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12주 된 아들을 죽인 엄마입니다."
생후 12주 된 아들을 죽였다는 이유로 치료감호소에서 3년을 보낸 한 여자. 그러나 그녀에게는 아들도, 아들 죽인 기억도 없다. 다만 엄마로서 헌신적이었을 뿐. 사람들이 그녀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수전 웹스터는 이제 죽은 사람이었다. 분명하다. 4주 전에 내가 죽였으니까. 세상 어느 누구도 내가 어디에 있는지, 누구인지 몰라야 했다. 그래서 법적 절차에 따라 이름까지 바꾸었다. 가석방 감찰관조차 나를 엠마라고 불렀다. 아직도 가끔은 이 이름에 대답하는 것을 잊는다. 내 새로운 이름은 엠마 카트라이트다. 물론 사람들은 이 이름을 모른다. 4년 전만 해도 나는 수접 웹스터였다. 이 사실을 알고 어떤 사람들은 콧등을 찡그릴지도 모르겠다... 북부에 사는 사람이라면 '맞아, 아들을 죽인 여자 아니야?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중얼거릴 수도 있다. 하지만 북부가 아닌 곳에 사는 더 많은 사람은 나를 전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생후 12주 된 아들을 죽였다는 이유로 치료 감호소에서 3년을 보낸 뒤 거주지와 이름까지 바꾸고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려고 하는 한 여인에게 편지가 도착한다. 봉투 앞면에 쓰인 글자를 보자마자 심장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그것은 바로 그녀가 지우고자 했던 과거의 이름 수전 웹스터라는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봉투 속에는 어린 남자아이의 사진이 있었고, 뒷면에는 그녀의 죽은 아들 딜런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딜런은 생후 3개월 만에 죽었는데, 사진 속 아이는 두어 살쯤 되어 보였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누군가의 못된 장난일까. 혹은 그녀의 본명을 알고 있다는 경고이자 협박인 걸까. 그녀는 신경이 쓰여 도서관에서 딜런 사건에 대한 기사들을 검색해보고, 그 와중에 자신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섰던 매튜 라일리 박사가 최근에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기자가 그녀를 찾아온다. 당연히 그녀는 관심 없다며 기자를 내보내지만, 최근에 실종된 라일리 박사에 대한 글을 쓴 것이 그라는 걸 알게 되고 나자, 의문의 사진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그를 만나보기로 한다. 그렇게 수감 중에 만난 그녀의 유일한 친구 캐시와 기자인 닉과 함께 잊고 살고 싶었던 그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그 사진은, 자신이 아들을 죽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걸, 아들이 행복하게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밝혀낼 기회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녀는 자신의 아들에게 남들이 했다고 하는 그 행동에 대해 전혀 기억이 없었다. 그저 자신이 아들을 죽게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매일같이 죽고 싶다는 생각만 하면서 여태 하루하루를 버텨왔다. 물론 누군가 그녀에게 고통을 주려고 하거나, 겁을 주려고 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 그녀는 사소한 지푸라기 하나라도 붙잡고 싶었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미친 소리 같겠지만 아들이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조금의 기대를 가지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내가 아기를, 내 아들을 해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끔찍하게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것이 바로 내가 한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신은 그토록 인정하기 힘든 사실을 우스운 방식으로 직면하도록 했다.
나는 두려움과 좌절로 한숨을 쉬었다. "캐시, 이건 가능성이 가장 많은 정도가 아니라 사건의 유일한 원인이야. 내가 저지른 일을 빨리 받아들일수록 내 상태가 나아질 가망이 커질 거야."
하지만 나는 자신을 믿지 못했다. 내 상태가 다시 좋아지리라는 것도 믿을 수 없었다.
이야기는 수전의 서술과 과거 어린 소년들의 학창 시절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된다. 영아 살인 사건의 실체에 대해 추적하는 현재의 이야기와 소년들의 이야기는 전혀 접점이 없는 것처럼 별개로 진행되지만, 그 두 이야기가 교차되는 지점에 이르면서 현재의 미스터리에 숨겨진 비밀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실제로 산후 우울증을 겪던 엄마가 자신의 아이를 살해했다는 비극적인 뉴스를 종종 접했었기에, 이 작품 역시 그 비극에 숨겨진 배경이나 여성의 심리 묘사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가 진행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작품의 플롯과 구성은 그런 예상을 완전히 비켜가면서 진행된다. 과거의 한 지점에서 멈춰버린 거대한 구멍, 자신의 삶에 생긴 그것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사건을 추적하는 인물,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이 숨기고 있던 진실은 경악스러울 만큼 끔찍한 과거를 드러낸다.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나 경찰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음에도 스릴러로서 페이지 터너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 보이는 이 작품이 제니 블랙허스트의 데뷔작이라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어린 시절부터 범죄 소설을 즐겨 읽었다는 작가는 아끼는 소설로 가득했던 책장이 아이가 생기고 인형과 아기 용품으로 채워지고, 하루의 대부분을 아이를 먹이고 재우는 생활로 보내게 되면서 출산과 육아에 대한 경험에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집필했다고 한다. 개인이 어떤 사건에 얽혀 소중하게 지켜왔던 평범한 것이 산산조각 날 때의 감정 변화를 예민하게 포착하고 사실에 가깝게 그려내는 솜씨 또한 대단해, 그녀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