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푸른빛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조르주 바타유 지음, 이재형 옮김 / 비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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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인생의 진리를 발견하기 위해 때로 '이야기' '소설'에 매달린다. 최면 상태에서 읽히는 이야기들은 때로 인간에게 운명에 맞서게 하는 힘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이 이야기를 구성하는지, 소설을 새롭게 하고 생명력을 지속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그렇게 하기 위한 올바른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

.......삶의 가능성을 드러내 보여주는 이야기가 반드시 마음을 끄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들만이 작가가 (삶에서) 과잉의 가능성이 펼쳐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목격할 수 있게 한다. 견딜 수 없는, 참을 수 없는 시련이야말로 관습이 강요하는 편협한 한계에 싫증 내는 독자들이 기대하는 탁월한 통찰력을 작가에게 줄 수 있다.

이 작품은 첫 소설 《눈 이야기》로 약간의 명성을 얻은 바타유가 그로부터 칠 년 후인 1935년에 탈고한 장편소설이다. 불길한 나치즘에 흔들리고 전쟁에 위협받는 당시 유럽을 배경으로, 작가의 페르소나이자 주인공인트로프만의 폭력과 죽음, 섹스로 점철된 광기 어린 일상을 담고 있다. 다행이 다소 어려웠던 전작보다는 훨씬 이야기 자체는 어렵지 않아 읽기가 수월했다. 조르주 바타유가 기성에 대한 전복을 열렬히 주창한 좌파 지식인이라는 점을 상기 해볼 때, 훨씬 이해하기가 쉽다. 물론 이번 작품의 전반적인 이야기 역시 에로티슴을 주축으로 삼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역시나 이 작품에서도 변태적 성행위, 엽기적 폭력성, 원초적 광기가 넘쳐나는 포르노그래피로서의 모습을 충만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당신은 그들이 왜 점잖은지 알아요? 무서워하는 거예요, 알아요?"

점잖다는 걸 일종의 존재 방식이라고 말하는 디르티의 말은, 술에 취해 아무렇게나 막 내뱉는 말로 흘려 보내기에는 의미 심장하다.

 

갖가지 방법으로 아내를 기만하며 외도를 일삼는 주인공의 일탈 행위는 방탕함과 음란함을 넘어서 시체를 애호하는 시간자에 이르기도 한다. 끔찍하게도 말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이 전작과 다른 가장 큰 점은 주인공이 스스로 자신의 행위에 대해 분명하게 자각하고 있고, 스스로의 행동이 정상적인 삶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사유한다는 점이다. 착란된 현실 속으로의 짧은 탈선과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는 실제 현실 사이를 오고 가면서 말이다. 그래서 자연스레 그가 비정상적인 성생활을 하고 있는 이유가, 그가 무척이나 불행하기 때문에, 아마도 고통스러워서 그런 거라고 이해할 수도 있는 여지를 만들어준다고 할까.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짓밟히는 쓰레기였고, 내 자신의 악의에 운명의 악의가 덧씌워져 있었다. 언제나 불행을 내 머리 위로 불러들였고, 이제 여기서 죽어가고 있었다. 외로웠고 비겁했다.

그는 끊임없이 죽음에 대해 상상하고,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은 멋지게 죽을 거라고. 자신은 고통 속에서 죽게 될 거라고. 자신은 누군가에게 살해 당하고 말 거라고 말이다. 마치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혀 그 원동력으로 사는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아마도 조르주 바타유는 그를 통해서 죽음을 피하지 않고 긍정하고 사랑하자고 말하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형식을 빌고 있으니 분명 허구의 이야기일 테지만, 이 작품 역시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와 당시 직접 목격한 유럽의 정치적 상황이 고스란히 깔려 있다. 그가 올려다 보는 하늘의 빛깔, 그 찬란한 하늘의 푸른 빛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한 인간의 사유가 추한 것으로 둘러 싸여 있지만 눈부시게 아름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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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1 09: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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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1 23: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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