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오래 기다렸던 마이 셰발, 페르 발뢰의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나왔다.
국내 최초 출간이라는 타이틀이 있지만, 사실 오래 전에 시리즈의 네번째 작품인 <웃는 경관>이 국내에 출간된 적이 있다. 2003년에 출간되었으니, 무려 14년만이다.
어쨌건 엘릭시르에서 다시 출발하는 시리즈라 전체 10권을 모두 다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아, 매우 기대가 된다. 벌써 번역은 5권까지 다 끝났다는 소문도 있고 말이다. ㅋㅋ
3대 북유럽 경찰 소설을 보통 헨닝 망켈의 <쿠르트 발란데르> 시리즈와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에들란두르> 시리즈, 그리고 마이 셰발, 페르 발뢰의 <마르틴 베크> 시리즈로 꼽는다. 특히나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요 네스뵈와 스티그 라르손 등 작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요 네스뵈는 이 시리즈를 일컬어 "범죄소설의 모범"이라고 했다.
국내에 출간된 헨닝 캉켈의 <쿠르트 발란데르> 시리즈이다. 빠른 전개와 극적인 구성을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북유럽 특유의 감성과 분위기가 매우 문학적인 시리즈가 아닐 수 없다.
국내에 출간된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에들란두르> 시리즈이다. 물론 지금은 모두 절판된 책이라 구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뭐 이미 읽어본 이들도 꽤 많을 거라고 짐작한다. 지금은 아이슬란드 작가들의 추리 소설이 몇몇 출간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매우 신선한 분위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자, 다시 <마르틴 베크> 시리즈로 돌아오면.. 국내 첫 정식 출간 기념으로 스페셜 패키지로 구매할 수 있다. 물론 특별 한정판이니 소진되면 종료된다.
책을 구매하면 이렇게 특별 제작 봉투에 담겨져 있다. 각각의 패키지 구성 엽서, 메모지와 함께 말이다. 내 돈 주고 내가 사면서 꼭 선물 받는 기분이라 포장을 뜯기 전부터 설레었다. ㅎㅎ
<로재나> 패키지 구성이다. 작가가 한국 독자들에게 남기는 멘트가 쓰인 엽서 뒷면에는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스톡홀름 지도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마르틴 베크의 범죄 수사 메모지.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 패키지 구성이다. 역시나 엽서와 메모지가 함께 들어 있는데, 메모지의 프린트가 두 책이 달라서 소장용으로 더 가치가 있다.
워낙 유명한 시리즈이기에 그렇지만, 시리즈의 첫 번째, 두 번째 작품 모두 서문부터 화려하다. <로재나>의 서문은 헨닝 망켈이 썼고,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의 서문은 밸 맥더미드가 썼다.
책의 옆면을 보면 제목 옆에 마르틴 베크(Martin Beck)의 M과 A가 보인다. 시리즈 10권을 모두 다 모아서 한꺼번에 세워두면 Martin Beck가 될 것이다. 원서의 책등은 이렇다. ㅎㅎ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는 한 출판사에서 내는 다른 잡지에서 각자 일하다가 만나게 되었고, 예전부터 품고 있었던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다 함께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스웨덴 사회가 십 년에 걸쳐서 변해가는 모습을 기록하고자 했던 그들은, 이 시리즈를 처음부터 10권의 이야기로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그들은 '이 열 권의 시리즈는 사실상 삼백 개의 장으로 이뤄진 하나의 긴 소설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그렇게 일 년에 한 권씩 완성하여 십 년 만에 시리즈가 마무리 되었다.
이 책을 열일곱 살에 처음 읽었다는 헨닝 망켈은 서문에서 이렇게 썼다.
"로재나는 어느 면으로 보나 어마어마하게 매력적인 책이다. 이 자리에서 자세한 플롯이나 범죄의 해결에 관해 누설할 마음은 없지만, 한 가지만 짚어두겠다. 아마도 <로재나>는 범죄소설에서 시간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이야기로는 최초일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기가 자주 길게 이어진다. 로재나라는 여성을 살해하여 예타운하에 던진 범인에 대한 수사가 답답하게 답보하는 시기다. 그러다가 불과 몇 센티미터쯤 진척이 있는가 싶더니, 또 덜컥 멈춰 선다. 마르틴 베크와 동료들에게는 하염없이 흐르는 시간이 절망의 근원인 동시에 필요악이다. 참을성이 없는 수사관이란 중요한 도구 하나가 부족한 것이나 마찬가지다...<로재나>는 경찰의 근본적인 덕목, 즉 참을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이것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소설이다. 생생하고, 간결한 세련미가 있으며, 교묘한 연출에 따라 플롯이 전개된다. 이것은 현대의 고전이다."
그리고 밸 맥더미드는 이 시리즈를 1979년 미국에서 미스터리 소설 전문 책방에서 처음 만났다고 서문에서 말하고 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책을 손에 넣는 방법은 내가 직접 가서 사 오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렇게 했다. 어마어마한 양을. 배낭에 담아 온 책들 중에는 빈티지 프레스 특유의 까만 표지를 입은 문고본 열 권이 있었다. 스웨덴의 부부 소설가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가 함께 집필한 열 권의 범죄소설이었다." 그는 즐리언 시먼스의 <블러디 머더>를 일고 이 책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이 책이 사십 년 전에 처음 등장했을 때의 가치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경찰 수사물이라는 하위 장르에서 클리셰가 되다시피 한 갖가지 핵심적인 장치들이 바로 이 열 권의 소설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염세적인 한숨을 지으며 당연하게 여기고 마는 수많은 특징들이 바로 이들, 기자였다가 범죄소설가로 전업한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의 작품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자, 추리, 스릴러, 범죄, 경찰 소설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당장 이 책을 만나보길 바란다. 이 시리즈를 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로 헨닝 망켈과 밸 맥더미드의 서문만큼 멋진 대답이 또 있을까 싶지 않은가. 이 시리즈 전체를 다 만날 수 있게 되어 너무 설레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