 작가, 정치가, 배우, 미술가, 패션 디자이너까지 각 분야에서 이름을 알렸던 이들은 얼핏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캣맨이라는 것이다. 수 세기 동안 미술가, 작가, 과학자, 철학자 등 수많은 남성들이 자신의 서재와 스튜디오를 고양이들과 공유해왔다. 이 책은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위트 넘치는 설명, 그리고 역사 속 캣맨들의 명언을 담은 아트북이다. 고양이에 매혹된 남자들과 그들의 고양이라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패션 디자이너들은 뮤즈와 짧지만 강렬한 관계를 맺는 것으로 유명한데, 전설적인 디자이너이자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칼 라거펠트의 뮤즈는 그가 무척 아끼는 털이 긴 샴 고양이 슈페트다. 그는 77세라는 늦은 나이에 캣맨이 되었다고 한다. 원래 개를 좋아한다고 말해왔던 그가 친구의 고양이를 봐주다 슈페트와 사랑에 빠졌다고. 디자이너 식기로 라거펠트와 함께 점심과 저녁을 먹고, 슈페트가 하는 행동과 기질을 매일 일지에 기록하는 개인 집사가 두 명이나 있다고 할 정도이니 뭐 그에 대한 애정을 짐작할 것이다. 오죽하면 라거펠트는 슈페트가 자신의 첩이며, 합법이었다면 결혼했을 것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10년 동안 미국을 떠돌며 술을 마시고, 잠시 피클 공장에서 일하고, 우체국에서 여러 해 동안 일한 부코스키는 마흔아홉 살이 되어서야 전업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폭력적이고 생생하며 때로는 다정했던 그의 시들에는 햇볕을 받으며 조는 고양이, 자동차들 아래를 돌아다니는 고양이, 새를 잡아먹는 고양이 등 고양이 수십 마리가 등장한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에 나눈 인터뷰에서 "기분이 나쁘면 그냥 고양이를 보라.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고양이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고양이를 많이 키울수록 더 오래 산다. 고양이가 100마리 있다면 10마리 있을 때보다 10배 더 오래 살 것이다." 라는 말을 한 적도 있다. 주로 힘든 삶을 거칠게 그그리기로 알려졌던 그가 말년에 아내와 여러 고양이와 함께 살았을 때는 굉장히 감상적인 글을 썼다는 것만 보아도 그의 애정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들 옆에서 저녁 식사하기를 좋아했던 윈스턴 처칠. 그가 임기를 두 번 수행하는 동안, 그의 고양이들은 치열한 환경에 꼭 필요한 가벼움을 제공했다. 탱고, 미키, 넬슨 등 그가 그린 여러 고양이는 손님들에게 필수적인 직원으로 알려졌다. 고양이를 무려 19마리나 키우기도 했던 마크 트웨인도 있다. 그는 '먹이를 잘 먹고, 적절한 돌봄과 사랑을 많이 받는 고양이가 없는 집도 어쩌면 완벽한 집일 수 있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 증명한단 말인가?'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배우 말런 브랜도의 고양이 사랑 역시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상징적인 캐릭터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영화 <대부>의 오프닝 장면에서 등장하는 고양이는 원래 시나리오에 없었다고. 현장에서 코폴라 감독이 우연히 발견한 고양이로 착안을 했는데, 브랜도는 고양이가 추가되어 무척 좋아했지만, 고양이 울음소리가 너무 커서 그의 대사 대부분은 오버 더빙해야 했다고 한다.
인상주의 대표 음악가로 꼽히는 모리스 라벨은 <어린이와 마술>이라는 오페라에서 고양이 연인 두 마리를 등장시키는데, 그들은 뮤지컬 <캣츠>에서 만큼이나 매력적인 모습을 선보인다. 그는 샴 고양이 두 마리를 키웠는데, 그들 고양이는 피아노 위에 앉아 20세기 프랑스에서 중요한 작곡가 중 하나인 라벨의 뮤즈가 되어 주었다. 고양이하면 하루키도 빼먹을 수 없다. 그는 여러 소설을 쓸 때 고양이를 대동했다. 그의 이야기는 우물 바닥으로, 고립된 도서관으로, 다차원적 호텔로 독자들을 데리고 가는데, 그 속에서 사람들은 고양이에게 말할 수 있고, 고양이들은 대답한다. 팬들의 질문을 받는 임시 웹사이트에서 한 독자가 잃어버린 고양이 찾는 법을 조언해달라고 부탁하자 그는 "고양이는 가끔 그냥 없어집니다. 주위에 있을 때 사랑해주고 고마워해아 합니다"라고 답했다. 과연 하루키 다운 대답이 아닐까 싶다.
아이작 뉴턴은 최초로 고양이 문을 발명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윈스턴 처칠의 집에는 아직도 그들이 키웠던 고양이들의 후손이 있다. 윌리엄 S. 버로스와 앤디 워홀은 고양이에게 영감을 받은 책을 썼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남성들 중에는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의 천재성과 유산에 고양이의 기여가 있었다. 찰스 디킨스는 '고양이의 사랑보다 더 큰 선물이 무엇인가' 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들의 고양이에 대한 무한 애정 공세는 그들의 삶과 그 궤적을 같이 해 감동을 주기도 한다. 샘 칼다의 감각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일러스트 또한 캣맨들의 삶과 그들의 명언을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그렇게 고양이에 대한 순수하고 끈질긴 사랑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서른 명의 유명인들은 고양이가 인간의 진정한 친구라는 것을 멋들어지게 보여주고 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더없이 훌륭한 이 아트북을 꼭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