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시간, 그 너머 - 원자가 되어 떠나는 우주 여행기
크리스토프 갈파르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절벽에서 뛰어내리려고 해본 적이 있는가? 고층건물 꼭대기 층의 창문에서 뛰어내리려고 한 적은?

아마 없을 것이다.

왜냐고? 그랬다면 이미 죽었을 테니까. 나 역시 그런 짓을 했다면 죽었을 것이다. 누구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는 이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된 걸까?

답은 간단하면서도 신비하고 심오하다. 인류가 지구와 하늘의 작은 일부를 지배할 수 있게 된 이유가 그 안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 별을 보고 온 이유도 그 안에 들어 있다. 또한 자연의 법칙이 그 답과 관련되어 있다.

달랑 우리 몸 하나로 저 먼 우주를 여행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우리가 아는 한, 시공을 이런 식으로 여행하는 것은 머릿속으로만 가능한 일이다. 정보를 운반할 수 있는 그 무엇도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움직일 수는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작품 속에서는 가능하다. 크리스토프 갈파르는 인간의 정신이 그려낸 우주를 여행하는 화자가 되어 우리에게 보이는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수억 개나 되는 새로운 은하들을 지나치며, 별들이 폭발해서 초신성이 되는 모습도 보고, 광대한 우주 공간에서 비인간적인 아름다움이 펼쳐지는 광경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핵의 온도가 섭씨 1600만이나 되는 태양의 안쪽으로 들어가보기도 하고, 지구에서 100억 광년이 넘는 거리에서 최초의 별들조차 태어나지 않았던 우주 암흑시대를 여행하기도 한다.

스티븐 호킹의 직속제자이자 차세대 천체물리학자 크리스토프 갈파르는 과학에 전혀 배경 지식이 없는 독자도 쉽게 이야기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마치 소설과 같은 방식으로 이 책을 풀어내고 있다. 우리는 이 책을 그저 소설을 읽는 것처럼 가볍고, 편안한 방식으로 접근해도 오늘날 과학자들이 연구를 통해 알아낸 우주를 여행하게 되는 것이다.

인류가 현대 물리학으로 현실을 파악하게 된 과정이라고 하면 뭔가 딱딱한 수식이 가득할 것만 같지만, 사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식이라고는 아인슈타인의 그 유명한 방정식 단 하나에 불과하다. 전 세계가 극찬한 천체 물리학 입문서이자, 대중 과학서의 걸작이라는 평가가 괜한 것이 아니라는 걸, 단 몇 페이지만 읽어봐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빅뱅, 블랙홀, 암흑 물질에서 상대성이론까지... 차세대 천체물리학자가 알려주는 우주의 신비는 매우 놀랍고도, 황홀한 체험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아인슈타인도 생각실험을 많이 이용했다. 그는 빛의 속도가 고정된 한계속도라면 세상이 어떤 모습이 될지 상상해보았다. 자신이 광자 위에 앉아 있다고 가정하고, 그 위치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상상을 하던 그는 특수상대성이론을 만들어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이 책에서 내가 타고 여행했던 비행기만큼 빠르게 움직이는 비행기가 400년 뒤의 미래에 도착하게 된다. 이것도 역시 ''으로 증명되었다.

직관은 지금까지 인류의 생존을 가능하게 해준 상식을 바탕으로 하지 않지만, 100여 년 전부터 수많은 새로운 발견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말처럼, 상상력이 지식보다 더 중요하다.

우리가 보는 밤하늘에 나타나는 우주가 '지금'의 우주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건 굉장히 매혹적이면서도 설레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밤하늘의 우주는 과거의 한 조각이며, 그 과거는 지구에 있는 우리 때문에 지구를 중심에 두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우리는 자신의 눈에 보이는 우주의 중심에 있다는 말도 된다. 크리스토프 갈파르는 우리가 우주의 중심에 있는 것처럼, 우리의 이웃도, 다른 모든 사람들도, 물건들도 모두 자기 우주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모두 자기 우주의 중심에 있고, 우리는 우리에게 닿는 빛을 통해 그 우주를 탐사할 수 있다. 특히나 이 작품에서 흥미로운 부분들은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우주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저 지금 있는 곳에서 빅뱅과 그 너머까지 바라볼 수 있고, 눈 깜짝할 사이에 700만 년 전의 과거에 도달하고, 또 한 번 눈을 깜박이며 6500만 년 전에 가 있고, 또 한 번 눈을 깜박하며 40억 년도 더 전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렇게 20억 년 정도를 더 거슬러 올라가 출발할 때 보았던 우주의 절반 크기도 안 되는 우주가 보이는 지점에서, 지구가 태어나기 50억 년 전으로, 그리고 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렇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나 역시 암흑시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천체물리학자인 크리스토프 갈파르의 인생 목표가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대중들에게도 최첨단의 과학 지식을 전파하는 것이라고 하던데, 이 책을 읽어보면 어느 정도 목표는 달성한 게 아닌가 싶다. 인류의 역사를 빛낸 위대한 과학자들의 실험 방법으로 우리를 우주와 시간의 세계로 인도하는 그의 솜씨는 놀라울 정도로 쉽고, 친근하고, 재미있다. 시간과 공간의 상대성과 양자물리학, 그리고 중력이라는 개념이 이렇게 쉬울 수도 있구나 놀라울 정도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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