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양이 5 - 뭐야뭐야? 그게 뭐야?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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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이 너무도 추웠기에, 올해 겨울은 이 정도면 안 춥네 싶다가도 어느 순간 매서운 날씨에 깜짝 놀라게 된다. 겨울은 어쩔 수 없이 겨울이니 말이다. 쌀쌀한 바람에 두 볼이 빨갛게 물들고, 손도 꽁꽁, 발도 꽁꽁이라 어디 외출이라도 한번 하려면 완전 무장에 이것저것 싸매고 나가도, 막상 겨울 날씨와 마주하면 괜히 나왔다 싶은 생각이 든다. 요즘 보니 일본 영화나 소설에 자주 등장하던 고다쓰도 국내에서 팔더라. 이런 날씨에는 그저 고다쓰 처럼 낮은 테이블 아래 발을 집어 넣고 따뜻함으로 몸을 무장한 채 뜨거운 커피나, 호빵 같은 걸 먹으면서 만화책 삼매경에 빠지는 게 제격이다. 그리고 그런 풍경에 가장 어울리는 작품, <콩고양이> 시리즈가 두식이와 함께 돌아왔다. 지난 네 번째 작품에서 처음 등장했던 두식이는 이번 다섯 번째 작품에서 더욱 흥미진진한 활약(?)을 펼치게 된다.

 

우리의 팥알이와 콩알이의 주인님은 "나는 역시 고양이가 더 좋은 가봐. 개가 좋다고 달려드는 거 좀 그래"라며 두식이가 달려들어 반기는 거에 난색을 표하지만, 의외로 집동자귀신 아저씨는 "나는 의리 있고 똑똑한 것이 개가 더 좋은데. 고양이는 불러도 안 오지만 개는 발딱 일어나 오잖아."라고 대꾸한다. 사실 이것이 바로 개와 고양이의 가장 큰 차이점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개는 사람의 곁에 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주인을 올려다보는 반면, 고양이는 사람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보지 않나. 게다가 그 표정 또한 개는 주인을 위해 뭐라고 하고 싶어하는 듯하다면, 고양이는 세상 만사를 다 꿰뚫어보는 듯한 시크 그 자체이니 말이다. 아마도 그래서 개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확연히 다른 것일지도 모르지만, 어쨌건 <콩고양이> 시리즈를 읽다 보면 개도, 고양이도 모두 다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

두식이의 등장 때문에 팥알, 콩알이 외에 가족들의 비중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두식이와 산책을 나가고 관심을 보이는 집동자귀신 아저씨도 마트 애견 코너에서 대단한 활약을 보여주는 마담 북슬도, 두식이를 데려온 장본인인 안경남도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도 이야기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주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나 집동자귀신 아저씨와 두식이의 이별 에피소드는 정말 최고이니, 이 작품의 후반부를 주목해서 보시길 바란다. 뭉클하면서도 코믹하고,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들을 기대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주는 기막힌 에피소드니까.

 

아마도 만화의 가장 좋은 점이 이런 거 아닐까 싶다. 여백이 많은 프레임에 둥둥 떠있는 짧은 대사와 간간이 미소 짓게 만들고, 또 그 틈틈이 뭉클하게 만들고, 그 와중에 지나간 추억도 떠오르게 만들고 말이다. 머리를 쓸 필요도 없고, 시간을 많이 투자할 필요도 없는 책 읽기란 퍽퍽한 현실에서 벗어나기에 가장 쉬운 방법이다.

"뭐 해? 너 물웅덩이에서 노는 거 좋아하잖니."

뭐 그리 말씀하셔도 그닥 씻고 싶지 않지 말입니다.

요즘처럼 시국이 어수선할 때는 딱딱하고 머리 아픈 독서보다는, 가볍고 유쾌하지만 마음 따뜻해지는 이런 독서가 제격이다. 반려동물과 체온을 나누며 살았던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반려동물에게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었던 이들이라면, 팥알, 콩알, 두식이네 일상이 소소하지만 따스한 기분과 함께 그 동안 잊고 살았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지 않을까 싶다. 추운 계절, 날씨만큼 마음도 얼어붙게 만드는 뉴스들로 삭막한 세상 살이 속에 조금의 위로, 혹은 그래도 삶이 아름답다는 위안을 얻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팥알이와 콩알이, 그리고 두식이의 세계 속에서 잠깐들 쉬어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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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2-03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저는 책 다음으로 꽂힌 것이 애니입니다. 이제야 제게 덕후 본능이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

피오나 2016-12-03 18:31   좋아요 0 | URL
오..덕후본능을 찾으셨다니 어쩐지 반갑네요ㅋㅋㅋㅋㅋ